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에 오르는 굴비를 뇌물로 보는 놈들 자체가 잘못된 것이지. 영광 사람들 밥줄 다 끊겠다는 소리밖에 더 되냐고. 당장 씨알 작은 조기를 잡기 위해 어민들은 그물부터 바꿔야할 판이여. 안 그래도 안 잡히는 조기, 씨가 다 마르겠지.”
김영란법 시행을 두 달 앞둔 1일 영광군 법성포. 이따금 찾아오는 손님을 맞던 해변굴비 황성식(46)씨는 “(김영란법은) 현대차 기업한테 아반떼 승용차만 팔아서 운영하라는 소리와 똑같은 것”이라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대를 이어 40년째 굴비를 판매해온 황씨는 코앞에 닥친 다음달 추석 명절부터가 걱정이다. 한 마리당 한 뼘도 안 되는 굴비 1두름(20마리)을 꺼내 보여주던 황씨는 “이게 현지에서는 6만원짜린데 백화점에 가면 8만∼9만원도 넘는다”며 “주는 사람의 성의가 있는데 이보다 작은 크기의 굴비를 누가 선물하겠느냐. 장사를 하지 말라는 소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성포는 올해 가장 어려운 해를 보내고 있다. 잡히는 조기 물량이 줄면서 가격이 폭등해서다. 3년 전 경매에서 7만원에 거래되던 조기 1박스(130마리 기준)는 현재 21만원에 거래되는 등 ‘원조기’ 가격이 3배가량 오른 상황이다. 반면 같은 기간 소매가격은 30∼40% 오르는데 그쳤다는 게 소매업계의 설명이다.
장원굴비 강기삼(29·법성포 중·도매인협회 재무담당)씨는 “백화점과 마트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굴비 선물세트가 10마리 기준 10만원, 15만원선인데 이마저도 납품하는 쪽에서는 생산원가를 빼면 얼마 되지도 않는다”며 “그나마도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이런 물건들이 안 팔리면 소매업계는 망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선물세트가 명절에 주로 판매되고, 명절 매출이 연간 매출의 50∼80%까지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법성포 굴비 업계의 매출은 더 큰 폭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10마리에 30만, 50만, 100만원에 거래되는 명품 굴비는 판로 자체가 막힐 수밖에 없다.
영광군수협은 국내 1조원에 달하는 굴비 유통시장에서 영광이 4000억원의 물량을 대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약 2000억원의 손해가 발생한다는 게 영광군수협의 분석이다.
장흥 한우농가와 판매점도 ‘현실과 동떨어진 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장흥 안양면 김영중(52)씨는 “당장 한우선물세트의 95% 이상이 10만원 이상이고, 가장 많이 나가는 게 20만원대인데 이런 물건들이 안 팔리면 한우농가는 다 망한다”며 “수입산 소고기와 경쟁하려면 품질을 높이라고 장려한 정부가 이제는 선물세트 포장을 위해 저가의 수입산 소고기를 장려하는 격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김영란법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농축수산 어민이 땀흘려 생산한 농축수산물을 금품으로 보는 것이 과도하다”고 덧붙였다.
장흥한우 판매점들은 5만원 수준의 선물세트를 만들 수도 없다고 전했다. 택배비와 포장비를 제외하고 3만원어치의 소고기로 선물세트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남진장흥토요시장에서 장흥한우 할인직판장을 운영하는 강난희(여·48)씨도 “구이용 한우선물세트가 15만∼20만원선인데 이제 5만원에 맞추면 당장 국거리용밖에 없다”며 “매출도 3분의 2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민은 죽으라는 소리다”고 하소연했다.
/영광=김경인·박형진기자 k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