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어도 괜시리 바쁜 것이 명절 즈음이겠다....직장인이던 가정주부이던 피해갈 수 없는 것이
내 피붙이들은 물론 온 일가 친척들과의 만남도 고려해야 하는 명절이라는 이름이다.
예전같으면 핑계김에 제사지낸다고 명절을 빙자하여 핏줄을 찾고 넘쳐나도록 음식을 장만하여 너도 나도 나눠주기도 하였으나
요즘같이 먹는 것은 넘치고 일은 바쁘고 사는 것은 어렵고 나라가 어수선할 때는 명절같은 것이 무슨 대수랴 싶기도 한 것이 솔직한 심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아니 민족의 대이동을 감행애야 하는 명절이라는 타이틀.
특히나 주부들에게는 무슨 혹 하나 달린 듯 하고 시작도 전에 벌써부터 탈진모드이기도 한 명절증후군.
특히 쥔장처럼 어중간한 나이세대는 누구보다도 명절증후군에 심하게 시달리면서 그런 일들을 겪어낸 듯 하다.
아예 윗세대는 본래 그런가 보다 하고 풍습에 묶여 그러려니 하고 순종적으로 지나갔지만
새삼스럽게 여권이 신장되면서 직업 일선에 뛰어들 여지가 많았던 쥔장 세대와 그 아랫세대는 심리적 공충은 말할 것도 없고
이런저런 일로 치받히고 까이고 뒤집어지고 숱한 애환 속에 명절이라는 것을 또 다른 숙명처럼 지니고 혼자서 열일하며 애매하게 옛날 풍습을 쫓아갔다.
그나마 지금은 윗사람이 된 쥔장 세대로서는 약간의 이해 폭이 조금은 나아져 신세대들 주부들인 며느리와의 대척하며 불협화음을 내며 불화합 하기보다는
조금씩 양보하며 서로 이해하는 편에서 세대동참을 하고자 애쓰면서 잘 헤쳐나가고자 하나 또 사실 잘 들여다 보면 그것도 또
한 눈 질끈 감으면서 모르쇠 하는 척이기도 하고 삐딱선 이기도 할 터.
이래저래 그놈의 명절증후군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세대가 몇 바퀴 돌아야 끝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긴 그런 말은 예전부터 있었으니 과연 끝나지기는 할까 싶기도 하다.
어쨋거나 둘째 며느리이긴 하지만 여전히 추석 차례를 지내야 하는 쥔장 역시 늘 명절이 다가오면 이미 몸과 마음이 편편치가 않고
한달 전부터 명절을 위해 소소하게 준비를 해야하는 일들이 산재해 있다.
이불을 빨고 커텐을 바꾸고 뭔가 준비작업을 해내어야만 하고 혹시 책 잡힐새라 완벽을 기하기 위해 마음이 절로 바빠지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알게 모르게 심신이 피곤하기도 하고 실제적으로는 무지막지하게 육체적으로 피로가 가중되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사소한 일부터 감당하기 어려운 일까지 죄다 해내어야만 하는 주부로서는 누구나 결혼하면 당연하게 다 그런 일을 해낸다고 치부하며
행사처럼 치뤄지는 그런 일들에 관심도 없으면서 당연하다고 여기는 남자들이야 저희들 편한대로 마구잡이 행세지만
사실은 그런 사소한 일들로 부터 전해지는 엄청난 무게감과 그로부터 전해지는 신셩의 예민함은 말할 것도 없고
극도로 민감해진 탓에 평온하던 마음의 균형이 깨어지고 은근 슬쩍 치밀어오르는 상실감이 어느샌가 몰려와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무너뜨림을 당하고 정체성을 급습당하며 옳지 않은 습속임을 말면서도에
어쩌지 못하고 사사건건 불평등을 인지해야하는 것도 사실이다.
여하튼 올해 들어 쥔장 스스로가 몸의 컨디션 난조와 순발력 부족으로 자꾸 다리를 다치고 꼬리뼈를 다치다 보니
모든 일에 의욕이 떨어지고 자꾸만 몸이 움츠러들고 모든 일에 귀차니즘이 발생하여 어떤 것이던지 일을 벌리기가 싫었다.
그리하여 웬만한 것은 이동을 거부하고 방콕하면서 지내기 일쑤였지만 그래도 명절만큼은 모르쇠로 지나갈 처지가 아니라
별 수 없이 조금씩 꼼지작 거릴 수밖에 없는데 그게 또 만만치 않은 것이다.
하여 이번에는 웬만하면 편안하게 명절을 치르자 싶어 지난 주 부터 열혈 티비 시청자가 되어 홈쇼핑을 주르르 꾀었다.
장보러 다니가 쉽지 않은 산골 전원주택인데다가 몸의 컨디션이 저조한지라 웬만하면 장보는 일을 줄이기 위해서 이고
번거롭기 짝이 없는 추석 새김치 담는 일도 이번만큼은 사양하는 것이 아무래도 나을 듯 하여 시도하게 된 웃지 못할 서글픈 일이다.
결혼 한 이후로 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웬만하면 제손으로 음식을 해먹자주의 였지만 이번반큼은 절대 노오.
