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소마이 신지, 1993)
<이사>의 도입부에선 비가 내린다. 이혼을 앞두고 냉랭해진 집 안에서 아빠는 산책하러 나가고 엄마는 신경 쓰지 않으려는 듯 무관심하다. 방에 혼자 남은 어린아이 렌은 갑자기 물구나무를 선다. 소마이 영화에서 비는 불가피하게 맞을 수밖에 없는 세계의 견고한 규칙이었다. 하지만 비 내리는 세계를 거꾸로 뒤집어 바라볼 순 없을까?
<이사>의 화면에는 시선의 수직적 격차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본격적으로 일탈하기 시작한 렌은 자꾸만 바닥에 드러눕고, 미끄러지고, 힘 싸움을 벌이는 어른들을 아래로 내려다본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시선의 우위를 점할 순 없다. 렌은 우연히 마주친 어느 노부부의 집에서 고개를 올려 천장 위를 올려다본다. 할아버지는 그곳에 자신의 죽은 아이가 있다고 말해준다. <이사>에서 시선의 수직적 격차는 죽음과 맞닿아 있다. 그러므로 이 여정을 종결짓기 위해 바다에서 벌어지는 렌의 수평적 환상은 그 죽음에 맞서기 위한 카운터 이미지가 된다. 아름다운 순간이다. (김병규)
º “해외예술영화 상영전” @인디스페이스
인디스페이스는 해외예술영화를 상영하는 “LONG SEASON!” 프로그램을 8월 28일(목)부터 9월 30일(화)까지 한 달 동안 진행한다. 상영작은 <스탑 메이킹 센스>(1984), <슈퍼소닉>(2016), <벨벳 골드마인>(1998), <아임 낫 데어>(2008), <레토>(2019) 등 음악(인)을 다룬 작품이 많으며 특별히 정윤석 감독의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2017)도 함께 상영한다. 이다해 작가, 강진아 배우, 변성현 감독, 차승우 뮤지션 등이 참여하는 시네토크도 준비되어 있다.
º 『크리틱b』13호(부산영화평론가협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가 매해 두 번 발간하는 비평지 『크리틱b』 13호는 김미례, 박수남 감독론, 최근 개봉작에 관한 비평, 그리고 에세이 “나의 비밀스러운 연서”로 꾸렸다. 김나영, 남다은, 이광호 평론가 등이 <겨울의 심장>(클로드 소테, 1992), <달팽이의 회고록>(애덤 엘리엇, 2024), <댓글부대>(안국진, 2024), <히든페이스>(김대우, 2024)에 관해 쓴 글을 읽을 수 있다.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서울아트시네마 라운지에서 열람할 수 있다.
8월 26일(화)
17:30 / 엠파이어
20:00 / 금연자
• 8월 27일(수)
15:30 / 스탑 메이킹 센스
17:30 / 윌로씨의 휴가
20:00 / 선상의 무도회
• 8월 28일(목)
14:30 / 여름정원
17:10 / 총 + 김성욱 영화소개
20:00 / 701호 여죄수 사소리
• 8월 29일(금)
15:30 / 엠파이어
18:00 / 파라자노프의 라일락 바람
20:00 / 석류의 빛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