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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차 수목산악회 08년 12월3일 (수) 영산 영취산682m
만난 때 곳 12월3(수) 아침7시50분 서부시외버스 터미널
대상산 영취산정산682m 경남 창녕군 영산면 계성면
날씨 초겨울이지만 날씨가 예상했던 것보다 따뜻함. 아침 안개
산행 거리 시간 8시간10분
교통 수단 부산-영산 시외버스 아침 08시 10분 버스
산행 시작 09:10 영산 버스터미널
산행 마감 17:20 영산 대중 목욕탕
부산 도착 19:30 부산 서부시외버스 터미널
참가자 9명 안기호 남정조 조종임 최계순 임판개 이상민 조종임 최계선 김철우
코스 09:10 영산버스 터미널 09:25 보덕사 500m안내판 09:40 언덕 올라 보덕사 입구 왼편 리본 10:30 신선봉(632m) 11:20 영취산 바로 오른쪽 통과(영취산엔 표석 영취산표기) -11:45 산악인 김한출 추모비12:25병봉(병풍산 676m) 12:50 도로 13:00 도로 위 봉우리 13:40 점심 후 출발 14:05 보름고개 잠시 도로에 내려왔다 올라감 화왕산 14.6km 영산 8.3km 부곡 3.7km14:14 산길 송전탑 14:40 종암산 왼편 부곡 오른편 함박산 산길 삼거리 연이어 2곳 15:30 능선 삼거리 오른편이 함박산길 그 바로 아래 송전탑 16:03 봉우리 촛대같이 가파른 봉우리16:23 함박산-16:50 함박약수 17:20 영상면 소재지 목요탕
이모저모
남해고속국도에서 중부내륙고속국도로 부르는 옛 구마고속도로로 들어서자 안개가 어디선가 기어 나와 슬금 슬금 도로를 덮는다. 젖은 나무로 부엌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메케한 연기가 금새 마당을 덮어버리던 것과 꼭 닮았다. 처음엔 별것 아닌 것 같았던 안개다 점차 두터워 지드니 결국 지독한 안개라는 말이 서슴없이 쏟아진다. 우리들이 탄 영산 경유 부곡행 시외버스도 속도를 크게 떨어뜨린 채 엉금 엉금 기듯이 간다.
도로 옆에 있는 영산 시외버스 정류소도 안개가 덮었다. 부산서 8시10분에 출발해 도착하니 9시10분이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보덕사를 물어보고는 바로 산행에 나선다. 결국 가면서 물어보고 물어 본 끝에 ‘보덕사 500m’ 이정표와 만났다. 안개는 이제 한결 엷어 졌다.
골짜기 안쪽에 자리 잡은 보덕사를 들어가기 직전 왼편에 리본을 단 산길과 작은 등산안내도가 있다. 버스정류장에서 반시간 정도 걸렸다. 왼편 산길은 처음엔 왼쪽으로 비스듬하게 기슭을 가로 질러가더니 곧 오른편으로 바뀐다. 오른편으로 방향을 바꾼 길은 작심을 한 듯 걸을수록 된비알이다. 나무가 하늘을 가렸지만 그렇게 울창한 숲은 아니다. 단지 앞선 사람이 나무나 잎에 가려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이장이 마을 주민들에게 알리는 방송소리가 나무 사이로 우리에게도 전달된다. 방송소리도 감칠맛이 있어 귀를 기울인다. 비료 이야기 같다. 능선길은 한 번도 내려가지 않고 끈질기게 오르고 또 오른다. 눈앞이 탁 트이는 곳이지만 앞을 쳐다보니 아직 봉우리가 뒤에 있다. 배낭을 풀고 잠시 쉬워 갈 생각이었는데 앞에 있는 봉우리가 더 높아 전망이 좋을 것 같아 배낭을 맨다. 이제 안개는 햇볕에 녹아버렸는지 어디에도 볼 수 없다.
632봉은 표석은 없지만 바위봉으로 해발 632m다. 신선봉이라고 부르는 산꾼도 많다. 전망의 명소다. 동서남북 사방팔방을 너무 잘 볼 수 있다. 우리가 가야 할 영취산(681m)-병산(674m)은 말할 것도 없고 그 뒤편의 관룡산 화왕산 또다른 영취산(창녕읍 738.7m)이 물결을 이뤘다.
