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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멀리 가운데는 백운봉
沿路潺湲聽更新 길옆으로 졸졸대는 냇물 소리 새로우니
喜看林壑已回春 골짝에 봄이 이미 돌아와서 기쁘구나
幽居俯仰探玄化 산속에서 굽어보고 우러르며 천지조화 탐색하다
萬紫千紅目擊眞 천만 가지 붉은 꽃을 직접 목격하는구나
―― 회재 이언적(晦齋 李彦迪, 1491~1553), 「이른 봄 산에서 놀다(早春遊山)」에서
▶ 산행일시 : 2021년 4월 10일(토), 맑음, 미세먼지 나쁨
▶ 산행인원 : 4명(자연, 메여사, 메아리, 악수)
▶ 산행시간 : 9시간 32분
▶ 산행거리 : 도상 18.0km
▶ 갈 때 : 상봉역에서 전철 타고 양수로 가서, 택시 타고 벗고개로 감
▶ 올 때 : 명달리에서 택시 타고 설악에 와서, 저녁 먹고 택시 타고 청평에 와서, 전철 타고 상봉에 옴
▶ 구간별 시간
07 : 03 - 상봉역 출발
07 : 38 - 양수역
08 : 02 - 벗고개, 산행시작
08 : 42 - 467.3m봉
09 : 15 - 송골고개, ╋자 갈림길 안부
09 : 48 - 청계산(淸溪山, △656.1m)
10 : 38 - 된고개, ╋자 갈림길 안부
11 : 32 - △538.1m봉
12 : 00 ~ 12 : 36 - 말고개, ╋자 갈림길 안부, 말고개 약간 벗어나서 점심
12 : 43 - 499.2m봉(말머리봉), ┣자 갈림길
13 : 00 - 578.1m봉(옥산)
13 : 48 - 518.7m봉
14 : 13 - 중미산 자연휴양림 입구 삼거리
14 : 46 - 536.1m봉
15 : 20 - 중미산(仲美山, △834.2m)
15 : 48 - 절터고개, ┣자 갈림길
16 : 45 - 삼태봉(三台峰, 684.1m)
17 : 34 - 명달리(생태마을 입구), 산행종료
18 : 20 - 설악, 저녁
20 : 08 - 청평역
20 : 50 - 상봉역
2-1. 산행지도(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청계산, 양수 1/25,000)
2-2. 산행지도(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중미산, 양수 1/25,000)
2-3. 산행지도(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삼태봉, 양수 1/25,000)
▶ 청계산(淸溪山, △656.1m)
양수역에 내려 벗고개 가는 길은 벚꽃이 한창이다. 가로수 양쪽에 꽃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늘어진 벚꽃은 터
널을 이룬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꽤 많이 몰려든다. 이곳의 경치가 한 몫을 하거니와 준령인 벗고개를 업 다
운하는 쾌미를 즐기고자 온다고 한다. 벗고개 오르막에 한음 이덕형(漢陰 李德馨, 1561~1613)의 신도비와 묘소
가 있다. 한음의 본관은 광주(廣州)이고 태어나기는 한성 성명방(誠明坊, 지금의 남대문과 필동 사이)이라고 한다.
그의 호가 한음인 것은 한양(漢陽)이 한강(漢江)의 북쪽, 햇볕이 드는 땅인 반면 그 반대편인 한강의 남쪽이 곧
‘한음(漢陰)’인 데서 연유한다. 한음은 용진(龍津, 지금의 북한강변)의 사제(沙堤, 지금의 송촌리) 마을에서 세상
을 떠났다. 지우(知友)였던 백사 이항복(白沙 李恒福, 1556~1618)이 쓴 묘지(墓誌)의 한 부분이다.
