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BAT, 北에 담뱃잎 몰래 판매… 美, 역대 최대 8400억원 벌금
BAT, 던힐 등 판매 세계2위 업체
제재위반 알고도 14년간 北에 공급
美 “北 담배제조 수익 핵개발 사용”
美FBI, BAT와 거래 북한인에 최대 500만 달러 현상금 미국 법무부 당국자들이 25일 워싱턴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북한에 담뱃잎을 판매해 대북제재를 위반한 영국 담배업체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에 벌금 6억2900만 달러를 부과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담뱃잎 대금을 BAT에 위장 송금한 혐의로 북한 조선광선은행 심현섭에 대해 현상금 500만 달러를 내걸고 지명수배했다. 워싱턴=AP 뉴시스
미국 정부가 북한에 담뱃잎을 팔아 대북 제재를 위반한 영국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에 8000억 원대 벌금을 부과했다. BAT는 ‘던힐’ 등을 생산하는 세계 2위 담배 회사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25일 북한 같은 테러지원국에 상품이나 기술 수출을 금지하는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및 은행사기법 위반으로 BAT에 최소 6억2900만 달러(약 8366억 원) 벌금을 매겼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BAT는 싱가포르 지사를 통해 북한에 14년간 총 4억1500만 달러(약 5520억 원) 상당의 담뱃잎을 팔았다. 판매 대금은 중국 랴오닝성 단둥 조선광선은행 부대표 심현섭의 지시를 받은 중국인 2명이 미국계 은행을 통해 BAT 측에 송금했다. 이들은 10년간(2009∼2019년) 적어도 310차례에 걸쳐 7800만 달러(약 984억 원)를 BAT 측에 보냈다.
이 과정에서 BAT 측은 거래 상대가 북한임을 숨기기 위해 유령 회사를 만들고 관련 서류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현섭은 가상화폐를 활용한 불법 외화벌이를 지휘한 혐의로 24일 한국과 미국 정부의 독자 제재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매슈 올슨 법무부 국가안보국장은 이날 “BAT는 미국 제재를 우회하고 미국법을 위반하는 교묘한 계획에 관여했다”며 “법무부 대북제재 위반 벌금 사상 최대 규모를 부과해 대가를 치르게 했다”고 말했다. 잭 볼스 BAT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사업 활동에서 발생한 위법 행위에 대해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 담뱃잎으로 담배를 만들어 밀수출해 올린 수익 약 7억 달러(약 9310억 원) 대부분을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