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때인 것 같다.
그날도 우리 나쁜 녀석들은 술 한 잔 거나하게 취한 뒤, 내기를 했다.
여자 팬티를 구해오기였는데, 그것도 빨간 팬티 ㅡ!!
어떤 녀석 제안인지 몰라도 우린 빨간 팬티를 구하려고 묘안을 강구하고 있었다.
한 친구가 말했다.
"한성옥"을 가자고 했다.
그곳은 서너 명의 아가씨가 있어 빨간 팬티를 훔치거나 구걸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요즘이야 그런 술집이 없겠으나, 그 당시만 해도 막걸리를 마셔도 옆에 아가씨가 앉아 술을 부워주던 좋은 시절이었다.
그런 말을 하기 쉽지 않았기에 우린 술부터 주문했고 안내를 받고 방으로 들어갔다.
녀석과 나는 열심히 마시기 시작했다.
화장실을 간다며 이 방 저방 기웃겨렸어도, 마당의 빨랫줄을 보아도 빨간 팬티는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나는 내 옆에 앉아 있던 아가씨에게 말했다.
나와 러브샷까지 여러 번 했고, 마음이 어느 정도 교감이 나누어졌기 때문에 용기를 냈던 것이다.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아가씨가 벌떡 일어나 돌아서서 한복을 입은 치마를 벗어올리더니 팬티를 벗는다.
"빨간 팬티!"
아! 생전 처음 보는 여자의 빨간 팬티가 주는 황홀감에 젓가락으로 상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가 무르익어 갔다.
얼마나 마셨을까!
거나하게 취한 우리는 술집을 나왔다.
나는 술이 많이 취하기 전, 이미 빨간 팬티를 주머니에 넣었기 때문에 손으로 매만져 있음을 확인하고 술집을 나섰다.
이젠 녀석들을 만나는 시간만 되면 나는 거액의 술값을 내지 않고 실컷 얻어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술에 취한 아가씨가 집 밖에서 소리쳤다.
"야! 내 빤쓰 내놔! 내 빤쓰 달란 말이야!"
동네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다.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그날 밤, 빨간 팬티도 빼앗기고 아내는 보따리를 싸서 친정으로 갔다.
일주일이 넘어 처가에 가서 빌고 빌어 모시고 온 아내 ㅡ
나는 빨간 팬티의 저주를 10여 년 기억하곤 잊고 있었다.
아주 오랜 세월 동안 빨간 팬티는 영원히 잊고 있을 수 있도록 내 삶은 바쁘게 지나갔다.
엊그제, 술 한 잔 거나하게 마신 뒤, 운동을 한다며 자전거로 가던 귀갓길에 사고가 났다.
어두운 밤길에 라이트도 없이 가다 상대방도 라이트가 없이 오다 사고가 난 것이다.
내 자전거는 독일제라 뒷브레이크가 오른쪽에 있다.
갑자기 나타난 검은 물체를 보고 브레이크를 잡는다는 것이 왼쪽 앞브레이크를 잡아 360도 회전을 하여 곤두박질을 하고 만 것이다.
얼굴 어디에서가 뜨거운 피가 쏟아졌다.
혀로 이빨을 확인했더니 무사했다.
아들 녀석에게 전화했다.
차에 자전거를 싣고 종합병원으로 갔다.
얼굴과 팔과 다리가 벗겨진 부분에 약을 바르는 간호사를 보던 순간 ㅡ!!
소스라치게 놀랐다.
"빨간 팬티!"
내가 "빨간 팬티"를 입고 있었던 것이다.
요즘 형형색색 여러 개를 주는 드로즈니 뭐니 하는 팬티 광고를 보고 산 팬티에 빨간 팬티가 있었던 것이다.
나쁜 자식들 ㅡ!
남자 팬티에 빨간 팬티를 넣다니.....
수십 년이 지난 오늘에도 빨간 팬티의 저주는 끝나지 않았던 것이다.
늘그막에 빨간 팬티를 입었다니.... 창피하다.
내 인생에 있어 다시는 빨간 팬티를 입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시 해 본다.
허벅지며 곳곳에 멍자국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모습을 보며 그 아가씨를 생각한다.
빨간 팬티의 아가씨도 할머니가 됐겠지?
아이구! 돌아누우려니 갈비뼈가 결려 숨을 쉴 수 없다. (끝)
첫댓글 정열의 상징 빨간색 붉은악마 월드컵
젊음과 열정을 위해서 계속 사용하는것도
괞찮을듯 싶읍니다만 ㅎ
남이 보는것도 아닌데.....
그런가요?ㅠ
사업하는 사람들,
어떤 중요한 미팅있을때
일부러 빨간팬티 입는사람 있습니다ㅎ
화이팅에 의미로요ㅎ
저도 그런쪽였구요ㅋ
쪽은 안팔리네요ㅋㅋ
ㅋㅋ. 빨간팬티에 저주라. ㅎ. 몇년전 큰딸 결혼때 사위속옷챙겨주던 때가 생각나네요. 빨강속옷이 재물을 상징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듣고는. 필히 빨강팬티 하나정도는 함께 넣어보내야 겠기에. 여기저기 매장을 찾아 결국 빵강팬티를 준비했는데. ㅋㅋ 장난끼가 발동해서 결혼전 함을 지고온 사위에게. 원래 빨강팬티를 입고 어른들앞에서 춤을 선보여야 잘산다더라. 했더니. 울사위 벌떡 일어나 바지를 벗으려해서 식구들 모두 빵터졌던 적이 있었네요. ㅎㅎ
어머나 삶방에 멋진분 등장에
우선 박수부터 ㅉㅉㅉ
반갑습니다
원래는 빨강은 행운의 색깔이라 여기기도 하는데
때로는 저주가 되기도하나봅니다
근데 저는 조오기 댓글에 부자된대서
하나 구하러 가보렵니다
잼나게 잘읽었다그ㅡ 인사드립니다
답례인사는 갈비뻐 나으면 받을게요 ㅎ
ㅎㅎ ~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이고....남사시러버....^^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ㅋㅋ
빤쓰 팁은 따로 안 주셨구만요.
아하~~무릎탁
저주의 원인이 거기 있었구만요
@정 아 꼽으로 주고 와야 당연 하지요.
팁이 너무 짯어요.^^*
ㅎㅎ
재미있는 일화네요. ^^
우리 옆지기도 자전거를 워낙 좋아하는지라
국토 종주도 했지만 다친 적이 없더니
한 달 전쯤 4대강을 또 한다고 1박2일을 갔답니다.
첫날 다쳤으면 그냥 올것이지
얼굴, 팔, 무릎을 다 깨가지고도 그 담날 왔더군요.
결국은 어디가 부러지진 않았지만
보름을 병원에 다녔습니다.
빨간 팬티를 입었는지는 확인해보지 못했네요. ^^
추억의 빨간 팬티...
수 십년 흘러서 복수의 화신으로 나타났네요 ㅎㅎㅎ
너무나 재미 있습니다^^
군 생활 당시에 경험 있네요.
운전병은 보직 특성상
영외를 많이 다니다보니
성질 드러븐 고참 상병이
뻑 하면 (오복집)에가서
여자 빤쓰를 가저오라네요
참고로 오복집은 부대근처
대포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