“성인이 이르기를, ‘살아 있을 적에는 그의 뜻을 빼앗을 수 없고, 죽은 뒤에는 그의 명성을 빼앗을 수 없다.’고
하였으니, 바로 이것을 이른 말이다. 또 그가 조정에 선 지 34년 동안에 그가 수립한 것과 시행한 것으로 원근
에 입혀진 것이 마치 일월이 하늘에 걸려 있는 것과 같아서 슬기로운 사람이나 어리석은 사람이나, 어진 사람
이나 못난 사람을 막론하고 모두가 그것이 청명함을 알았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잃어버리고 다시 볼 수 없게
되었으니, 모두 탄식하여 몹시 슬퍼하는 것은 떳떳한 인정인 것이다.”
(聖人云。生則不可奪志。死則不可奪名。其是謂矣。且其立朝三十有四年。其所立與所施所被於遠近者。如日月
之麗于天。無愚智賢不肖。擧知其爲淸明。則一朝亡焉失之。不可復見已。則咨嗟痛悼。人情之常也。)
‘벗고개’는 고개 주위에 벚나무가 많아서 그렇게 불린다고 한다. 벗고개는 오대산 두로봉에서 시작하여 160km
를 달려온 한강기맥이 청계산을 넘고 마침내 맥(脈)을 다하기 직전에 마지막의 큰 숨을 내쉬는 고개다. 청계산
등로는 생태이동터널을 들어가기 전에 오른쪽의 등산로 안내판 옆으로 났다. 아침 대기가 약간 쌀쌀하여 겉옷
을 두툼하게 입고 간다.
첫걸음부터 가파른 오르막이다. 오늘 산행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예고한다. 생태이동터널 위의 풀숲을 가로지르
고 왼쪽 사면에 붙어 310m봉을 오르고 내리는 것이 금방 땀나는 워밍업이다. 467.3m봉이 첨봉이다. 스틱 고쳐
쥐고 야금야금 오른다. 골짜기와 등로 주변의 눈부신 신록이 된 고역을 잊게 한다. 낙엽을 피해 거목의 밑동 근
처에 터 잡은 제비꽃이 눈 맞춤하기 아주 좋다. 코 박는 오르막이라 바로 눈에 닿을 지척이어 서다.
467.3m봉 정상 근처에 이르면 오른쪽(남쪽)으로 조망이 약간 트인다. 지도를 들여다보기 전에는 건너편 경지(?)
정리한 사면을 층층계단의 밭인 줄로 알았다. 팔당공원묘원이다. 467.3m봉을 내린 야트막한 안부는 임도가 지
난다. 첫 휴식한다. 주변은 제비꽃이 만발하였다. 입산주 탁주가 한층 맛 난다. 송강의 장진주사(將進酒辭)는 아
마 이런 봄날이 아닐까. 갈 길이 멀어 ‘무진무진 먹새 그려’는 할 수 없어 아쉽다.
봉봉 오르내림에 마치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이 난다. 469.3m봉도 대단한 첨봉이다. 숨 돌릴 새 없이 오른 꼭 그
식으로 쏟아져 내린다. 안부는 송골고개다. ╋자 갈림길이 나 있다. 고갯마루에는 몇 그루 복사나무가 꽃을 활
짝 피웠다. 청계산 오르기가 눈으로는 부드럽고 가까워도, 발로는 까다롭고 멀다. 네 피치로 오른다. 특히 가파
른 두 번째와 네 번째 피치는 긴 밧줄을 매달아 놓았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다는 양봉래 태산 오르듯 한다. 청계산. 너른 헬기장이다. 사방이 훤히 트이나
조망은 미세먼지로 흐릿하다. 삼각점은 ╋자 방위표시만 보인다. 청계산은 국수역에서 곧바로 오를 수 있지만
거기는 여럿이 오기에는 너무 멀다. 이정표에 5,571m다. 벗고개는 3,285m다. 이 산 너머에 청계리라는 마을에
있어 청계산이라 부른다고 한다. 청계산 정상 옆에 간이주막이 있다. 우리더러 일찍 올랐다며 반긴다. 그렇지만
우리는 먹을거리를 바리바리 싸온 터라 살 것이 없다.
