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계산[賢溪山] 535.2m 강원 원주
산줄기 : 치악천등미륵봉림단맥
들머리 : 부론면 손곡리 구만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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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치 강원 원주시 부론면
높 이 535m
# 참고 산행기[사네드레]
원주 현계산(535.2m)
*마을회관-(20분)-삼거리-(40분)-헬기장, 정상-(40분)-사지고개-(30분)-543봉-(40분)-봉림산-(1시간20분)-구만이 버스종점
현계산은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에 자리하는 해발 535m의 산이다. 전국의 산을 샅샅이 찾아 오르고 있는 필자는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원주시의 현계산을 오르고자 잡지와 단행본 등 산과 관련된 여러 서적들을 조사해보았으나 이상하게도 참고할만한 자료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산자락에 국보와 보물을 간직한 오랜 절터가 자리하는 산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더욱 궁금증을 느낀 필자는 두 번에 걸쳐 현계산을 찾아 올랐다.
허난설헌의 스승 이달이 은거했던 산
현계산은 문화유적답사의 의미에서도 분명 한번은 찾아야 할 보배로운 산이다. 들머리 손곡리 삼거리에는 1968년에 세운 임경업장군의 추모비가 있다. 더더욱 그 옆에는 뜻밖에도 1983년에 세운 손곡 시비가 사람들의 외면 속에 외로이 서 있다.
이곳에 은거하면서 지명인 손곡을 자로 삼은 이달(1539~1609) 선비는 조선 중기에 시문에 꽃을 피운 시인이다. 일찍 벼슬을 떠나 산수에 방랑하면서 청신염려한 시를 삼백삼십 여 수를 남겨 동방의 시성이란 일컬음을 받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 허균, 허날설헌 남매를 훌륭한 문인으로 키워낸 위대한 스승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손곡 선생이야말로 대자연을 벗삼아 유유자적한 삶을 살다 가신 진정한 자유인이었으니.
'시골 밭집 젊은 아낙네 저녁거리 떨어져서/ 비 맞으며 보리 베어 숲 속으로 돌아오네/ 생나무에 습기 짙어 불길마저 꺼지도다/ 문에 들자 어린 아이들 옷자락 잡아 다리며 울부짖네.'
보릿고개를 경험한 필자에게는 가슴 뭉클한 시비의 시를 몇 번이나 소리내어 읽어보았다.
현계산~신선대~봉림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산행
현계산 들머리는 부론면 손곡2리 마을회관이다. 마을회관 맞은편으로 농로가 열리고 끝부분에서 오른쪽으로 들어 경운기가 다닐만한 길을 따라 오르면 무덤이 나온다. 무덤 뒤쪽으로 이어진 산길을 따르면 지능선에 올라서게 되고, 지능선 왼쪽으로 가면 구만이 버스 종점 위에서 올라오는 삼거리를 만난다. 첫번째 헬기장을 지나 정상팻말이 세워진 두번재 헬기장에 도달한다.
고사리가 지천으로 자란 현계산 정수리인 헬기장은 많은 산꾼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식사하기에 충분한 장소이나 그늘이 없는 것이 흠이었다. 지도상의 삼각점은 이곳에서 곁가지를 헤쳐 서쪽으로 5분 거리에 있었다. 웃자란 풀과 가시덤불을 헤쳐야만 겨우 찾을 수 있는 대삼각점은 국방부지리연구소에서 설치한 것이다.
봉림산까지의 종주산행을 위해 동남쪽으로 산길을 이어간다. 새빨간 하늘나리꽃이 예쁜 자태를 자랑하는 능선길 따라 40분이면 해발 약 390m의 사지고개(지도에는 서지고개)에 내려선다. 임도가 올라와 있는 사지고개마루에는 산림청에서 세운 이정표가 자리한다.
다시 임도 오른쪽의 능선길을 이어가면 노송과 바위가 어우러진 543봉에 이른다. 이곳에서 조금 내려가면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인 여러 개의 너럭바위가 소나무와 어우러진 멋진 가경을 연출한다. 현계산~봉림산 종주산행의 백미를 이룬 이 가경을 여러 산꾼들이 이구동성으로 신선대라고 명명한다.
오늘 산행에는 매월 첫 일요일에 정기산행을 하는 도깨비산우회 회원들이 함께했다. 약 10년 전부터 알게 된 도깨비산우회는 산악인의 예절을 철저히 지키는 모범산악회다. 매번 새로운 산을 찾아 철저한 답사 후에 산행을 하며, 산행 때마다 정성스런 산제를 올린다.
뒤쳐진 일행을 기다릴 겸 신선대에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산길을 이어 첫번째 갈림능선에서 직각으로 꺾어 동북쪽(왼쪽)을 향하니 또 임도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임도를 조금 따르다 다시 왼쪽의 능선길을 이어가니 드디어 봉림산(579.3m) 꼭지점이다. 여러 종류의 참나무가 어우러진 좁은 봉림산 정수리에는 1988년에 세운 삼각점이 있었으나 너무 낡아 글씨를 알아볼 수 없어 아쉬웠다. 사방을 둘러본다. 동녘으로 능선을 이어간 미륵산이며 십자봉, 백운산 너머로 치악산맥의 험준한 능선이 구불구불 달려간다.
