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호의 두통과 전생 인연
엄(嚴) 대거사는 국내(중국)의 많은 절에서 인기가 있는 분이다. 사람들이 그를 ‘대거사’라고 부르는 것은 첫째 재산이 많아 전국의 주요 대도시에 그의 기업이 있기 때문이며, 둘째 절을 짓고 불상을 모시고 불경을 인쇄하여 보시하는 데 씀씀이가 크며, 셋째 성격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엄 거사의 명성은 나도 일찍부터 들어왔으나 만나지 못하다가, 그가 묘법 노스님을 뵈러 왔을 때 비로소 대면할 수 있었다. 육십을 갓 넘긴 엄 거사는 머리가 온통 백발이었다. 얼핏 봐서는 그에게 기업가의 풍모는 느낄 수 없었으며, 오히려 나이 지긋한 근로자처럼 보였다. 남색의 방한복과 구김살이 많은 짙은 남색의 바지를 입었으며, 신고 있는 여행신발 또한 깔끔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왜 외모를 주의 깊게 관찰하였는가 하면, 그 동안 들어온 그의 행적 중에는 금전 보기를 돌이나 흙과 같이 보며, 한마디로 말하여 ‘큰 손’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그의 집에 봉안한 금으로 만든 불상(佛像)을 보고 손님이 찬탄하면, 두 손으로 받들어 주면서 모시고 가라고 하는데 그 청을 뿌리칠 수 없단다. 그리고 그가 본 불교서적이 마음에 들면 곧 최소한 10톤 컨테이너 두 대 분량을 인쇄하여 배포하며, 그가 가본 절에 무엇이 부족하거나 부서진 것이 있으면 즉시 금액에 관계없이 해결해 준다고 한다. 나중에 그가 어떤 사람에게 이야기하기를, 절에 돈을 주지 않고 필요한 물건을 사서 보내는 까닭은 예전에 어느 절에 돈을 보시하였는데, 돈을 받은 거사가 챙겨서 도망간 것을 알았기 때문이란다. “내가 그에게 지옥에 떨어질 조건을 제공했으니 나에게도 죄가 있다. 그 뒤부터는 물건은 사주되 직접 돈은 주지 않게 되었다.”라고 커다란 두 눈을 부릅뜨고 성이 난 듯 말하였다고 한다. 그가 어떤 절을 위하여 높이 22미터의 향목(香木)으로 된 관세음보살상을 조각하여 금박을 입히는 데 금 2㎏이나 들였으며, 중국돈 백만 원 이상의 돈을 들였다고 한다. 묘법 스님은 그를 청하여 옆에 앉히고 자상하게 물었다. “거사님에 대하여 일찍부터 들었는데, 나를 찾아온 무슨 까닭이 있습니까? 지금은 회사를 관리하지 않습니까?” 엄 거사는 두 다리의 감각이 매우 무거워 걸음이 불편하다. 그리고 두통을 앓은 지는 이미 몇 십 년이 되었다. 국내외의 유명한 병원에는 다 가보았지만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했으며, 티베트의 활불(活佛) 몇 분을 청하여 관정을 받기도 하였지만 두통을 고치지는 못하였다. 현재 그는 기업을 모두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절에 다니면서 염불을 통해 불보살의 가피를 구하여 두통을 고치려고 하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도 모두 귀찮으니 늘 성질을 부리게 된다고 하였다. 그는 진지하게 스님께 말씀드렸다. “저는 진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자신의 업력(業力)을 뛰어 넘을 수는 없으며, 재물이 제가 필요한 것을 도와주진 못합니다. 따라서 저는 가능한 한 불교를 위하여 봉사하려고 하며, 죽을 때 고통 없이 극락세계에 왕생하기를 발원합니다. 『오대산 노스님의 인과 이야기』를 읽은 후 비로소 스님의 법호를 알게 되었으며, 여러 경로를 통하여 스님 계신 곳을 물색하고, 외람되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염불수행을 하시면서 손님을 접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꼭 뵙고 싶어서 찾아왔으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줄곧 알고 싶었습니다. 제가 불교의 큰 일, 작은 일에 어느 정도 봉사했으며 여러 해 동안 채식을 하였는데, 왜 두통은 계속되고 또 다리에 문제가 생겼는지 모르겠습니다.” 노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거사님은 너무 겸손해 하지 마십시오. 내가 손님을 다시 만나지 않으려는 것은 기력이 못 따라가기 때문입니다. 책이 나오기 전에는 인연이 닿는 대로 인과를 이야기하여 세상 사람들을 일깨워줬으나, 이제는 책이 나와 많은 독자들이 그 책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인과의 도리는 이해하지 못하고 단지 밖으로만 구하려고 합니다. 