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지나가는 사람이 많지 않았는 데 확실히 요즘엔 손님도 늘었습니다.” (코엑스몰 내 잡화점 직원 A씨)
지난 7일 금요일 낮
방문한 코엑스몰은 길목마다 쇼핑이나 구경 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유모차 대여소 앞에는 젊은 부부들이 유모차를 빌리려고 줄을 섰고 푸드코트는
점심시간대가 끝난지 한참 지났는 데도 손님들이 많았다.
코엑스몰 한복판에 있는 ‘별마당 도서관’에 놓인 테이블과 의자는 빈 자리
없이 꽉 차있었고, 근처 카페 안은 옆 사람 말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시끌벅적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액세서리 잡화점의 직원 A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근무했는데 요즘 들어 평일에도 꾸준히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며 “앞으로도 손님들이 많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코엑스몰이 지난해 12월 ‘스타필드 코엑스몰’로 재개장한 이후 유동인구가 늘면서 주요 상점들의 매출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4년 11월 대대적인 리모델링에도 오히려 가라앉았던 코엑스몰 상권이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스타필드 코엑스몰 내 패션, 의류, 화장품 등 주요 상점들이 올 3월부터 6월까지 많게는 30%대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 리모델링 후 외면받던 코엑스몰, ‘스타필드’ 간판 달자 사람 몰려
이마트의
자회사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해 10월 한국무역협회 자회사 (주)코엑스몰로부터 코엑스몰 운영권을 인수했다. 인수 방식은 운영권을 통째로 넘겨받은
‘마스터 리스’다. 코엑스몰을 위탁 운영하는 신세계프라퍼티는 코엑스몰 임차인들로부터 세를 받아 매년 무역협회에 수수료를 준다. 수수료 규모는
연간 600억원대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수십억원을 투자해 코엑스몰 간판을 스타필드 코엑스몰로 바꾼 후 쇼핑 환경 및 문화시설을 개선 중이다.
코엑스몰은 2000년대 초 만해도 연평균 5000만명이 찾는 강남권 대표 상권으로 꼽혔다. 국내 1세대 복합쇼핑몰로 평가받기도 했다.
하지만 2013~2014년 실시한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오히려 독이 됐다. 1년 8개월 동안 문을 닫은 영향으로 코엑스몰을 찾던 이용객들이 떠났고
공사 후 내부 동선이 너무 복잡해지며 상권이 망가졌다. 잠실 롯데월드몰 등 주변 경쟁 상권이 커진 것도 코엑스몰에 타격을
줬다.
가장 큰 문제는 재개장 당시 코엑스몰 임대료가 공사 전에 비해 2배 이상 올랐다는 점이었다. 전체 320여개 매장 중 70%
이상이 적자를 냈고 임대료가 너무 비싸다는 항의가 잇따랐다. 2015년 말에는 공실률이 10%대로 높아지기도 했다.
신세계는
코엑스몰 이용객들의 불만이 컸던 ‘복잡한 내부 동선’ 문제부터 해결하고 있다. 코엑스몰 내부는 벽과 기둥, 조명이 모두 흰색으로 통일돼 있는데다
여러 복도가 거미줄처럼 꼬여있어 길 찾기가 어려웠다. 신세계는 기둥 곳곳에 ‘현재위치’를 표시한 지도를 붙이고 일부 복도의 조명이나 간판을
교체해 동선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올해 5월 말 신세계가 코엑스몰
한복판에 60억원을 들여 조성한 ‘별마당 도서관’도 방문객 유인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별마당 도서관 인근에 있는 대형 의류 매장, 커피숍,
인테리어 소품 판매 매장, 휴대전화 액세서리 매장, 디저트 판매점의 경우 지난 6월 한 달간 매출이 전월 대비 두자릿수 성장했다. 코엑스몰에
있는 패션잡화 매장 MCM의 6월 일 평균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8% 증가했고 화장품 매장 키엘의 3~6월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0% 늘었다. 할인 잡화점 다이소는 3~6월 일 평균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 22% 늘었다고 밝혔다.
방문객수도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 분석 서비스 워크인사이트(조이코퍼레이션)에 따르면 6월 한달간 2호선 삼성역에서 파르나스몰을 지나
코엑스몰로 들어가는 통행 인구는 전달대비 22% 증가했고, 9호선 봉은사역에서 영화관 메가박스를 지나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 쪽으로 진입하는
통행 인구는 전월보다 11% 늘었다. 특히 별마당 도서관 문을 연지 5주째가 되던 6월 마지막주에는 이 수치가 각각 37%, 1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 소규모 상점 매출 증대는 시간 더 걸릴 듯
코엑스몰의 공실률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지난 2015년에는 10%대로 치솟은 공실률이 지금은 1% 미만으로 떨어졌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해 12월 영업 개시
당시 공실이 전체 310곳 중 13곳이었는데, 지금은 공실이 2곳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기업이 운영하는 주요
브랜드 상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자영업자 상점이나 매대는 아직 스타필드 효과가 크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곳에서
소규모 액세서리 매대를 운영하는 B씨는 “사람들이 많이 오긴 오는데 물건을 잘 사지는 않는 것 같다”며 “유동인구가 늘어 대기업 점포나 식당들은
확실히 잘 되는 것 같은데, 작은 매장들은 아직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