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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입고황(病入膏肓)
질병이 심장과 횡경막 사이에 들어간다는 뜻으로, 치유불능의 중태 상태를 말한다.
病 : 병 병(疒/5 )
入 : 들 입(入/0)
膏 : 기름 고(月/10)
肓 : 명치끝 황(月/3)
(유의어)
고질병(痼疾病)
고황지질(膏肓之疾)
병입골수(病入骨髓)
병재고황(病載膏肓)
연하고질(煙霞痼疾)
연하벽(煙霞癖)
이수위열(二竪爲烈)
천석고황(泉石膏肓)
춘추 시대 진(晉)나라 경공(景公)이 어느 날 꿈을 꾸었는데, 머리를 풀어헤친 귀신이 달려들면서 이렇게 소리치는 것이었다. "네가 내 자손을 모두 죽였으니, 나는 너를 죽이고 말겠다."
경공은 너무나 놀라서 허겁지겁 도망쳤으나 귀신은 끝까지 쫓아왔다.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쫓겨 다니던 경공은 마침내 막다른 곳으로 몰리고 말았다. "네가 도망간다고 살 줄 아느냐? 어림도 없다."
귀신은 코웃음치면서 경공에게 달려들어 목을 눌렀는데, 바로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외마디 소리를 지름과 동시에 눈이 퍼뜩 떠졌다. 진땀을 흘리며 잠자리에서 일어난 경공은 왜 그런 꿈을 꾸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 결과 십여 년 전에 도안고(屠岸賈)라는 자의 무고로 몰살시킨 조씨(趙氏) 집안의 일이 떠올랐고, 따라서 꿈에 본 귀신은 그 조씨네의 조상임을 알 수 있었다.
경공은 즉시 무당을 불러 꿈 이야기를 하고 해몽해 달라고 했다. "말씀드리기 참으로 황공하오나, 전하께서는 올해 봄의 햇보리로 지은 진지를 드시지 못하게 되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인이 죽는다는 뜻인가?" "황공무지로소이다." "그대는 나라의 무당이 아닌가? 그런데도 대책이 없다고?" "이 일은 소인의 능력 밖이라서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낙심에다 불안해진 경공은 그만 병이 나고 말았다. 부랴부랴 사방에다 수소문하여 명의를 찾았는데, 진(秦)나라의 고완(高緩)이란 의원이 유명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급히 연락을 취하여 고완을 청해다가 병을 보이기로 했다.
고완이 도착하기 며칠 전, 경공은 자다가 또 꿈을 꾸었다. 이번에는 지난번의 귀신 대신에 아이들이었다. "고완은 워낙 유능한 의원이야. 그러니 우리가 어디로 달아나야 하지?" 한 아이가 말하자, 다른 아이가 이렇게 대꾸했다. "걱정 마. 횡경막과 심장 사이에 숨어 있으면 아무리 고완이라 한들 별 수 있을라구."
그러고서 꿈이 깨었다. 곰곰 생각해 보니 그 아이들은 자기 몸 속의 질병임을 알 수 있었다. 이윽고 고완이 도착했으므로, 경공은 병을 보이면서 꿈 이야기를 했다. 진맥을 마치고 난 고완은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병이 지금 심장과 횡격막 사이에 침투해 있습니다. 이 정도면 소인의 능력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합니다."
마침내 경공은 체념하고 말았다. 후한 사례를 해서 고완을 돌려보낸 경공은 이렇게 생각했다. '내 명운이 이것뿐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더 이상 안달복달하지 않고 의연히 죽음을 맞으리라.' 그러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했고, 생사 문제에 초연해지니까 의외로 병이 점점 나아지는 것 같았다.
그리하여 햇보리를 수확할 무렵에는 지난날과 별로 다름없을 정도로 건강을 되찾았다. 마침내 햇보리가 반입되었을 때, 경공은 그것으로 밥을 짓게 하고는 무당을 잡아들였다. "네 이놈! 쥐뿔도 모르는 놈이 나라의 무당이라고 앉아서 공연한 헛소리로 과인을 마음고생시켰겠다. 뭐가 어째? 햇보리밥을 먹지 못할 거라고? 여봐라! 이놈을 당장 끌어내다 목을 베어라!"
