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파괴 양수댐 '더 말해 뭐하나' |
오마이뉴스 |
|
국립공원 1호 지리산에 거대 양수댐이 들어섰다. 산청군 시천면 신천리 일원 약 41만평에 건설되었다. 95년 건설에 들어가 6년10개월만에 완공, 11일 준공식을 가졌다. 90년대 초부터 댐 건설 소식이 알려져 전국 환경단체들의 건설 반대 운동이 거세게 일어났던 양수댐이다.
지리산 생태계 파괴와 변화, 남강의 수자원 고갈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시민단체와 학계의 끈질긴 반대운동이 있었지만, 끝내 삽질은 시작되었다. 줄을 잇는 성명서 발표에다 서명운동, 집회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막아보려 했다.
심지어 한 환경운동가는 지리산에서 '양수댐 반대'라는 현수막을 달고 행글라이드를 하기도 했다. 학계에서는 환경영향평가가 잘못되었다는 주장까지 나왔지만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준공식장 앞에서 침묵 시위, '댐 철거운동' 입장 밝혀
댐 건설 반대를 몸으로 막아보려 했던 사람들이 준공식 때 다시 모였다. 이번에는 침묵시위였다. 마스크를 쓰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현수막과 피켓을 들었다. 어린 아이도 마스크를 쓰고 소리없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 침묵시위는 '지리산 생명연대'가 주도했다. 전국 1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모인 이 연대는 실상사 주지 도법 스님이 상임대표로 있고, 김장하 박창균 엄용식 우두성 유재현 이선종 이병철 이학영 최열 씨 등이 공동대표로 있다. 이들은 "앞으로 다시는 이 땅에 이런 개발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뜻있는 모든 이들이 함께 한다"면서 나섰다.
'지리산 생명연대'는 시위현장에서 "한국전력은 지리산을 허물고 건설한 양수댐 준공식으로 지리산을 두 번 죽이지 말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10년 전 민족의 영산 지리산은 댐 건설 계획으로 통곡하였다"면서, "이제와 돌아보면 지리산과 더불어 그 아픔을 함께 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에 우리는 더욱 참담할 뿐"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양수댐 철거운동'을 전개할 입장을 밝혔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감시하고 조사하여 댐으로 인해 지리산 생태계가 조금이라도 문제를 일으킨다면 양수댐 철거운동을 거침없이 전개할 것이다. 우리는 괴물처럼 우뚝 선 저 거대한 콘크리트 댐 앞에서 댐을 허물고, 갇힌 물줄기가 바로 흐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서 결의한다."
'지리산 생명연대'는 앞으로 "어떠한 개발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과 "지리산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내 생명처럼 아껴 함께 어우러지는 아름다움을 위해 결의한다"고 밝혔다. "그리하여 마침내 지리산이 개발의 족쇄를 풀고 우리 민족의 영산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결의한다."
준공식장 입구에서 침묵시위를 벌인 연대 회원들은 한국전력공사 대표단을 방문하고, '정기적인 지리산 생태조사 사업'과 '양수댐 주변지역 사후 환경서 조사'를 요구했다. 그리고 이런 각종 조사사업에 민간단체 추천 전문가를 과반수 이상 참여시킬 것을 함께 제시했다.
산청양수발전소는 어떻게 건설되었나, 5888억원 투입
양수댐은 95년 2월부터 건설이 추진되어 7년여만에 완공되었다. 국내 양수발전소 중 단위호기 용량이 가장 큰 35만kW로 설계는 삼안건설기술공사, 기자재 공급은 두산중공업, 시공은 삼부토건과 두산중공업이 담당했다.
산청양수발전소는 설비용량 70만kW급 순 양수식 발전소로서 총 건설비 5888억원이 들어갔다. 상부와 하부에 대형 저수지가 있다. 두 저수지 사이 총낙차는 427m로, 이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다.
