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1분기 적자 3조4000억… “2분기 바닥 찍을 것”
‘메모리 반도체 한파’에 실적 직격탄
전년 동기 대비 매출 58% 감소
하반기 회복 기대감에 주가는 상승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1∼3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3조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1분기 재고가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반도체 시황 바닥론’에 힘이 실리면서 실적 발표 직후 주가는 상승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매출액 5조881억 원, 영업손실 3조4023억 원을 기록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메모리 반도체 위주의 사업 구조를 가진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하반기(7∼12월) 시작된 메모리 다운사이클(침체기) 여파에 타격을 입었다. 1분기 기준 D램은 SK하이닉스 매출의 58%를, 낸드플래시는 33%를 차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10∼12월) 1조898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두 분기 합산 적자가 5조 원이 넘는다. SK하이닉스는 “계절적 비수기와 함께 고객들의 재고 조정이 이어지며 D램과 낸드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크게 감소했고, 전체 제품군에서 가격 하락세도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적자 폭 확대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종가 기준 8만4700원으로 전일 대비 1900원(2.22%) 오른 채 마감했다. 실적 발표 직후에는 장중 3%대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수요가 2분기(4∼6월) 저점을 찍은 뒤 하반기에는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이란 신호가 일정 부분 드러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반도체 고객사들의 재고가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콘퍼런스 콜에서 “1분기를 지나면서 고객사들의 메모리 재고는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2분기부터는 공급 업체들의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반도체 기업의 메모리 재고 수준이 점차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감산에 들어간 데 이어 이달 8일 업계 1위 삼성전자도 감산 방침을 공식화한 것을 염두에 둔 설명이다. 또 소비재 시장 침체에도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고부가가치 시장 수요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담당은 “DDR5 128GB 고용량 모듈과 고대역폭 메모리(HBM)는 매출 기준으로 각각 전년 대비 6배 이상,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챗GPT와 같은 거대 언어 모델을 포함한 생성형 AI 기술 개발 및 사업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성능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곽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