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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거창 - 위천(20~30분 간격) 강남 마을에서 하차하여 1.5km쯤 걷는다. [sam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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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산행기[사네드레]
경남 거창군 위천면에 위치한 현성산(965m)은 금원산(1,352.5m)을 모산으로 한다. 금원산 정상에서 북동으로 가지를 치는 능선이 있다. 이 능선은 약 10km 거리인 수승대에 이르러 그 여맥을 위천(渭川)에다 모두 가라앉힌다. 이 능선 상의 976m봉이 남동쪽으로 가지를 치는 암릉 상의 최고봉이 바로 현성산이다.
*드라이브 코스
거창 현성산으로 가는 코스는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이용, 무주나들목을 빠져나가는 길을 이용하면 된다. 무주나들목을 빠져나와 무주공설운동장 앞을 지나 30번 국도를 따라 설천을 지나 나제통문을 빠져나간 다음, 무풍에 이르러 30번 국도를 버리고, 오른쪽 1089번 지방도를 타고 대덕산과 삼봉산 사이 백두대간을 넘어 12km 거리인 고제면 소재지에 이르면 된다.
또는 설천에서 나제통문을 빠져나가기 전 삼거리에서 오른쪽 덕유산으로 들어가는 37번 도로를 타고 신풍령을 넘어 고제면에 이르는 코스도 괜찮다. 고제면에서는 면사무소 앞을 지나 약 2분 거리인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37번 국도를 타고 마리면 율리 장풍 삼거리에서 오른쪽길로 위천에 이르면 된다.
또는 대전~통영 고속국도 육십령터널을 빠져나가 15분 거리인 지곡나들목을 빠져나와 거창, 안의 방면 24번 국도를 탄다. 약 20분 거리인 마리파출소가 보이는 마리삼거리에 닿는다. 마리삼거리에서 왼쪽 37번 국도로 들어가 6~7분 거리에 이르면 장풍삼거리에 닿는다.
장풍삼거리에서 왼쪽 길로 들어가 3분 거리에 이르면 위천 SK주유소 앞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금원산 자연휴양림 4.5km' 라고 쓰인 안내판이 있는 왼쪽 길로 들어가 5분 가량 주행하면 금원산 자연휴양림 매표소에 닿는다. 주차는 매표소를 지나 다리 건너 왼쪽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산행코스
미폭~남릉~연꽃바위~정상~사문가바위~지재미계곡~가섭사지~매표소
현성산 등산은 금원산자연휴양림 입구인 매표소에 닿기 직전 200m 거리인 미폭에서 시작된다.
도로에서 미폭 오른쪽으로 쌍무덤이 있다. 이 쌍무덤 뒤 송림 숲으로 들어서면 산길이 뚜렷하게 이어진다. 처음부터 가파르기 짝이 없는 산길을 따라 5~6분 가량 올라가면 슬랩지대가 반긴다. 거칠고 흰 화강암을 지나 간단한 세미클라이밍 장소 두 곳을 기어오르면,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완만한 송림터널로 들어선다.
5분 거리에 이르면 양지바른 장소에 순흥 안씨 무덤이 나타난다. 무덤을 뒤로하면 또 가파른 송림터널이다. 4~5분 더 오르면 완만한 슬랩이 나타난다. 슬랩을 지나 7~8분 거리에 이르면 오래된 제단석에 태극마크가 음각되어 있는 경주 정씨 무덤이 나타난다.
계속 이어지는 송림을 지나 20분 가량 올라가면 본격적으로 암릉 구간이 시작된다. 45도 경사에 30m 길이 슬랩은 어렵지 않게 기어오를 수 있다. 그러나 초심자들은 상단부 소나무에 매어놓은 밧줄을 잡고 오르는 것이 안전하다.
30m 슬랩을 올라서면 분재와 같은 소나무들이 서 있는 너럭바위를 밟는다. 너럭바위에서는 금원산 자연휴양림 시설물들이 점점이 자리하고 있는 유안청계곡이 골골샅샅이 내려다보인다.
너럭바위를 뒤로하면 정면으로 거대한 피라밋을 보는 듯한 현성산 정상이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10분 가량 올라가면 연곷바위 아래에 닿는다. 왼족으로 마치 연곷잎이 벌어진 듯한 흰 바위 아래로 우회해 30m 거리에 이른 다음, 오른쪽 어른 키 높이 바위를 세미클라이밍으로 올라가면 수백 년 세월을 비바람에 시달렸을 분재와 같은 소나무 두 그루가 있는 연꽃바위 꼭대기에 닿는다. 30m 슬랩 상단 보다 더욱 광활한 조망이 펼쳐진다.
연꽃바위를 내려서서 아기자기한 암릉길로 7~8분 거리에 이르면 거대한 잠수함처럼 생긴 높이 4~5m에 길이 40m가 넘는 바위덩어리가 세로로 자리하고 있다. 이 바위 오른쪽 아래로 30m 거리에 이른 다음, 왼쪽 세미클라이밍 장소를 기어오르면 잠수함을 닮은 바위 위로 올라서게 된다.
잠수함 바위 위에 서면 남쪽으로 부챗살을 펼친 듯한 노송 뒤로 삼각형을 이룬 어른 키 높이의 짙은 회색 기암이 있고, 북쪽에는 어른 키 두 길에 사각형을 이룬 베이지색 기암이 눈길을 끈다. 보는 방향에 따라 삼각형바위는 티롤 모자 같기도 하고, 동물 머리 같이 보이기도 한다.
