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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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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사진 작가 스크랩 지리산 둘레길 4코스 -둘-
하늘바다 추천 0 조회 501 11.07.12 12:29 댓글 9
게시글 본문내용

 

 

지리산 둘레길 4코스 -둘-

엄천강을 따라 동강까지

 

 

 

의중마을을 나와 엄천강 기슭을 걸으면

채석장 같은데

어마어마한 부처님상을 바위산에 새기고 있습니다.

포크레인이 장난감처럼 보이더군요.

 

 

배려하는 마음은

너와 나를 이어주고

서로에게는 큰 위로와 힘이 됩니다.

 

 

[엄천]의 뜻엄하게 계혜(戒慧)를 지키고 복을 하천의 모래처럼 받는 것은 마치 냇물이 흘러 쉬지 않는 것과 같다라는 뜻이랍니다.

엄천이란 말이 지역의 지명을 딴 것이 아니라 불교의 계율을 엄하게 계혜한다는 뜻에서 비롯된 이름이기 때문에

절이 생긴 이후에 이 고을을 엄천골이라 하였고 절 앞으로 흐르는 냇물을 엄천강이라 부른 것으로 전한답니다.

 

지리산의 물이 모여 남원 운봉쪽에서 모여 흐르면 광천,

광천에 바래봉, 덕두산, 달궁계곡의 지리산 물이 모여 흐르면 만수천,

만수천이 함양 마천에서 덕전천, 한신계곡, 백무동계곡의 지리산 물이 모여 흐르면 엄천강이 됩니다.

 

흐르는 지리산 물에 발 좀 담그시라고

보물찾기 문제입니다.

 

물고기잡는 사람을 찾으세요?


 

 

엄천강 물 흐르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옵니다.

한고비 넘으면 우람하게

한고비 넘으면 소박하게

길을 걷는 이의 발검음에 장단을 맞춥니다.

북채를 쥔 놀이판의 고수처럼...

 

 

나무의 뿌리가 바위를 부둥켜 안고 있습니다.

죽을똥살똥 낭떠러지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애처롭습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온 힘을 다해 부둥켜 안고 있었을까?

보고있자니 제 어깨에 힘이 들어갑니다.

 

 

 

밤나무가 꽃을 피웠습니다.

초록의 머리카락에 흰색 물을 드리고 레게 머리로 치장을 했습니다.

 

모전마을로 접어들며 포장길을 걷습니다.

얼마전에 포장을 했는지 까만 길이 깨끗합니다.

 

저기 저 모퉁이까지 한참을 걷다가

늦은 점심으로 라면을 드시던 대구댁 아주머니의 휴게소 천막에 다다랐습니다.

커피 한잔의 유혹에 엉덩이가 먼저 반응을 합니다.

 

이 길로 가지 말고 왔던 길을 한 십분 되돌아 가서 왼편 오르막길로 올라가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세동마을로 방향을 잡으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400년 소나무를 만나면 그 아래서 멈추고 명상을 하라고 하십니다.

 

커피값 500원을 5만원권으로 지불할 수 없어 초콜릿으로 대신 했습니다.

 

대구댁 아주머니 또 말씀하시길 세동마을 첫집이 당신 집이고

혹 아저씨 계시지 않더라도 그곳에서 물을 채우고 쉬었다 가라고 하십니다.

 

 

 

레게 머리로 치장을 한 걸까요?

 

 

대구댁 아주머니 말씀대로 오르막길을 오르면

모전교와 엄천강 그리고 첩첩이 지리산이 성큼 다가섭니다.

 

 

 

나리꽃의 열망이, 갈망이 얼마나 강하길래

짙게 바른 빨간 ?스틱 주체하지 못하고

바람을 막아주던 그에게 입술을 주고말았네요.

 

지금쯤 동네방네 바람났다 소문이 났을까요?

 

 

400년 세월의 위풍당당함에 절로 겸손해진다.

절벽 바위 위 400년 역사가 우뚝 솟아있다.

 

 

지리산 계곡의 청정 바람을 먹고

엄천강이 피워 올린 안개를 먹고

400년 그 가지는 저 아래 사람 사는 동네까지 기운을 전한다.

 

 

400년 소나무 곁 바위 위의 저 키작은 소나무는 이슬만 먹고 자랐을까?

 

 

대구댁 아주머니 말씀대로

소나무 가지 아래서 한참을 머물며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400년 소나무가 남긴 솔방울 세 개 지금 제 책상에 가지런히 놓여있습니다.

 

 

 

임도 길을 걷고

다랭이밭 길을 걷고

세동마을에 들어섰습니다.

그 첫집이 대구댁 아주머니 집입니다.

 

마을 끝나는 자리에서 트럭 한 대 멈춰 서고

저에게 손인사 전합니다.

아저씨 운전대 잡으시고 조수석에 앉으신 대구댁 아줌마 여기서 또 보네요 목청도 좋으십니다.

