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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지질(膏肓之疾)
병균이 고황 즉 심장과 횡격막 사이에 침범한 난치병으로, 고황에 들어 고치기 어려운 병 또는 고치기 어렵게 된 버릇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膏 : 살찔 고(月/10)
肓 : 명치끝 황(月/3)
之 : 갈 지(丿/3)
疾 : 병 질(疒/5)
(유의어)
병입고황(病入膏肓)
병입골수(病入骨髓)
출전 : 후한서(後漢書)
어느 날, 진(晉)나라 경공(景公)은 꿈을 꾸었다. 꿈에 키가 크고 머리를 땅에 닿도록 늘어뜨린 유령이 가슴을 치며 경공에게 말했다. "나의 자손들을 죽인 것은 불의한 짓이므로, 나는 천제(天帝)께 청하여 그대에게 벌을 주도록 허락을 받았느니라."
그 유령은 대문과 침실의 문을 부수고 들어 왔다. 경공이 무서워 거실로 피하자, 유령은 다시 방문을 부수었다. 꿈에서 깨어난 경공이 무당을 불러 물어보니, 그 무당도 꿈과 같은 내용의 말을 하며, '새로 나는 보리를 먹지 못하리'라고 하였다.
경공은 곧 병이 들어 위독한 상태가 되었다. 나라 안의 많은 의원들을 불러 치료하게 하였으나, 전혀 효과가 없었다. 이에 사람을 보내 진(秦)나라의 명의를 모셔오고자 하였다. 당시 秦나라의 환공(桓公)은 진(晉)나라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나라의 위신을 세워 보기 위해 秦나라 최고의 의원인 완(緩)을 보내 주었다.
그런데 완이 晉나라에 도착하기 전에, 경공은 괴이한 꿈을 꾸었다. 꿈에 병이 두 명의 더벅머리 소년으로 변하더니 그 중 하나가 말했다. "그 사람은 용한 의원이어서 우리들을 괴롭힐 것 같은데, 어디로 도망하지?" 다른 하나가 대꾸했다. "흉부의 횡격막의 위쪽과 심장의 아래에 가 있으면 우리를 어떻게 하겠어?"
얼마 후, 秦나라 명의 완이 도착하여 경공을 진맥하였다. "이 병은 다스릴 수가 없습니다. 병의 근원이 흉부 횡격막의 위쪽과 심장의 아래에 있어서 손을 쓸 수가 없습니다(在肓之上膏之下, 攻之不可). 침을 놓아도 이르지 못하고, 약을 써도 약 기운은 그곳에 가지 못하니 치료할 수가 없습니다."
경공은 의원의 말을 듣고, 꿈에 나타난 유령의 말을 상기하였다. 경공은 의원을 치하하며 후한 상을 내리고 그를 돌려보냈다. 그리고 이때부터 난치병, 불치병을 고황지질(膏肓之疾)이라 불렀다.
얼마 후, 晉 경공이 새로 난 보리를 먹고 싶어하자, 새 보리로 요리한 음식을 상에 올렸다. 경공이 막 그것을 먹으려 하자, 그의 배가 부풀어 올랐다. 경공은 급히 변소로 달려갔는데, 그만 변소에 빠져 죽고 말았다.
한편 이날 새벽 경공을 업고 하늘로 올라가는 꿈을 꾸었다는 한 신하는 정오 무렵 경공이 죽자 그를 따라 죽었다. 때는 기원전 581년이었다. 성공(成公) 10년 조에 실려 있다. 이렇게 고황에 든 병은 명의도 고칠 수 없다고 고질(痼疾)이라고도 했다.
