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말라고
정공량
멈추지 말라고
흐르는 바람이 내게 말했습니다
삶에 지쳐 세상 끝에 닿았다 생각되더라도
멈추지 말라고 멈추지는 말라고
흐르는 바람이 내게 말했습니다
길은 어디까지 펼쳐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길은 그 어디까지 우리를 부르는지
아직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오직 내일이 있기에 여기 서서
다시 오는 내일을 기다려 봅니다
누가 밀어내는 바람일까
흐느끼듯 이 순간을 돌아가지만
다시 텅 빈 오늘의 시간이
우리 앞에 남겨집니다
내일은 오늘이 남긴 슬픔이 아닙니다
내일은 다시 꽃 피우라는 말씀입니다
내일은 모든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오직 하나의 먼 길입니다
멈추지 말라고
흐르는 바람이 내게 말했습니다
삶에 지쳐 세상 끝에 닿았다 생각되더라도
멈추지는 말라고 멈추지는 말라고
흐르는 바람이 내게 말했습니다
ㅡ정공량 시집, 『멈추지 말라고』 (시선사, 2019)
-정공량-
1955년 전북 완주 출생(2024년 별세)
1983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우리들의 강』 『세상의 뜬소문처럼』 『마음의 정거장』
『누군가 희망을 저 별빛에』 『멈추지 말라고』
시조시집『절망의 면적』 『기억 속의 투망질』 『꿈의 공터』
『마음의 양지』 『내 마음 의 공중누각』
『나는 저물지 않는 내 마음의 동쪽에 산다』 『내일이라는 말』
동시집 『엄마 손잡고』
씨디롬 시집 『그리움의 잎새는 푸르다』, 시조선집 『꿈의 순례』,
문학평론집 『환상과 환멸의 간극』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