다시 세미클라이밍 장소를 내려서서 15분 가량 올라가면정상 직하 갈림길이 나타난다. 왼쪽 우회길이 안전한 길이고, 오른쪽 길은 수십 길 절벽을 이룬 세미클라이밍 구간이다. 바위에 단단하게 뿌리를 내린 물푸레나무 밑둥이나 뿌리를 잡고 오르게 된다.
홀드와 스텐스가 연이어 지는 바위를 50m 가량 세미클라이밍으로 올라서면 머리 위로 높이 2m의 물푸레나무 밑둥에 길이 1.5m 가량 되는 밧줄을 매놓은 장소가 나타난다. 저절로 고소공포증이 느껴지는 장소다.
이곳에서 밧줄을 잡고 2m 직벽을 올라 물푸레나무를 넘어서면 곧이어 왼쪽 우회길과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다시 완만한 암릉길로 20분 가량 더 오르면 정상이다.
정상에서 조망은 막히는 곳이 없다. 북으로 서문가바위 뒤 금원산 북동릉 상의 976m봉 능선 너머로 하늘금을 이루는 덕유산 향적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향적봉에서 오른쪽으로는 백두대간 상의 못봉 신풍령 삼봉산 대덕산 등이 펼쳐진다. 시계바늘 방향으로는 양각산과 흰대미산 너머로 수도산과 가야산도 보인다.
동으로는 보해산과 금귀산 너머로 합천 방면 별유산과 비계산이 보이고, 비계산에서 오른쪽으로는 두무산 오도산 숙성산 산줄기가 시야에 들어온다. 남으로는 조두산 능선 뒤로 감악산 정상 송신탑도 보인다. 조두산 오른쪽으로는 유안청계곡을 품고 있는 기백산이 하늘금을 이루고, 서쪽으로는 지재미계곡 건너로 금원산이 마주보인다.
금워산에서 오른쪽으로는 날카로운 산세를 한 덕유산이 보인다. 남덕유에서 시계바늘 방향으로는 삿갓봉 무룡산 향적봉까지 그야말로 봉황이 꼬리를 늘어뜨린 듯 시원하게 펼쳐진다.
하산은 일단 북릉을 탄다. 계속 암릉으로 이뤄진 북릉으로 25분 거리인 '←지재미마을, ↑금원산'이라고 쓰인 안내판이 있는 삼거리에서 왼쪽 화살표 방향으로 내려가도 된다. 산행시간을 조금 더 길게 잡고 싶으면 삼거리에서 계속 북릉을 탄다.
북릉으로 10분 가량 올라가면 서문가바위에 닿는다.
서문가바위는 이자성(二字姓)인 서문씨(西門氏)가 나왔다는 간단한 전설이 있다. 또 하나는 임진왜란 때 이 바위 아래 석굴에서 서씨와 문씨 성을 가진 두 남자와 어느 여자 한 명이 함께 피난살이를 하다가 이 여자가 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의 성이 두 남자의 성을 다서 서문가(西門哥)가 되었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서문가바위를 뒤로하고 암릉으로 20분 가량 올라가면 976m봉 삼거리를 밟는다.
976m봉 삼거리에서 계속 북쪽으로 이어지는 뚜렷한 능선길은 밀목재로 가는 길이다. 976m봉에서 남서쪽 금원산 방면 능선길로 발길을 옮겨15분 거리에 이르면 '←지재미마을, ↑금원산' 이라고 쓰인 안내판이 있는 삼거리에 닿는다. 이 삼거리에서 왼족 지능선 내리막길로 발길을 옮겨 8~9분 가량 내려서면 낙엽송숲 아래 지재미계곡 상류 계곡에 닿는다. 이어 계곡길을 따라 25분 가량 내려서면 거대한 분지 한 가운데에 위치한 지재미마을에닿는다.
농가 세 채가 전부인 지재미마을에서 계류를 따라 이어지는 오솔길을 따라 15분 가량 내려서면 마애삼존불상이 있는 가섭사지 암자 앞에 닿는다. 가섭사지 암자 앞에서 오른쪽 내리막길로 발길을 옮기면 곧이어 문바위(文岩)를 지나간다.
문바위 아래에서 오른쪽으로 계류를 건넌 다음, 약 100m 거리에서 오른쪽으로 통나무다리를 건너 5분 가량 내려서면 자연휴양림 매점 앞이다. 매점을 뒤로하고 5분 거리에 이르면 매표소로 건너기 전 다리 오른쪽 주차장에 닿는다.
주차장에서 매표소 앞을 지나 미폭~남릉~연꽃바위를 경유하여 정상에 오른 다음, 서문가바위~976m봉~금원산 방면 삼거리~지재미계곡~가섭사지를 경유하여 다시 주차장에 이르는 산행거리는 약 7km이다. 산행시간은 5시간 안팎이 소요된다.
*교통 및 숙식
서울남부시외버스터미널(서초동)에서 1일 13회(08:40~17:50) 운행하는 거창행 직행버스 이용. 요금 15,500원. 3시간30분 소요.
서울 동서울시외버스터미널(전철 2호선 강변역)에서 1일 4회(09:00, 10:10, 14:30, 17:00) 운행하는 수승대 경유 거창행 고속버스 이용, 위천에서 하차. 요금 17,800원. 3시간 소요.