痼(고)는 훈도 '고질 고'이지만 병중에서도 단단히 난(固) 병이고 疾(질)은 화살(矢)처럼 빠른 설사, 복통, 식중독 같은 급성질병을 말한다. 疾은 고칠 수 있어도 痼는 암이나 당뇨병 같은 쉽게 고칠 수 없는 병이라 고황과 통한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질병 처럼 깊음을 비유하는 천석고황(泉石膏肓)은 고황이라도 좋은 고황이다. 고황에 든 병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膏(고)는 심장 아래 부분의 작은 비계, 肓(황)은 가슴 위의 작은 막으로 심장과 횡격막 사이를 말한다.
만약 병균이 이곳에 침범하면 고치기가 어렵다고 전해진 곳이다. 몸 깊은 곳에 병이 들었으니 침이 미치지 못하므로, 병을 고칠 수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뜻이 넓혀져 사물의 고치기 어려운 병폐나 나쁜 버릇을 가리키게 되었다.
공자(孔子)의 춘추(春秋)를 주석하는 춘추삼전(春秋三傳) 중에서도 역사적 실증적 해석을 중심으로 한 좌구명(左丘明)의 좌씨전(左氏傳)에 이 말이 사용됐다.
병입골수(病入骨髓)
병이 뼛속 깊이 들어 깊고 중하다.
이 고사는 사기(史記) 편작창공열전(扁鵲倉公列傳)에 기록되어 있다. 이는 어떤 상황이든 손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그때는 어떠한 처방도 소용도 없다는 것과 모든 일은 미연에 방지가 꼭 필요하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이 사건을 요약해서 살펴보자.
춘추시대 편작(扁鵲)이라는 전설적인 명의(名醫)가 있었다. 편작(扁鵲)의 성(姓)은 진(秦)이고 이름은 월인(越人)이다. 젊었을 때 여관의 관리인으로 일하기도 했다. 객사에 머물던 장상군(長桑君)이란 자의 비방 약을 먹고 투시해서 볼 수 있는 힘이 생겼고 웬만한 질병은 모두 터득했다는 것이다.
명의가 된 편작이 제(齊)나라로 갔을 때의 일이다. 환후(桓侯)라는 제후(諸侯)가 편작을 빈객으로 예우했는데, 편작이 왕을 보더니 "왕께서 피부(皮膚)에 병이 있으니 치료하지 않으면 깊어질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에 환후는 자신에게는 질병이 없다며 벼슬이나 재물을 얻으려는 수작이라고 비난하며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 후 얼마동안 지나다 편작은 다시 환후를 찾아가 "왕께서 혈맥(血脈)에까지 병이 번지고 있습니다. 지금 치료하지 않으면 훨씬 깊어질 것입니다"라고 말했으나 환후는 치료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얼마 뒤에 편작이 다시 찾아가 이제 "왕의 병은 장(腸)과 위(胃) 사이까지 깊어졌으니 신속히 병을 치료하지 않으면 더 깊은 곳까지 들어갑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환후는 편작을 그냥 돌려보냈다.
그리고 다시 얼마 뒤에 편작이 찾아가 환후를 쳐다보고 아무런 말없이 물러 나왔다. 이상한 생각이 든 환후가 사람을 보내 그 까닭을 묻자 편작은 이렇게 대답했다. "병이 피부에 있을 때는 탕약(湯藥)과 고약(膏藥)으로 고칠 수 있고, 혈맥에 있을 때는 석침(石鍼)과 금침(金鍼)으로 치료할 수 있으며, 장(腸)과 위(胃)에 있을 때는 약(藥)과 주(酒)로 고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병이 골수(骨髓)까지 들어가면 사명(司命: 인간의 생명을 주관하는 고대 전설 속의 神)도 어찌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병이 골수까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저는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었던 것입니다(病之居?理也, 湯?之所及也, 在血脈, 鍼石之所及也, 其在腸胃, 酒?之所及也, 其在骨髓, 雖司命無奈之何, 今在骨髓, 臣是以無請也)."
