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산건설 김희철 회장과 김인상 전 대표이사가 불구속 기소됐다. 미분양 아파트를 직원들 명의로 허위 계약하고 불법 대출을 일으킨 혐의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임관혁)는 3일 회사의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려고 사원 명의로 작성한 분양계약서를 바탕으로 금융회사로부터 중도금 대출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벽산건설 김희철 회장과 김인상 전 대표를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벽산건설에게 무담보로 회사 자금 80억원을 지원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김성식 벽산페인트 대표이사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벽산건설은 2008년 하반기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 물량이 쏟아지면서 공사대금 등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김 회장이 김 대표 등에 지시, 벽산건설 사원 명의로 경기 일산 식사지구의 아파트 156가구에 대해 허위 분양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이를 바탕으로 금융회사에 중도금 대출을 신청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회사에 명의를 빌려준 사원은 중도금 대출이자를 연체하면서 재산 가압류와 신용카드 거래가 정지되는 등 경제적 곤란을 겪었다.
노조는 회사가 지난 6월 자금난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직원들을 구제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경영진으로부터 거부당하면서 검찰에 고소했다. 당시 156가구 가운데 48가구는 펀드에 매각했으나 나마지 108가구를 분양받은 직원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다.
고양시 식사지구 위시티 블루밍 156가구 허위 계약
검찰 관계자는 "벽산건설 사원은 회사 지시로 중도금 대출 신청 시 자영업자 등으로 직업을 속이거나 배우자 등 타인 명의로 대출을 신청했다"며 "벽산페인트는 벽산건설에 무담보로 빌려준 원금 80억원을 물론, 이자조차 받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자신의 직장 경영진이 대출 이자를 대납해 줄테니 미분양을 떠안으라고 하는데 강압으로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직원들이 7억~8억원짜리 아파트에 LTV(담보인정비율) 60%를 적용받아 4억2000만~4억8000만원 가량 대출을 받았는데 회사의 지원이 끊긴 뒤 이자를 내지 못해 가압류까지 들어오고 일상적인 금융거래도 어려워지는 등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법정관리를 맡고 있는 법원은 다른 채권자들과의 이해관계 상충 문제로 직원들 구제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벽산건설 관계자는 "현재로선 회사에서도 이 부분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건설사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직원들에게 떠넘겨 피해를 입는 사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지난달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문병호 의원(민주통합당, 인천 부평갑)은 건설기업들이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분양물량을 전체의 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 5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풍림산업도 직원들의 자서계약(아파트 분양 강매) 규모가 총 645가구로 이에 따른 전체 대출금액만 약 3000억원에 달한다. 풍림산업 노조 관계자는 "직원들은 현재 원금 미상환 등으로 신용불량 위기에까지 몰려 이직의 기회마저 잃을 뿐 아니라 창업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12. 1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