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공사 직원들이 농민과 함께 충남 당진시 고대면 용두양수장에 설치된 초대형 펌프를 살펴보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 농업 혁신 현장을 가다 ① 농촌용수 이용체계 개편 충남지역 10년간 가뭄 고통 농어촌공사 양수장 2곳 설치 아산-삽교-대호호 잇는 역할 여유량 원활 공급…농가 호평 “올 날씨는 지난해와 180도 달라요. 지난해엔 봄비가 거의 안 왔고 여름 장마가 54일 동안 계속됐잖아요? 올핸 봄에만 비가 간간이 내렸을 뿐 현재는 거의 안 와요. 이런 게 기후변화가 아니고 뭐예요?” 농촌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은 몸으로 느끼는 날씨 변화가 심상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계절마다 일정한 경향을 띠었던 기상이 1년이 멀다 하고 요동치면서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농업 생산기반 정비를 책임지는 한국농어촌공사가 고심하는 부분도 이것이다. 농어촌공사는 기후위기 시대 생산기반 정비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는 문제의식 속에 생산기반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장 사례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아삽대’를 아시나요=최근 10년간 충남지역은 가뭄으로 적지 않은 고통을 받았다. 충남지역 여름철 평년(직전 30년 평균) 강수량은 724.8㎜였지만 2014년 68% 수준으로 내려간 이후 2015년 40%, 2016년 57%로 반토막 났다. 급기야 2017년 6월말엔 누적 강수량이 평년 대비 11∼15%에 그치면서 대호호가 말라버리는 일까지 나타났다. 영농철 시작 전 87%였던 대호호 저수율은 그해 6월22일엔 0%로 내려갔다. 당진·서산 농경지 7419㏊에 농업용수 공급이 끊겼다. 주민들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영향으로 계속 반복될 문제인 만큼 항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 결과 나타난 것이 ‘아삽대’다. 아삽대는 ‘아산호·삽교호·대호호 농촌용수 이용체계 재편사업’을 줄여 부르는 말이다. 수량이 풍부한 수원(아산호)의 여유 수량을 양수장·송수관로를 이용해 가뭄지역(삽교호·대호호)에 공급함으로써 논마름을 해결하자는 구상이다. 저수지·댐 같은 새 수원공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장거리 송수관을 설치해 지역간 물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경제적인 해법이다.
◆물 걱정 ‘뚝’=사업 구상이 서자 정부도 긴박하게 돌아갔다. 행정안전부가 2017년 8월 응급조치 사업으로 결정했고 기획재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도 면제했다. 2017∼2020년 4년간 총사업비 875억원을 들여 아산·용두 양수장 2곳을 설치하고 아산호∼삽교호, 삽교호∼대호호까지 모두 11.8㎞를 이었다. 이 사업 시행을 농어촌공사가 맡았다.
7월29일 찾은 용두양수장엔 직경 800㎜에 1250마력 이상의 초대형 펌프 4대가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대호호 상류에 위치한 용두양수장은 삽교호로부터 흘러나오는 물을 펌핑해 대호호로 내보낸다. 펌프 4대가 1초당 6t의 물을 공급할 수 있다. 안순용 농어촌공사 당진지사 차장은 “지금과 같은 날씨가 이어진다면 8월엔 용두양수장을 본격 가동하게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함께 둘러본 벼농가 조두원씨(72·당진시 석문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조씨는 “‘천수답 농사’에 농민들이 하늘만 쳐다보며 발을 구른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면서 “이제는 물 걱정이 사라졌고 다들 (정부에) 고마워한다”고 말했다.
농촌용수 이용체계 재편사업의 또 다른 장점은 여러 지방자치단체에 혜택이 고루 돌아간다는 점이다. 김병규 농어촌공사 충남지역본부 차장은 “대산임해산단을 낀 서산지역이 아삽대를 반기는 이유”라고 말했다. 당진=김소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