대구 시외버스터미널(053-656-2824~5)에서 1일 67회(06:00~21:00) 운행하는 고속도로 경유 거창행 버스 이용. 요금 4,000원. 1시간10분 소요.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50분 간격(07:00~18:40)으로 운행하는 거창행 고속도로 경유 버스 이용. 요금 11,600원. 2시간50분 소요.
광주 종합버스터미널(062-360-8800~14)에서 1일 9회(05:30~17:00) 운행하는 거창행 직행버스 이용. 거창에서 하차. 요금 9,800원. 2시간30분 소요.
거창 시외버스터미널(055-942-3801)에서 30분 간격(06:10~19:20)으로 운행하는 위천행 시외버스 이용. 요금 1,050원. 25분 소요.
거창에서 위천 경유 상천리행 버스 1일 4회(06:50, 08:40, 12:00, 18:40) 운행. 요금 어른 1,000원, 어린이 850원. 이 버스편이 20분 후 위천버스정류장(055-943-0463)에서 상천리로 들어간다. 요금 700원. 5분 소요. 서흥여객 전화 055-944-3720.
휴양림 입구까지 택시 5,000원.
숙박은 금원산자연휴양림의 콘도식 산막(12실)과 방갈로식 산막(13동) 및 야영장 이용. 산막사용료 2인용(2평) 30,000원, 4~8인용(4~5평) 40,000원, 15인용(8평) 50,000원, 복합산막 사용료 5인용(10평) 50,000원, 7인용(11평) 60,000원, 10인용(13평) 80,000원, 13인용(16평) 100,000원.
양여장 사용료 텐트 1동 2,500원, 데크 4,000원.
주차비 소형(12인승 이하) 3,000원, 대형 5,000원.
입장료 어른 1,000원(단체 30인 이상 800원), 군인 청소년 600원(500원), 어린이 6세 이상 300원(200원).
금원산자연휴양림 안내전화 055-943-0340, 940-3574, FAX 963-2602.
또는 상천리와 자연휴양림 입구 사이 도로변에 있는 유안청산장(055-943-0891)과 독가촌민박(943-9895)에서 숙식이 된다. 민박료 유안청산장 1실 30,000원, 독가촌민박 작은방(4인용) 20,000원, 큰방(6~7인용) 30,000원. 유안청산장에서 백반정식(3,000원), 메기탕(4인분 30,000원), 오리탕(1마리 30,000원), 토종닭백숙(30,000원)을, 독가촌민박에서 산채비빔밥(5,000원), 콩국수(4,000원), 토종닭백숙(30,000원) 등을 판다.
참고: 월간<산>2002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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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원산(1,353m)과 현성산(965m) 사이의 골짜기를 지재미골이라 한다. 이 지재미골은 들머리는 좁고 보잘것 없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면 넓고, 왼편으로 우람한 금원산이 올려다 보이며 오른편으로 암릉으로 이어진 현성산 줄기가 올려다 보여 경관도 좋다. 골짜기 들머리는 좁고 꼬불꼬불해서 안을 들여다보기 어렵지만 안쪽은 넓어서 여러 집이 농사를 지으며 숨어 살기에 좋아 그야말로 난리에 피난처로 알맞은 곳이다.
이러한 조건은 속세를 떠나 조용히 수도하기에 좋은 곳이라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지재미골에는 예전에 가섭사라는 큰 절이 있었고 절 아래 큰 바위덩이 굴 속에 정교하게 새긴 마애삼존불(보물 530호)이 있다.
또 고려말 조선조 초에 달암 이원달 선생은 고려가 망하자 두 임금을 섬기지 않으려고 부인, 사위 유환과 함께 이지재미골에 숨어들어 순절하기도 했다. 그로인해 지재미골 들머리의 문바위에 '달암 이선생 순절동' 이라 새겨져 있기도 하다.
여기 거창, 안의 일대는 고려말 왜구의 치입, 이진왜란 등 많은 난리를 겪으며 참화를 입었다. 그 난리들을 겪을 때마다 지재미골은 근처 많은 백성들에게 좋은 피난처가 되었다. 어느 난리에서는 지재미골의 한 굴에서 두 남자와 한 여자가 같이 지내다가 여자에게 아이가 생기자 아이의 성을 결정하기 어려워 두 남자의 성을 합쳐서 복성으로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지재미골의 들머리에 금원산자연휴양림의 관리사가 따로 있다. 매표소 근처의 미폭, 선녀폭 외에 금원산쪽 골짜기는 자운폭, 용폭, 유안청폭포 등이 있어 경관이 좋고 숲이 좋은 데다 산막, 야영장, 물놀이장, 주차장 등의 시설이 잘 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지재미골에는 골짜기에 있는 단일 바위로는 가장 크다는 문바위가 있어 볼만하다. 덩치가 큰 우람한 바위여서 오래 전부터 호신암, 가섭암, 금달암, 두문암, 지우암, 기도암, 용의 여의주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문바위 위의 바위덩이 안에 정교하게 새겨진 마애삼존불은 보물 530호로 고려 예종 때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바위 위의 가섭사 터는 지금은 감나무 몇 그루와 푸른대나무 숲만이 눈에 띄지만 대나무 숲 뒤로 들어가면 거대한 암벽이 담처럼 길게 늘어서 있고 그 아래는 굴이 비스듬히 깊게 패어 있다. 무성한 대나무 숲이 앞을 가리고 있어 아래의 굴은 물론 긴 암벽도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현성산의 또 하나 좋은 점은 조망이다. 향적봉에서 무룡산 삿갓봉을 거쳐 남덕유에 이르는 길은 장쾌한 덕유산 줄기가 한눈에 보이고 수도산, 단지봉, 가야산에 이르는 산줄기도 거침없이 보인다.