불호령을 내린 경공은 밖에서 죽어가는 무당이 지르는 단말마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수저를 들었다. 바로 그 순간, 갑자기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경공은 수저를 집어던지고 배를 움켜쥔 채 화장실로 뛰었다. 그러나 화장실에 도착하자 마자 쓰러져 죽고 말았다.
병입고황(病入膏肓)
고황(膏肓)의 고(膏)는 심장(心臟) 밑에 있는 엷은 뼈, 황(肓)은 바로 그 밑의 횡격막(橫隔膜) 위를 말한다. 이곳은 모두 몸의 가장 깊은 곳으로 병(病)이 이곳으로 들어가면 손을 쓸 수 없어 죽게 된다는 뜻으로, 병이나 나쁜 버릇, 습관 등이 고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것을 말한다.
즉, 병이나 나쁜 버릇이 심해져서 회복할 가망이 없게 된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병이 불치(不治)의 상태에 이르러 치유 가망이 전혀 없는 상태를 뜻하는 병입고황(病入膏肓)을 병입골수(病入骨髓)라고도 한다. 나쁜 버릇과 폐해 등이 손댈 수 없을 만큼 나쁜 지경에 이른 상태를 뜻하기도 한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성공십년(成公十年)에 있는 고사이다.
중국 진(晉)나라의 경공(景公)은 즉위하자, 도안고(屠岸賈)를 사구(司寇; 법무장관)에 임명하였다. 도안고는 이를 기회로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명문 조씨(趙氏) 일족을 대역죄로 몰아 죽였다.
십여년 뒤의 어느 날, 경공의 꿈에 귀신이 무서운 얼굴로 나타나서, “나의 자손을 죽였으니 용서할 수 없다. 너를 죽이러 왔다.” 하며 이방 저방으로 쫓아다녔는데, 한참 쫓기다 깨니 꿈이었다.
경공이 점쟁이를 불러 해몽을 시켰더니, “옛날 진(秦)나라에 공훈을 세운 사람의 조상인 듯 합니다.” 하고 아뢰고 나서 그 원혼의 저주 때문에 얼마 살지 못하고 죽을 것이라고 예언하며 경공께서는 새 보리가 익어도 그 것을 잡수시기 전에 돌아가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경공은 화를 낼 기운도 없이 그대로 자리에 눕게 되었는데, 온갖 약을 써도 전혀 차도가 없었다. 그래서 이웃 진(秦)나라의 명의 고완(高緩)을 청하게 되었다.
고완이 도착하기도 전에 경공은 또 꿈을 꾸었다. 꿈에 병이 두 사람의 동자로 변하여 경공의 콧구멍에서 튀어 나와서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이었다. “고완이 온다니 야단났다. 어디로 도망갈까? 옳지, 고(膏)의 밑, 황(肓)의 위에 숨으면 제 아무리 명의인 고환도 별수없을 테지.” 하고는 그 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었다.
이윽고 고완이 도착했으나 그는 “병은 고(膏)의 밑, 황(肓)의 위에 들어가 있어 여기는 침도 약도 이르지 못하는 곳이니, 천명이라 생각 하십시오. 쾌유가 어렵습니다.” 하고 말했다.
꿈속의 말과 같았다. 경공은 놀라고 슬픈 가운데서도 명의 고완을 천하의 명의라 생각하고 후히 대접해 보냈다. 그러나 경공은 곧 죽지는 않았다. 이윽고 6월 그믐께가 되자, 새로 익은 보리로 쑨 죽이 경공의 밥상에 올랐다.
이에 경공은 전날 자기 병에 대해 점을 친 점쟁이를 불러 호통을 쳤다. “너는 나보고 새 보리를 먹기 전에 죽는다고 했는데, 지금 나는 이렇게 새 보리를 먹게 되었다. 함부로 나를 조롱한 죄,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
그리고는 즉시 점쟁이의 목을 베게 했다. 그러나 막 먹으려고 할 때 배가 아파 왔다. 그래서 변소에 갔는데 가자마자 정신을 잃고 쓰러져 그 길로 죽어 버렸다.
신하들은 억울하게 죽은 원혼들이 그를 죽게 했다고들 쑥덕였다. 이로부터 병이 고황(膏肓)에 들었다고 하면 도저히 회복할 가망이 없는 깊은 고질병임을 뜻하게 되었다.
