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는 간소하게 - 기본 빵(맹빵)
노석미 그림 에세이...
1. 밀가루, 이스트, 소금 조금에 미지근한 물을 넣어 반죽한다.
2. 반죽을 젖은 면포로 덮고 1차 발효를 한다.
3. 부풀어 오른 반죽을 둥글게 성형한 후 휴식시킨다.
4. 빵 모양을 만들어 2차 발효를 한 뒤 오븐에 넣어 굽는다.
이곳으로 와서 빵을 배웠다. 지역자치센터에서 하는 제과제빵 자
격증 코스를 무려 4개월이나 배우러 다녔다. 물론 자격증 시험까지
도전한 것은 아니다. 당시 내가 빵을 배우러 다닌다고 하자 누군가
는 빵집을 낼 것 아닌데 뭐 하러 공들여 멀리까지 다니냐고 했다.
집에서 그냥 만들어 먹는 용도라면 인터넷에서도 쉬운 레시피들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말이다.
나는 예전부터 빵이란 음식을 신기하게 여겼다. 과장되게 표현하
면 아름답다고도 생각했다.(내가 빵 그림을 종종 그리는 이유이기
도,) 곡식을 빻아 부풀려 여러 가지 형태와 색깔과 맛을 지닌 음식
으로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굉장하다고 생각했다. 갓 구워진 빵은 천
상의 맛이 아닐까. 이른 아침 빵집을 지나다가 갓 구워진 빵 냄새가
코 속으로 들어오면 으아...괜스레 행복감이 밀려왔다.세상에 그런
음식이 어디 빵뿐이겠냐마는 빵은 조금 더 특별하다고 여겨져 언젠
가 한번 제대로 빵을 공부하리라 생각해왔다. 그것은 좋아하는 것
을 제대로 알고 싶다는 마음과 비슷하다. 마침 제과제빵 코스를 우
연히 알게 되었는데, 수강료도 저렴해서 주저하지 않고 신청했다.하
지만 예상대로 제과제빵사 시험을 위한 수업 프로그램은 창의적이
지도 신선하지도 않았다. 시험을 위한 교과책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
었고, 운전면허 시험을 보는 것과 비슷하게 뭔가를 정리해서 알려
주는 느낌이 들었다.“이렇게 하셔야 쉽고 테스트에서 무난하게 통
과할 수 있어요.“와 같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적으로 수업 듣
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뭐든 기초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
다. 그런 점에서 ‘빵이란 무엇인가?’라는 기초를 알게 된 점이 내겐
매우 유용했다.
귀농한 친구에게서 우리 밀 종자를 얻어 나의 작은 텃밭에 밀을
심어보기도 했다. 매우 작은 수확이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성질의 농
사가 아니라는 판단 이후 다시 심지 않고 있지만 아름다운 밀의 성
장 과정을 지켜본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이후 종종 빵을 굽는다. 수업에서 배웠던 빵들을 굽지는 않는다.
수업에서 배운 내용 중에는 빵의 형태와 유지를 위해 여러 가지 첨
가물을 넣는데 나는 그런 것들을 넣지 않고 내 식대로 못생겼지만
건강한 빵을 만든다. 인터넷이나 책에 있는 어느 전문가의 레시피대
로 할 수도 있겠지만 그때그때 있는 재료로 내 나름의 쉬운 레시피
를 가질 수 있는 것도 빵의 기본을 조금 배운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기초를 배운다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기초를 배우고 난
후에라야 활용이 뒤따른다.
빵집이 흔한 세상에서 빵을 집에서 만들고 있으면 이 빵이 정말
슬로푸드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반죽과 발효,굽기의 모든 과정마다
꽤나 시간이 거린다. 집에 발효기가 없기 때문에 실내 온도와 습도,
그러니까 날씨를 체크하며 발효 시간을 가감해야 한다. 빵 한 개를
먹자고 집에서 이 짓거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떤 때는 참 미련
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오븐에서 바로 나온 뜨끈한 빵은 쳐
다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니 제빵을 멈출 수가 없다. 내일 먹을
빵을 위해 전날 밤에 반죽을 해놓는다. 내가 잠자는 사이 반죽은 기
특하게도 서서히 혼자서 부풀어 올라 있다. 1차 발효 시간이 길어지
긴 하지만 다음 날 제빵 시간을 좀 아낄 수 있다. 갓 구운 빵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신신한 공기를 만나는 아침은 행복하다. 간혹 손님
이 오면 갓 구운 빵을 대접하기도 한다. 그들이 빵집에서 보지 못한
소박하고 어설픈,하지만 세상에 없는 빵을 맛보는 일에 신기해하는
것을 보면 나도 참 기쁘다.
빵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
무조건 바로 구워진 빵을 먹는다. 그게 세상에서 가장 맛난 빵
기본 빵 레시피에 꿀, 설탕, 버터, 오일, 말린 과일, 호두, 밤, 피칸,
땅콩 등의 견과류, 각종 허브류, 올리브, 향신료 등을 넣으면 무궁
무진하게 다양한 빵을 만들 수 있다. 빵의 크기와 모양, 들어가는 재
료에 따라 오븐의 온도 등은 다시 체크해야 한다.
대여섯 평 정도의 땅에 심은 일을 수확했다.l 내가 사는 동네엔 밀을
빻아주는 방앗간이 없어 수소문을 해서 밀을 빻아왔다. 지난가
을에 심어 이듬해 가을에 만나게 된 밀,내가 별로 한 일도 없이 땅
이 주는 수확이라 생각하면 참으로 고맙다가도 ‘뭐야, 겨우 이 정도
의 밀가루를 얻게 되다니! 역시 농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먼‘
하고 한숨이 나온다.
껍질째 빻은 통밀은 갈색을 띤다. 통밀이 가루가 되어 나오자마자
집게손가락으로 밀가루를 콕 찍어 맛보왔다. 음?! 이것은 내가 알
던 밀가루의 맛이 아니다. 엄~청 고소한 것이 아닌가! 진정한 곡식
의 맛이었다. 아, 일은 원래 이런 맛이구나! 뿌듯해하며 작은 비닐
봉지 하나 정도의 밀가루를 손에 들고 기뻐하니 방앗간 주인이 입술
을 실록이며 웃으신다.
함께 방앗간을 찾아간 이웃께서 “이 밀가루로 빵이 얼마나 나오려
나? 허허.“ 하신다. 나는 ”밀가루의 양을 보면 어림잡아 한 열 개의
빵은 나오지 않을까요?“라고 대답한다.
한 해 농사로 빵 열 개를 얻게 된 것이다.
P62~69
2022年07月18日月曜日
은하선-나무처럼기다립니다
첫댓글 좋은정보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빵이라면 좋지요
누구든지 좋아하는 빵이지요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활기찬 월요일이 되십시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