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복판에 위치한 이 고등학교는 보통 학교와는 다른 시범 학교였다. 아이들의 학습 능력에 따라 반이 달라졌고, 각자의 특기며 장기를 잘 계발할 수 있게 각 분야에 선생님들이 모셔져 왔으며, 학교의 이사장 또한 "재미 없는 공부는 공부가 아니다."라 하여 즐거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갖은 노력을 다했다.
승희는 신발 바닥에 잔뜩 뭍은 진흙과 모래등을 얼굴을 찌푸리며 털고 있었다. 어젯 밤에 비가 왔어서 일까? 안그래도 화가 나 보이는 그녀의 인상은 더더욱 화가 나 보였다. 같은 반 아이들 조차 그녀에게 접근을 못하고 있었다.
"승희야~ 승희야~ 언제 왔어?"
하지만 화가나 보이는 그녀를 아랑곳 하지 않고 승희의 자리에 털썩 앉은 아이가 있었다. 승희는 그 아이를 보자 더 화가 났는지 눈썹을 더욱 치켜 올렸다.
"주희..주희야. 너..왜 대체.. 대체 왜 여기있어!! 아침 보충 수업 끝났으면 자기 반에 앉아서 가만히 선생님이나 기다릴 것이지!!"
아침 부터 승희네 반에는 그녀의 앙칼진 고함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주희는 개의치 않고 방긋 웃으며 말했다.
"어머나~ 승희야.. 나는 네가 걱정되서 여기 온거야! 자자 앉아봐!!"
승희는 주희를 쏘아보며 말했다.
"네가 일어서야 앉지."
"아아~ 그랬지! 자자 앉아!"
승희는 주희가 일어선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다른 아이들은 이미 이 광경에 익숙한 듯 멀찌감치 신경을 끄고 공부하기에 전념했다. 그러고 보니 이 교실 흑 칠판 한구석에 조그만 글씨로 '학업 성취도 모의고사' 라고 써있었다.
주희도 그 사실을 알고 목소리를 낮쳐 조용히 말하면서 승희의 이마에 살짝 손을 댔다.
"너 아픈데는 없는거니? 몸은 괜찮은 거야? 아까 보충 수업 받는데도 걱정되 죽는 줄 알았어!"
승희는 주희의 따뜻한 체온을 잠시 느꼈지만 자신에게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그 손을 뿌리쳤다.
"이제 괜찮아.보충 수업때 공부 안하고 그런거 걱정하고 있던거야? 쓸때 없는 짓을..아무튼, 너 오늘 시험 보지 않아? 오늘 전교생이 다 보는 것으로 아는데.. 문제 없나보지?"
주희는 그 말에 승희의 어깨를 토닥 토닥 안마해주기 시작했다.
"그런거라니!! 니 건강문제라구! 아무튼, 승희야~ 그게 말이지. 너랑 나랑 힘 합치면..되는데! 응? 이번에 나 자신 없는데서 나와.. 부탁해! 딴건 내가 어떻게 해보겠는데.. 국사.. 국사는 연표정리가 안돼!! 응? 부탁해~"
애걸하는 주희를 보면서 승희는 그제서야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호오~그럴줄 알았지! 좋아! 기대해~ 하나밖에 없는 언니를 위해 그 정도도 못해줄까!"
"꺄아~ 승희야~ 고마워!! 네가 왠일이야!! 오호호"
주희는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고 소리를 지르며 승희에게 연신 볼을 비벼댔다. 승희는 질색을 하며 그런 주희를 밀어냈고 주희는 모두에게 인사를 하며 쌩하니 나가버렸다.
"휴.. 그래. 기대해.. 후후후"
『3교시 수리탐구Ⅱ영역을 실시하겠습니다.』
"자자. 시험지, OMR카드도 돌리고 학교번호와 반번호 틀리지 않게 마크하고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풀어라. 이 시험은 학교 등급을 정하는 시험이라는 거 알고 있겠지? 하하 아무튼..교육부도 할 일이 없다니깐.. 자자, 사설은 이만 하고.. 열심히 풀거라!"
인심 좋고 말씨 좋은 푸근한 아저씨인 이 학교의 국어 선생님은 시험지를 나누어 주면서도 그 놈의 입을 언제 어디서나 다물지 않는다.
승희는 시험지를 받으면서 과학 탐구 부터 차근 차근 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는지 남들보다는 1장 정도 앞서 나갔다. 아이들은 그런 승희를 보면서 속으로 혀를 두르고 있었다.
1시간 가량이 지났다. 아직 1시간이나 남았지만 다른 아이들은 열심히 머리를 싸매며 풀고 있었다. 하지만 승희는 여유로운 듯 팬을 돌리며 사회 탐구 과목의 마지막 장을 풀어 내려 갔다.
'흠.. 생각보다 쉽네.. 근데 이제 슬슬 올때가 되었는데..'
-승희야! 승희야!
'역시.. 이럴줄 알았지. 어떻하면 그렇게 행동 패턴 파악이 잘 될 수 있는거야..'
=응? 왜? 몇 번 모르는데?
-어..사탐 56번 문제. 다음 격문을 읽고 추론할 수 있는..
=알어, 알어. 나 지금 보고 있으니깐 문제 읽지마. 흠.. 생각보다 빨리 풀었는데?
-흠.. 공부 좀 했지. 그보다 니가 왠일이니~ 가르쳐 준다고 하고! 어제 언니가 타준 코코아가 맛있었구나!
=그래, 그래. 56번 문제.. 이런 쉬운 문제도 몰라!! 바보 같긴..에휴.. 답은..
-그래. 그러니깐 답은?
승희는 작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남들이 보지 않을 만큼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내가 알려줄 것 같냐!! 이런 힘은 옳지 않은 일에 쓰는게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자기 힘으로 풀라고! 알겠어? 나중에 큰 시험 볼때도 내 도움 받을래!! 그냥 틀리고 오답정리해!!
-흐에엥. 너무해. 기대하라며..
=호호 그래. 기대하라고 했잖아. 옳은 공부 방법을 제시 해줬으니 너한테 손해난거 없잖아! 안그래? 호호호 또 한번만 이 힘을 이런데다가 써봐! 그땐 다시는 너하고 이거 안해!
-우엥.. 알았어. 흑
=윽..울지마. 집에가서 공부 봐줄께.
-잊지마. 그거 안지키면 하루 종일 울어버릴꺼야.
=알았어. 그만 집중하고 문제나 푸시지.
-응. 그럼 너도 잘 풀어!
'에휴..'
다 풀은 시험지를 재검을 하면서 오늘도 집에가서 편히 쉬긴 틀렸다고 생각하는 승희였다.
오~ 오늘은 좀 길게 쓴건가요? 늦께 올려서 죄송해요. 많이 읽어주시고 계시죠? ^^
오늘은 눈이 왔네요. 와~ 정말 좋아요^^
승희와 주희. 쌍둥이이고 초능력자 집안이니깐 텔레파시 정도는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 에헤헤
뭐.. 미라클(요술 소녀) 그 만화 아시죠? 그거 보고 승희랑 주희도 그렇게 쓰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