죽음을 알려주는 데서 꿈의 신령스러운 계시(啓示), 고시(告知)가 나타나 있으며 병균들이 사람처럼 주고 받는 꿈의 이적등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비슷한말로 천석고황(泉石膏肓)이라는 말이 있다. 천석(泉石)은 샘과 돌로써 대유법(代喩法)으로 아름다운 자연을 뜻하고 고황(膏肓)은 고치지 못하는 병으로 자연을 몹시 좋아하는 것을 일컫는다.
정철(鄭澈)이 지은 관동별곡(關東別曲) 의 첫 부분이 강호(江湖)에 병이 깊어 죽림(竹林)에 누었더니로 시작되고 있는데 여기서의 병이란 것이 자연을 몹시 좋아함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천석고황(泉石膏肓)과 같은 뜻의 비슷한말로 연하고질(煙霞痼疾), 연하벽(煙霞癖)이란 말이 있다. 이렇게 치료하지 못할 병을 줄여서 고황병(膏肓病)이라 부르고 병재고황(病載膏肓) 또는 병입골수(病入骨髓)라고도 한다.
오늘날에는 나쁜 버릇이나 폐해 등이 손 댈수 없을 지경에 이른 상태를 뜻하기도 한다.
병입고황(病入膏肓)
고칠 수 없이 깊이 든 병
도저히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위중한 병이 들었을 때 고황(膏肓)에 들었다고 한다. 고황은 우리 몸의 심장과 횡격막 사이를 말한다.
고(膏)는 기름, 지방, 고약을 말할 때 쓰는데 고대 의학에서 심장의 아랫부분을 가리켰다고 한다. 소경 맹(盲)과 1획 차이로 잘못 읽기 쉬운 황(肓)은 횡격막의 윗부분을 나타낸다.
이 사이에 병이 나면(病入) 아무리 뛰어난 명의가 와도 고치기 어렵다는 이야기에서 성어가 유래했다. 고황지질(膏肓之疾)이나 병입골수(病入骨髓), 이수위열(二竪爲烈)이라 해도 뜻이 같다.
여기에서 나쁜 습관이나 사상에 깊이 물들어 도저히 치유할 수 없을 때 비유하는 말로도 사용된다.
중국 춘추시대(春秋時代) 진(晉)나라의 경공(景公)이 꿈에서 유령을 봤다. 머리를 땅에 늘어뜨린 유령이 자기 자손들을 죽였기 때문에 경공에게 벌을 주겠다고 하며 대문과 침실의 문을 부수고 들어왔다. 혼비백산한 경공이 그날로 병이 들어 위독한 상태가 됐다.
나라 안의 용하다는 의원은 모두 불러 치료하게 했으나 효험이 없자 이웃 진(秦)나라의 환공(桓公)에게 부탁해 명의를 모셔오게 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환공은 완(緩)이라는 최고의 명의를 보내기로 했다.
명의 완이 도착하기 전에 경공은 또 이상한 꿈을 꾸게 됐다. 병이 두 사람의 더벅머리 소년으로 변하더니 그 중 하나가 용한 의원이 온다는데 자기들을 상하게 하면 어디로 도망치지 하고 말했다. ‘다른 하나가 말했다. 횡격막 위와 명치끝 아래에 가 있으면 우리를 어떻게 하겠어(其一曰 居肓之上 膏之下 若我何)?’
명의가 와서 진맥했는데 꼬마들의 말대로 병이 침을 놓아도 이르지 못하는 곳에 났고 약도 효험이 없으니 다스릴 수 없다고 했다. 좌씨전(左氏傳) 성공(成公) 12년조에 실려 있다.
현대의학이 발전함에 따라 고칠 수 없는 병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 덕으로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선진국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등 자랑할 만하다.
하위권에 드는 부문도 많다. 사사건건 대립하는 갈등, 남을 헐뜯는 무고, 나만 편하면 된다는 무질서, 끊임없는 경쟁으로 삶의 만족도 저하 등등은 국력에 비해 까마득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치유할 수 없을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속히 손쓰지 않으면 명의를 불러도 소용없게 될지 모른다.
병입골수(病入骨髓)와 편작(扁鵲)
피부에 가려운 증세가 있어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환자들이 많다. 어떤 환자는 의사가 심각한 병의 초기 증세라고 말해줘도 귀담아듣지 않는다. 일단 의심부터 한다. "의사가 돈을 탐내어, 아프지도 않은 사람을 병이 있다며 치료하려 드네." 진실을 회피하고 싶은 심리 때문이다.
