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책소개
“들꽃처럼 별들처럼, 가장 약한 이가
잘 사는 사회가 되길 기도하며…….”
햇살도 무르익은 5월, 산과 들은 나날이 초록을 더해 가지만 해마다 5월이면, 깊은 상처에 움이 트듯 되살아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빛고을 광주입니다. 40 여년이 지났지만 광주민주화운동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어린이들이 읽는 동화로 담아내기엔 많은 부분을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합니다.
책고래아이들 서른세 번째 이야기 《들꽃처럼 별들처럼》은 ‘광주민주화운동’과 ‘장애인’이라는 무겁고 큰 주제를 함께 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화가로는 최초로 UN 전시뿐 아니라 베를린 장벽에 전시를 했고, 오랫동안 지적장애인을 주제로 그림을 그려 온 김근태의 삶을 담은 창작동화입니다. 대학시절 5.18 광주 시민군으로 참여했던 트라우마를 평생 가슴에 안은 채, 한쪽 눈이 보이지 않고 들을 수도 없지만 지금도 활발히 활동 중인 김근태 화가의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속 주인공 노마는 네 살 때 교통사고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납니다. 동네 사람들은 노마를 보면 신기해했지요. 온몸이 피투성이여서 살아도 성한 데가 없을 줄 알았는데, 겉보기에 멀쩡했거든요. 사실 겉으로만 멀쩡했지 노마는 그때부터 오른쪽 눈이 잘 안 보이고, 귀도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눈의 초점이 맞지 않으니 툭하면 넘어졌고, 운동 신경이 떨어져서 뛰어 놀 수도 없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장애인이 된 노마에게 불행은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사랑하는 누나가 백혈병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마저 암으로 돌아가셨지요. 어디에도 기댈 데 없던 노마가 유일하게 마음을 쏟는 것은 그림이었습니다. 마침 노마의 그림을 유심히 보았던 선생님의 권유로 미술대학을 준비하던 중 유일한 친구 옥이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랜 방황 끝에 겨우 마음을 잡고 광주에 있는 미술대학에 진학한 노마는 1980년 5월 18일, 계엄군에 맞서 시민군이 되었습니다. 친구들의 시신이 놓여 있는 도청에 남아 죽음을 각오한 순간, 울면서 찾아온 어머니의 얼굴이 지워지지 않았지요. 노마는 차마 ‘제발 죽지 말라’는 어머니의 마지막 부탁을 뿌리치지 못해 도청을 빠져나왔어요. 스스로 동료들을 배신한 거라 생각해 평생 죄인으로 살았지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발버둥 쳤어요.
죽음의 고통에서 노마를 살려낸 건 그림과 아내 순이였어요. 특히 지적장애인을 그리면서 전혀 다른 삶을 살기 시작했지요. 노마의 작품 세계도 그렇지만, 하루하루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지적장애인을 그리는 노마에게 UN에서 초대장이 날아오고, 수많은 나라에서 전시 요청이 왔습니다. 평화를 상징하는 베를린 장벽에 노마의 그림이 걸리고,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100미터짜리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간혹 노마의 유명세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누구도 쉽게 노마처럼 그림을 그릴 수도 살 수도 없지요. 노마는 지금도 몸은 불편하지만 ‘들판에 피어 있는 들꽃처럼,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처럼’ 사람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지적장애인을 그림으로 그리기에 심혈을 쏟고 있어요. 아내 순이의 헌신적인 사랑이 없었다면 지금의 노마는 없겠지요.
출판사 리뷰
생존해 있는 실제 인물 이야기를 선안나 작가는 특유의 동화적인 상상과 환상 기법으로 담담히 그려냈습니다. 포장하고 둘러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생생하게 표현하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여기에 이상윤 작가의 그림이 더해져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합니다.
김근태 화가가 그려 온 지적장애인의 모습은 우울하거나 나약하지 않습니다. 힘이 넘치는 선, 빨강과 파랑이 어우러진 강렬한 색, 초록 들판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들 표정 하나하나가 살아있으며 금방이라도 천진한 웃음소리가 들릴 듯합니다. 아픈 아이들에게 선물하고픈 자유와 사랑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들꽃처럼, 별들처럼”은 김근태 화가의 마음을 담은 작품 전시 제목이기도 합니다. 이름 없이 피었다 사라지지만 저마다 소중한 들꽃처럼, 희미하지만 저마다의 빛으로 빛나는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처럼 지적장애인들 역시 다 소중한 생명이고 귀한 존재입니다. 프랑스 청년이 자신의 형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던 것처럼 김근태 화가의 그림은 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것입니다. "약자 중의 약자가 지적장애아이기에, 난 이들이 누구보다 존중받고 사랑받기를 바라. 지적장애인이 편안하고 행복한 사회라면, 나머지 사람들은 당연히 더 행복하고 편안할 테니까." 책 속 노마의 말처럼, 김근태 화가는 가장 약한 이들이 병들고 파괴되어 가는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적장애인이 살기 좋은 세상이 미래의 대안이자 인류가 추구해야 할 가치이기에, 신념을 예술로 승화시키고자 온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김근태 화가의 생애에 녹아든 5.18광주민주화운동 역시 아프지만, 생생히 기억해야 할 우리의 역사로 남을 것입니다. 작가의 말처럼 동화가 교육의 도구는 아니지만 분명 어린이의 마음에 신비로운 씨앗을 심어줄 것입니다.
첫댓글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것은 없지요.
외형에만 치우쳐진 세상이 아니라
불편하거나 미약한 작은 존재들이 사회에서 인정받는 세상이 되기를 염원해봅니다.
초등1학년때의 기억이 아프네요 광주에 살았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