병산에서 동쪽으로 뻗은 산줄기는 건너편 이어진다. 건너편 산줄기는 기슭 7부에 임도가 있고 북으로 영취산- 관룡산, 남쪽인 오른편은 보름고개을 거쳐 종암산(547m)에 이른다.
종암산에서 산줄기가 나누어지는데 왼편은 덕암산(545m), 오른편(서쪽)은510봉을 거쳐 함박산을 지나 영산마을에서 끝난다. 신선봉에서 맞은편에 솟은 산이 바로 함박산이다. 이 산 아래 기슭에는 전국 제일의 약수라고 자랑하는 함박약수가 있다.
특히 영취산과 병산(병풍산)을 잇는 능선과 그 뒤편 관룡산 줄기는 온통 바위 전시장. 산줄기의 마루금을 중심으로 크고 작고, 치솟고 웅크리고, 기대고 드러눕고, 넓적하고 뾰족하고, 네모꼴 세모꼴 갖가지 모양새의 바위가 햇볕을 받아 몸체을 환하게 드러냈다. 보는 이는 모두가 “아”하고 자신도 모르게 탄복을 한다.
병풍산까지 그렇게 바위가 경쟁하듯 얽혀 있는데 그 봉우리 다음부터는 그 많던 바위는 없어지고 숲이 산줄기를 덮었다. 영산에서 출발, 영산까지 한 바퀴 돌아 올 경우 전 코스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신선봉-병풍산은 바윗길 , 3분의 2인 종암산-함박산은 거의 흙길로 뚜렷한 대조를 이루는 것도 신기하다.
신선봉에서 성터를 따라 산길이 이어진다. 건너편 영취산을 바라보고 왼편기슭으로 비스듬히 내려가는 바윗길. 오늘 코스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곳. 밧줄이 달려있다. 돈을 불릴 때 이자가 많아질수록 위험도 비례하듯 까다로운 바윗길을 아슬아슬 바윗길은 재미있는 것에 비례해 위험도 증대한다. 무사히 내려서서 안도하면서 내려온 길을 되돌아본다. “와 내가 저기를” 놀람과 함께 짜릿한 기쁨이 온몸에 전율을 만든다.
고개를 지나 이번엔 영취산을 오르는 능선길 바위를 잡고 오르면 삼거리다. 오른쪽은 길이 뚜렷한데다 내려가는데 병산으로 가는 종주길이다. 왼편은 다시 바위를 잡고 올라야 하는데 바위 길이라 놓치기 쉽지만 영취산 고스락에 닿는다. 영취산은 꼭 올라야 겠다는 마음을 먹지 않으면 오른편 종주길로 가지 십상이다. 영취산 고스락에는 표석이 있다.
종주길도 여전히 바위길이다. 왼편 길은 아래편 절로 가므로 능선 정수리에 난 산길을 가야한다. 걷는 도중 94년에 세운 추모비가 눈길을 끈다. 병풍산은 병풍 같이 넓은 바위가 아니라 뾰족 뾰족한 바위가 봉우리를 이뤘다.
병풍산 고스락에서 자신이 걸어온 길을 보고 소스라친다. 험난하기 이를 데 없는 바위 산길을 자신이 걸어온데 놀라고 이렇게 아름다운 바위 능선이 있음에 또 한 번 놀란다. 이렇게 멋진 등산코스가 부산에서 버스로 한시간 거리에 있음에 세 번째로 놀란다. 참으로 굉장한 등산길이다.
병풍산 고스락에서 내려서자 부드러운 숲길. 전체적으로 내려가는 산줄기는 크게 힘들지 않고 봉우리 두어개를 넘은 뒤 골짜기로 내려갔다가 다시 오른다. 이번에는 제법 힘 든다.