병이 조금 악화되어도 그 반응은 달라지지 않는다. '난 병이 없다니까요!' 서둘러 치료하지 않으면 심각해질 것이라는 두 번째 경고에는 이렇게 퉁명스럽게 반응한다. 요행을 바라는 심리 때문이다.
병입골수(病入骨髓)라, 앞의 두 글자 '병입(病入)'은 '~에 병이 들다'라는 뜻이다. '골수(骨髓)'를 순우리말로 바꾸면 '뼛속'이다. 이 둘이 합쳐져 '뼛속까지 병들다'라는 의미가 만들어진다.
이 병입골수(病入骨髓)는 사마천 사기(史記) 편작창공열전(扁鵲倉公列傳)편의 한 일화에서 유래했다. 병입골수(病入骨髓)와 병입고황(病入膏肓)은 같은 뜻이다. '고황(膏肓)'은 심장과 횡경막 사이다. 몸의 제일 깊은 곳을 비유한다.
편작(扁鵲)은 기원전 401년 출생했다. 본명은 진월인(秦越人)이다. 전(田)씨 제나라의 환후(桓侯)는 '서둘러 치료해야 한다'는 편작(扁鵲)의 경고를 세 번 연속 무시하다가 결국 사망한다. 두 번째 경고에만 치료를 시작했더라도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병이었다. 당대의 명의 편작(扁鵲)도 '뼛속까지 스며든 병'은 치료할 방법이 없었기에 서둘러 도주한다.
편작(扁鵲)을 글자 위주로 풀이하면 '널리 돌아다니는 까치'라는 뜻이다. 중국인들도 까치를 기쁜 소식을 전하는 새로 여긴다. 그가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나라를 순회하며 위중한 환자들을 치료해 붙여진 이름이다.
편작(扁鵲)은 주요 진료 과목도 현지의 수요에 맞춰 변경했다. 부녀자를 귀히 여기는 한단(邯鄲)에서는 산부인과 위주로 진료를 했다. 노인을 존중하는 낙양(洛陽)에서는 안과와 관절염 치료 통증 클리닉을 열었다. 어린아이를 소중히 여기는 함양(咸陽)에 머물 때는 소아과 진료에 전념했다.
편작(扁鵲)이 괵(虢)나라 태자를 살려낸 에피소드는 매우 드라마틱하다. 그가 괵나라 궁문 앞에 이르렀을 때 태자는 그날 새벽 이미 사망한 것으로 결론이 난 상태였다. 그가 사망한 태자를 직접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편작(扁鵲)은 먼저 태자에게 어떤 증상이 있었는지에 대한 간단한 설명만을 듣는다. 이어 "제 의술은 맥을 짚거나 안색을 살피거나 청진(聽診)을 하거나 그러지 않아도 병의 증상만 들으면 확진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며 태자를 살려낼 수 있다고 설득했다.
과연 편작(扁鵲)의 진단대로 태자의 병은 시궐(尸蹷)이었다. '시궐'은 졸도하여 죽은 사람처럼 되는 병증이다. 편작(扁鵲)이 치료를 시작하고 20일이 되자 태자는 건강을 되찾았다. 사기에는 능생사인(能生死人)으로 적혀 있다.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편작(扁鵲)의 최후는 꽤 덧없다. 질투에 눈이 먼 동종 업계 종사자가 보낸 자객 손에 희생됐다. 동서고금 인간 세상에 좋은 일만 계속될 수는 없다. 평생 좋은 일을 해도 최후 순간은 어처구니가 없을 수 있다. 이런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사례는 의외로 세상에 흔하다.
편작(扁鵲)의 인품은 무던한 편이었다. "뭐, 제게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재주가 있는 게 아니에요. 원래 살아날 수 있는 사람을 제가 일어서게 한 것일 뿐이죠." 괵나라 태자를 되살리는 공로를 두고도 그는 이처럼 쿨(cool)하게 말했다.
20세기 초 영국에서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이 발견된 이후 현대 의학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지금은 '병이 걸려 죽으려고 해도 그게 쉽지 않다'는 유머까지 있다. 하지만 유독 심리 분야에선 약물치료의 길이 여전히 미답이거나 미완성이다.
