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큰 땅덩어리를 자랑하듯 우리보다 한시간 빠른 극동에서
저~쪽 유럽에 붙어있는 서쪽 끝까지 같은 나라안에서 시차가 10시간,
인천에서 비행기로 9시간 날아가야 하는 동네,
사회주의 혁명의 원조 러시아 수도 모스코바에 갔다왔다.
정말 싫어하는 장시간 비행기 타기 (몸도 피곤할뿐더러 담배를 필 수 없음),
더욱 힘든 어눌한 영어로 외국놈들이랑 회의하기,
진짜 가기 싫었지만 어차피 가야할 출장 이번 기회아니면 언제 가보나, 좋게 생각하고 다녀왔다.
회사 일은 예상보다 아주 약간 나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지만,
실제가 그렇게 될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테고 짧은 시간 내 눈에 비친 모스코바는.......
1. 거리
우선 숲이 인상적이다. 우리야 도심에선 공원에 가도 앙상한 몇그루 나무 길따라 심어져 있고
들어가지도 못하는 잔디밭만 넓게 펼쳐져 있자나. 그나마 고궁이라도 가야 나무가 좀 있지.
모스코바는 거리 곳곳에 숲이 우거져 있다. 물론 출입 못하게 막아논 철책도 없고.
또 구릉조차 없이 완전한 평야지대야. 산은 고사하고 얕은 언덕배기조차 눈에 띄지 않아.
물론 나라 남쪽의 우랄산맥으로 가면 사정이 다르겠지만,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묵었던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본 모스코바는 평야 그 자체야.
2. 도로
다트 판을 연상하면돼. 시 중심을 둘러싸고 양궁 과녁같이 몇겹의 원으로 주 도로가 있고,
그 도로들을 가로지르는 역시나 주 도로들. 그리고 주 도로들을 연결하는 보조 도로들.
주 도로는 족히 왕복 10차선이 넘어. 그 넓은 도로가 심야를 제외하곤 거의 대부분 차들로 꽉......
가령 20~30km 거리 움직이는데 어찌나 정체가 심한지 두세시간씩 걸려.
그 많은 차들중에 현대차가 눈에 많이 띄네. 올 1/4분기에는 전체 판매실적 1위를 했다고.
도로 포장상태는 우리나라 시골보다 많이 형편없고. 곳곳에 상처입은 아스팔트들 수리안되고 방치되고 있다.
도로가 안좋아 그런가 숲의 흙이 많아 그런가 좌우당간 먼지가 많은가봐.
갓 뽑은 아우디건 30년도 더 되보이는 똥차건 도로에 움직이는 차 중에 세차한 놈을 못봤어.
온통 뿌였게 먼지를 뒤집어 쓰고, 와이퍼 움직이는 전면 유리랑 문여는 손잡이만 그나마 때가 덜 탔어.
도로 사정이 그러니 지하철 노선은 비교적 잘 깔려있는거 같고.
냉전시대 유물인듯, 방공호를 대신해 지하 100미터 보다 더 깊게 파내려 간듯해.
이대입구역 에스칼레이터가 아이고 할배하고 인사할 만큼 깊숙히 땅속으로 땅속으로......
지하철은 우리 70년대 1호선 연상하면 될 듯하고. 낡고 소음이 아주 따봉이야.
3. 빌딩
홍콩은 땅덩이가 좁아 모든 건물이 하늘님 똥침을 놓은데 반해, 넓은 모스코바는 건물도 높이 보다는 가로로 길게.
석유 팔아 최근 몇년간 돈을 주체 못하는 나라 수도치고는 삐까번쩍 최신 건물 올리는 모습 드물게 보이고
대부분은 20년 이상되 보이는 옅은 갈색의 특징없이 노후한 건물들.
특히나 도착한 일욜, 월욜은 비까지 내려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간혹 보이는 옛 봉건시대 양식의 건물들, 특히 붉은 광장의 비실리 성당과 크렘닌, 모스코바 대학 건물은
감탄이 절로 터지게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했다. 빌딩보고 아름답다고 느낀건 이번이 처음.
4. 샤라포바
거리에 댕기는 애들이 샤라포바 처럼 예쁘다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우리 눈엔 앵글로색슨인지 슬라브족인지 유대인인지 게르만족인지 구분 안되는 그저그런 그냥 양키 애들.
돈 있는 것들이 그나마 예쁘다고 하고 (고쳤건 우수한 종자였건), 그런 애들은 유럽에 가 있고 여름 휴가나 방학때면
돌아와 붉은 광장에 잠시 눈요기 꺼리 생긴다고 하더라.
음~~~~, 오기전에 점심 미팅한 거래처 아줌만지 아가씬지 미스 소피아,
태어나 직접 본 얼굴중에 웃는 모습이 그렇게 예쁜 여잔 첨봤어. (사랑하는 마눌님이랑 딸래미 빼고는)
5. 그리고
백야. 내가 있을때도 저녁 여덟시가 훌쩍 지나야 해가 지기 시작했고, 한 여름에는 밤 12시 지나야 해가 떨어져
새벽 3시되면 바로 해가 뜬다고 한다.
레스토랑은 문열고 들어가면 한 두세평되는 현관이 있고, 현관문을 또 열고 들어가면 영화에서나 보던
한쪽 옆으로 코트를 맡겨두는 장소가 있다. 그걸 지나면 비로소 테이블이 나온다.
중국 자금성 만큼이나 높다란 크렘린 궁전 담벼락에 붙어 붉은 광장이 있고,
붉은 광장 중간 담벼락 쪽으로 레닌 묘소가 있다.
내가 갔을때는 문을 안열어 방부 처리한 레닌 형님을 직접 보지는 못했고,
크렘린 궁전 경비 교대식은 구경했다.
다리를 쭉뻣어 차올려 걸어가 지정된 위치에서 꼼짝않고 한시간 서 있는 병사들 모습이 조금은 안스럽게......
이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