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타임(Summertime)① 거슈윈의 ‘여름날’
◀서머타임(Summertime)① ✱오페라‘포기와 베스’ ◼해롤린 블랙웰
◀Sometimes I Feel Like A Motherless Child (가끔 엄마 없는 아이같이 느낄 때가 있어) ◼루이 암스트롱
◀Ой ходит сон коло вiкон (오이 호지트 손 꼴로 비콘) (오! 꿈이 창문으로 드나든다) ◼잠브라 합창단(Zambra Singers)
◀All My Trials (모든 나의 시련들) ◼미키 뉴베리(Mickey Newbury)
◀서머타임(Summertime)② ◼엘라 피츠제널드 & 루이 암스트롱
◉일 년 중 가장 무덥다는 큰 더위, 대서(大暑)가 오늘입니다.
‘불볕더위’, ‘찜통더위’란 말을 떠올리게 만드는 날입니다.
하지만 올해 大暑는 그 말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장마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침에도 장맛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습니다.
이달 말까지 비가 오락가락할 모양입니다.
◉대서에 뒤이어 중복(中伏)이 따라옵니다.
사흘 뒤 25일이 중복입니다.
그래서 어차피 여름 한가운데로 들어선 것은 맞습니다.
이번 주 들어 학교들이 여름방학에 들어갑니다.
초등학교도 중고등학교도 모두 그렇습니다.
때맞춰 부모들의 여름휴가도 대부분 이번 주부터 시작됩니다.
가족여행이 가능한 여름날이 시작된 셈입니다.
◉본격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때에 맞추어 여름날의 고전 ‘Summertime’과 작곡가 조지 거슈윈 (George Gershwin)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조지 거슈윈과 그의 삶에 대해서는 잘 몰라도, 그가 남긴 음악 ‘서머타임’의 한 소절 정도는 귀에 익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서머타임’은 89년 전에 만들어졌습니다.
조지가 세상을 떠난 지도 87년이나 됩니다.
그런데도 그의 음악이 오래 기억되고 고전반열에 오른 것은 음악에 대한 그의 재능과 열정,
쉼 없는 노력이 만들어 낸 결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음악의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Crossover)는 지금은 보편적인 음악 현상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하지만 장르끼리 따로 놀던 백 년 전에는 생소한 영역이었습니다.
그 당시 클래식은 물론이고 재즈와 팝송, 뮤지컬, 포크송, 흑인영가 등을 넘나들며 음악적 소통을 이뤄낸
조지 거슈윈은 크로스오버의 선구자라고 부를만합니다.
◉조지 거슈윈은 유대계 우크라이나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집이 가난한 편이었지만 부모들은 그의 음악적 재능을 살리기 위한 여러 배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열다섯 살에 음악에 발을 들여놓은 조지는 스물일곱 살인 1925년에 시사주간지 타임에
재즈 음악가로는 처음으로 표지 모델에 실릴 만큼 크게 성공했습니다.
◉1935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은 조지에게 오페라 ‘포기와 베스’(Porgy & Bess)의 작곡을 부탁합니다.
작가 듀보스 헤이워드(Dubose Heyward)가 쓴 ‘Porgy’란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오페라였습니다.
조지는 형 아이라(Ira)와 함께 곡을 만드는 작업에 나섭니다.
그렇게 해서 세상에 나와 주목받게 되는 노래가 바로 ‘Summertime’입니다.
◉당시 흑인 배우로만 채워진 오페라는 미국 문화계에 큰 충격이었습니다.
단 한 명의 단역만 백인 출연자였습니다.
특히 도박과 마약, 폭력으로 얼룩진 흑인 하층민의 삶을 다뤄 흑인의 삶을 왜곡했다는 이유로
흑인 뮤지션과 청중이 이 오페라를 보이콧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Summertime’만은 흑인이나 백인 모두 좋아하는 명곡이 됐습니다.
◉‘Summertime’은 오페라 속 아리아입니다.
어부의 아내 클라라가 아기를 재우면서 부르는 자장가였습니다.
1막과 2막에서는 클라라가, 3막에서는 여주인공 베스가 부릅니다.
