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계로는 드물게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오던 로스앤젤레스시 검사장이 부인의 관용차 불법 운전 행위가 폭로되며 한순간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24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로키 델가디요(47) LA시 검사장은 풋볼과 야구,농구,육상 등에서 빼어난 자질을 보이면서 LA 인근 프랭클린고등학교부터 하버드대를 졸업할 때까지 학생회장을 도맡았고 1986년 콜롬비아 로스쿨을 졸업한뒤 워렌 크리스토퍼 변호사가 이끄는 로펌에서 잠시 근무하다 1993년부터 1997년까지 크리스포터의 지원 아래 리처드 리오던 시장 밑에서 경제담당 부시장을 맡는 등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승승장구했다.
2001년 검사장 선거에서 승리, 라틴계로는 30여년만에 처음으로 LA시 고위 선출직 공무원으로 기록된 그는 2005년 4년 임기의 검사장에 여유있게 재선됐고 지난해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을 위한 민주당 지명전에서 패하기는 했으나 자신의 이름을 캘리포니아주 전체에 알리면서 더 높은 직책에 도전할 수 있는 위치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래의 카운티 검사장이자 LA시장, 주지사'로 거론되기도 하던 델가디요 검사장은 그러나 최근 부인 미셸(36)의 불법 운전행위와 자신의 부도덕한 행동 등 불미스런 일이 잇따라 폭로되고 이를 시인하며 사죄하기에 바쁜 처지가 됐다.
더구나 LA시 윤리위원회 등 관계기관에서는 델가디요의 행위와 관련한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정치 생명이 다할 지도 모르는 위기에 몰리고 있는 형편이다.
맨 먼저 터진 것은 미셸이 저지른 운전면허 정지 기간의 관용차 운전중 사고였다. 지난 2004년 미셸은 시청에서 출퇴근용으로 지급한 남편의 GMC 유콘 차량을 몰고 병원에 갔다가 후진하던중 전신주를 들이받았고 델가디요는 이런 사실을 숨긴채 시의 공금으로 수리토록 했다.
델가디요는 이런 사실들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면서 수리비 1천222달러를 납부했지만 부정행위들은 계속 터져나왔다.
델가디요 부부는 자신들 소유의 차량을 1년 이상 무보험 상태로 몰았던 사실을 시인해야 했고 검사장실 비서 등 부하직원들을 동원해 아이들을 돌보게 하고 잔 심부름을 시키는 등 머슴처럼 부려먹은 사실도 폭로됐으며 급기야 관계기관들에서 상식을 벗어나는 행동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더구나 델가디요는 이들 사건이 터지기 전에 선거 자금 모금 과정에서 30건에 이르는 위반 사항들로 1만1천450 달러의 벌금을 냈고 스티브 쿨리 LA카운티 검사장으로부터 "사건을 자기 관할에 두기 위해 피의자에 대한 혐의 적용을 잘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델가디요 검사장이 어디까지 추락할 지 아직은 불투명한 가운데 그의 가까운 지인들도 현 사태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적지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립 풀러튼대학의 라파엘 소넨셰인 정치학 교수는 "델가디요의 위반 행위들이 누적되는 효과로 인해 중대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사태로 인해 정치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