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애초에 나는 왜 여기 와 있지? 어제 양지혜 대장한테 분명 들었다. 대장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양해를 구했다. 과거 인형의 집 사건으로 인해 수색지침은 반출 금지이고, 신입 대원의 경우 반드시 대장 혹은 대장 다음으로 고참인 고지헌 대원의 입회 하에 지침을 숙지하도록 하고 있다고. 번거롭겠지만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애초에 이런 중요한 것을 어디서 굴러먹다 왔는지도 모를 신입이 마음대로 보게 해 줄 리가 없다.
그런데 나는 왜 이 야밤에, 바깥이 어둑해서 불을 켜도 사무실 안이 침침할 정도의 시간에 혼자 여기 찾아와 지침 따위를 읽고 있는 거지?
"...아까 분명 도와준다고 하셨지요?"
내 손이 멈춘 것을 알아차렸는지, 그것은 평이한 투로 물었다.
"그러면 혹시 갈비뼈를 좀 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제야 깨달은 것인데, 내가 배낭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거대한 나무 함이었다. 갈색에 크기가 크다 보니 멋대로 배낭이라 오해한 것이다. 어느새인가 함의 뚜껑은 열려 있었고, 나는 그제야 그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함 안에서는 여자 한 명이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나이는 사십 대 중반쯤 되었을까. 온화한 인상의 중년 여성이었다.
어찌나 정교하게 만들어졌는지, 그게 여성이 아니라 인형임을 알아차린 계기는 몸통이었다. 몸통 부분의 뚜껑이 열려 있던 것이다. 동시에 드디어 나는 역한 냄새의 정체 역시 알 수 있었다. 꼴에 제법 인체를 구현하려는 것처럼 배열을 맞춰 몸통 안에 쑤셔넣은 내장이, 심장만 빼면 다 썩고 녹아 줄줄 흘러내리기 일보 직전이었던 것이다. 내 시선이 향하는 방향을 눈치챈 그것은 머쓱한 듯 변명했다.
"일단 순서는 정확히 넣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지탱해 주는 게 없다 보니 자꾸 흘러내리네요... 뼈가 있으면 좀 제자리에 잡아 두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요. 괜찮을까요?"
나는 대답 대신 다시 고개를 들었다. 아내를 도울 수 있다는 게 진심으로 기쁜 듯, 배시시 웃는 남자의 가슴께에서는 무언가 흔들리며 빛을 내고 있었다. 어처구니없게도, 그 순간 나는 읽지도 않은 6번 목차가 무엇에 관한 것인지 곧바로 깨달았다.
남자의 왼손 약지에 끼워진 것과 같은 반지. 필시 아내의 손에서 회수한 뒤 항상 걸고 다녔을 그 반지는,
분명히 오랜 기간 그것들의 소굴에서 고행을 겪었을 터인데도 불구하고,
조금도 빛바래지 않은 채, 그것이 인간이었을 적이라면 필시 심장이 있었을 부분 위에서 그저 반짝일 뿐이었다.
첫댓글 오마이갓 대장,,,,,,
대장 멈춰,,
와..그래서 저저번화 제목이 빛 바래지 않는 사랑이었구나 이거 웹소였으면 이태호대장 2차창작 엄청 나올 재질
와... 서사 미쳤다
대장 광기 뭐야
포타에 괴이 치니까 외전 나오더라! 존잼
와 이거 파트별로 장소 나뉘어서 공포게임으로 나오면 스토리까지 대박이겠다....ㄷㄷ 제발 누가만들어줘요. 공포게임 핵존잼일거같은데.
이 시리즈 너무재밌어
대장ㅜㅜ..
대장... 안쓰럽지만 신입이나 멀쩡한 사람들 괴롭히는거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