현성산은 금원산의 동편 한 단 아래에 자리잡고 있다. 위천 등 현성산의 동쪽은 물론 신풍령 등 먼 곳에서도 아침 나절에 특히 잘 보이는 산이다. 현성산에 촘촘히 박힌 잿빛 바위들이 햇빛을 받아 거의 흰색으로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소문에 의하면 거무시가 검게 보이면 세상이 화평하고 희게 보이면 세상이 어지러워 진다고 한다. 현성산의 이름은 원래 거무시로 정태준이 지은 <거창의 명산>에 의하면 성스럽고 높다는 뜻의 감뫼가 검산-검성-검무성-거무시로 되었는데 거무시를 검다는 뜻의 현(玄)자를 써서 한자로 현성산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현성산은 가까이에 있는 금원산, 기백산 줄기나 덕유산 줄기와는 달리 바위가 많은 산이다. 특히 거의 남북에 걸친 긴 산줄기와 동면이 온통 바위로 되어 있어 아기자기하고 경관이 아름답다.
현성산 산행은 현성산 산줄기의 남쪽 끝인 미폭에서 시작해 온통 암릉으로 된 주릉을 따라 주봉인 거무시와 향일봉(서문바위)을 지나 위천면과 북상면의 경계에 있는 필봉(970m)까지 가서 산등성이를 타고 금원산쪽으로 가다 지재미골로 내려서서 마애불을 보고 문바위를 지나 금원산휴양림 매표소로 나오면 좋다.
그러나 미폭에서 거무시까지의 암릉이 좀 길고 어려운 곳이 있어 고년의 산행에는 좀 어려운 길이다. 그래서 고년의 산행은 지재미골의 문바위를 지나 마애불에서 시작하여 가섭사 터를 거쳐 직접 거무시로 오른 다음 향일봉과 필봉을 오르고 역시 지재미골로 내려서서 문바위로 돌아가는 것이 좋다.
문바위~마애불~가섭사터~거무시~향일봉~필봉~지재미골
미폭을 오른쪽으로 보며 산모퉁이를 지나면 휴양림의 매표소가 있다. 매표소를 지나면 바로 다리를 건너게 된다. 다리 위아래의 개울이 무척 아름다워 들머리부터 마음을 설레게 한다. 왼편 아래쪽에 넓은 주차장도 보인다. 다리를 건너 개울을 따라 조금 오르면 지재미골과 휴양림 시설이 주로 들어서 있는 큰 골짜기의 합수점이 있다.
이 합수점 일대는 휴양림 관리소, 매점, 안내판 등이 모여 있어 어느 도시의 공원 같은 느낌이 든다. 여기에서 오른편 큰 길을 따라 조금 가면 이번에는 아래 위 두 개의 주차장이 왼편에 있다. 여기에 '마애삼존불 500m, 문바위 350m'의 안내판이 있다. 안내판대로 300m를 가면 앞에 거대한 바위를 보며 개울을 건넌다. 바로 문바위다.
너무나 커서 바위가 아니라 작은 산 같다. 문바위 위에 나무 몇 그루가 있고 어떻게 올라가서 쌓았는지 작은 돌탑도 보인다. 길쪽의 면에 '달암 이선생 순절동(達岩 李先生 殉節洞)' 이라 새겨져 있다.
문바위 조금 위에는 마애삼존불 안내판과 관리사가 있고 관리사 왼편 조금 위에 마애불로 오르는 돌계단이 보인다. 계단은 커다란 바위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커다란 바위들이 20여 평의 굴을 이루고 오른편 바위 벽면에 삼존불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다. 삼존불의 오른편에 조성기가 있는데 많이 닳기는 했지만 글을 판독한 결과 고려 예종 때에 조성한 것으로 밝혀 졌다고 한다.
가섭사 터는 마애불 위에 있다. 마애불 관리자는 마애불 입구를 오가며 밟고 짚은 손바닥과 발바닥 자국이 있다며 가리켜 주었다. 이 바위를 지나 마애불을 에워싸고 있는 바위의 왼편으로 잡풀과 바위 사이를 이리저리 올라가면 감나무, 밤나무 등 과목이 있고 푸른 대나무 숲이 우거져 있는 공터가 있다.
여기가 가섭사 터로 그원산과 기백산이 올려다 보이고 지재미골이 내려다 보여 우리의 눈에도 좋은 터임을 알 수 있다. 대나무 숲을 헤치고 그 뒤로 들어가면 높고 긴 암벽이 늘어서 있는데 묘한 것은 암벽의 아래쪽이 비스듬히 깊게 패어 들어가 많은 사람들이 들어앉을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안쪽에 샘도 있어 마애불에서는 이 물을 끌어다 쓰고 있다. 이 긴 굴은 앞에 우거진 대나무 숲이 있어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긴 아벽의 오른편 한 단 높은 반석에 어설픈 석탑이 하나 서 있고, 거무시로 오르는 길은 우선 석탑 앞을 지나 산비탈에서 왼편으로 오르게 되어 있다. 그래서 가섭사 터가 있는 산줄기의 등성이로 길은 이어진다.
