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좌우 스펙트럼은 지극히 협소하기 그지 없습니다. 합리적 토론과 대화, 그리고 성향에 대한 차분한 분석은 온데간데 없고 한쪽에서는 "빨갱이"라는 딱지 붙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수구반동"이라는 딱지 붙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같이 '합리적 우파'를 자임하는 사람은 자칫 '박쥐' 소리 듣기 쉽상입니다. 하지만, 보다 가운데의 영역이 넓어져야 한다는 믿음으로 기꺼이 전 '회색지대'에 들어가겠습니다.
여기선 노무현, 민주당, 김대중, 한겨레-MBC 등을 '좌파'로 단정하고들 계시더군요. '단정' 자체야 쉬운 일입니다만, 근거들은 빈약합니다. 그저 한나라당과 조선일보에 반대하기 때문인가요? 그저 김정일 타도에 그들이 나서지 않기 때문인가요? 그저 미국을 비판하기 때문인가요??
전 한국 사회에서 대표적인 합리적 우파 지식인으로 고종석 씨를 꼽습니다. 지금 한국일보에서 편집위원 일을 하고 있지요. 이 양반이 해 온 일은 대단히 지조있는 우파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북에 대한 비판과 대기업 노조의 막무가내식 실력행사에 대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동안 한국의 우파들이 소홀히 해 왔던 활동들도 우파 자유주의자의 이름으로 꾸준히 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것은 극우와의 단절, 혹은 거리두기입니다. 고종석 씨는 대표적인 반 조선일보 지식인이기도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조선일보가 보여온 잇따른 폐해들이 건전하고 합리적인 우파의 역할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정 정치적 이념적 목표를 위해 사실을 뒤틀고 그렇게 형성된 파워를 부당하게 행사하는 것은 합리적인 우파들이 자행할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고종석 씨는 또한 '자유주의자'로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한 국가보안법의 개정을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유'를 수호하는 것이야말로 자유주의자의 본연의 역할이라는 소신 때문입니다.
우리는 많은 것을 잘못 알고 있습니다. 전 노무현, 김대중, 민주당, 한겨레.. 나아가 강준만이나 유시민 등도 모두 우파 세력이라고 판단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들이 좌파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좌파라면, 진짜 좌파들인 노동계와 민노당, 한총련 등이 그들을 지지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실상은 어떻습니까? 좌파들은 그들을 지지하기는 커녕 외려 비판하고 싸우려고 듭니다. 민노당과 유시민의 사이가 얼마나 틀어졌는지 아는 사람은 알겁니다. 유시민의 국회의원 당선을 민노당에서 상당히 냉소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도 아는 사람은 알지요. 한겨레가 우파 제도 언론이라는 것 역시 언론학계의 일관된 평가입니다. 그간 한국 신문시장에서 좌파를 대변하는 신문이 없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왼쪽에 있어 보였던 것일 뿐, 한겨레를 좌파지라고 여기는 좌파 인사들은 없습니다. 좌파들도 한겨레에 불만이 많고, 오히려 경향신문이 친노동자적 성향을 보인다고 하지요. MBC가 좌파라는 주장은 어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MBC의 소유구조와 경영 상태를 보십시오. 좌파라는 딱지 붙이기는 쉬울지 몰라도, 그 딱지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대중은 어떻습니까? 좌파인사 김대중을 왜 미국은 목숨 살려줘 가며 그리 극진히 대접했을까요? 그가 전형적인 친미-우파 인사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요? 민주당이 좌파정당이라면, 민노당이 콧방귀를 뀔 것입니다. 전 한나라당도 극우정당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그렇게 단정짓기엔 내부 구성원의 성향이 비교적 다채로운 편이기 때문이지요. 민주당도 한나라당과 오십보 백보 차이의 우파정당입니다. 다만 한나라당과 지역 기반을 달리 가지고 있을 뿐이에요.
노무현이 좌파라면 좌파정당 민노당에선 왜 그를 못잡아 먹어 안달일까요? 단병호 씨는 노무현 정부에 대해 이도 저도 아닌 애매모호한 정부라고 평가했습니다. 지금까지 보아온 정권들과도 다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기네 편도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당연합니다. 노무현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비교적 중립적 위치에 가까운 우파 정치인이기 때문이지요.
친북이라구요? 혹시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실까 싶어 확인해 드립니다만, 전 김정일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역시 이유는 간단하지요. 그가 빨갱이라서 싫은 것이 아니라, 자유주의를 억압하는 독재자이기 때문입니다. 히틀러나 스탈린이나 똑같은 전체주의자일 뿐이라고 일갈했던 영국의 자유주의자 버트런드 러셀처럼, 자유주의자인 제게는 박정희나 김정일이나 큰 차이 없는 독재자일 뿐입니다. 그러니 제게 '친북적'의 굴레를 씌우진 말아주세요.
