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윤 대통령은 저출산고령사회부위원장과 기후환경 대사를 겸임하고 있는 나경원 부위원장을 전격 해임했다. 당 대표 출마 저울질로 고심하던 도중에 발생한 나경원의 해임은 앞으로의 정치행로가 간단치 않음을 시사하는 엘로 카드 성격을 지닌다. 윤핵관들의 거친 공격이 그러한 정황들이다. 나경원의 해임이 있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윤핵관의 핵심 장제원 의원이 거세게 치고 나왔다. 그의 입은 매우 거칠었고 내용은 대단히 험악했다. 나경원을 인격적으로 심하게 매도함과 동시에 ”반윤 우두머리“ 프레임을 씌우려는 의도가 읽혔기 때문이다. 뒤이어 친윤을 자처하는 전 현직 정치인들의 지원사격도 이어졌다.
아시다시피 국민의힘 내에서 윤 대통령을 공격하는 ”반윤 우두머리“는 자타공인 유승민이다. 하지만 나경원의 정치행적은 유승민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인연으로 보나 여러 가지 내외적 상황으로 볼 때, 나경원은 원천적으로 윤 대통령과는 척을 질 수 없는 관계임은 분명하다. 장제원도 이러한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나경원을 유승민과 같은 프레임으로 공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장제원은 나경원을 유승민과 같은 성향의 정치인으로 몰고자 ‘반윤 우두머리’ 획책 운운한 것은 윤핵관 핵심임을 자처한 전형적인 권력의 호가호위로 보여 많은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백번 양보하여, 선거 전략상 김기현의 강력한 경쟁자 한 사람의 의지를 꺾기 위한 목적 때문이라고 해도 청년 최고위원 몫으로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이나 나경원 후임에 장제원 가족이 운영 중인 부산 동서대 교수가 후임으로 즉시 임명된 현상 등은 조선 시대의 세도가 한명회가 연상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때만 되면 불쑥 뛰어들어 분란의 단초를 제공하는 장제원이야말로 훗날 윤석열 정부를 망칠 주범이 될지도 모른다는 일각의 지적이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는 이유다. 왜냐하면, 과거 박근혜 새누리당 대표 시절 19대 총선 공천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사상구를 손수조에게 빼앗기자 격렬하게 반발하며 쌓아둔 적개심을 박 전 대통령 탄핵 때 마구 분출하며 복수혈전에 나섰던 당시를 기억하면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나경원은 한때 국민의힘 당 대표 적임자로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인물이다. 그러나 해임 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김장 연합 후보인 김기현에게 추월당하는 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왜 이런 상황이 되었을까, 적어도 세 번의 기회를 놓쳤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이 저출산고령화사회부위원장으로 임명되었던 시기는 지난해 10월 중순이었다. 그때는 차기 전당대회 개최 시기를 두고 말이 많던 시기이기도 했다. 만약, 그 당시부터 당 대표 도전 의사가 확고했었다면 나경원은 그때 사회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 대사직을 고사하고 선제적으로 자신의 의지를 뚜렷하게 밝혔다면 기선을 잡아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었을 것이다.
두 번째 실기는 지난 연말이었다고 본다. 이때는 각 언론에서 연말 개각과 대통령실 일부 참모 교체에 대한 뉴스가 한창 쏟아지던 어수선한 시기였다. 이 시기에 나경원이 사직 의사를 표명했다면 윤 대통령이 나경원의 의지를 확인하고 해임이 아니라 의원면직 처리했을지도 모르며, 김장 연대 파괴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세 번째 실기는 나경원이 저출산 대책의 핵심으로 대출금 원금 탕감 정책을 언급했을 당시,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직접 나서 정부와 방침이 다르다며 강력 제동을 걸었을 때, 즉시 사과를 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면 퇴진의 모양새가 달랐을 졌을지도모른다.
나경원의 정치경력은 어언 20년이 넘었다. 그 정도 정치권 밥을 먹었으며 순간 기회를 포착하는 정치적 감각은 절정에 달해 있을 시기여야 한다. 당 대표가 되겠다는 야심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적어도 기회를 포착하는 순간의 촉(觸)만큼 살아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나경원에게 그런 촉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세 번의 실기를 가져온 이유가 아닌지도 모를 일이다. 일본 대하소설 대망(大望)은 일본 전국시대와 아즈치 모모 야마시대, 그리고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등장하는 세 명의 영웅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특이한 것은 세 명의 리더십이 각각 달랐다는 점이다.
일본 통일의 토대를 다진 ‘오다 노부나가’는 새가 울지 않으면 한칼에 베어버린 인물로 묘사되었고, 당대 최고의 세력으로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새가 울지 않으면 울 게 만든 인물이었으며, 최후의 승자가 되어 막부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새가 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린 인물로 그려졌다. 나경원은 과연 어떤 리더십 유형의 인물일까, 어차피 이번 전당대회는 유승민만 제외하면 모두가 친윤 후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으니 대통령을 공격할 일도 없을 것이므로 윤 대통령으로선 지켜보고만 있으면 된다. 그렇다면 당원들은 차기 총선 승리에 누가 가장 합당한 인물인지 여기에 방점을 두게 될 것이다. 만약 나경원이 출마한다면 어쩌면 김.장 연대 VS 나.안.윤 연대, 즉 지방 연대와 수도권 연대 대결 구도가 성립되어 이전투구 없는 화합의 전당대회가 될지도 모른다. 마침 결선 투표 제도도 도입되었으니 말이다.
첫댓글 나경원과 장제원이 반드시 읽어야 할 멋진 글이네요.
정치권 일부 평론가들은 윤 대통령의 반대편에선 유승민이 가장 위험한 인물로 평가하고 윤 대통령 쪽에선 유승민 못지 않게 장제원을 가장 위험한 인물로 지목하더군요. 언제나 그렇듯. 분란의 발원은 권력자의 그늘에서 실세임을 과시하는 간신형 가짜 충성파들이 일으키는 헤게모니 쟁탈전 때문에 발생한다고 봐야죠. 자칭 실세들의 준동을 가장 경계해야할 대목이기도 합니다.
나경원은
정치생명 끝났다
이번기회에
내부 총질 놈들
모조리 탈퇴 시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