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이런저런 일로 몸의 수난이 많다.
어디가 딱히 아픈 것이 아니라 비껴가지 못하는 세월 앞에 주저앉는 몸의 반란.
잠깐만 방심하여도 순발력이 떨어진 몸이 방심을 대가로 거창한 선물을 대령한다.
하여 역마살 가득한 쥔장은 꼼짝없이 방콕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그 더운 여름날을 아무 생각없이 견디게 되었다.
오른발, 꼬리뼈, 다시 왼쪽 엄지발가락 반깁스 그리고 깁스를 풀자마자 다시 아직 완전하지 않은 왼발 덕분에
힘없이 오른쪽 다리가 미끄러지면서 또다시 오른발과 꼬리뼈가 놀라 힘을 주게 된 어깨 근육까지 수난이 계속 되었다.
그놈의 꼬리뼈...다른 사람보다 퇴화가 덜되어 여전히 엉덩방아를 찧거나 넘어지려는 몸을 지탱하기 위해 용을 쓰다가 넘어지면
영락없이 꼬리뼈에 무리가 오게 된다는 사실을 전에는 몰랐다고 할만큼 올해는 꼬리뼈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그러다보니 꼬리뼈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스럽게 인식을 하게 되었으나 굳이 알지 않아도 될 사실이기도 하고
기타 등등 벌어진 사단으로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여름 내내 오도가도 못한 채 바깥 구경을 하지 못하고
그저 뽀샤시한 얼굴로 집을 지키고 있었다 뭐 그런 말이다.
와중에 병원으로, 한의원으로 바쁘게 오가다가 치과 치료까지 겸하게 되었으니 참내... 올 여름날이 길기도 하더라는.
어쨋거나 소소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거창한 일도 아닌 불상사를 계속 겪으면서 더운 계절을 보내고
결혼이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가을 문턱에 들어서니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결혼 소식이 또 한둘이 아니다.
허나 일일이 죄다 참석할 수도 없고 현재 상태가 썩 좋지는 않아 오직 하나, 절친인 핑크님의 아들 결혼식을 참석하면서
친구가 부탁한 결혼식 촬영을 피치 못할 사정으로 지키지 못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하였으므로 참으로 난감하였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카메라는 들고갔으나 이리저리 마구잡이로 신랑신부를 쫓아다니며 움직이면서 촬영을 하여야 하는 여건이
현재의 몸상태로는 호락호락하지 않아 말하자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는 말인게다.
그나마 마음이 편치 않아 카메라를 들이대 겨우 몇 장의 사진만을 촬영하였을 뿐이니 참으로 기가 막힐 일.
모처럼 진작부터 사진촬영을 해주려던 마음이 돌방상황으로 인해 무산되었으니 미안한 지경이기도 했지만
어쩌겠는가, 우선 내몸이 성해야 뭐라도 하게 되는 것이니 그렇게 유야무야한 촬영이 아쉽고도 안타까운 일이 되었다.







촬영의 본분을 지키지 못한 찍사의 변명은 그렇고 장신대에서 치뤄진 결혼식은 기독교인이라면 기꺼이 그곳에서 치뤄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말하자면 너무나 거창하지도 격식에 치우치지 않은 결혼이라서 더욱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
일반 결혼식에 가보더라도 그들이 크리스천이라고 하면 얼마나 길고 지루하게 교회식으로 결혼식을 집도하는지
하객으로서는 참으로 그 시간이 길게 느껴지기도 하고 꼭 그렇게 까지 하여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더러 마음 편하게 그 시간을 즐길 수 있고 진정한 축복을 할 수 있는 그런 결혼식도 있는데 딱 그만큼에 걸맞는
그 주인공들이 된 절친의 혼주와 그 아들의 결혼식이 그러하였다.
물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야 할 일이 생겨 오래도록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짧게 결혼식을 보는 내내
마음이 참으로 흐뭇하고 어찌나 진정한 축복으로 가득하던지..요란하지 않은 결혼식 그 자체가 좋았다 뭐 그런 말이다.
더불어 간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해 더더욱 안타까운 일이었으나 멀리 전라도 광주에서
청주, 당진에서 찾아드는 친구들을 강남고속터미널에서 만나 지하철로 이동하면서 그래도 짦지만 긴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고
모처럼 만난 서울 친구들과의 회포도 지극히 좋았으며 간만에 만나도, 멀리서 눈인사만으로 아는 체를 하여도
절로 웃음이 나고 반갑기 그지 없는 친구들을 보니 몸의 불편함 따위는 저리 가라로 수다발이 넘치니 그 분위기 또한 좋았다.