여러분들이 '친북적'이라는 이유로 좌파의 낙인을 찍어주신 김대중이나 노무현의 경우, 오히려 '친북적'이라기보다는 '민족주의적'이라고 하는 것이 더 타당한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잣대로라면, 분단을 막아보겠다고 북한의 김일성과의 대화에 응한 김구 선생도 좌파가 되어야 합니다만, 그 누구도 김구 선생을 좌파라고 하지 않고 오히려 그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지 않습니까? 통일을 국정 목표로 삼아야 하는 대통령의 입장에서, 통일을 향한 어떤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박정희도 현행법을 위반해 가며 특사를 북에 파견해 7.4 공동 성명을 발표케 했던 게 아니었습니까.
아, 또한 오해하지 마시길요. 전 김대중이 대북 송금을 했던 건에 면죄부를 주자고 하는 게 아닙니다. 전 오히려 특검제 도입을 찬성했던 사람이고, 또한 위법 사항이 있다면 별 도리 없이 사법 처리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러한 남북 화해 노력이 '친북 편향'으로 단정되고 따라서 김대중을 좌파로 낙인찍을 수 있는 요인이 될 수는 없다는 말씀입니다. 김대중은 무엇으로 보나 우파 정치인이지, 좌파는 당치도 않은 얘깁니다.
좌와 우로만 대립구도를 삼아가시는 분들에게 생각의 틀을 달리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극단과 중도의 구조로 한번 생각해 보시지요. 오히려 극우와 극좌가 통하고, 합리적 우파와 건전한 좌파가 공존할 수 있음을 아실 수 있을겁니다. 중도적 우파와 좌파는 서로를 건강한 갈등과 긴장관계를 이룰 대상으로 볼 뿐, 박멸의 대상으로 삼지 않습니다. 극우와 극좌는 반면, 서로를 죽여 멸하려고 으르렁 거리지만 사실 근본적인 속성에선 큰 차이가 없지요. 자기와 다른 것을 용인하지 않고 관용이나 중용의 정신이 없다는 점입니다. 히틀러나 스탈린이나 똑같은 전체주의자들일 뿐이었습니다. 거기에서는 오히려 좌냐 우냐 하는 구분은 무의미하지요.
한국에 극우파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전 조선일보만큼은 대표적인 극우 세력으로 간주합니다. 이 신문은 자신들이 설정한 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정치인 관료들을 옭죄고 박멸하려고 했던 대표적인 매체입니다. 그 뿐이 아니라 하더라도, 사실을 뒤틀고 맥락을 생략하며 과오에 대한 겸허한 인정을 받아들이지 않는 등, 언론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에서도 대단히 불충한 신문입니다. 전 이러한 극우 세력과의 단절로부터, 합리적 우파가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미국에서 언어 연수를 받을 때 일입니다. 한국 학생들이 무지 하게 많았는데, 개중에는 정말이지 졸부의 자식들도 많았습니다. 스포츠카 끌고 다니며 공부는 뒷전이고 외화 낭비하며 외국 여자애들이나 꼬시러 다니는 그 아이들을, 다른 외국 아이들이 뒤에서 흉보는 모습도 많이 보았지요. 그들의 활개를 치는 사이 점차 외국 아이들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때 제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었을까요? 그저 단지 제가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똑같은 놈 취급 받을 것을 각오하며 그들을 두둔했어야 했을까요? 아니면, 그들의 잘잘못을 따져 저와 그들을 구분짓고, 한국인들 중에는 저런 애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음을 강조하는 쪽이었어야 했을까요?
극우들이 저지르는 잘못들을 우파들이 뒤집어 쓰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극우들로부터 단절해 당당한 자유주의 우파로 거듭날 때, 좌파들에게도 당당하게 나설 수 있고 또한 우파 진영의 영역도 넓혀나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첫댓글극우와의 결별은 이미 민주화과정을 통해 진전이 많았고 조선일보를 아직도 극우로 보는 자체가 모순이 있다고 봅니다..그런의미로 혹시나 님은 현재의 한총련.민노,사회당의 유럽의 좌파와 비슷한 수준으로 인정하는듯한 논지인데여...일단 좌파의 의미와 급진의 범위가 문제이군요..
국가보안법은 자유주의의 적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최후의 보루(?) 적인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과거 이 법이 무분별하게 남용되었다는 점을 인정하다하더라도, 국가보안법이 실제, 친북세력의 단속과 이들로부터 우리나라의 체제를 수호하기위해 작용한다는 순기능을 바라볼순 없는 걸까요?
그리고, 헌재에선 분명히 국가보안법을 "~~한 방향으로 축소해석하는 한 헌법합치적이다" 라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말인 즉슨 이 법이 약간의 위헌성을 지니고 있다하더라도 급진적으로 폐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것입니다. 법치주의 사회에서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존중되어야하겠지요.