우리 현대인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마음의 병을 많이 앓고 있다. 불편함과 신음 소리와 두려움은 있지만, 편작(扁鵲)이 선보인 비책(秘策)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수시로 엄습하는 불안으로 '사회적 은퇴'를 강요당하는 이들도 있다.
의술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성과 중시' 문화에서 원인을 찾는 진단도 있다. 궁금하다. 여전히 우리의 전부를 지배하는 이 마음이란 것은 대체 우리 몸 어디쯤 있는 것일까.
▶️ 病(병 병)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병질엄(疒; 병, 병상에 드러누운 모양)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丙(병; 분명하여지다)으로 이루어졌다. 상처, 병이 더하여지는 일을 말한다. ❷형성문자로 病자는 '질병'이나 '근심', '앓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病자는 疒(병들 녁)자와 丙(남녘 병)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갑골문에 나온 病자를 보면 침대에 누워 땀을 흘리고 있는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병에 걸려 힘들어하는 사람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금문에서 부터는 땀을 흘리는 사람 대신 丙(남녘 병)자가 쓰이면서 발음역할을 하게 되었다. 고대에는 病자와 疾(병 질)자 모두 '앓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글자가 분리된 이후부터 病자는 비교적 심각한 병이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고 疾은 비교적 가벼운 병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래서 病(병)은 (1)생물체의 전신(全身) 또는 일부분에 생기는 정상적인 활동이 파괴된 상태. 질병(疾病). 질환(疾患). 탈(頉) (2)잘못이나 탈을 비유하는 말 (3)병집 등의 뜻으로 ①병(病), 질병(疾病) ②근심 ③흠, 결점(缺點), 하자(瑕疵) ④성벽(性癖), 좋지 않은 버릇 ⑤손해(損害) ⑥병들다, 앓다 ⑦피로하다, 지치다 ⑧시들다, 마르다 ⑨괴로워하다 ⑩괴롭히다, 욕보이다 ⑪어려워하다, 꺼리다 ⑫헐뜯다, 책망하다 ⑬원망하다 ⑭손해를 입히다 ⑮굶주리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병든 사람을 진찰이나 치료 및 예방하기 위하여 설비를 갖추어 놓은 곳을 병원(病院), 병을 일으키는 세균을 병균(病菌), 다치거나 병이 들어 앓는 사람을 병자(病者), 병의 이름을 병명(病名), 병이나 질병으로 어른의 병의 높임말을 병환(病患), 병자가 앓아 누워 있는 자리를 병석(病席), 병으로 앓는 증세를 병증(病症), 여러 개의 병실로 된 병원 안의 한 채의 건물을 병동(病棟), 병자가 눕거나 또는 누워 있는 자리를 병상(病牀), 환자의 병의 발생이나 진행된 경과나 치료 과정을 병력(病歷), 병의 원인이나 발생이나 경과나 결과 따위에 관한 이치를 병리(病理), 병이 들어 앓는 모양과 형세를 병세(病勢), 병으로 인한 죽음을 병사(病死), 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환자가 따로 거처하는 방을 병실(病室), 신체의 온갖 기능의 장애로 말미암은 병을 질병(疾病), 병이 남을 발병(發病), 앓는 사람을 찾아보고 위로함을 문병(問病), 아픈 사람의 곁에서 돌봄을 간병(看病), 계절에 따른 유행병을 시병(時病), 거짓 앓는 체하는 병을 허병(虛病), 병에 걸림을 이병(罹病), 열이 몹시 오르고 심하게 앓는 병을 열병(熱病), 병이 고황에까지 들었다는 뜻으로 병이 위중하여 치료할 수 없는 것을 이르는 말을 병입고황(病入膏肓), 바람에 병들고 더위에 상함이라는 뜻으로 고생스러운 세상살이에 쪼들림을 이르는 말을 병풍상서(病風傷暑), 병이 없는 데 스스로 뜸질을 한다는 뜻으로 불필요한 노력을 하여 정력을 낭비함을 일컫는 말을 무병자구(無病自灸), 같은 병자끼리 서로 가엾게 여긴다는 말을 동병상련(同病相憐), 병 없이 오래도록 삶을 일컫는 말을 무병장수(無病長壽), 어떤 한 가지 약이 여러 가지 병에 다 효력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만병통치(萬病通治), 재주가 많은 사람은 흔히 약하고 잔병이 많다는 말을 다재다병(多才多病), 병도 아닌 데 괴로워 앓는 소리를 낸다는 뜻으로 곧 별것도 아닌 데 떠벌려 소란을 떨거나 엄살을 피움을 이르는 말을 무병신음(無病呻吟) 등에 쓰인다.