그 후 환후는 편작을 찾았으나 그는 이미 자리를 피해 떠난 뒤였다. 환후는 결국 치료도 받아보지 못하고 죽었다. 이 고사의 유사성어로는 병입고황(病入膏?)이나 진퇴양난(進退兩難) 등을 들을 수 있다.
이 고사에서 우리에게 주는 소중한 교훈은 첫째, 모든 일은 사전에 세밀히 검토 후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과 둘째, 추진 중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 예비계획을 세워야한다는 것은 필수이고, 세 번째로는 일이 생기면 즉각 조치하고 전문가에게 의견을 듣는다는 것, 그리고 자기주장 만 너무 고집하지 말라는 소중한 교훈을 접할 수 있다.
요즈음 시대는 자기 자신에게 있는 단점을 알고 그 병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매우 적은 것 같다. 모두들 자기는 잘 났는데 세상이 그렇고 사회가 나를 나쁘게 만들고 내가하면 멋진 로맨스인데 남이하면 불륜 됨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는 세상이 되었다. 줄여서 내로남불 이라고 했던가? 이를 사자성어로 대변한다면 진화타겁(?火打劫)이라고 할 수가 있다.
이제 세상은 자기 PR 시대를 지나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고, 남의 실수가 나의 기회라고 굳건히 믿는 이상한 시대가 된 것이다.
병입골수(病入骨髓)라는 고사성어를 주목해 보면 자신의 병을 알지 못하고 정확히 진단해주는 의사까지 의심하고 믿지 않아 점점 병이 깊어져 이제 더는 손 쓸 수 없는 지경에까지 갔으니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는 교훈이다. 이로써 병을 다스리든지 인격이나 감정을 다스리든지 아래 세 가지 사항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왜냐! 병(病)을 정확히 알면 정확한 처방과 치료 방법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병을 잘 치료할 수 있는 방법 세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는 우명의(遇名醫), 자기에게 맞는 훌륭한 스승을 만나야 한다. 둘째는 긍복약(肯服藥), 모처럼 맞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라. 셋째는 수금계(守禁戒), 법도를 잘 지켜야 한다.
이는 진단과 병행해서 지켜야 할 요소들이다. 정말 그렇다. 이제 자신의 병, 가정의 병, 사회의 병, 국가의 병까지도 병입골수의 진단과 치료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본문에서 제나라 환후는 자기가 최고라는 헛된 망상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의사가 진단하면 의당 한번쯤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요즈음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에게 약간의 병세가 감지되었을 때 병원을 찾지 않고 내 병은 내가 잘 알아 하면서 진단과 치료의 기회를 놓쳐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고집을 피우는 경우가 많다. 인격의 수양이나 감정을 다스리는 경우도 똑같다. 자기의 성격이나 재능 가능성 등에 대해서 자기는 잘 모른다. 자기를 올바로 진단하고 조언하며 인도해 줄 스승을 만나야 한다.
그리고는 기회를 만들거나 때를 기다리며 부단히 준비해야한다. 준비된 사람은 반드시 기회가 오기 때문이다. 아니면 자기가 기회를 만들 수 있으면 더욱 좋다. 그러나 충분한 준비가 되기 전에 나 혼자의 판단으로 기회를 착각하고 대들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때가 충분히 무르익었을 때 전격적으로 매진하여 일을 성취하는 것이 성공의 확률이 보장되는 것이다.
그리고는 법규나 어느 조직의 규율범주 속에서 자기 재능을 발휘해야 한다. 무조건 자기 영역이나 남이 할 영역을 구분하지 못하고 천방지축(天方地軸)날 뛴다면 아무리 능력이 있고 재능이 훌륭하다고 해도 남에게 부끄러움을 당할 뿐이다.
옛말에 '천 길의 제방도 개미구멍에 의해 무너지고 백 보 되는 큰 집도 굴뚝 틈의 연기로 인하여 타버린다(千丈之堤以蟻之穴潰 百步之室以突隙之煙焚)'고 하였다.