게다가 잊지 않고 찾아드신 선생님까지 합세하여 분위기를 끌어올리니 쥔장의 절친이 마당발이라기 보다
그녀가 지닌 성품과 따뜻한 인간 관계성과 목사님 사모로서 틈틈이 보여온 작은 진심들이 모인 결과라 대단해 보이기도 하더라는 말이다.
마냥 행복한 얼굴로 하객을 맞이하는 절친의 낭군이자 목사님께서는 선한 모습 그 자체로 어찌나 즐거워하시는지
웃음꽃이 지워지지 아니하고 멀리서 찾아든 하객은 물론 자신의 교회 신도들과 눈을 맞추며 덕담을 나누고 축복받는 모습도 보기에 좋았다.
그렇게 아들의 결혼식을 들뜨지 아니한 채 담담하게 치르면서 오랫만에 친구들을 만날 기회를 제공하고
본인은 우아하게 혼주로서의 역할을 다해내니 근래들어 요란하지 않은 결혼식의 본모습을 본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
이제 한 가정의 올타리가 되어 줄 절친의 아들 노단열과 그의 아내 박정진에게도 내내 행복이 가득한 결혼생활이 주어지길 간절히 기도한다.
찾아드는 길 자체가 신록이 무성한 산길이었고 그길을 돌아들며그 초록의 무성한 만큼 좋은 가정을 이루길 바라는 마음이 그득가득하다.
이미 한참 전부터 새 가정을 이루는 신랑신부의 소소한 일상을 절친을 통해 듣고 보았으므로 특히나 쥔장의 자녀들만큼
애정이 더더욱 많이 가는 그친구들이 오래도록 편안한 가정을 이루며 행복하게 잘 살아낼 것이라 믿는 마음도 덧붙인다.
또한 며느리 될 친구를 결혼 전 부터 살갑게 챙기며 서로의 정을 돈독하게 쌓아온 절친의 무한 마음 씀씀이에도 박수를 보낸다.


간만에 만나진 친구들과 긴 이야기도 나누지 못한 채 급하게 돌아와
시댁식구들과 무설재 뜨락에서 웃고 떠들며 그동안 밀린 이야기들을 나누고 바베큐 파티를 즐기면서
34년 전에 결혼식 하루 전날이 어떠했는지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친정부모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로 큰절을 드렸던 것으로 기억되며 새로운 생활에 대한 떨림은 없었던 걸로....
오늘,
바로 그 결혼식을 치뤘던 결혼기념일이다.
첫댓글 pinks님 축하 드립니다.
며느리 들이는 맘이 어땠을까 궁금 하기도 하고...
아마도 목사님은 싱글벙글 하셨을 것이고요.
그나저나 무설재 쥔장께선 나이드는 연습이 과하십니다.
몸 조리 잘 하세요.
경황없어 뭔 정신 뭔 마음으로 모든 과정을 치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모든 상황을 인도해 주신 주님께 영광 돌리며 은혜가운데 실수도 좀 있었지만 잘 마쳤습니다 며느리 맞는 기분은 쨩 좋습니다 장가 안가서 총각귀신 노릇 할까? 저윽이 걱정 됐었거든요~! ㅎ 이제 홀가분합니다 제 할일 하나를 해낸듯 해서요~! ㅎㅎ 며늘애기한테 정말 고맙구요~! ^ ^
불편한 중에도 와서 자리도 빛내주고 뭣보다 이래 이쁜 사진들과 글도 올려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고맙고 감사한지고~! ♡.♡
ㅎㅎㅎㅎ 그냥 보고 있기만 해도 절로 즐겁고 보기에 좋았다는
이제 우리 결혼 기념일 하루 전날이라 다니엘의 결혼날짜도 잊어버리지는 않을 것 같답니다요,
우린 9월 4일 입니다요.
@햇살편지 아하~! 하루 전날이었군요 아들 보내고 나니 이렇게 홀가분하고 좋을 수가 없네요~! ^ ^
참으로 아름답고 행복해 보이는 한쌍입니다.
결혼 기념일이시군요~ 축하드려요~
세월의 무게만큼 깊어진 두분의 사랑도 부럽습니다~
그러게요...결혼에 이르기까지 숱한 여정을 겪어내야 하는 것이지만
결과가 좋아야 결혼도 하는 것이 아니겟습니까? 요즘은 말이죠.
우리도 어느새 1983년 일래도 여태까지 살고 있네요.
사실 1970년에 만나 지금까지 함께이니 만난지 50주년 되는 해에 2020년에 금혼식을 해야 할 듯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