산줄기가 좋아서 턱마다 묘가 있다. 처음에는 떼가 없는 세 자리의 묘가 위아래로 있고 두 번째 묘는 비 문인석 등 석물이 많다. 그런가 하면 거의 평토가 되어 버린 묘도 지난다. 이 근처에서 위를 보면 날카로운 삼각봉의 거무시와 그 아래 거무시를 닮은 작은 삼각봉이 올려다 보인다. 등성이 같지 않은 널찍한 평지를 지나는가 하면 좌우에 희고 거대한 암사면을 내려다 보며 지나기도 한다.
아래에서 보았던 작은 삼각봉은 크나큰 바위덩이로 봉우리가 아니고 하나의 턱이어서 왼편으로 돌아 위로 올라야 한다. 여기서부터는 거무시의 삼각봉으로 직접 올라 붙는 길이어서 매우 가파르다.
거무시의 주봉은 우뚝한 바위봉우리로 세 면이 낭떠러지여서 북쪽으로만 겨우 오를 수 있다. 마애불에서 거무시까지 오르는데 50여 분이 걸린다.
거무시의 고스락은 날카롭게 우뚝 솟은 바위봉우리의 꼭대기여서 10여 명만이 겨우 설 수 있지만 마치 하늘 위에 선 느낌이 들고 조망이 매우 훌륭하다. 서쪽으로 가까이 올려다 보이는 금원산과 기백산 줄기는 당연한 조망이지만 북편으로 향적봉에서 남덕유에 이르는 덕유산 줄기와 그 오른편으로 대덕산에서 건너 뛰어 수도산에서 단지봉을 거쳐 가야산에 이르는 산줄기하며 의상봉, 비계산, 오도산 등과 황매산, 웅석봉에 이어 지리산까지 조망되어 그 하나 하나의 산이 확인될 때마다 즐거움은 더해진다.
이 거무시에서 피어오르는 연꽃처럼 보이는 이른바 향일봉(서문바위)을 거쳐 필봉까지는 까다로운 암릉으로 이어져 있다. 좌우가 낭떠러지인 데다 날카로운 암릉으로 어렵고 위태로운 듯 보이지만 그 암릉 사이로 이리 돌고 저리 돌며 또 비집고 비끼며 교묘하게 길이 이어져 있어 그다지 어렵거나 위태롭지 않다. 오히려 경관이 좋은 데다 아기자기하고 조심조심 하노라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지만 산행은 재미있게 이어진다. 널찍한 바위를 만나서 그 위에서 바랑을 벗어 놓고 쉬게 되면 주위의 기막힌 경관들에 홀려서 자연스레 탄성을 지르고 자리를 뜰 줄 모른다.
특히 향일봉은 여러 쪽의 바위들이 모여서 하늘을 향해 솟아 있어 마치 피어나는 연꽃과 같다.사람들은 이를 연꽃바위라 하기도 하지만 원래는 하늘을 향해 퍼져오른 암봉이어서 향일봉이라 하고 서문바위라는 별명도 있다. 이 향일봉을 왼편으로 비껴 돌아가면 그 아래에 전망 좋은 바위가 있어 주위의 경개를 둘러보며 쉬기에도 좋다.
거무시 산줄기의 가장 북쪽에 있는 필봉(970m)으로 계속 가려면 한바탕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가야 한다. 여기 잘록이에서 필봉을 거치지 않고 지재미골 막바지로 내려서는 갈림길도 있다. 필봉 쪽의 암릉도 소나무와 어우러진 암릉이어서 여전히 보기 좋다.
필봉은 거무시 산줄기 맨 북쪽의 가장 높은 970m의 봉우리로 북상면과 위천면의 경계를 이루며 금원산으로 올라가는 산줄기 위에 놓여 있는 봉우리다. 따라서 덕유산 줄기가 거침없이 건너다 보아는 자리에 있다. 거무시에서 필봉까지는 50분쯤이 걸린다.
하산은 금원산으로 뻗은 산줄기를 타고 20여 분이나 가다 오른편 지재미골로 내려서게 된다. 이 20여 분의 등성이길도 높은 암벽의 어긋난 바위틈을 지나는 등 꽤 재미있다.
지재미골로 내려서는 하산길은 처음엔 작은 산등을 타고 내려가다 점차 골짜기의 울창한 숲속을 지나게 된다. 숲을 벗어나면 거의 평지다. 오래 도니 묵정밭이어서 가시넝쿨이 많지만 억새도 많다. 가을에 하얀 새품이 햇빛을 받아 부드럽게 빛날 때의 그 깨끗하고 청순한 광경은 모든 사람들을 들뜨게 만든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은 억새나 주위의 경관에만 정신을 팔다보면 언덕에서 멀어질 염려가 있다. 그 일대가 높이가 다른 묵정밭들이어서 언덕이 많기 때문이다.
묵정밭을 벗어나면 농작물이 있는 밭가운데 감나무가 있는 집터에 이른다. 여기가 독가촌인 셈이다. 지금은 오히려 개울 건너에 농가 한 채가 있다. 여기는 숲을 막 벗어난 곳이고 바위들도 있어 대부분의 하산객들이 여기서 한 차례 쉬고 가게 된다.
여기서 조금 내려가 골짜기의 개울을 건너면 개울 왼편에 넓은 경운기 길리 뻗쳐있다. 개울을 끼고 천천히 내려가면 곧 마애불 아래를 지나고 문바위도 지나 휴양림 입구에 다다라 산행을 끝내게 된다.
산등성이에서 내려서서 마애불까지는 40여 분, 주차장까지는 50여 분이 걸린다. 그래서 총 산행시간은 4시간 가량이 된다.
