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어디서 만날까?
너는 서울이고 나는 태백이니 중간지점에서 만나면 어떨까?
원주역에서 만나자
아내 기일이 다가와 아들 얼굴 한 번 보자고 약속했다
딸은 애를 키우느라 내려오지 못하고...
아침부터 서둘러 7시 기차를 타고 원주역으로 향했다
9시 30분에 원주역에서 만났다
어디로 갈까?
마침 몇 년전에 갔었던 빵집을 찾아갔다
점심겸 차도 마시고 얘기도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한 번 카톡모임방에 올렸던 곳이다
원주 라뜰리에 김가 빵공장이다
예쁜 정원이 있고 맛있는 빵도 만들어 판매한다
여러가지 건강에 좋은 빵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과일 음료수도 종류가 다양하다
이걸로 점심과 차마시는 것이 다 해결되었다
난 커피 별로라 물만 마셨다
충주에서 태어난 아들이 이렇게 늙었으니 얼마나 세월이 흐른 것일까?
아들아 왜 다니던 회사는 그만두었니?
마누라는 직장에 내 보내고 너는 집에서 놀고 그러면 안된다
왜 아직도 자식을 낳지 않니?
왜 교회를 나가지 않니?
내가 서울로 올라가면 셋방도 얻기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니?
내갸 태백으로 내려간 것도 다 하나님 뜻이란다
어디를 가도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거든
내 걱정일랑은 말라 나는 어디를 가든지 잘 적응하며 산단다
아버지 제발 정치와 종교얘기는 하지 마세요
다른데서 그런 말하시면 사람들이 다 떠나가요
그리고 똑같은 말은 하지 마세요
나이가 드셨으니 자동차 운전은 하지 마세요
서울로 언제 올라오실 거에요?
음식 잡수실 때 흘리지 마세요
하고 싶은 것 다 하시고 가고 싶은데 마음껏 가면서 사세요
아줌마한테 매여 살지 마세요
다시 태백으로 내려간다
기차를 기다리다 보니 언젠가 집사람 만나러 갔던 천안역이 생각난다
70년대 후반이었으니 지금처럼 큰 규모의 역은 아니었다
천안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면 온양으로 가다 내려 30분 정도 걸어갔다
찾아간 나를 집사람과 장모님이 반긴다. 결혼 전 이야기다
세 분이 모두 내 곁에서 떠났다
이제 천안에 안 가본지도 7년이 지났다
화물차가 옆에서 덜커덩 소리를 내며 달려간다
영월을 지나간다
영월을 지나 예미에 이르르면 집사람이 예전에 살았던 마을이 나온다
나한테 이렇게 말했다
여기가 예미 함백이야 우리집은 개울가에 있었는데 홍수에 집이 떠내려가 다시 지었지
엄마 아버지는 천안에 가 계셔서 내가 동생들을 데리고 집을 다시 지었었지
아이고 그때 당신 고생참 많이 했겠네
동창님들
오늘 부활주일입니다
어제 걔란도 삶았고 떡도 했습니다
오늘 이웃 사람에게 달걀과 떡을 전했습니다
오늘은 부활주일입니다 라고 말을 하면서...
부화하는 병아리가 부활하는 모습같아서 달걀을 삶아 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다시 만날 것입니다
죽음도 우리를 갈라놓지 못합니다
우리는 다시 만납니다
동창님들
그 때는 우리가 교정에서 만나는 것처럼 반가울 것입니다
첫댓글
감명 깊게 잃었습니다
한편의 드라마를 ~인생사가 힘들다 해도 힘내셔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