평화롭게 흘러가는 듯한 자장가 아리아지만 그 속에는 흑인들의 애환이 스며 있습니다.
오페라 속 아리아로 만나보는 ‘서머타임’입니다.
◉미국 최고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해롤린 블랙웰(Harolyn Blackwell)이 클라라 역을 목소리로 맡아 아리아를 부릅니다.
예순아홉 살인 그녀는 지금도 활동이 왕성합니다.
신이 주신 선물인 목소리를 최대한 사용하겠다는 각오를 직접 실천하고 있는 뛰어난 성악가입니다.
화면에 등장하는 클라라는 뮤지컬 배우 Paula Ingram입니다.
런던 필 하모니가 연주하고 Glyndebourne 합창단이 코러스를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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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찰스턴이라는 곳입니다.
조지는 1934년 찰스턴 근처 해변에서 지내면서 작곡 활동에 전념합니다.
그는 흑인 빈민굴에 사는 남자 주인공 앉은뱅이 거지 ‘Porgy’와 하층 흑인을 이해하기 위해 ‘굴라’라는
흑인 집단거주지도 자주 방문했습니다.
작곡을 위해 그들의 생활과 말투까지 세밀히 챙겼습니다.
무엇보다 그들의 음악인 흑인영가에 주목했습니다.
◉Summertime’이 7음계가 아니라 흑인영가나 가스펠에서 나타나는 5음계를 선택한 것도 이 노래의 특징 중의 하나로 꼽힙니다.
그만큼 흑인영가에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흑인영가는 바로 ‘Sometimes I Feel Like A Motherless Child’란 긴 제목의 노래였습니다.
‘나는 가끔 엄마 없는 아이처럼 느낄 때가 있어’라는 의미의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흑인영가 가운데 가장 슬픈 노래로 꼽힙니다.
‘흑인 영혼의 신음 소리’같은 노래라는 말도 듣습니다.
고향을 떠나 타향에서 괴로운 노동을 강요당하는 흑인 노예의 절망과 슬픔, 망향의 그리움 등이 담긴 노래입니다.
‘때로는 어머니가 없는 아이 같은 기분이 되지요.
나의 집은 아득한 저편, 내 고향은 멀리 있네.’
그래도 ‘때로는’이라는 말, 즉 ‘Sometimes’에 희망을 남겨 놓기도 했습니다.
◉이 노래의 출발점은 Fisk Jubille Singers입니다.
테네시주 내슈빌에 있는 피스크 대학의 아프리카계 아카펠라 앙상블입니다.
이들은 흑인영가의 최고 전달자로 2008년 국가 예술 훈장을 받고 3년 전에는 그래미에서 상을 받기도 한 팀입니다.
이 노래는 그동안 많은 뮤지션이 커버했습니다.
이 노래가 ‘서머타임’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생각하며 들어봅니다.
흑인 재즈 음악의 대표주자 루이 암스트롱의 트럼펫연주와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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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거슈윈의 조상은 우크라이나에서 살았습니다.
조지는 형 아이라와 함께 조상들의 고향인 우크라이나 자장가에서 영감을 얻어 ‘서머타임’을
자장가 형식으로 만들어 보자는데 뜻을 같이합니다.
주목한 우크라이나의 자장가는 Ой ходит сон коло вiкон(오이 호지트 손 꼴로 비콘)이었습니다.
‘오! 꿈이 창문으로 드나 든다’는 제목의 노래였습니다.
◉지금도 우크라이나인들이 즐겨 부르는 아기를 잠재우는 편안한 자장가입니다.
하지만 이 자장가에도 우크라이나인들의 아픔과 슬픔이 스며 있습니다.
1930년대 초 소련 스탈린 정권 당시 기근에 의한 대량 학살로 4백만 명 전후의 우크라이나인이 사망합니다.
홀로도모르(Голодомор)라 부르는 대기근 학살입니다.
홀로도모르는 기아를 뜻하는 우크라이나어입니다.
배고파 숨진 아이들을 땅에 묻으면서 엄마들이 흐느끼며 부른 슬픈 노래가 바로 이 자장가였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우크라이나 이민자 자선단체 Zambra 합창단이 2년 전에 산타크루즈 들판에서 이 노래를 부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바로 그해입니다.