3. 청계산 가는 등로 주변
4. 산벚나무(Prunus sargentii Rehder)
5. 흰색의 점점은 산벚나무
6. 뫼제비꽃(Viola selkirkii Pursh ex Goldie)
7. 뫼제비꽃(Viola selkirkii Pursh ex Goldie)
8. 멀리 가운데는 화야산
9. 각시붓꽃(Iris rossii Baker)
이우철 교수는 각시붓꽃의 유래를 ‘각시(예쁜) 붓꽃이라는 일명’이라고 하는데(이우철, 『한국 식물명의 유래)』,
김종원 교수는 이를 오해라고 하며, 일명의 에히메(愛媛)는 시코쿠 지명(縣)에서 유래하는 것이지 예쁜(愛) 각시
(媛)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즉, 일명은 エヒメアヤメ(Ehimeayame, 愛媛菖蒲, 愛媛文目)로 일본 시코쿠
지역의 에히메 현(愛媛 縣)의 마쓰야마 시(松山 市) 고시오레야마(腰折山)에 분포한다고 해서 마키노(牧野)가 그
렇게 이름을 지었다.
본래 오래된 이름은 다레유에소우(誰故草)이다, 훗날 마키노는 이 이름의 존재를 몰랐다고 고백했다. 다레유에
소우는 ‘무슨 들풀(草誰)이 뭐 때문(故)에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웠나’라는 의미에서 생겨났다고 한다. 현재
고시오레야마의 각시붓꽃 자생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한편, 한글명의 유래는 각시와 붓꽃의 합성어로 각시처럼 작고 아름다운 붓꽃이라는 뜻이다. 한글명 붓꽃은 꽃
봉오리가 붓꽃처럼 생긴 데서 유래하고, 무척 오래된 이름이다. 15세기 『향약구급방』에서는 한자 붓 필(笔), 꽃
화(花) 자를 차자해 ‘필화(笔花)’로, 『구급간이방』에서는 한글로 ‘붇곳’으로 기록했다.
(김종원, 『한국식물생태보감2』)
10. 멀리는 용문산
▶ 중미산(仲美山, △834.2m)
능선에는 바람이 살랑살랑 인다. 가냘픈 현호색을 접사할라치면 그 훼방으로 다리에 쥐가 나도록 한참을 엎드
려뻗쳐야 한다. 그 새 일행은 멀리 가버렸고, 부지런히 뒤쫓기를 반복한다. 쭉쭉 내린다. 그 여세를 몰아 스토퍼
격인 542.1m봉을 대깍 넘는다. 된고개는 야트막한 ╋자 갈림길 안부로 벤치 놓인 휴식처다. 능선은 다시 출렁
이기 시작한다. 파고가 높다. 489.4m봉을 넘으면서 수렴 걷어 바라보는 백운봉이 한 떨기 부용인 듯 가경이다.
긴 오르막의 끄트머리가 △538.1m봉이다. 삼각점은 ‘양수 471, 1988 재설’이다. △538.1m봉 오른쪽 남릉은 아
신으로 가는 장릉이다. 걷고 있어도 걷고 싶은 부드럽고 한적한 숲속길이다. 줄달음하는 건 관성이다. 말고개도
╋자 갈림길 안부다. 고갯마루에 노거수인 귀룽나무 한 그루가 당산나무로 있다. 말고개에서 한 피치 잠깐 오르
면 499.2m봉이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는 노 브랜드인 ‘말머리봉’이라는 표지판을 붙여놓았다. 정상에는
노송 여러 그루가 모여 있다. ┣자 갈림길 오른쪽은 곧장 한화리조트로 간다.
직진하여 가파른 한 피치 뚝 떨어지면 대형 송전탑이 있는 안부다. 등로 살짝 벗어나 송전탑 기단에 오르면 청
계산을 맹주로 한 지나온 산릉이 훤히 보인다. 무릉도원을 그런 줄 모르고 지나쳐왔다. 578.1m봉 오름길도 만
만치 않다. 578.1m봉이 쉽사리 곁을 내주지 않는다. 네 피치로 오른다. 더구나 등 뒤로 땡볕을 가득 지고 오르
니 오뉴월 비지땀 쏟는다. 그 정상은 벤치 놓인 너른 공터다.
