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전, 꼭 되짚어 보겠다고 붉은 줄만 긋고
영영 덮어버리고 만 책들에게 사죄한다
겉 핥고도 아는 체했던 모든 책의 저자에게 사죄한다
마흔 전, 무슨 일로 다투다가 속맘으로 낼, 모레쯤 화해해야지 작정하고
부러 큰소리 내어 옳다고 우기던 일 아프다.
세상에 풀지 못한 응어리가 아프다
쉰 전, 늦게 둔 아이를 내가 키운다고 믿었다
돌이켜보면, 그 어린 게 날 부축하며 온 길이다
아이가 이 구절을 마음으로 읽을 때쯤이면
난 눈썹 끝 물방울 같은 게 되어 있을 게다
오늘 아침, 쉰이 되었다,라고 두 번 소리내어 말해보았다.
서늘한 방에 앉았다가 무릎 한번 탁 치고 빙긋이 혼자 웃었다
이제부터는 사람을 만나면 좀 무리를 해서라도 따끈한 국밥 한 그릇씩 꼭 대접해야겠다고,
그리고 쓸쓸한 가운데 즐거움이 가느다란 연기처럼 솟아났다
-'오늘, 쉰이 되었다' / 이면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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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우 시인은 쉰이 되었다고
지천명이니 좀더 나은 삶을 살아보겠다고
다른사람에게 국밥한그릇 대접하며 살아보겠다고
되내이고 있다.
가난한 삶 때문에 일찌감치
노동현장에서 살았던 그가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해
과하지 않게 소박하게 이야기를 전한다.
쉰은 내게 찾아오지 않을 만큼 멀리 있는 단어였는데
쉰을 넘고 넘어 그렇게 또 하루를 채웁니다.
멀리 내다보고 달린 것도 아니고
그저 하루하루를 채웠는데
앞자리를 차지한 쉰이란 단어가
얼마나 따뜻한 사람으로 살고 있느냐고 묻는듯 합니다.
따뜻한 국밥이 아니어도
따뜻한 말 한마디로 위로가 되고
따뜻한 미소 하나로 위안이 되는
그런 하루가 되길바래봅니다.
아침 아홉시미사
열한시 미사,
그리고 윈저공소미사까지
고맙고 감사한 하루를 잘 보냈습니다.
따뜻한 국밥이란 문장에
원주 '모래내 순대'집이 그립습니다.
순대술국에 소주한병이 딱 만원..
내일은 오랜만에 지구사제모임이 있어서
토론토로 나들이 갑니다.
코로나 상황에 어찌 숨쉬며 살고 있는지
반가운 만남을 기대합니다.
평안하소서.
♬ 이장희 / 내나이 육십하고 하나일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