*산길
매표소 바로 앞의 미폭에서 바로 등성이로 붙어 암릉을 타고 거무시~향일봉~필봉~지재미골~마애삼존불~문바위~매표소 길과 매표소~문바위~마애삼존불~가섭사터~거무시~향일봉~필봉~지재미골~매표소 두 길이 있다.
*교통과 접근
현성산에 가려면 반드시 거창군 위천면 면사무소가 있는 장기를 거쳐야 한다. 위천까지는 경상남도 서부지역(하동, 진주, 사천, 함양, 산청), 전남과 육십령을 넘는 전북 남부지역에서는 거창을 거치지 않고 거창에 이르기 전에 마리삼거리에서 위천으로 가면 된다. 대전, 충남 나부지역, 전북 북부지역에서는 무주구천동 입구 삼공리를 지나 신풍령을 지나면 위천에 갈 수 있다.
거창을 거칠 경우에는 거창에서 위천을 왕복하는 군내버스가 자주 있으며, 휴양림이 있는 상천리까지 들어가는 버스도 하루 네 차례 있다.
*숙식
휴양림에 산막과 야영장(예약 필요)이 있으며 위천에 있으나 거창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다.
참고: 월간<사람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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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금원-기백 능선은 경남 거창과 함양을 가르는 해발 1300m대의 거대한 '벽'이다. 동시에 많은 산꾼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산행지이기도 하다. 겨울철 눈꽃 만발할 때면 그 인기는 더욱 높아진다.
그렇다고 여름에 인기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높은 산이라면 당연히 깊은 계곡을 품고 있기 마련. 이 능선의 서쪽에 형성된 깊고 수려한 계곡이 그 유명한 함양 용추계곡이고, 동쪽 거창 쪽으로는 금원산자연휴양림이 자리 잡은 유안청계곡과 지재미계곡 한수동계곡 등 아름다운 계곡들이 형성돼 있다. 한바탕 땀을 쏟아낸 뒤 맑고 시원한 계류에 발을 담그고 산행의 피로를 씻어내는 즐거움은 빼놓을 수 없는 여름 산행의 묘미다. 일부에서는 금원산 기백산과 용추계곡 서쪽의 황석산 거망산까지 묶어서 '서부 알프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영남알프스에 비견될 만큼 산세가 웅장하고 아름답다는 의미일 터. 남덕유산에서 월봉산을 거쳐 흘러내린 산줄기가 좌우로 갈라지며 형성된 이 산군은 이제 전국의 산꾼들에게도 친숙한 서부 경남의 유명 산행지로 부상했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현성산 정상을 향해 오르던 도중 만난 전망대에서 금원산(왼쪽 멀리 보이는 높은 봉) 방향의 풍광을 살피고 있다. 산 아래 지재미계곡과 수많은 기암괴석을 자랑하는 현성산은 여름 명품 산행지로 꼽힌다. |
그런데 이 산들의 명성에 가려 조금은 홀대받고 있는 산이 바로 이번 주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찾아간 거창 위천면의 현성산(玄城山·965m)이다. 금원산(1352.5m)에서 북동쪽 수승대 방향으로도 뻗어 내린 산줄기가 중간쯤 이르러 다시 남쪽으로 아담한 가지를 뻗어 놓았는데, 그 곳에 있는 바위 투성이 산이 바로 현성산이 있다. 별로 크지 않은 산이지만 수승대 유원지 주변이나 위천 들판의 강동 강남불 상천 등의 마을에서 서쪽을 바라봤을 때 검푸른 바위 줄기를 5, 6가닥 땅을 향해 늘어뜨린 모습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산자락에 서문가바위, 문바위, 가섭사지 마애삼존불상 등 역사와 전설을 머금은 볼거리가 많고 암릉에도 기묘한 모양의 바위가 즐비해 숨은 명산으로 통한다.
현성산을 오르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이번에는 험한 바위능선을 곧바로 타고 올라 암릉 산행의 재미를 만끽하고 장쾌한 조망도 한껏 즐긴 후 지재미계곡으로 하산해 땀을 씻어내는 코스를 이용했다. 짧지만 굵은 코스다. 무더운 여름철이라는 점을 고려한 답사 산행이다. 이 코스는 현성산만을 오르고자 할 때 가장 추천하고 싶은 길이기도 하다. 더 긴 산행을 원한다면 금원산 정상까지 갔다가 동봉에서 유안청계곡으로 하산해도 무방하지만 여름철 뙤약볕 아래 일반 주말 산꾼들에게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산행이다.
전체 산행은 금원산자연휴양림 매표소 200m 못 미친 곳에 있는 미폭을 기점으로 삼는 원점회귀로 진행된다. 미폭~첫 나무계단~갈림길~두 번째 나무계단 위 전망대~전망대~현성산 정상~갈림길~서문가바위(연화봉)~976봉 삼거리~갈림길~계곡 지류~지잠 고원마을 독립가옥(이정표)~가섭사지 마애삼존불상~문바위~선녀담~매표소~미폭 순이다. 총거리 7.5㎞에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4시간가량 걸린다. 휴식과 식사를 포함해도 5시간이면 넉넉하다.