포장되지 않은 도로가 나온다. 이 도로 왼편은 영취산-관룡산, 오른편은 보름고개 아래편에서 구계리로 간다. 힘든 사람은 도로로 가도 무방하지만 산꾼은 가능한 한 도로 건너 기슭의 산길로 감이 바람직스럽다. 길은 봉우리로 향해 엎어질듯 급경사다. 10분이 채 안 걸리는 산길이지만 눈앞 봉우리 삼거리에 오르면 들숨날숨에다 땀이 촉촉이 배기 시작한다. 왼편 산길은 관룡산, 오른편은 종암산으로 가는데 이정표는 부곡온천으로 돼 있다. 종암산을 거쳐야 부곡온천에 가진다.
능선 길은 552봉에서 왼편과 오른편으로 갈라지는데 왼편은 희미해 놓치기 쉽고 오른편은 왼편보다 뚜렷해 이 길로 접어들기 쉽다. 오른편은 급경사로 도로에 닿고 도로를 가다보면 왼편에 리본을 단 산길이 나타난다. 산길로 들어서면 능선을 타고 오는 길과 만난다. 이 길이 552봉에서 왼편에 있는 희미한 길로 능선을 그대로 타고 온 길이다. 종주는 가능한 한 왼편 길을 찾아서 걸어야 한다.
이정표에 보름고개라고 써있는 사거리. 지금 오후2시5분으로 5시간을 걸은 셈. 왼편은 길이 거의 없어졌고 오른편 구계리와 맞은편 종암산으로 가는 길은 뚜렷하다. 하지만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아 낙엽이 등산화를 덮을 정도이고 작은 나무 가지들이 얼굴이랑 겨드랑이를 마구 때린다. 가랑잎이 지천으로 덮인 깨끗한 가을이 온 산에 질펀하다.
화왕산 14.6km 영산 8.3km 부곡 3.7km다. 부곡보다 영산이 더 가깝다. 보름고개 바로 앞에 있는 426봉을 오르면 다시 봉우리가 가로 막는다. 이 봉이 477봉이다.
477봉을 올랐다가 내려오면 눈앞에 우뚝 솟은 봉우리가 있다. 547m의 종암산이다. 높은데다 우람해 쳐다만 봐도 주눅이 들고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 진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 할 수 없다.
어디 한두 번 겪은 종주 산행인가. 봉우리 오르내리기를 산행 중 간식 먹듯 그렇게 자주 하는게 종주산행이다. 자꾸만 나타나는 봉우리에 주눅 들거나 “아이구 죽었구나”하고 절망을 앞세우기보다 당연히 있을 게 있구나 하는 담담한 마음과 꼭 완등을 해야겠다는 몸가짐을 가져야 한다. 그런 다음 자기 걸음걸이보다 약간 천천히 천천히 오르고 또 오른다. 힘이 들면 잠시 선채로 쉬고 심호흡을 한다. 하지만 어려움을 참고 걷는다는 것은 마치 시험 공부하기 싫은 학생이 책상에 앉을 수밖에 없는 심정이랑 똑 같다.
547m의 종암산은 바위봉이다. 오후2시40분 종암산에 도착했다. 그렇게 높아 보이던 종암산 바위봉은 오르지도 못한채 오른편에 두고 돌아간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다.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편이 부곡행, 오른편은 함박산행 종주길. 종주길은 3분을 채 가기 전에 다시 삼거리가 된다. 왼편은 역시 부곡온천으로 가고 오른편은 종주길이다. 부곡을 가든 함박산을 가든 이 두 개 삼거리 중 한곳에서 길을 잘 골라야 한다.
종암산에서 함박산까지는 높고 낮은 봉우리 4-5개가 버티고 있다. 여기서도 함박산은 까마득하다 .5시간 30분을 걸었는데도 아직 봉우리 몇 개를 오르내려야 한다니 다리 힘이 쭉 빠진다. 하지만 걷지 않을 수 없다.
봉우리 한 개를 넘어가니 능선 삼거리. 왼편은 부곡면 덕곡리 행, 오른편은 함박산으로 간다. 그런데 덕곡리는 산줄기를 그대로 따라가는데 리본도 많이 달려 종주길로 착각하기 쉽다. 정작 종주길인 오른편은 계곡으로 가는 것처럼 기슭로 쏟아진다. 이 삼거리도 길 선택에 유의해야 한다. 송전탑을 지나서도 한참을 가서야 겨우 내림세가 멈추는 고개다.
