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한글날이 낀 3일 연휴 내내 영어 특강을 들으러 다녔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빡빡한 시간표에 맞춰 정말이지 강의 한마디 한마디를 메모를 해가며 나도 내가 이상하게 생각 될 정도로 끈질기게 들었다. 옛날 고등학교 때 배웠던 영어책이 내 생에서의 마지막 꼬부랑 글씨 책인 줄 알았는데 인생은 묘하게 흘러 머리가 희끗 희끗해진 초로의 안경 너머로 보이는 그 쏼라문자들이 은근히 재미나는 건 또 뭔놈의 조화인가? 그 재미도 보나마나 그때 뿐이고 학창시절때 내 던져져진 영어책 처럼 될터, 그러고보니 40여년 가까이 거들떠 보지 않은 영어교재다. 그리고 전공학과는 국어 국문학과인데 영어를 왜 배워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않는 부분도 없지않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혹여 대단한 문학적인 글을 영어로 써서 노벨문학상에 도전해보라고 배우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도대체 언어장애 때문에 우리나라 말도 소통이 안되고, 그리고 이 나이에 영어 문법 배워서 뭘 어쩌자는 건지도 모르는 채로 그냥 재학생이니까 들었을 뿐이다. 아무튼 국어나 영어나 그놈의 정신나간 학자들이 머리 짜내어 다듬어 놓은 문법의 개념들은 어려워도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솔직히 이런 수필적인 감각으로 휘갈기는 것 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또 한가지 더 골치 아픈 건 그런 학문이라는 게 파고 들면 들수록 기존의 뿌리에 길들여진 자양분을 마치 옆의 쓸데없는 잡초들에게 괜히 내어주는 듯한 그런 쓸데없는 생각까지 하게 한다. 말을 하자면 꼭 그렇다는 게 아니고 그런 언밸런스 또한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참고로 여기서 쓴 언밸런스는 그때부터 알고 있었던 영어라는 걸 꼭 밝혀두는 바^^ 이번 사흘동안 배웠던 영어 중에서는 그 단어가 한번도 안나왔다. ㅋ 그런데 이번에 사용된 교재에서도 역시 기초적인 영어학습이라, 아니나 다를까 틀림없이 나올 것 같았던 동화 얘기가 기어코 나왔다. 무슨무슨 관계절을 설명하려는 어느 단원에서의 첫 마디가 바로 그거였으니까. ''원스 어폰 어 타임~'' 말하자면 옛날에 어떤 나라 임금님이 살았는데 그 임금님 딸의 얘기다. '어? 가만?'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게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메리 홉킨스의 ''도즈 워 어 데이''라는 팝송이었다. 그 팝송 첫부분에 맑고 청아한 홉킨스 누님의 목소리로 '언~써폰 어 타임'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근데 알고 보니 언써폰어타임이 아니고 '언스 어폰 어 타임'이었다. 이놈의 인간이 말까지 잘 못하는 게 아니라 귀까지 맛이 갔는지 여지껏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ㅋ 그리고 10여년 전 울아들 놈 초등학교시절 영어 학습지 할 때도 교재 첫 머리에 나왔었던 문장, 그때 그 교재를 언뜻 읽어봤더니 ''왠 아이 워즈 영~~''이 나왔었다. 옛날 어렸을때 인형을 갖고 노는 얘기부터 시작하여 거기에 온갖 관계되는 문법등을 공부하는 게 영어공부의 가장 기초적인 학습 방법인가 보았다. 젠장, 그럴바엔 내가 좋아하는 옛날 흘러간 팝송이나 각종 구기 종목 스포츠에 관한 이야기를 엮어간다면 머리에 엄청 쏙쏙 들어왔을 것을...^^ 그러고보니 왠 아이 워즈 영~~으로 시작되는 팝송이 몇개 있다. 젊은 시절 엄청 좋아하며 따라 불렀던 에릭 칼멘의 '올 바이 마이 셀프'나 카펜터스의 '예스터데이 원스 모어'에 그 가사가 첫 부분에 나오는 걸 기억한다. 그리고 실제로 축구에 대한 용어나 야구 용어도 90%이상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류의 이야기라면 머리에 쏙쏙 들어와서 더 재미나고 시간가는 줄 모르게 공부했을것을..ㅎ 암튼 그렇게 수동태가 되어지는 과정의 옛날 왕자와 공주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만일 내가 포레스트 검프처럼 약간 특이한 성격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이 글도 3일 동안 배운 영어실력으로 몇날 며칠이 걸려서라도 눈빠지게 이 단어 저 단어 다 갖다 붙여 그럴듯 하게 썼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뭐라 할까? 마치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3일을 살았다고 할 수 있겠지? 인생이란 이렇게 그때 그때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느냐가 나름대로 행복의 척도를 가름하는 기준치가 아닐까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기도 하고. 하지만 그런 즐거움도 우리팀 축구 훈련이라는 거대한 내 인생의 등대앞에서는 한갖 표류하는 작은 종이배에 불과한 것이라는 걸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여야 했다. 강의 마지막 날 한 시간만 듣고 몰래 빠져 나가 바바리 코트 차림으로 팀 훈련에 참석하고 마지막 시간대 수업에 아무일 없었다는 듯 조용히 뒷자리에 숨어 들어가 영어 교재에 머리를 쳐박았더랬다. 나는 아무튼 무슨 일이든간에 해피앤딩으로 끝내려면 축구 이야기가 꼭 들어가야 하나 보다. 그것이 설사 처음 의도했던 바하고 하등 관계가 없더라도 그것이 내 글의 관계절을 완성시키는 재미이기 때문이다. 혹여 글이 재미 없다! 괜히 읽었다! 하고 생각한다면 다음부터 안 읽으면 되는거고..ㅎㅎ 10/12
첫댓글 좋은글 읽었어요. 그렇게 유창한 영어노래를 예기하시다니.... 10/14일에 만나요.
성진형님..^^
귀한 메일 잘받아보았습니다.
두고두고 공부하겠습니다.
이따 뵈어요^^
글을 참 잘 쓰시네요. 군더더기 없이 ~~
김성진 학우님의 글도 보고 싶은데 ...
전 영어를 배워서 유창하게 대화를 하고 싶은데 ..
그것이 잘 안되어서 가끔 같은 동 엘리베이터에서 외국사람을 만나면
버벅 거리게 되니 그래서 아주 자연스럽게 우리말로 하면 그들은 더듬거리면서 한국말로 대답을 ... ㅎ ㅎ
제가 옛날 88장애인올림픽때 외국사람들 많이 만났는데요..제자랑같지만 제가 우리축구대표팀 통역사였어요. 조금 아는 영어랑 바디랭기지로 다 통하던걸요 ㅋㅋ
정열 학우님 글을 읽을떄 마다 참 대단하시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정열 학우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여러가지 다재 다능 하십니다
저도 글 좀 써 보고 싶은데 엄두도 나지 않습니다 김성진 학우님 또 이현주학우님
글도 올려 주세요 보고 싶네요 부럽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