4대문과 4소문을 잇는 서울성곽에서 내려다본 서울 시내 전경
경희궁과 서울역사박물관이 있는 종로구 일대에는 도보로 여행할 수 있는 재미있는 박물관이 세군데 있다. 바로 농업박물관, 경찰박물관, 쌀박물관이 그것. 그 중 농업박물관부터 출발해 보자.
농업박물관
농업박물관 앞이 조선 초기 무신 김종서 장군의 집터였음을 알 수 있다.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에서 내려 경희궁 앞 농업박물관으로 가는 길 도중에 동양극장이 있었음을 알리는 표지석을 볼 수 있다. 종로구를 여행하다보면 가끔 이런 표지석들을 만날 수 있는데, 여행하며 과거의 모습을 상상하는 재미가 크다.
농업박물관 앞에는 세종대왕 때 4군 6진을 개척했다는 김종서 장군의 집터가 있다. 김종서 장군은 매우 검소한 성품으로, 사대문 안에 살지 않고 돈의문 바깥에 살았다. 원래 농업박물관 앞이 정확한 집터는 아니고 돈의문 밖에 사셨다는 이야기를 통해 고증하여 만든 집터표지석이다.
농업역사관
신석기시대의 움집을 그대로 재현해놓아 당시 사람들의 주거환경을 알 수 있다.
농업박물관의 시작은 농업역사관으로,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농업의 발달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전시관 가운데 신석기시대 움집이 자리 잡고 있고, 주변으로 농업에 사용했던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인간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무려 70만년이나 계속된 구석기시대가 끝나고 신석기 시대가 도래했다. 먹을 것이 떨어지면 이동생활을 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고, 정착생활을 가능하게 해주었던 계기가 바로 농업인 것이다.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가족을 이루고 비로소 한 장소에 정착하여 살 수 있었다. 청동기시대에는 벼농사가 시작되었다. 청동기시대 마을모형에서는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목책 주변으로 빽빽하게 벼를 심어놓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세히 보면 이 시대의 논은 오늘날의 논과는 조금 다른 모습인데, 그 시기에는 지금처럼 모판에 벼를 심어 나중에 옮겨 심지 않고, 바로 논에다가 볍씨를 뿌려 수확했다. 수확량은 낮았겠지만 그래도 벼농사로 인해 사람들은 더욱 부강해질 수 있었다. 벼는 이를 지키기 위해 망루에 올라서서 망을 보는 사람들도 있을 만큼 귀한 식재료였다.
지증왕 때 시작된 우경
청동기시대 반달돌칼(김제벽골제)은 청동기 시대 대표적인 농기구이다.
벼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농기구들도 점점 발달하게 되었다. 그동안의 석기들은 사냥도구로서만 쓰여졌었는데, 이때부터 사람들은 이 석기들을 매끄럽고 날카롭게 갈아 농사에 유리한 도구들로 바꾸어 나갔다. 돌보습, 돌괭이, 반달돌칼 등이 대표적인 농사를 위한 석기들이다.
삼
한시대 수리시설(김제벽골제)을 통해 벼농사를 본격적으로 짓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벼농사가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물을 많이 필요로 했다. 논마다 물을 대기 쉽도록 저수지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는데 김제의 벽골제는 대표적인 삼한시대 저수지이다. 오늘날 사용해도 될 정도로 정교한 수리시설을 갖추고 있다.
지증왕 때 시작된 우경
신라 지증왕 때 본격적으로 소를 이용한 밭농사를 시작했다. 돌로 만들어진 석기들은 땅이 단단하면 툭툭 부러지기 일쑤였는데, 힘이 센 소에 쇠로 만든 쟁기를 달아 밭을 갈게 되니 농업생산량이 엄청나게 증가할 수 있었다.
농가월령가의 그림과 글에 맞춘 다양한 농기구들의 전시도 흥미롭다. 마치 시골 할머니 집에서 본 듯한 친숙한 느낌이다. 농촌마을의 평화로운 풍경도 인상적이었는데 어느 집이나 들어가서 한숨 푹 자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이 외에도 농업박물관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자.
쌀 박물관
쌀박물관은 쌀의 역사와 쌀요 리를 널리 알리고 밥을 먹는 문화를 널리 확산시키고자 농협중앙회에서 설립하였다.