더구나 남의 김치 먹는 것을 웬만해서는 좋아하지 않는 쥔장의 입장에서는 새김치를 담지 않는다는 것은 별 일 중에 별일이기도 하다.
사실 이번만큼은 너무나 몸이 고달픈지라 스스로가 피해가고 싶은 생각이 많았으나 그래도 기본은 해야되는 것이지 싶어
안할 수 없는 상황과 여건에 이런저런 불편함까지 고수하기는 싫었다.
그러다보니 손수 몸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리모콘으로, 폰뱅킹으로, 카드결제로 아주 손쉽게 무엇이든 해결이 되는 홈쇼핑이 천국이다.
사실 강력 추천할 일은 아니지만 더러 한 템포 쉬어갈 때는 정말 딱이지 싶은 것이 아주 굿이라는 말이다.
그렇게 준비하다보니 마트에서 한마리에 6,800원에 사서 쓰던 황태포가 열마리에 3만원 정도...무슨 이런 일이 있나 싶었다.
작년에도 한마리당 7,000원 꼴에 황태를 구입하였던 것이 어찌나 배가 아프던지...해서 시제를 지낼 준비까지 하느라 아예 축으로 사고 말았다.


뿐만 아니다.
지금은 배추 한포기에 싸게 사면 8,000원이요 좀 나은 것은 12,000원까지 한다고 하던데 어제 추석전 마지막 배송이자
더 이상은 상품이 없다는 김치를 밤 열두시 막바지 전쟁을 치르고 구입한 김치 가격은 약 5만원이 채 안된다.
게다가 각 방송마다 맛전쟁을 벌이며 내세운 갈비 명장들의 LA갈비 또한 소시민으로서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가격으로 판매중이니 얼씨구나....
그러다보니 홈쇼핑의 매력에 푹 빠져버리게 되었는데 더러 홈쇼핑에 미쳐서 난리굿이라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기도 하였다.
덧붙여 쌀을 들고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싶었던 송편이 엄청난 고민거리였는데 홈쇼핑에서 아예 송편까지 판매하더란 말씀.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영광모시 송편으로 해결해 버렸으니 그야말로 횡재한 기분이다.
기타등등 필요한 물품과 아직은 도착하지 않은 먹을거리들이 마저 배달이 되고나면 월요일 즈음에 장을 보러 나가
빠진 음식 준비만 하면 될터이니 올해만큼 편하게 음식준비하기는 세상에 처음이다.
그러다보니 역시 돈의 위력이 실감나기도 하고 당장에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 카드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경제 도둑인지도 알겠다.
좌우지간 어찌어찌하여 추석 명절 준비는 그런대로 척척 이뤄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아직은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은 고로 안심은 못하겠다.
내일은 넘어져 고달픈 다리 관리를 위해 다시 한의원으로 가봐야 할 것 같다.
허물어진 기氣를 돌려야 뭘해도 할 것이 아니던가.

그러다 보면 명절증후군으로 헤매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와중에 추석 밑 열흘 전 쯤에 피어나 추석 후 열흘까지만 존재한다는 꽃무릇이 무설재 뜨락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첫댓글 꽃무릇이 피었다고라~? 오호 이쁜지고~♡ 홈쇼핑을 그렇게 이용하는 지혜가~! 진작에 알았더라면 나도 갈비 좀 시켜놨다 애들 신행서 돌아오면 해줄것을... 하긴 얼마나 많이 한다고 그것까지 사서 하겠소만은 우리 어떤 명절이 돌아와도 명절증후군에서 자유롭다오 예수님 덕분에 제사 없으니 유후~! 할렐루야 ~♡
잊지도 않고 딱 추석 무렵에 피어나는 꽃무릇이 신기할 지경입니다 늘.
바쁘게 제사 지낼 일 없는 것, 그것도 명절증후군 따위와 산관없이 사는 것...행운입니다 그려.
차례나 제사, 명절 음식으로 가장 하기 싫은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불교, 아내는 기독교, 첫째아이는 무교, 둘째아이는 골수 기독교.
그렇다고 콩가루 집안은 아니구요, 종교 및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적 가정입니다.
우리의 관습은 다분히 유교적이지만 제사 및 차례상에 대한 유교적 명확함도 부족한 주소불명이나 같습니다.
힘들고 귀찮은 것을 계속 고집 한다는 것 또한 옳다고 볼 일도 아닌듯 합니다.
저 부터 개선 하고자해서 여쭙습니다.
대단하십니다...종교의 자유.
가장 민주적인 방법 인 듯 합니다.
엊그제 음식 평론가 황교익씨가 그러더군요.
추석같은 것은 즐거운 축제로 변환시켜야 한다고...나라에서 거국적으로.
원래 우리 문화도 아닌 중국의 문화를 고스란히 받아들여 우리 것화 한 유교문화가
어느 땐 정말 시대적 착오를 불러일으킨다는 생각을 합니다.
시대가 변하면 그에 걸맞는 방법을 찾아야하는 것이 마땅하거늘
초선님처럼 깨인 남자들이 많지 않더라구요.
명절을 빙자해 권위와 무소불위의 행태를 자행하는 남자들이 넘쳐나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