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좀 도발적인데 제가 요즘 불현 듯 이런 생각이 들어서 한번 글을 써 봅니다.
이런 저런 휴가를 모아서 올 여름에 좀 길게 휴가를 내고 저번 44회 어문회 1급에 도전했습니다. 요즘 경기도 안 좋은데 상사한테 찍히면 짤릴지 모른다는 약간의 두려움을 뒤로한 채 약 20일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만만치 않더군요. 내심 180개는 나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점수가 적게 나왔습니다. 그러나 합격은 했습니다. 171개 맞았네요.
전에 한자 급수 시험은 전혀 본 적이 없으니 단 한 번에 붙은거죠. 부럽다고 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알고보면 별 것 아닙니다. 사실 저는 중어중문과를 졸업했거든요. 졸업한 지 10여년이 넘었고 직장에서 중국어 쓸 일이 전혀 없어서 말하기와 듣기 능력은 거의 상실했지만 가끔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신문도 보고 중국어 책도 보고해서 독해 능력은 살아있었습니다. 독해능력이 살아있던게 1급 시험 보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쓰기가 있으니 쓰기 연습하느라 나중에는 손가락이 아플 정도였습니다만.
낑낑대며 1급 시험을 준비하고, 그리고 시험 당일 시험을 보면서 든 생각은 "참 문제 정말 실생활과 쓸모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생 가봐야 듣도 보지도 못할 단어를 외우고 그런 문제가 시험에 나오는 것 보면서 말이죠.
중국 교육부가 정한 필수 한자가 3500자입니다. 이 3500자면 중국의 특수지나 전문 학술 문헌을 제외한 일반적인 인쇄물의 99.9%를 커버합니다. 2500자면 98% 정도 커버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즉 3500자를 알면 보통 인쇄물은 아무런 지장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보통 3500자를 말하는데, 중국 교육부가 정한 3500자와 85~90% 정도 겹치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즉 어문회 1급 3500자면 중국의 신문, 잡지, 책을 읽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문법, 간체자와 번체자 문제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만 저 개인적으로는 큰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현대 중국어 문법은 이른바, 논어, 맹자의 그것과 상당히 다르기는 하지만 그런 고문에 비해 꽤나 간단합니다. 간체자는 그냥 마구잡이로 만든게 아니라 일정한 규칙에 따라 만들어졌기 때문에 금방 익숙해집니다.
제 생각에는 어문회 기준 2급만 되어도 간단한 현대 중국어 문법과 간자체만 익히면 바로 중국어 책이나 신문을 읽을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이 경우 회화 능력은 없는거죠. 그러나 중국어 신문이나 책을 읽고 혹시 중국에 관광 갔을 때 거리의 간판이나 관광지의 안내책자를 쉽게 볼 수는 있는 거죠. 조선시대 선비들이 중국어 회화는 전혀 못해도 청나나, 명나라 학자들과 자유롭게 필담을 나눴던 것과 똑같지는 아니해도 비슷하게 될 수 있다는 거죠.
한자능력 시험이 8개가 넘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하나같이 내세우는게 "한중일은 한자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한자를 배우면 국제화 시대에 발맞출 수 있다"입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낱글자로 배우는 한자는 급수를 따기위해 들인 노력에 비하면 실제 사용 용도는 아주 제한적입니다. 특히 국제화 시대에 발맞추는 것과 관련해서 말입니다.
즉 저는 1급을 공부하면서 지금처럼 한자 따로 중국어 따로 인 것은 낭비적 요소가 많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한국은 중국어 시장과 한자 시장이 전혀 별개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중국어를 배우는 사람은 한자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저 중국어 구어에 맞춰 무조건 욀 뿐이고, 한자를 배우는 사람들은 어렵게 공부해 급수를 따놓고는 진짜 국제화 시대에 맞게는 못 써먹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첫댓글 어문회 시험이 특히 일상생활과 동떨어진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국가공인이 되었기 때문에 널리 알려져 있어서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 뿐입니다. 앞으로는 어찌될지 알 수 없죠. / 한자와 중국어는 별개라고 봅니다. 한자 1급 아니라 1급 할애비를 따도 중국어는 매우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 뿐입니다. 또 반대로 중국어는 상당히 잘하는데 한자시험에서는 기초에 해당하는 것을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 글을 쓰신 마르치님은 특이한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자를 공부해서 국어실력이 향상되고 중국어의 기초도 마련하고 나아가 국제화 시대에 발맞추고... 이 모든 것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건 마치 매일 적당량의 물을 잘 먹으면 건강을 유지한다는 것이나 비슷한 얘기입니다. 틀린 곳은 없지만 딱히 효과를 구경하기도 어렵다는 뜻으로요. 물론 이 부분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습니다만... / 진정으로 필요한 건 국어교육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자는 국어교육의 일부로 반드시 포함시켜 교육하는 방식이 이상적이고 말이죠.
영어 단어의 60% 이상, 특히 고급단어로 갈수록 거의 프랑스어에서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066년 프랑스 서부 노르만공 윌리엄이 잉글랜드를 점령한 사건 때문이죠. 멀리는 라틴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겠죠? 제가 알기로는 19세기 초까지 영국왕실 안에서는 프랑스어를 썼고, 교양있는 상류층인가 아닌가의 징표가 불어 구사능력이었습니다. 영어는 평민들이나 쓰는 쌍놈들의 언어였죠. 현재 한국인들 가운데 영어 잘하기 위해 프랑스어 배우는 사람 없고, 요즘 미국인이나 영국인들도 자기 나라말 잘하기 위해서 프랑스어 배우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한자를 알면 국어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나 꼭 이것과 연계시킬 필요가 있
는지 의문이 들더군요. 되레 거꾸로 순수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는데도 굳이 억지로 한자를 쓰는, 특히 관공서의 서류나 법률 용어 등에서 나타나는 잘못된 현상이 쉽게 고쳐지지 않을 수 있다고도 봅니다. 따라서 국어 능력 향상과 연계시키는 것은 너무 폭이 좁아보이고 국제화시대라면 되레 현대 중국어와 연계시키는게 훨씬 더 실용적이고 배우는 사람한테도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약 20년전 일본어를 독학한 적이 있었는데 일본어는 한자가 많잖습니까? 발음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독해만 했는데 한 6개월하니 사전 찾으면 일본어 신문이나 전문서적을 별 어려움 없이 읽었던 경험이 생각나는군요.
물론 한자와 중국어는 별개입니다 또한 일본어도 마찬가지 일꺼구요 하지만 처음으로일본어나 중국어를 공부하시는분들은 한자를많이함 으로써 다른분들보다도 진도를 빨리 나아갈수 있으며 아주 가볍게 재미를 느끼며 공부할 수있지 않을까 생각이듭니다
좋은 글이네요, 앞으로 한자퀴즈가 나아갈 방향을 곰곰히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