쌀박물관은 농업박물관 바로 옆에 붙어있다. 요즘 사람들이 우리 농산물인 쌀을 잘 섭취하지 않아 쌀소비가 크게 줄어들고, 대신 밀가루와 같은 수입산 농산물을 이용한 패스트푸드를 많이 섭취하여 우리 고유 음식문화의 뿌리가 흔들릴 뿐만 아니라, 농업인들의 생산의욕 저하, 각종 성인병 발생 등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우리 민족의 주식인 쌀은 노화를 방지해주고 항암효과가 있으며, 피부미용에 좋고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한해 쌀농사가 어찌나 중요했던지 집 안에서 모시는 가장 높은 신인 성주신을 성주단지에 모시고 단지 안에 그 해의 햅쌀을 가득 넣어 제사를 지냈다. 한해 농사를 잘 마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와 더불어 내년에 풍년도 함께 기원하는 의미이다. 이토록 귀중한 우리의 곡식인 쌀은 백미, 현미, 찹쌀 등 그 종류에 따라 효능이 다양하니, 쌀박물관에서 그 내용을 자세히 알아보자.
쌀국수
베트남의 쌀국수. 쌀박물관에서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쌀요리를 볼 수 있다.
쌀을 이용한 세계 여러 지방의 음식들이 소개되어 있는 쌀체험관도 눈길을 끈다. 베트남 쌀국수는 시큼하고 구수한 국물에 쌀국수와 소고기를 곁들여 숙주를 얹어 먹는 맛은 정말 일품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있는 쌀요리는 떡을 들 수 있겠다. 특히 추석 때 할머니께서 만들어주시는 송편은 입 안 가득 퍼지는 쫄깃한 맛 때문에 계속 손이 가게 된다.
농업박물관과 쌀박물관 구경까지 마치고 나오니 바로 앞에 돈의문 터가 보인다. 과거 우리가 서대문이라고 불렀지만 원래 명칭은 돈의문이다. 지금은 사라지고 그 터만 떡하니 벽 하나로 남아있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 이제 경찰박물관으로 이동해보자.
경찰박물관
[왼쪽/오른쪽]범인잡기 체험 / 조선시대 경찰복
딱딱하고 무서운 생각이 드는 경찰. 하지만 이 곳 경찰박물관에 와보면, 우리에게 경찰이 얼마나 소중하고 필요한 존재인지 알 수 있다. 가장 먼저 영상관에서 경찰관련 영상물을 감상한 뒤 한층 씩 아래로 내려오며 전시실을 관람해보자. 5층 전시실은 경찰역사의 장으로, 시대별 경찰들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흔히 포졸이라 불리었던 조선시대 경찰의 의복을 보니 입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
[왼쪽/오른쪽]수갑체험 / 휴대용 종합검식세트
4층에서는 과학수사를 하는 멋진 경찰들의 수사도구등을 관람할 수 있다. 휴대용 종합검식세트에는 과학수사에 필요한 각종 다양한 도구들이 들어있어 눈길을 끈다. 유치장체험을 해 볼 수도 있다. 유치장 체험 옆으로는 과학수사를 통해 추리를 하여 범인을 잡는 체험코너도 있다. 수갑을 직접 채워 보고 풀어보는 체험도 재미있고, 실제 교통경찰이 되어 교통수신호로 차를 질서 있게 이동시키는 가상체험도 흥미롭다.
경찰옷을 입고 경찰차를 타볼 수 있는 체험장은 항상 아이들로 북적인다.
1층에서는 더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경찰복을 입고 경찰차를 타거나, 경찰청장이 되어볼 수도 있어, 이곳은 서로 체험을 해보려는 아이들로 북적북적하다.
농업박물관, 쌀박물관, 경찰박물관 세 곳을 한꺼번에 돌아보기 좀 힘들지만, 모두 가까이에 붙어있어서 방학동안 아이들과 함께 즐기며 하루를 알차게 보내기에 추천되는 코스이다.
박물관과 함께하는 맛집
가게 이름이 [돈가스 백반]인 돈까스 백반집. 어렸을 때 집에서 엄마가 저녁반찬으로 돈까스를 해줬던 추억의 맛이다.
경찰박물관 뒤로 아주 맛있는 돈까스 백반집이 있다. 돈까스가 무한리필이 되는데다가 반찬도 한국식으로 정갈하고 맛있게 잘 나와서 인근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1인분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돈까스와 반찬의 질이 좋아서 자꾸만 찾게 되는 맛집이다. 미역국과 보글보글 된장찌개도 맛볼 수 있다. 재료가 떨어지면 문을 닫으니 박물관 구경하다가 출출할 때 들러 보자.
여행정보
-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새문안로 16
- 문의 : 02- 2080-5727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새문안로 41
- 문의 : 02-3150-3681
돈가스 백반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 2가 44
- 문의 : 02-733-7339
- 영업시간: 오전11시~ 오후 8시 (재료가 떨어지면 영업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