그렇게 보이지 않는거 뿐입니다.그리고 우리 극우파니 중도좌파니 하지말고 그냥 우파라고 합시다.왜냐하면 동일한 시각으로 동일한 현상을 사실대로 보고 있지만 '한총련'의 정체성을 놓고 인정하자는것과 인정하지 말자는 차이정도라 생각합니다.진정한 수준있는 자유주의자들은 '한총련'의 자유도 인정해야
첫댓글 극우와의 결별은 이미 민주화과정을 통해 진전이 많았고 조선일보를 아직도 극우로 보는 자체가 모순이 있다고 봅니다..그런의미로 혹시나 님은 현재의 한총련.민노,사회당의 유럽의 좌파와 비슷한 수준으로 인정하는듯한 논지인데여...일단 좌파의 의미와 급진의 범위가 문제이군요..
현재의 한총련과 민노,사회당은 급진세력입니다..그런의미로 김대중이나 노무현이 우파라고 단정할수없는 이유가 둘인데 하는 친북적사고이며 하나는 좌파적분배우선의 정책을 편 탓입니다..분배와 성장을 동시에 중시한다면 그게 요즘 우파임다.
조선일보가 지금도 극우세력이라는 논리가 급진적좌파논리죠.. 정권의 부패와 친북을 반대하면 극우다...나역시 이정권을 반대하고 친북을 비판하지만 당당한 중도우파요 개혁적보수임다..
과거 일제시대까지 거론한 안티조선을 정당하게 보는가 아니면 언론탄압이요 자유주의 반대라고 보느냐는 결국 좌,우파를 가르는 큰 기준일수도있죠,,님역시 우파의 입장보다 좌파적인 사고를 가지고 현실을 바라본다고 생각은 해보셨나요?
국가보안법은 자유주의의 적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최후의 보루(?) 적인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과거 이 법이 무분별하게 남용되었다는 점을 인정하다하더라도, 국가보안법이 실제, 친북세력의 단속과 이들로부터 우리나라의 체제를 수호하기위해 작용한다는 순기능을 바라볼순 없는 걸까요?
자유주의를 인정치 않는 대표적인 세력이 북한이고 그에 찬동하는 집단과 개인의 사상의 자유까지는 침해할 수 없다하더라도, 그들의 생각이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 대표적으로 한총련 등의 단체라면 이러한 단체에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용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헌재에선 분명히 국가보안법을 "~~한 방향으로 축소해석하는 한 헌법합치적이다" 라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말인 즉슨 이 법이 약간의 위헌성을 지니고 있다하더라도 급진적으로 폐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것입니다. 법치주의 사회에서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존중되어야하겠지요.
저두 님이랑 동일하게 민주당은 우파라고 생각합니다.님의 글에 대부분 동감을 합니다.하지만 여기에 계신 청산님이나 아싸구님의 의견도 많습니다.아직 우리나라에 수준있는 진정한 좌파가 없기에 수준있는 진정한 우파가 없는것입니다.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남북분단입니다.
분단체제하에서 좌파가 올바로 수준있게 자리를 잡지못하고 있기때문에 그렇고 북한이 있는한 이런 현상은 지속되리 생각합니다.따라서 이러한 점을 서로 인정하고 하나가 되면 됩니다.전라도 사람이나 경상도 사람이나 다들 우파를 지지하고 있지만 분단의 현실에
정당들이 이념적으로 활동을 하지못하고 있는거 같습니다.3차원적으로 본다면 분명히 庶孼님의 주장이 맞습니다.저도 그것때문에 청산님이랑 좀 싸웠죠.하지만 동일한 현상을 청산님이나 극우파라고 명칭되는 분들도 인식하고 있고 동감을 하고 있습니다.단지 표현상..
그렇게 보이지 않는거 뿐입니다.그리고 우리 극우파니 중도좌파니 하지말고 그냥 우파라고 합시다.왜냐하면 동일한 시각으로 동일한 현상을 사실대로 보고 있지만 '한총련'의 정체성을 놓고 인정하자는것과 인정하지 말자는 차이정도라 생각합니다.진정한 수준있는 자유주의자들은 '한총련'의 자유도 인정해야
하지만 합법성을 가지고 있지 못한 반체제적인 집단을 무조건 인정하는것만이 자유주의가 아닙니다또한 진정한 자유주의자라면 자유와 방임의 차이도 알것이라 생각합니다.자유주의라고 해서 완전히 마음대로 해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아실것입니다.경상도나 전라도나 우리는 하나입니다!
분단의 현실을 극복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조국이 통일되고 庶孼님이나 제가 주장하는 진정한 수준있는 우파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아!또 한가지 그리고 언제나 수준낮은 정치인과 정당의 2중대라는 소리를 듣지말도록 항상 깨어 있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