나를 신의(神醫)로 여기면서 사방으로 나를 찾으러 다니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만약 안으로 구하는 것(즉 인과를 이해하고 자기의 언행을 바로 잡는 것)을 실천하지 못하면, 관세음보살을 만나더라도 이익을 얻을 수 없습니다. 거사님의 일은 별도로 논하기로 하고, 우선 거사님이 학벌도 높지 않은데 사업이 왜 그렇게 크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알고 계십니까?” 엄 거사가 말씀드렸다. “그것은 국가의 좋은 정책을 따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단지 외부의 인연입니다. 전국에 사업을 하는 사람은 매우 많아도 거사님처럼 그렇게 크게 성공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엄 거사가 여쭈었다. “그것은 제가 전생에 심은 인연 때문입니까?”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왜 거사님과 이것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그것은 거사님의 두통과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부인은 왜 함께 오지 않았습니까?” 엄 거사가 말씀드렸다. “본래 집사람과 같이 오려고 했으나, 집에 독일종 애완용 개를 키우는데 만약 집사람이 외출하면 돌볼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스님! 어째서 제 아내를 거론하십니까?”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거사님이 가는 곳은 어디라도 부인이 따라가죠, 그렇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제가 어디를 가든 꼭 따라가려고 합니다. 저를 떠나서는 의지처가 없는 것 같다나요. 어떤 때는 조금은 귀찮습니다.” 스님께서 정중히 말씀하셨다. “내가 거사님에게 전생에 얽힌 이야기를 해 주겠는데, 듣고 화를 내면 안 됩니다.” 엄 거사는 즉시 몸을 바로 하면서 말씀드렸다.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오대산 노스님의 인과 이야기』를 읽고 나서 저도 저의 전생 이야기를 듣기 위하여 온 것입니다.” 그리고는 스님께 삼배하였다. 스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말씀해주셨다. 백 년 전 열아홉 살의 의지할 데 없는 가난한 청년이 어느 산자락에 있는 절에 밥을 얻으러 왔다. 큰스님은 청년을 불쌍히 여겨 절 빈 방에 머물게 하고는 땔나무를 하고 잡일을 하게 하였다. 필요할 때는 산 아래로 내려 보내 기름, 소금, 양식 등을 짊어지고 오게 하였다. 그 후 청년은 어디에선가 누런 개 한 마리를 주워 데려와서는 하루 종일 그의 곁에 있게 하였다. 산을 내려갈 때는 몸을 지켜주는 호신용 개로 삼았으며, 밤에는 함께 한 침상에서 잠을 잤다. 몇 년 동안 줄곧 서로를 의지하여 살아갔다. 매월 초하루와 보름날은 많은 신도들이 절에 오는데, 남녀노소가 함께 즐거이 예불하고 향을 피우는 것을 보고 그는 매우 부러워했다. 그는 개를 쓰다듬으며 “내가 장래 아내를 맞이할 때, 너와 같았으면 좋겠다. 매일 나를 따라오고 항상 좋은 동반자가 되어 주니….” 어느 날 절에 온 신도들이 모두 내려간 후, 그는 의혹이 생겨 향불이 휘감는 불전에 들어갔다. 불상 앞에 서서 절을 하며 장엄한 불상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부처님께 말씀드리기를, “부처님이시여! 정말로 부처님이 계신지 안 계신지는 모르겠습니다. 만약 진짜로 부처님이 계신다면 저도 가정을 가지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라고 하였다. 그 때 갑자기 뒤에서 큰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도 돈을 벌고 싶으냐?” 그는 고개를 돌려 대답하였다. “스님! 누군들 돈을 벌고 싶지 않겠습니까? 저한테 만약 돈이 있으면 가정을 꾸리고 사업을 이룰 수 있을 것이 아닙니까!” 큰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래, 돈이 있으면 가정을 이루고 사업을 할 수가 있지. 그러나 아무리 돈이 많은들 모두 하루하루 늙어가며 또한 병이 들어 조만간 자녀들의 울음 속에서 죽어갈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는 스님의 말씀을 듣고 한참 멍하게 있다가 물었다. “스님의 말씀에 따르면, 돈이 있어도 단지 몇 년간 잘 지내다가 병이 들어 죽으면, 여전히 괴롭다는 말씀 아닙니까?” “그렇지. 어떤 사람이라도 생로병사를 피할 수 없다. 죽을 때 우리 두 손은 아무 것도 갖지 못한 채 땅속에 묻혀서 썩어갈 것이며, 최후에는 흙으로 변하게 될 것이야. 