 

아저씨 대구댁 아주머니 모시러 가신 길이라

장미넝쿨 대문아래

나무가지 가지런히 누워있네요.

 

참 예쁘다.

 

 

세동마을의 담과 벽 그리고 길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남겨진 흔적이 첩첩으로 더하여져 있습니다.

 

 

 

 

 

우리 어머니 등은 농약 분무기를 이고

손은 수레를 끌고 가십니다.

장화를 신은 그 모습이 도시 처녀들의 화려한 색상의 멋부리기 장화가 아니라서 힘에 겨운 듯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하루치 수고를 다 하신 어머니 오늘 저녁엔 꿈에라도 자식들이 팔다리 주물러 주기를 기도합니다.

 

 

고맙습니다.

꾸벅^^

 

 

 

이제 무심하게 길을 걷습니다.

가운데로, 가장자리로 몸을 이리저리 옮기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더덩실 길을 걷습니다.

몸을 따라 마음이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따라 몸이 길을 걷습니다

 

 

휘 굽어졌기에

한 켠으로 여유를, 배려를 품고 있습니다.

강직함이 아니라 부드러움이 강기슭에 보물을 내려놓았습니다.

 

 

오늘 여정의 끝자리 동강이 있다고

저리로 가라고 합니다.

모전마을 회관 앞에서 먹고 남은 마지막 오이 하나

초콜릿 두어 개

담배 한 개피로 땀을 말립니다.

 

 

제주 올레길에서도

남해 바래길에서도

여기 지리산 둘레길에서도

땅 한 모서리라도 놀리지 않는 부지런함과 생명력은 늘

길을 걷는 사람과 함께 합니다.

 

열심히 살자!

 

 

동강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고갯마루입니다.

바람이 먼저 다가와 아는 척 합니다.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동안 이리저리 파헤쳐지는 자연의 모습에 마음 한편 힘들었습니다.

펜션이다 뭐다 하며 땅을 헤집고 산을 깍아 내립니다.

무슨 휴양소다 뭐다 하고 집을 짓다 말거나 콘크리트 큰 덩치로 버려진 상처를 보면

누구에게 뭐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동강마을 당산나무의 큰 둥치가

세대를 거쳐 아버지에서 아들로, 어머니에서 딸로

사람은 떠나도 그 자리에 서서

그들의 슬픔과 기쁨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오늘은 동네 사람 누가와서 소원이나 걱정 덩어리 돌 하나 당산나무 아래 두고 갔을까요?

 

 

퀴즈 둘, 무엇일까요?

 

허허허...!

 

 

엄천강을 건너며 시작한 지리산 둘레길 4코스

다시 엄천강을 건너며 마무리 한다.

 

하루 온종일 세상을 비추던 햇님도

하루의 땀을 엄천강에서 씻고 있다.

아아! 엄천강이 햇님의 세면대였구나!

 

 

오후 여섯시 십분

금계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도로 한켠에 철퍼덕 주저앉아 버스를 기다린다.

 

오늘 하루도 저와 함께 길을 걸어주신 주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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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11.07.12 12:30

    첫댓글 다음은 지리산 둘레길 1코스입니다.
    기다려주세요^^

  • 11.07.12 18:29

    아름답습니다. 신부님^^

  • 11.07.12 22:03

    신부님^^* 지리산 둘레길 구경 잘 하고 갑니다. 퀴즈 둘 정답 : 해우소

  • 11.07.13 10:32

    대구댁 아주머니의 정겨움에 제 가슴이 촉촉해집니다. 이런분들이 계시기에 세상은 아직까지 살만한것 같아요. 그리고 저 멋진건물은 화장실 같은데 맞죠?ㅎㅎㅎ

  • 11.07.14 03:45

    화장실은 금방 알 것같은데요, 물고기 잡는 사람은 아무리 봐도 보이질 않네요..
    그리고 첫 사진의 부처님이요... 글쎄.. 부처님은 저렇게 산을 깎아서 얼굴을 만들어드린다 하시면 좋아하실까요?
    오늘도 예수님과 걸으시는 신부님따라 함께 잘 걸었습니다. *^^*

  • 11.07.14 12:26

    신부님 사진과 함께 걷는 길이 더 예쁠까? 아니면 실제가 더 예쁠까요? 음... 언젠가 직접 가서 확인 해 보는 수 밖에요. ^^

  • 11.07.14 17:39

    아~~걷고싶습니다. 천진암피정을 둘레길을 걸으면서 하면 어떨까요? ㅎㅎ...

  • 11.07.16 10:56

    정답 화장실~!ㅋ 신부님 덕분에 오늘도 즐거운 여행했습니다~♥

  • 11.07.17 22:43

    구수한 여러 설명중에 엄천강이 햇님의 세면대라는 말씀이 재미나네요.
    기억창고에 넣어두었다가 소니아도 써 먹어야겠어요.
    설명과함께한 멋진 그림, 즐거움이 곱절이 되었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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