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퍼스트리퍼블릭 주가 반토막… 은행위기 재발 우려
올들어 93.4% 떨어져… “산 송장”
다른 지역은행 주가도 일제 하락
올 1분기(1∼3월) 예금이 1020억 달러(약 136조 원)나 이탈한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가 실적 발표 하루 만에 반 토막 나면서 은행 위기가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현지 시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하는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49.4% 폭락하며 주식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이날 주가는 올 들어 93.4% 하락한 8.10달러를 기록해 역대 가장 낮았다. ‘퍼스트리퍼블릭 쇼크’로 웨스턴얼라이언스(―5.7%) 팩웨스트(―8.9%) 지온스(―5.5%) 등 지역 은행 주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주가 급락 원인으로는 전날 퍼스트리퍼블릭 실적 발표가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든 것이 꼽힌다. 이 은행 예금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1765억 달러(약 236조 원)에서 3월 말 기준 1045억 달러(약 140조 원)로 41% 감소했다. 이 예금액은 그나마 JP모건 등 11개 은행 구제 예금 300억 달러를 포함한 것이다.
퍼스트리퍼블릭은 인력 4분의 1을 줄이고 매각도 추진할 수 있다고까지 내비쳤지만 투자자 불안감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 퍼스트리퍼블릭이 50억∼100억 달러 규모 증권이나 장기 모기지 같은 보유 자산 매각을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퍼스트리퍼블릭이 살아남더라도 ‘산송장(living dead)’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미 경기 둔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5일 물류기업 UPS는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 22% 하락했다며 “미국과 아시아 소비 악화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