그리고 신식(영혼)은 또 윤회하여 태에 들거나, 소가 되고 말이 되거나, 지옥에 들어가거나 하는 등 다시 윤회의 고통을 받는 것이 끝이 없을 것이다.” “스님! 정말로 윤회하여 세상을 돌고 도는 것입니까?” 큰스님은 그의 곁에 있던 누런 개를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저 개는 과거 생에 이곳 절의 사미스님이었다. 오른쪽 눈 꼬리 위에 조그만 점이 있을 것이다. 그 당시 그는 공양을 시작하기 전에 몰래 만두 하나를 훔쳐 먹었는데, 다른 사람에게 발견되었다. 그 때 그는 한마디로 부인하면서 아울러 맹세하며 말하기를, ‘만약 내가 훔쳐 먹었으면 내생에 개로 변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 후 그는 병이 들어 죽었는데, 정말로 개가 되어 이 절에 다시 왔구나. 네가 저 개를 데리고 절에 들어설 때, 나는 벌써 알아보았다. 지금 저 개의 털을 한번 들춰 보거라. 갈색의 조그만 점이 없는지?” 그는 스님의 말씀에 반신반의하면서 털을 들춰보고는 깜짝 놀랐다. “스님, 정말로 조그만 점이 있습니다. 이 개와 몇 년간 함께 지냈어도 발견하지 못했는데, 스님은 어떻게 아십니까?” 큰스님은 계속하여 말씀하셨다. “사람이 잘못을 저지르면 반드시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 잡아야 하며, 마음을 거슬러 자기의 결백을 증명하려고 맹세하면 안 된다. 진실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으면 그것으로 아무 일도 없을 것이나, 만약 거짓을 말하면 그 맹세한 말이 조만간 실현되기 때문이다. 이 개는 업보가 끝난 후 다음 생에는 사람이 될 것이며, 계속 이어서 수행을 하게 될 것이다.” 그는 “그러면 어떻게 해야 윤회의 고통에 다시는 빠지지 않을 수 있습니까?”라고 다시 물었다. 큰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 따라서 수행에 힘써야 하며, 출가하여 수행하면 생사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아내를 얻고 자식을 낳아도 수행은 할 수 있으나, 당연히 출가하여 수행하는 것보다는 장애가 많다.” “그러면 저는 생사를 벗어나기 위하여 출가 수행코자 합니다. 스님께서 저를 받아주십시오.” 큰스님은 웃으면서 “내 일찍부터 네가 이 말 하기를 기다렸다.” 사미가 된 그 청년은 수행하여 삼계를 벗어나기로 결심하고 매우 열심히 노력하였다. 그러나 몇 년 후 그는 병을 얻어 일찍 이 세상을 떠나게 되었으며, 그의 원력은 실현되지 못하였다. 많은 세월이 흐른 후 금생에 다시 이 세상에 오게 되었다. 원래는 과거생의 원을 이루기 위하여 계속하여 출가해야 마땅하나, 과거생에서 출가하기 전에 결혼하고 싶다고 소망한 종자가 싹터 출가하지는 않게 되었다. 전생에 그 누런 개는 절을 보호한 공덕이 있었기 때문에 인간으로 태어나 아름답고 현명한 여자가 되었으며, 아울러 그 청년의 원에 응하여 금생에 정말로 그의 아내가 된 것이다. 노스님은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거사님은 내가 말하는 사람이 누군지 아십니까?” 엄 거사는 흥분되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압니다. 스님께서 말씀하신 그 청년은 저이며, 제 집사람은 지금도 우측 눈 꼬리 위에 갈색의 조그만 점이 있습니다.” 노스님은 또 말씀하셨다. “거사님이 금생에 많은 돈을 벌게 된 것은 전생에 절에서 많은 공덕을 지은 결과이며, 거사님의 두통은 단지 거사님이 출가하기만 하면 좋아질 것입니다. 그리고 두 다리가 아픈 까닭은 모두 거사님이 사업할 때 수뢰하고 뇌물을 준 과보이며, 그렇게 무거운 죄업이 다리를 누르고 있으니 어떻게 다리를 움직여 걸을 수 있겠습니까? 진심으로 이런 죄업을 참회하면 없어질 것입니다. 내가 조금 피곤하니 과경 거사가 거사님에게 공양(식사)을 드릴 것입니다. 이야기해야 할 것은 모두 말했으니, 당신의 원을 이루십시오. 어떻게 하더라도 거사님 자신의 일입니다.” 엄 거사는 황급히 예를 올리고 감사를 표시하며 말하였다. “법문 감사합니다. 출가는 제가 고려할 것입니다.” 현대인은 모두 돈을 버는 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복을 받고 돈을 버는 도에 대하여 알려주는 것인데, 그것은 바로 법을 펴고 삼보에 공양하는 것이다. 당신이 얼마나 좋은 인연을 만나는가에 관계없이, 만약 자기가 좋은 원인을 심지 못했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마치 당신이 종자를 준비하지 않으면 당신에게 아무리 좋은 땅을 주고 아무리 좋은 자연조건이 있다고 하더라도 당신은 아무런 수확을 거둘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