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
미폭(米瀑)은 이름 그대로 하얀 쌀 낱알이 굴러 내리는 듯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40m쯤 되는 바위면을 타고 물이 흘러내리는 모양을 하고 있다. 옛날에 폭포 위에 동암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해서 동암폭포라고도 불린다. 동암사에서 쌀 씻은 물이 흘러내렸다고 해서 '쌀 이는 폭포'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폭 오른쪽에 의성 김씨 묘 옆 철조망 사이로 들머리가 나 있다. 길은 곧바로 가팔라져 초반부터 땀을 꽤 흐르게 한다. 잇따라 로프를 잡고 바위면을 타고 오르면 7분 뒤 첫 번째 나무계단이 나온다. 계단을 오르면 왼쪽에 작은 전망대가 있는데 발아래 미폭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4분 후 안부 갈림길에서는 직진한다. 왼쪽 길은 미폭 위 작은 골짜기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계속 능선을 타고 20분쯤 오르면 두 번째 나무계단을 통과한다. 이곳 역시 설치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이 구간은 모두 슬랩지대였는데 어느새 안전시설이 설치됐다. 계단 위에 오른쪽이 탁 트이는 전망대다. 진행 방향에 거대한 바위절벽을 낀 봉우리가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위천면 들판과 수승대 유원지를 품고 있는 위천 일대가 시원스레 조망된다. 좀 더 먼 동쪽으로는 수도산~가야산 능선이 아스라이 보이고 동남쪽 멀리에는 비계산 오도산 등의 명산들도 조망된다.
낙엽송 지대를 지나 10분 만에 또다시 만나는 40m 높이의 나무계단을 오르면 왼쪽 조망이 열리는 전망대가 나온다. 이곳 또한 예전에는 대슬랩구간이었는데 안전시설 덕분에 크게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게 됐다. 이 바위 윗부분이 연꽃모양이라고 해서 연꽃바위로 불리기도 했다.
현성산 정상에서 서문가바위(오른쪽 봉)와 덕유산 주능선이 보인다. |
왼쪽으로 펼쳐진 그림은 거대한 벽 또는 성 아래로 수십 갈래 계곡이 펼쳐져 있는 '한 폭의 동양화다'. 금원산에서 기백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그 아래로 유안청계곡 지재미계곡 한수동계곡 등 수려한 계곡들이 바닥을 드러내지 않은 채 굵은 선을 그리고 있다. 또한 발아래 계곡 건너 가까운 능선에는 거대한 치마바위가 한낮의 햇빛을 반사하며 번쩍거리고 있다. 경력 많은 산꾼이라면 아마도 눈에 보이는 저 앞 금원~기백 능선까지 한달음에 달려보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릴 것 같다.
이어지는 길 역시 암릉의 연속이다. 잠시 솔숲 길을 걷는가 싶으면 어느새 바윗길을 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세모바위 네모바위 잠수함바위 등 희한한 모양의 바위들을 오르거나 우회하며 걷는다. 안전시설이 대폭 확충돼 암릉길의 위험도가 크게 줄어든 것은 다행스러운데 한편으로는 약간의 아쉬움도 없지 않다. 발길 닿는 곳마다 전망대여서 좌우로 펼쳐지는 시원한 풍광을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든 구간을 1시간가량 가면 비로소 커다란 바위로 이뤄진 현성산 정상으로 로프를 잡고 오르게 된다. 거창경찰서 산악회에서 세운 정상석(玄城山 해발 965m)에는 작은 글씨로 '거무시('떠나기 전에' 박스 기사 참조)'라고 표기해 놓고 있다. 현성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압권이다. 사방 거칠 것 없는 가운데 북서쪽 금원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너머 먼 곳에 남덕유산에서 삿갓봉 무룡산으로 이어지는 덕유능선이 특히 인상적이다. 곧이어 닿을 서문가바위(연화봉)의 하늘을 찌를 듯한 모습이 도드라져 보이고 동쪽으로는 수도산~가야산 능선이 하늘금을 그리고 있다.
지재미골 하류에서 만나는 문바위. 가섭사의 일주문 역할을 했다고 한다. |
현성산 정상과 관련, 한 가지 생각해 볼 것도 있다. 지리산 산꾼으로 유명한 성락건 선생의 저서 '남녘의 산'에 따르면 "거창 현성산의 정상을 '하늘바래기(또는 하늘바라기)'라고 부르는데 이 예쁜 이름은 온데간데없고 이 말을 '해 또는 하늘을 향해 솟은 봉'이라는 뜻의 한자 말로 바꾸어 향일봉(向日峰)이라 부르니 안타깝다"고 적고 있다. 성 씨는 또한 하늘바래기라는 봉우리 이름을 이 땅 봉우리 이름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고 덧붙이고 있다.
정상 바위에서 내려서면 곧바로 갈림길이다. 왼쪽 능선은 문바위 쪽으로 곧바로 하산하는 길. 취재팀은 서문가바위 방향으로 직진한다. 계속되는 암릉을 통과, 10분 만에 안부 갈림길에 닿는다. 왼쪽은 지재미계곡으로 하산하는 길. 능선을 계속 타고 10분쯤 가면 현성산 정상에서 보았던 서문가바위에 닿는다. 하지만 전문 암벽클라이머가 아니면 오를 수 없는 바위여서 아쉽기는 하다. 서문가바위라는 이름은 임진왜란 당시 서씨와 문씨 성을 가진 두 남자가 한 여인과 함께 이 바위 아래 석굴에서 피란생활을 했는데 그 여인이 아이를 낳자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길이 없어 성을 서문(西門)씨(氏)로 붙였다는 전설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것은 전설일 뿐이다. 안음 서문씨의 시조는 고려 말 공민왕의 왕비였던 원나라 노국공주를 따라 원나라에서 건너온 서문기(西門記)이며, 왕으로부터 안음군(현재 거창 위천면, 함양 안의면 일대)의 땅을 식읍으로 받아 이 지역에 정착했다고 알려져 있다. 서문기는 이후 고려가 패망하자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며 금원산 자락의 바위 암봉 아래에 숨어 살았다고 전해진다. 그 암봉이 현재의 서문가바위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이 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기도 한다.