하산길에 접어든다. 이곳에서 동북쪽으로 약 800m 지점의 능선삼거리에서 북쪽(왼쪽) 능선을 따라야 한다. 동쪽을 향한 주능선은 미륵산을 향하게 되니 주의를 요한다. 이곳 능선삼거리에서 정북녘으로 능선길을 내려, 다시 423봉을 올라 내리면(약 1.3km) 서지재다. 왼쪽(서쪽)의 방어실마을로 내려와 시멘트포장길을 따르면 청림사 팻말이 자리한 삼거리를 지나 구만이 버스종점에 닿는다. 방어실, 서지, 구만이로 흘러 손곡저수지에 이르는 맑은 개울은 산행에 산꾼들의 조촐한 뒤풀이 장소가 되리라.
그러나 한계산 산행은 아무리 일정이 빠듯하더라도 손곡 시비, 법천사지, 거돈사지를 들러야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필자의 말을 흘려듣지 마시라. 산행 전이나 후에 반드시 찾아 조상들이 남긴 훌륭한 문화유산을 자세히 둘러보고 각각 들머리를 지킨 천년 고목이 들려주는 아득한 전설을 귀담아 듣는다면 현계산 산행의미가 열 배 백 배로 늘어나리니...
오, 오, 보배로운 현계산이여!
*산행길잡이
마을회관-(20분)-삼거리-(40분)-헬기장, 정상-(40분)-사지고개-(30분)-543봉-(40분)-봉림산-(1시간20분)-구만이 버스종점
현계산, 봉림산 종주산행의 들머리는 원주시 부론면 손곡2리 마을회관이다. 마을회관 맞은편 농로에 들어 오른쪽으로 굽어돌면 풀이 웃자란 경운기길 오르막이 시작되고, 무덤에 이른다. 무덤 뒤로 산길이 이어지고 지능선에 올라서서 왼쪽으로 능선길을 이어가면 구만이로 내려가는 삼거리에 이른다.
뚜렷한 산길을 따르면 첫번째 헬기장을 지나, 정상팻말이 자리한 두번째 헬기장에 닿는데 마을회관에서 1시간 거리다. 곁가지를 헤치며 동쪽 능선으로 조금 가면 가시덤불 속에 국방부지리연구소에서 세운 대삼각점이 있다. 계속 동남쪽 능선길을 이으면 사지고개(지도에는 서지고개) 임도에 내려선다. 정상에서 40분 걸린다. 임도 오른쪽의 능선길을 이어가면 543봉에 이르고, 뒤이어 첫번째 능선삼거리에서 왼쪽(북동)으로 꺾어 내리면 다시 임도에 이른다. 임도를 조금 오르다 왼쪽의 능선길을 따르면 드디어 봉림산 정수리에 올라서는데, 첫번 임도에서 1시간10분 걸린다.
하산은 북동능선 800m 지점에서 만나는 능선삼거리에서 왼쪽(북쪽)으로 꺾어 423봉을 오르내리면서 서지재다. 이곳에서 서쪽으로 내리면 방어실, 청림사 삼거리를 지나 구만이 버스종점에 닿는데 봉림산에서 1시간20분 거리다.
손곡2리 마을회관~현계산~봉림산~구만이 버스종점을 잇는 종주산행은 약 5시간 걸리고, 현계산 단독산행은 2시간 반이면 넉넉하다.
*볼거리
현계산 서쪽 자락인 법천리에는 네 아름 반 느티나무 고목이 들머리를 지킨 법천사지가 있다. 국보 제59호인 지광국사현묘탑비와 이곳에서 발굴된 여러 유물이 전시되어 있고, 남쪽으로 300m 가면 통일신라시대 당간지주가 자리한다.
또 남서녘 자락의 정산리에는 신라시대의 사찰로 추정되는 거돈사지(사적 제168호)가 있다. 고려 고승 원공국사(930~1018)의 행적을 기록한 원공국사승묘탑비(보물 제78호)와 삼층석탑(보물 제750호)이 남은 넓은 절터에는 수령 천년을 헤아리는 보호수가 옛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금당지, 불좌대 등 구석구석을 둘러본 후 석양에 물든 삼층석탑 너머로 우러르는 현계산의 전경은 법열마저도 일으키는 참으로 아름다운 청산이다.
*교통과 숙박
1. 동서울터미널과 반포터미널에서 버스 이용, 또는 청량리역에서 기차로 원주에 가서 1일 4회 운행하는 구만이행 시내버스를 타고 종점 하차.
2. 원주에서 수시 운행하는 문막행 또는 부론(법천)행 시내버스 이용하여 문막 또는 부론에서 내려 택시 이용 손곡2리 마을회관까지 간다.
승용차로는 영동고속도로 여주나들목에서 벗어나, 37번 국도를 타고 점동까지 간 후 84번과 335번 지방도로를 이용해 법천리(부론)와 손곡저수지를 지나 마을회관까지 간다.
4. 산행 들,날머리인 손곡리 부근에는 식당과 숙박시설이 없으니 원주나 문막, 부론(법천)으로 나와야 한다.
필자 김은남 1943년 포항에서 태어났다. 은행지점장을 지냈으며 92년 계간 <시세계>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시조집 <산음가1,2,3>, <시조시인 산행기>를 펴냈다. 현재 출판사 심산문학 대표. 이메일 주소는 simsanmunhak@yahoo.co.kr
참고: 월간<사람과산> 2003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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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벗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