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에 실려가는 돼지 / 김명인
얼갈이 무가 한창인 비탈밭 지나자
돼지를 가득 실은 트럭이 길을 막는다
나는 저 트럭을 따라간다, 삼십 분도 넘게
난생처음 제 우릴 벗어나 돼지들은
어디로 실려가는 것일까,
비자나무 줄지어 늘어선 구릉을 막 벗어나자
어깨를 끊어낸 산자락이 다시 직선으로 이어놓은
길, 죽음의 환한 저 끝,
돼지들은 명상에 잠긴 듯 반쯤
눈을 감고 트럭에 흔들리면서
서로의 엉덩이에 주둥일 들이밀고 연신
입을 우물거린다, 남겨진 모든 마지막까지
먹어치우려는 저 습관성,
하지만 탐식이란 더 이상 이어질 희망이
아니다, 영욕 끝에 비로소 도달한 자리에서
갑자기 내려선 뒤
식음 전폐하고 누워 있는 친구를 문병하고 돌아가는
나는, 누구에 의해 사육되어
이 길에 실려 있는 것일까,
이만큼 뒹굴고 살았으면 진창 속에서 내 생은
얼마나 오욕을 받아먹은 셈일까,
제 살던 우리에서 멀어질수록 질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앞차를 앞지르지만
시야 가득히 열려오는 것은 죽음의
저 환한 길 끝,
- 김명인 시집 <길의 침묵>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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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에 실려가는 돼지 / 김명인
섬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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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8.0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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