옥산이라는 오석의 아담한 정상 표지석이 있다. 양평군산악연맹에서 세웠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는 노
브랜드이다. 옥산에서 한강기맥을 따라 한 피치 내리면 Y자 능선이 분기한다. 한강기맥은 오른쪽의 잘난 길을
따라 농다치고개로 가고, 우리는 왼쪽의 길 없는 우리의 길을 간다. 중미산은 농다치고개를 지나 소구니산을 오
르고 소구니산에서 북쪽의 서너치로 내렸다가 오를 수도 있겠지만(이게 정석이다) 우리는 물을 건너 일직선으
로 가기로 한다.
낙엽 수북한 등로다. 수풀이 낙엽더미에 묻혀 도무지 살아남을 수 없는 데다. 518.7m봉 오르기가 되게 힘들다.
가파르고 긴 오르막이다. 거기에 버석버석한 낙엽이라니, 낙엽 쓸어 발 디딜 데를 만들어 가며 오른다. 518.7m
봉을 어렵사리 넘고 중미산자연휴양림 입구 쪽의 삼거리를 향한다. 정교한 독도가 요구된다. 어쨌든 계곡으로
떨어질 것이라 능선 마루금은 절벽이기 십상이다. 느슨한 생사면을 치고 내린다.
산기슭 덤불숲 뚫어 계곡 옆 도로다. 바위에 걸터앉아 잠시 숨을 돌리고 나서 금줄 넘어 계곡을 건넌다. 삼거리.
오른쪽은 중미산 자연휴양림으로 가고 왼쪽은 전원주택 동네를 지나 중미산 밑자락에서 끊긴다. 왼쪽으로 간
다. 외길이다. 도로 양쪽 가로수의 벚꽃 그 꽃비를 맞으며 간다. 낙화가 마치 눈이 내린 듯 하얗게 깔렸다. 왼쪽
의 산자락을 오르려고 걸음걸음 살피는데 잇댄 전원주택이 철옹성으로 둘러싸여서 틈이 좀체 보이지 않는다.
멀찍이 도로 끝을 올려다보니 거기 또한 전원주택이 막았다. 다행이 내 눈이 밝았다. 그 옆에 아직 전원주택을
짓지 않은 한 부지가 보인다. 거기가 중미산을 오를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덤불숲 헤치며 골짜기 돌길을 지나
비탈진 사면을 오르자 산자락 도는 임도가 나온다. 산모롱이 골짜기 옆으로 희미한 인적을 찾아내고 꼭 붙들어
쫓는다. 잣나무 숲속이다. 생사면이 점점 일어선다. 인적은 끊겼다.
잣나무 낙엽이 미끄러워 연신 엎어지고 아예 긴다. 가파른 오르막이 잠시 숨 돌리는 536.1m봉이다. 지도 들여
다보고 중미산까지 거리를 잰다. 0.8km다. 앞으로의 진행이 어떨까, 지금처럼 아무런 인적이 없다 하고 바위절
벽과 맞닥뜨리지나 않을까? 손바닥에 땀이 괸다. 머리끈 질끈 동여매고 늘어진 등산화 끈 꽉 조이고 나아간다.
536.1m봉을 약간 내려 야트막한 안부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헛웃음이 나온다. 오른쪽 사면을 올라온 잘난 길이 앞서가고 있지 않은가! 이정표에 중미산
자연휴양림 1.3km, 중미산 정상 1.0km다. 싱겁다. 하는 수 없이 이 길을 따를 수밖에. 가파른 데는 밧줄 핸드레
일을 설치했다. 혹시 마주치지나 않을까 은근히 염려했던 바윗길은 밧줄을 매달아 놓았고, 암릉이 나오면 그 옆
으로 길을 뚫었다. 산꾼에게는 탄탄대로다. 곳곳 바위틈에 핀 진달래꽃이나 감상하며 간다.