▶️ 入(들 입)은 ❶지사문자로 入(입)은 토담집 따위에 들어가는 것으로, 나중에 대궐 같은 건물에 들어가는 것을 內(내)라 일컫지만 본디 入(입), 內(내), 納(납)은 음도 뜻도 관계가 깊은 말이었다. ❷지사문자로 入자는 '들다'나 '빠지다', '간여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그동안은 入자를 사람이 입구로 들어가는 모습으로 해석했었다. 사람을 뜻하는 人(사람 인)자를 반대로 그린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入자의 갑골문을 보면 본래는 뾰족한 삼각형을 그렸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무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入자가 '들어가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을 보면 나무를 끼워 맞추기 위해 끝을 뾰족하게 다듬은 형태를 그린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入(입)은 ①들다, 들이다 ②간여하다 ③빠지다, 지나치게 정신이 쏠려 헤어나지 못하다 ④시집보내다, 받아들이다 ⑤떨어지다, 떨어뜨리다 ⑥투신하다 ⑦섬기다, 벼슬하다 ⑧공략하다 ⑨죽다 ⑩담그다 ⑪수입(收入) ⑫입성(入聲: 사성(四聲)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들일 납(納),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날 출(出), 떨어질 락/낙(落)이다. 용례로는 서울로 들어가거나 들어오거나 함을 입경(入京), 새로 들어가 삶을 입주(入住), 들어가는 어귀를 입구(入口), 타국에 들어감을 입국(入國), 어떤 단체에 가입함을 입단(入團), 장내로 들어감을 입장(入場), 학교에 들어감을 입학(入學), 물건을 창고에 넣음을 입고(入庫), 산에 들어감을 입산(入山), 훈련소나 연구소 등에 들어감을 입소(入所), 외국으로부터 물품을 사 들임을 수입(輸入), 끌어들임이나 인도하여 들임을 도입(導入), 물건을 사들임을 구입(購入), 어떠한 사건에 관계하게 됨을 개입(介入), 돈이나 물품 따위를 거두어 들이는 것을 수입(收入), 조직이나 단체 등에 구성원으로 되기 위하여 듦을 가입(加入), 어떤 곳이나 상태에 기세 있게 뛰어드는 것을 돌입(突入), 정한 인원 외의 사람을 더 넣음을 투입(投入), 물건 따위를 사들임을 매입(買入), 산에 들어가 놓고 범 잡기를 꺼린다는 뜻으로 막상 일을 당하면 처음과 달리 뒤로 꽁무니를 뺌을 이르는 말을 입산기호(入山忌虎), 귀로 들어온 것을 마음속에 붙인다라는 뜻으로 들은 것을 마음속에 간직하여 잊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입이저심(入耳著心), 어떤 고장에 가면 그곳의 풍속을 따르고 지킴을 일컫는 말을 입향순속(入鄕循俗), 들은 바를 곧장 남에게 말함 또는 남의 말을 제 주견인 양 그대로 옮김을 일컫는 말을 입이출구(入耳出口), 들은 것을 마음속에 간직해 잊지 아니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입이착심(入耳着心), 국경에 들어서면 그 나라에서 금하는 것을 물어 보라는 말을 입경문금(入境問禁), 귀로 듣기에 싫지 않다는 뜻으로 아첨함을 이르는 말을 입이불번(入耳不煩), 불 속에 들어가 밤을 줍는다는 뜻으로 사소한 이익을 얻으려고 큰 모험을 하는 어리석음을 비유하는 말을 입화습률(入火拾栗), 집에 들어서는 어머니를 받들어 종사해야 함을 이르는 말을 입봉모의(入奉母儀), 타향에 가면 그 고을 풍속을 물어서 그에 따르는 일을 일컫는 말을 입경문속(入境問俗), 특별히 가까운 손님이나 기밀을 상의할 수 있는 상대를 일컫는 말을 입막지빈(入幕之賓), 남의 방안에 들어가 창을 휘두른다는 뜻으로 그 사람의 학설을 가지고 그 사람을 공격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입실조과(入室操戈), 가면 갈수록 경치가 더해진다는 뜻으로 일이 점점 더 재미있는 지경으로 돌아가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점입가경(漸入佳境), 도끼를 들고 못에 들어간다는 뜻으로 물건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전연 쓸데없고 상관없는 것을 가지고 옴을 이르는 말을 게부입연(揭斧入淵), 남의 대청을 빌려 쓰다가 안방까지 들어간다는 뜻으로 남에게 의지하다가 차차 그의 권리까지 침범함을 이르는 말을 차청입실(借廳入室), 먼저 들은 이야기에 따른 고정관념으로 새로운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이르는 말을 선입지어(先入之語), 쫓기던 새가 사람의 품안으로 날아든다는 뜻으로 사람이 궁하면 적에게도 의지한다는 말을 궁조입회(窮鳥入懷) 등에 쓰인다.