다시 촛대같이 생긴 봉우리가 앞에 뾰족하게 아주 높게 서 있다. 512봉이다. “저 봉우리를, 진짜 저 봉우리를 올라야 합니까.” 앞 선 일행이 나를 보고 울상이 된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 같이 엄숙한 표정을 짓고는 아무 말 않는다. 사실 산행대장인 나도 온 힘을 쏟아야 할 판이다.
나는 엉뚱한 대답을 한다. 오른편 저 능선을 한 번 보십시오. 저기 치솟은 하얀 바위봉은 병풍산, 거창하게 바위가 일어서 있는 봉우리가 영취산입니다. 오전에 우리가 지나온 산인데 봉우리가 굉장하죠. 앞에 있는 봉우리도 앞으로 한 시간이 되기 전에 뒤돌아보면서 “내가 저 봉우리를” 하고 작은 감동에 젖을 것입니다.
한 걸음 한걸음이란 참 무서운 것이다.
앞에 선 촛대봉은 떨어져서 보면 봉우리가 홀로 솟은 것 같지만 실제 걸어보면 앞에 낮은 봉우리 두 개가 전위봉이어서 그나마 경사도를 조금 숨죽인다. 하지만 전위봉을 지난 뒤 만난 촛대봉(?)은 입에서 단내가 난다. 앞만 보고 한 발작 한 발작 걷는다. 고작 해발 512m의 봉우리가 사람의 기운과 혼을 다 빼낸다. 고스락에 올라서니 4시3분이다. 산행을 시작한 이후 7시간 정도 걸었다.
앞에 낮은 봉우리는 2개 같기도 하고 한 개 같기도 하다. 길은 내려 간 뒤에 다시 오른다. 함박산이 뒷봉일까 앞에 있는 봉우리일까. 앞 봉우리를 올라서니 바로 함박산이다. 표석이 함박산 501m라 새겼다. 4시23분이다. 고스락 헬기장에서 배낭을 풀어놓고 쉰다.
4시30분 출발이다. 겨울 해 탓인지 해는 기운이 빠지고 햇볕도 시원찮다. 소나무 숲은 이미 그늘이 어둠의 냄새를 풍긴다. 함박산에서 함박약수까지도 내리막인데도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함박약수다. 안내판은 한국 제일의 명수라고 써놓았다. 이동네 사람은 아무래도 샘을 정비 할 때 물길을 손대 물 맛이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함박 약수가 몸에 좋다고 하길래 연달아 두 컵을 마신 뒤 잠시 쉬고 나니 해걸음이다. 영산에 있는 목욕탕에 도착한 시각은 5시20분. 이미 밤이 시작돼 가로등은 말 할 거도 없고 동네가 전깃불을 켰다.
영산에서 시작, 영산에서 산행을 끝낸 뒤 제자리 돌아온 오늘 8시간 20분을 걸었다. 무척 힘들었다. 상처뿐인 영광이 아니라 가슴 뿌듯한 즐거움에 피로도 함께 녹아들었다.
영산은 조선시대에 현감이 있던 곳이라 예부터 이 주변 마을 대표하는 역사의 고장이다. 지금 이 동네 특산품은 참기름이다. 깨는 중국산이지만 참기름의 질, 맛, 향이 빼어나 전국에서 알아준다고. 영산에는 참기름 짜는 곳이 28개소라고 한다. 아무튼 동네로 들어설 때부터 고소한 냄새가 힘 빠진 산꾼들의 식욕을 한 것 자극 했다.
어느새 오늘 하루는 어둠에 묻혔다. 오늘이 12월3일이라 2008년도 마감을 위해 박차를 가한다. 하루가 한해가 이렇게 끝을 맺고 또 시작한다. 우리가만족 하든 안하든, 열심히 하든 게으르게 하든, 뜻대로 하든 뜻과는 전혀 무관하게 하든, 하루와 일년은 이렇게 다가오고 또 사라져 간다.
첫댓글 몇 년 전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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