왼쪽으로 사면 길게 돌아 중미산 서릉에서 오는 길과 만나 주릉에 오르고, 서너치에서 오는 길과 만나 바윗길
을 잠깐 오르면 중미산 정상이다. 배낭 벗어놓고 가쁜 숨 돌린다. 암봉인 중미산 정상이 빼어난 경점이지만 미
세먼지로 사방이 흐릿하다. 삼각점은 낡고 깨져 ╋자 방위표시만 보인다.
11. 족도리풀(족두리풀, Asarum sieboldii Miq.)
‘족도리풀’과 ‘족두리풀’은 거의 같은 빈도로 사용되지만 정식 표준 명칭은 ‘족도리풀’이다. ‘족도리’라는 말의 어
원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주장이 있다. 전통 혼례식 때 족두리를 착용하는 풍속은 본래 몽고 풍속에서 비롯되
었다고 한다. 고려 때 원나라와 통혼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몽고의 ‘고고리(古古里)’라는 모자가 변형된 것이
며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족두리’로 변했다고 한다.
꽃은 사람의 머리에 비유할 수 있고 잎은 발로 비유할 수 있다. 족도리풀은 머리에 해당하는 꽃이 땅에 있고 발
이라고 할 수 있는 잎이 위에 있어서 사람이 거꾸로 선 형상이다. 족도리풀의 모양새를 한자로 옮기면 발(足)이
머리(頭)에 있으니 자연스럽게 족두(足頭)리라는 이름이 생겨나게 되었다고 한다.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권순경 교수의 ‘야생화 이야기’)
12. 청계산 내려 된고개 가는 등로
13. 멀리 가운데는 백운봉, 앞 왼쪽은 △538.1m봉
14. 복사나무(Prunus persica (L.) Batsch)
15. 남산제비꽃(Viola albida ar. chaerophylloides (Regel) F.Maek. ex Hara)
16. 댓잎현호색(Corydalis turtschaninovii Besser f. linearis (Regel) Nakai)
17. 금붓꽃(Iris minutiaurea Makino)
18. 청계산, 이 근방 맹주다
19. 오른쪽은 청계산, 그 뒤 왼쪽은 해협산
▶ 삼태봉(三台峰, 684.1m)
메아리 님이 아름다운 동행한 자연 님, 메여사님과는 중미산자연휴양림 입구의 삼거리에서 헤어졌다. 메아리
님 일행은 중미산 서릉 696.6m봉을 넘어 명달리로 가기로 했다. 명달리에서 17시 30분에 만나기로 했다. 지금
시간이 15시 20분이다. 중미산에서 삼태봉까지 이정표 거리 4.89km이고 명달리까지는 6km가 넘는다. 그 시간
에 댈 수 있을까? 급하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줄달음한다.
삼태봉 가는 길. 억센 잡목 숲 헤치며 바윗길을 130m가량 살금살금 지나면 Y자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가
일리로 간다. 왼쪽이 절터고개 지나 삼태봉으로 간다. 가파른 내리막이다. 다리가 후들거리게 쭉쭉 떨어진다.
덕순이가 살고 있을까, 사면에 눈 돌릴 겨를이 없다. 긴 내리막은 653.3m봉에서 잠시 멈칫하다 다시 한 차례 쏟
아져 내리면 암봉이 나온다. 오른쪽 사면으로 돌아 오른다. 이어 암봉 아래 오른쪽이 ‘방일리 전위골’이라는 ┣
자 갈림길과 만난다. 고개 같지 않은 절터고개다.
바닥 친 안부는 10분 정도 더 내려야 한다. 오른쪽 사면은 아난티클럽 서울 골프장이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
는 그린이 그야말로 그린이다. 등로는 당분간 잠잠하다. 신작로와 같은 등로를 만난다. 그 등로는 조금 오르다
오른쪽 사면을 돌아간다. 아난티 펜트하우스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 520m봉을 직등하는가 했더니 잘난 등로가
왼쪽 사면을 돌아 넘는다. 큰 부조다. 마다하지 않고 따른다.