6월 성요셉 축일인 우크라이나의 쿠팔라 데이에 등장하는 우크라이나 전통의 화관을 쓴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하프와 바이올린 연주에 맞춰 부르는 자장가입니다.
◉‘꿈은 창가로 지나가네. 잠은 울타리를 지나가네.
’꿈이 잠에게 묻는구나.
오늘 밤 어디서 묵어갈까?
따스하고 아담한 오두막, 우리는 거기에서 토닥토닥 아기를 재울 거야.’
전쟁이 빨리 끝나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아이를 토닥거리며 편안하게 자장가를 부를 날을 기대합니다.
‘서머타임’에 영향을 준 우크라이나 자장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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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원작가 듀보스는 ‘서머타임의 가사를 맡았습니다.
그는 남부지방의 자장가 ‘All My Trials’(모든 내 시련들)의 가사에서 힌트를 얻어 노랫말을 만들었습니다.
‘쉿 아가야’ 같은 가사가 비로 그것입니다.
미국의 남북전쟁 전에 남부 흑인들이 자주 부르던 노래였습니다.
그러다가 바하마로 흘러 들어가 그곳 자장가가 됐습니다.
다시 미국으로 흘러나와 시위운동 현장에 등장하고 여러 가수가 커버한 노래가 됐습니다.
◉임종을 앞둔 부모가 아이를 달래며 건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제 곡 죽을 테니 시련과 고난이 끝날 것이라는 내용에서 가스펠의 분위기가 풍기지만 찬송가는 아닙니다.
다만 죽는 것을 겁 내지 말고 영혼을 죽이지 말라는 성경의 내용과 통하는 면이 있고 종교적인 이미지가 많이 등장합니다.
◉1956년 밥 깁슨을 시작으로 1958년 헤리 벨라폰테 등 여러 가수가 커버했고 1990년 폴 매카트니 버전은
영국 상글 차트에 오래 머물기도 했습니다.
‘최초의 히피 카우보이’로 불리던 싱어송라이터이자 컨트리 가수였던 미키 뉴베리(Mickey Newbury)의 버전으로 만나봅니다.
최연소로 송 라이터 명예의 전당에 들어갔던 그는 2002년 환갑을 갓 넘긴 나이에 타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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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이자 백화점 상속녀인 케이 할래(Kay Halle)는 조자 거슈윈보다 나이는 다섯 살 어리지만
음악적 동지이자 친구로 조지와 가깝게 지냈습니다.
부유한 그녀는 특히 조지가 자기 집에서 편하게 작곡 활동을 하도록 배려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인연 탓에 조지가 흑인 지역 등에 거주하며 작업한 기초 작곡 활동을 그녀의 집에서 마무리했습니다.
‘서머타임’이 완성됐을 때 그녀는가장 먼저 들어보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눈물이 흘러나왔다고 회상하면서 그 순간에 세상이 이 곡을 사랑하게 될 것을 알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예측대로 1950년대와 1960년대 4백여 곡의 커버 버전이 등장할 정도로 이 노래는 특히 뮤지션들에게 인기가 높았습니다.
노라 존스와 사라 본을 거치면서 현대판 재즈 버전으로 거듭나기도 했습니다.
케이 할래는 아흔세 살까지 살면서 오래전에 떠난 친구 조지의 음악이 세상에서 오래 사랑받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여러 버전이 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최고로 꼽고 있는 버전은
역시 재즈의 거장 엘라 피츠제럴드와 루이 암스트롱이 함께 부른 듀엣 버전입니다.
번역 자막이 들어 있는 이들의 노래를 마무리 ‘서머타임’으로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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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time’은 지금도 여러 색깔의 버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여름의 무더위 속에서 이 노래를 들어가며 여름을 잘 다스려 나가면 좋겠습니다.
‘여름날’은 편한 날은 아닙니다.
편하지 않은 날들이라 자칫 짜증이 나고 불쾌지수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참지 못하고 성질을 부리면 주변 모두의 여름날을 망쳐버리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지혜로운 선택과 행보가 더욱 필요한 여름날입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