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선택이 4개월 간다.'
지난 8월초 일본 주니치 생활을 청산하고 국내무대에 복귀한 '바람의 아들'이종범(31ㆍ기아). 국내 프로선수 중 최고 연봉인 3억5,000만원과 4,000만원짜리 엔터프라이즈 승용차까지 받고 지난 7월20일 입단 계약을 했다.
이 연봉은 삼성 이승엽의 3억원과 프로축구 전북 김도훈의 3억3,500만원, 프로농구 SK 서장훈의 3억 3,000만원을 뛰어넘는 사상 최고액. 그러나 이종범은 계약하기 전 '연봉 계산기'을 잘못 눌렀다. 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 동안 월봉 8,750만원씩을 받는 줄 알고 있었던 것.
모든 선수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한국야구위원회(KBO) 통일계약서에 따르면 '선수참가활동기간인 2월부터 11월까지 연봉을 10등분, 매달 지급한다'는 규정 뒤에 '참가활동을 하지 않을 경우 날짜를 따져 하루치인 연봉의 300분의 1씩을 감액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에 따르면 이종범은 4개월간 월 3,500만원씩 1억4,000만원 밖에 받을 수 없는 상황. 시즌 중 입단하는 외국인 선수의 경우 월봉 개념으로 매달 얼마를 받는다는 계약이 성립되지만 이종범은 임의탈퇴 신분이었기 때문에 해당사항이 없었던 셈.
미처 몰랐다. 나중에 이를 안 이종범은 허탈한 표정이었다. 여유만만하게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돌아섰지만 못내 아쉬운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선뜻 사인을 하진 않았을 텐데…."
2001시즌 주니치에서 연봉 8,000만엔(약 10억원ㆍ세금 포함)에 계약했던 이종범은 국내 복귀전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에서 2년간 135만달러(약 17억5,000만원)을 제시받기도 했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선 5억원 정도는 받을 것으로 여겼다. 그만큼 자신이 있었던 것.
이종범은 국내 프로야구에 복귀한 뒤 '이종범 신드롬'으로 관중몰이에 나서며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스타로 거듭났다. 이에따라 내년 '연봉왕'이 확실시 되는 이종범은 "올 연봉 문제는 이제 지나간 일"이라며 "내가 올시즌 아무런 잡음없이 열심히 한 만큼 구단에서도 내년엔 알아서 해주겠죠"라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