우리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다. 참으로 지혜로운 가르침이다.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소홀이 넘기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특히 국가를 책임지고 있는 직위에서 많은 권력을 소유한 자들과 옹고집자들에게 이런 일들이 많이 발생한다. 전문가의 충언을 듣지 않고 무시해버리는 경우 망할 수밖에 없음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혹 국가가 경제적, 안보적 사항에 대해 병입골수의 경우 국가 지도자는 온 국민의 대동단결의 힘으로 극복해야 할 것이다. 혼자의 힘으로 극복하려는 어리석음은 절대 금물임을 다시 인식해야 할 것이다.
권력을 쥔 자들은 고집부리지 말고, 작은 충언이라도 듣고, 시정했더라면 작은 사건으로 끝날 수 있었던 것을 기회를 놓치면 후회해도 소용없다.
▶️ 膏(기름 고)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살이나 몸을 말하는 육달월(月=肉)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高(고)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膏(고)는 (1)고약, 고약처럼 붙이는 물건, 진하게 고아서 만든 물건 따위의 뜻을 나타내는 말 (2)식물(植物)이나 과실(果實) 따위를 졸이어 고아 엉기게 한 즙(汁) (3)동물(動物)에서 짜낸 기름 등의 뜻으로 ①기름, 지방(脂肪) ②살진 고기 ③염통밑 ④은혜(恩惠) ⑤고약(膏藥: 헐거나 곪은 데에 붙이는 끈끈한 약) ⑥기름진 땅 ⑦기름지다 ⑧기름지게 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기름 유(油), 살찔 방(肪), 살찔 비(肥), 기름 지(脂)이다. 용례로는 심장과 횡격막의 사이를 고황(膏肓), 곪은 곳이나 헌데에 붙이거나 바르는 끈끈한 외용약을 고약(膏藥), 기름지고 걸찬 땅을 고토(膏土), 기름진 땅을 고양(膏壤), 도끼에 기름을 묻힌다는 고부(膏鈇), 땅의 기름짐과 메마름을 고척(膏塉), 기름과 불이라는 고화(膏火), 농작물에 알맞도록 제때에 내리는 비를 고우(膏雨), 등잔에 쓰는 기름을 고유(膏油), 고기나 생선을 진한 국물이 나오도록 푹 삶은 국을 고음(膏飮), 사람의 기름과 피를 고혈(膏血), 냄새가 향기로운 기름을 난고(蘭膏), 멧돼지나 돼지 따위의 지방을 저고(豬膏), 짐승의 살에 들어 있는 기름을 육고(肉膏), 땅이 기름짐을 비고(肥膏), 사향을 원료로 하여 만든 고약을 사고(麝膏), 사람이나 동물의 몸 속에 병으로 생기는 기름덩이를 황고(黃膏), 개를 통째로 진하게 고아 낸 국물을 구고(狗膏), 닭고기를 고아서 만든 곰국을 계고(鷄膏), 고귀한 화장품을 금고(金膏), 쑥잎을 고아서 만든 고약을 애고(艾膏), 액체 모양의 고약을 액고(液膏), 상을 받아야 할 사람에게 상이 주어지지 아니함을 둔고(屯膏), 살진 고기와 좋은 곡식으로 만든 맛있는 음식을 고량진미(膏粱珍味), 기름 등불이 스스로 저를 태워 없앤다는 고화자전(膏火自煎), 고량진미를 먹은 자제라는 고량자제(膏粱子弟), 입술에 기름을 바르고 혀를 훔친다는 고순식설(膏脣拭舌) 등에 쓰인다.