삼태봉 오르는 길.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다. 고도차 180m, 곧추선 오르막이다. 내쉬는 거친 숨에 낙엽이 들썩
이고, 모자챙에 흐르는 땀이 낙숫물이다. 게거품이 일 침도 밭았다. 입안과 목이 바싹 말랐다. 따갑다. 물 마실
시간이 아깝다. 한 걸음만 더 한 걸음만 더 하며 오른다. 삼태봉 0.1km 전에 주릉은 오른쪽 통방산(1.3km)으로
간다. 아쉽지만 놓아준다.
삼태봉. 암봉이다. 배낭 벗어놓고 가쁜 숨을 고른다. 조망이 썩 좋은 경점이다. 미세먼지는 여전히 나쁘다. 그러
나 원근의 첩첩 산이 흑백의 농담으로 가경이다. 메아리 님에게 전화한다. 아무래도 명달리 17시 30분은 지키
기 어렵겠다고. 국토정보플랫폼의 지명사전에 따르면 삼태봉은 봉우리의 생김새가 ‘농기구 삼태기를 닮았다’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한다. 하산! 잘난 등로를 따라간다. 서릉이다. 정상에서부터 굵은 밧줄이 달려 있는 것이 어
쩐지 수상하기는 했다. 여간 사나운 내리막이 아니다. 울퉁불퉁한 바윗길을 밧줄 잡고 내린다.
바윗길 끝나고는 수직의 흙길인 내리막이다. 길기도 하다. 맨땅에 드리워 흙투성이인 밧줄을 잡고 레펠 하강한
다. 잣나무 숲에 내려 가파름은 수그러든다. 왼쪽 사면으로 돌아내린다. 텃밭에 이어 주택 앞마당을 지나고 동
네 길이다. 이윽고 대로의 명달리(생태마을 입구) 버스정류장이다. 그새 일행들이 반갑다. 하이파이브 나눈다.
내 예정시간을 4분이나 넘겼다. 미안하다. 메아리 님이 설악 택시를 불렀다.
부기) 명달리에서 대처로 나가는 대중교통수단이 별로 좋지 않다. 문호리로 가서 양수리로 가는 버스를 타야
되는데 그나마 운행시간이 뜸하다. 명달리에서 가까운 대처는 설악이다. 설악에서는 잠실 가는 버스가 있고(교
통소통이 원활할 경우 40분 걸린다), 청평을 가는 버스가 수시로 있다. 오늘은 교통 운이 나빠서 주로 택시로
오갔다. 양수역에서 벗고개까지 10,500원, 명달리에서 설악까지 21,120원, 설악에서 청평역까지 19,000원. 혼자
는 비싸지만 넷이서는 싸다.
설악의 맛집은 자랑할 만하다. 또 돼지사랑을 찾았다. 자연 님이 산행 중에 뜯은 두릅과 엄나무순을 데쳐 먹었
는데 단연 일미였다. 그게 먼저라 주문한 제주오겹살을 다 먹지도 못했다.
20. 앞은 중미산 서릉 696.6m봉
21. 삼태봉 정상과 표지석
22. 앞에서부터 가마봉, 매곡산, 문안산
23. 오른쪽 맨 뒤는 청계산, 앞 왼쪽은 중미산 서릉의 696.6m봉
24. 왼쪽 뒤는 청계산, 맨 오른쪽 뒤는 운길산
25. 앞에서부터 가마봉, 매곡산, 문안산
26. 오른쪽 뒤가 청계산
27. 왼쪽 뒤는 청계산, 맨 오른쪽 뒤는 운길산
첫댓글 한폭의 그림을 건지셨습니다.~ 지역경제에 보탬도 많이 되시고요~ㅋ
어디를 가나 녹음방초이니 다 그림입니다.
혼자 갔더라면 독박 쓸 뻔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저는 다음날부터 휴가라 산행기를 이제야 보았네요^^...691거시기 봉에는 거시기가 없었다...그렇지만 연녹색의 산야를 바라보는 하루가 아주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