산업자원부는 이 댐 준공효과로 전력 수요의 급성장에 대비해 남부지역의 전력수급에 안정을 도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약 12억3000만kWh의 전력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환경단체의 반발을 의식한 듯, 보도자료를 통해 '환경친화적발전소'라고 강조했다. 보도자료에서 "환경친화적인 발전소 건설을 위한 투자와 노력으로 낙동강환경관리청장과 환경부장관, 경남도지사로부터 환경관리 우수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다"고 밝혔다.
산업자원부 신국환 장관은 치사를 통해, "정부는 지속적으로 발전설빌 화충하는 등 공급능력 확보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며, 전력산업의 구조개편을 통해 에너지 산업의 경쟁체제 기틀도 마련하였다"고 말했다.
| | 지리산을 두 번 죽이지 말라! | | | <지리산생명연대 성명 전문> | | | 10년 전 민족의 영산 지리산은 지리산양수댐 건설계획으로 통곡하였다. 당시의 낮은 환경의 식과 미미한 환경운동은 지리산양수댐 건설계획을 저지하지 못하였고, 끝내 우리 어머니와도 같은 지리산 한 자락을 개발의 거친 삽질에 내주고 말았다. 이제와 돌아보면 지리산과 더불어 그 아픔을 함께 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에 우리는 더욱 참담할 뿐이다.
오늘 한국전력은 통곡하는 지리산, 만신창이가 된 상처 위에서 화려하고 웅장한 지리산양수댐 준공식을 가진다. 꼬리치레도롱뇽의 시체를 묻고, 황조롱이 부서진 둥지를 밟고, 물봉선터질 듯한 꽃봉오리 위에서 그 무수한 영혼을 두 번 죽이며, 파괴와 살상의 축제를 벌이는 것이다.
한국전력은 지리산양수댐을 건설하면서 지리산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 한국전력은 오늘 성대한 준공식을 열 것이 아니라 그들이 저지른 죄값에 대해 먼저 참회와 사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얄팍한 지원금 제도로 주민들을 이간질시켜 공동체를 파괴한 죄악, 환경영향평가서에는 포함시키지도 않고 제멋대로 송전철탑을 건설하면서 산맥 곳곳을 파괴한 죄악, 이러저러한 이설도로공사로 제2, 제3의 개발만행을 저지른 죄악에 대해 용서를 구해야 한다. 고운동 달빛 아래 엎드려 참회해야 하고, 울부짖는 거림골 물소리를 새겨들어야 한다.
우리는 뭇생명이 깃들어사는 자연생태계의 보고 지리산을 되돌릴 수 없는 지옥으로 만들어 놓고 지리산 양수댐을 지리산국립공원과 연계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는 발상에 대해 통탄을 금치 못하며, 지리산 양수댐을 막아내지 못한 회한의 힘으로 실로 어처구니없는 관광개발계획을 저지할 것이다.
우리는 한국전력이 자랑스럽게 마련한 오늘 이 준공식이 머지 않은 장래에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도록 하기 위해 지리산 양수댐을 예의 주시할 것이다. 기필코 댐을 건설하기 위해 내세운 한국전력의 주장이 허위라는 사실을 밝혀낼 때까지 감시와 조사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한국전력은 양수댐을 만들어도 지리산 생태계에 영향이 없다는 헛된 주장으로 댐을 만들었다. 공급위주의 그릇된 전력산업구조가 이처럼 처절하게 지리산을 허물었다. 전력독점기업 한국전력의 오만과 무지가 지리산 양수댐 건설로 나타났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감시하고 조사하여 댐으로 인해 지리산 생태계가 조금이라도 문제를 일으킨다면 양수댐 철거운동을 거침없이 전개할 것이다.
우리는 괴물처럼 우뚝 선 저 거대한 콘크리트 댐 앞에서 댐을 허물고, 갇힌 물줄기가 바로 흐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서 결의한다. 앞으로 지리산에서는 어떠한 명분의 개발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을 결의한다. 지리산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내 생명처럼 아껴, 함께 어우러지는 아름다움을 위해 결의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지리산이 개발의 족쇄를 풀고 우리 민족의 영산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결의한다. / | | | | |
윤성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