▶️ 肓(황)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육달월(月=肉; 살, 몸)部와 음(音)을 나타는 글자 亡(망)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肓(황)은 ①명치끝(명치뼈의 아래쪽) ②가슴 ③고황(膏肓: 심장과 횡격막의 사이)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심장과 횡격막의 사이를 고황(膏肓), 샘과 돌이 고황에 들었다는 천석고황(泉石膏肓), 병균이 고황 즉 심장과 횡격막 사이에 침범한 난치병으로 고황에 들어 고치기 어려운 병을 고황지질(膏肓之疾), 병이 고황에까지 들었다는 뜻으로 병이 위중하여 치료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병입고황(病入膏肓)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 즉,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지남지북(之南之北) 등에 쓰인다.
▶️ 疾(병 질)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병질엄(疒; 병, 병상에 드러누운 모양)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矢(시; 화살)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본래 화살 상처를 뜻하였지만, 전(轉)하여 넓은 뜻의 앓다, 미워하다의 뜻으로 쓰이고, 또 음(音)을 빌어, 제빠르다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疾자는 ‘병’이나 ‘질병’, ‘괴로움’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疾자는 疒(병들 녁)자와 矢(화살 시)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갑골문에서는 大(클 대)자 옆으로 矢자가 그려진 모습이었다. 이것은 사람이 화살에 맞았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금문에서는 大자 대신 疒자가 쓰이면서 지금의 疾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고대에는 일반적인 질병을 疾이라 하고 심각한 질병은 病(병 병)이라고 했다. 화살에 맞는 것은 목숨을 잃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빨리 치료하면 목숨을 건질 수 있다는 의미에서 질주(疾走)라는 말도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疾(질)은 ①병(病), 질병(疾病) ②괴로움, 아픔 ③흠, 결점(缺點) ④불구자(不具者) ⑤높은 소리 ⑥해독(害毒)을 끼치는 것 ⑦빨리, 급(急)히, 신속하게 ⑧병을 앓다, 걸리다 ⑨괴롭다, 괴로워하다 ⑩해치다, 해롭게 하다 ⑪근심하다(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하다), 우려하다 ⑫나쁘다, 불길하다 ⑬미워하다, 증오하다 ⑭꺼리다 ⑮시기하다, 시샘하다 ⑯빠르다, 신속하다 ⑰진력하다(있는 힘을 다하다) ⑱민첩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고칠 료/요(療), 병 나을 유(癒)이다. 용례로는 몸의 온갖 병을 질환(疾患), 신체의 온갖 기능의 장애로 말미암은 병을 질병(疾病), 빨리 달림을 질주(疾走), 밉게 봄을 질시(疾視), 강하고 빠르게 부는 바람을 질풍(疾風), 병세가 매우 위중함을 질극(疾革), 다급한 소리를 질성(疾聲), 병으로 인한 고통을 질고(疾苦), 오래도록 낫지 않아 고치기 어려운 병을 고질(痼疾), 원인을 알 수 없는 괴상한 돌림병을 괴질(怪疾), 추위를 느끼는 병을 한질(寒疾), 매우 중한 병을 가질(苛疾), 질병에 걸림을 감질(感疾), 눈병을 안질(眼疾), 다리가 아픈 병을 각질(脚疾), 고치기 어려운 나쁜 병을 악질(惡疾), 질병을 숨기고 드러내지 아니함을 휘질(諱疾), 앓은 지 오래되어 고치기 어려운 병을 구질(久疾), 고치기 어려운 나쁜 병증을 말질(末疾), 그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면서 있는 어떤 좋지 않은 버릇이나 병을 문질(門疾), 빠른 말소리와 급히 서두르는 얼굴빛이라는 질언거색(疾言遽色), 배나 가슴이 아픈 고치기 어려운 병이라는 복심지질(腹心之疾), 없애기 어려운 우환을 심복지질(心腹之疾), 원수처럼 미워함을 질지여수(疾之如讐), 근심과 걱정과 질병과 고생이라는 우환질고(憂患疾苦), 물고기는 배부터 상한다는 하어복질(河魚腹疾), 병을 숨기고 의원에게 보이기를 꺼린다는 호질기의(護疾忌醫)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