▶ 膏(기름 고)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살이나 몸을 말하는 육달월(月=肉)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高(고)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膏(고)는 (1)고약, 고약처럼 붙이는 물건, 진하게 고아서 만든 물건 따위의 뜻을 나타내는 말 (2)식물(植物)이나 과실(果實) 따위를 졸이어 고아 엉기게 한 즙(汁) (3)동물(動物)에서 짜낸 기름 등의 뜻으로 ①기름, 지방(脂肪) ②살진 고기 ③염통밑 ④은혜(恩惠) ⑤고약(膏藥: 헐거나 곪은 데에 붙이는 끈끈한 약) ⑥기름진 땅 ⑦기름지다 ⑧기름지게 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기름 유(油), 살찔 방(肪), 살찔 비(肥), 기름 지(脂)이다. 용례로는 심장과 횡격막의 사이를 고황(膏肓), 곪은 곳이나 헌데에 붙이거나 바르는 끈끈한 외용약을 고약(膏藥), 기름지고 걸찬 땅을 고토(膏土), 기름진 땅을 고양(膏壤), 도끼에 기름을 묻힌다는 고부(膏鈇), 땅의 기름짐과 메마름을 고척(膏塉), 기름과 불이라는 고화(膏火), 농작물에 알맞도록 제때에 내리는 비를 고우(膏雨), 등잔에 쓰는 기름을 고유(膏油), 고기나 생선을 진한 국물이 나오도록 푹 삶은 국을 고음(膏飮), 사람의 기름과 피를 고혈(膏血), 냄새가 향기로운 기름을 난고(蘭膏), 멧돼지나 돼지 따위의 지방을 저고(豬膏), 짐승의 살에 들어 있는 기름을 육고(肉膏), 땅이 기름짐을 비고(肥膏), 사향을 원료로 하여 만든 고약을 사고(麝膏), 사람이나 동물의 몸 속에 병으로 생기는 기름덩이를 황고(黃膏), 개를 통째로 진하게 고아 낸 국물을 구고(狗膏), 닭고기를 고아서 만든 곰국을 계고(鷄膏), 고귀한 화장품을 금고(金膏), 쑥잎을 고아서 만든 고약을 애고(艾膏), 액체 모양의 고약을 액고(液膏), 상을 받아야 할 사람에게 상이 주어지지 아니함을 둔고(屯膏), 살진 고기와 좋은 곡식으로 만든 맛있는 음식을 고량진미(膏粱珍味), 기름 등불이 스스로 저를 태워 없앤다는 고화자전(膏火自煎), 고량진미를 먹은 자제라는 고량자제(膏粱子弟), 입술에 기름을 바르고 혀를 훔친다는 고순식설(膏脣拭舌) 등에 쓰인다.
▶ 肓(황)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육달월(月=肉; 살, 몸)部와 음(音)을 나타는 글자 亡(망)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肓(황)은 ①명치끝(명치뼈의 아래쪽) ②가슴 ③고황(膏肓: 심장과 횡격막의 사이)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심장과 횡격막의 사이를 고황(膏肓), 샘과 돌이 고황에 들었다는 천석고황(泉石膏肓), 병균이 고황 즉 심장과 횡격막 사이에 침범한 난치병으로 고황에 들어 고치기 어려운 병을 고황지질(膏肓之疾), 병이 고황에까지 들었다는 뜻으로 병이 위중하여 치료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병입고황(病入膏肓)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