보물 제530호인 가섭사지마애삼존불상. 계단 위 자연석굴 안에 있다. |
서문가바위에서 삼거리인 976봉까지는 10분쯤 암릉을 타고 더 가야 한다. 금원산에서 북동쪽으로 뻗어내린 주능선에 닿은 것. 이 산줄기는 오른쪽으로 필봉을 지나 수승대 앞에서 위천(渭川)으로 흘러든다. 산행 방향은 금원산 정상 쪽인 왼쪽 내리막이다. 5분 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금원산으로 향하는 주능선을 계속 타는 것인데 취재팀은 리본 흔적이 거의 없는 왼쪽 능선길로 하산로를 잡았다. 오른쪽 능선으로 10분쯤 더 가서 만나는 쉼터 갈림길에서 표지판을 보고 왼쪽으로 내려서도 된다.
초반 완만하다 싶던 내리막 능선이 갑자기 급경사를 이루며 쏟아져 내리더니 15분 후 경주 이씨 묘를 지나 5분만 더 가면 갈림길이다. 능선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10분쯤 가다가 만나는 쉼터에서 하산하는 길과 만난 것이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70여 m만 더 가면 작은 개울을 지나고 또 한 번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은 서문가바위 인근 안부에서 내려서는 길이다. 오른쪽 완만한 내리막의 그늘진 숲길을 따라 걸으며 개울을 건너면 15분 만에 지잠 고원마을의 독립가옥 앞 이정표에 닿는다. '금원산 1-1'이라는 번호가 표시돼 있다. 왼쪽 널따란 비포장 임도를 따라 내려서면 지재미계곡을 한 차례 건넌다. 포장된 임도를 만나 10분만 더 내려오면 가섭사지 마애삼존불상(보물 530호)에 닿는다. 관리동 뒤쪽으로 50m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자연 석굴 안 바위에 삼존불이 새겨져 있다. 고려 중기인 1111년에 조성됐다고 하는데 18세기까지 존재했다는 가섭사의 상징과 같은 부처님이다. 다시 관리동 쪽으로 내려와 큰 길을 따라 100m만 내려서면 길이 20m 높이 20m가량의 엄청난 크기의 문바위를 만난다. 가섭사의 일주문 역할을 했다고도 하고 지재미계곡의 대문 역할을 했다고도 하는 이 바위는 단일 바위로는 국내 최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바위를 지나 계곡을 건너면 현성산으로 곧바로 오르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금원산자연휴양림 입구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지재미계곡과 유안청계곡이 갈라지는 삼거리를 지나 다리 하나를 건너면 왼쪽에 선녀담이 있다. 선녀폭포로도 불리는 이곳은 옛날에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3명이 아름다운 경치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그만 하늘로 오르지 못해 물 밑 바위로 숨어들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아이를 못 낳은 부녀자가 이곳에서 기도하면 잉태를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기점인 미폭까지는 3분이면 족하다.
◆ 떠나기 전에
- 거창 위천면 주변 명산 이름에 대부분 '검다'는 뜻 내포
현성산 정상석에는 작은 글씨로 '거무시'라고 따로 적혀 있다. 이 산의 옛 이름이다. 원래 현성산은 '거무시' 또는 '거무성'으로 불렸다. 성스럽고 높음을 뜻하는 '감'의 한문 표기를 검을 현(玄)으로 해서 현성산이 됐다는 것이다. 감뫼-검산-거무성-거무시로 변천한 것의 한문 표기라는 것. 또 '거무시'를 '검은 성'으로 해석해 현성산으로 썼다는 설도 있다. 그런데 현성산의 모산(母山)인 금원산(金猿山) 역시 정상석 뒷면 원래 이름이 '검은산'이었다고 설명돼 있다. 금빛 원숭이가 날뛰는 것을 붙잡아 바위에 가두었다는 전설 때문에 금원산이 됐다는 이야기도 있긴 하지만 금원산 역시 '검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성산 남쪽에 솟은 오두산(烏頭峰) 역시 원래 이름이 '가막달'이다. 이 산의 정상에 거무스름하고 둥근 바위가 얹혀 있다. 역시 '검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거창 위천면을 둘러싼 금원산 현성산 오두봉 등은 모두 '검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검다'는 말의 뜻을 단순히 색상의 의미로만 보기보다는 '높고 성스럽다'는 뜻을 내포한 것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산행 후 위천면 당산리에 있는 당송(천연기념물 제410호)을 둘러볼 만하다. 수령 600년을 자랑하는 당송은 국가적 대사 때마다 "웅, 웅"하는 소리를 내며 운다고 한다. 1910년 한일강제병합, 1945년 광복, 1950년 한국전쟁 발발 때도 울음소리를 냈다고 전해진다.
◆ 교통편
- 거창읍에서 금원산휴양림행 버스 하루 4회 운행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거창행 버스는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40분까지 40분~1시간 간격으로 하루 13회 운행된다. 2시간40분 소요, 1만2800원. 거창터미널(시외:055-942-3601 시내:055-944-3720)에서 현성산 들머리인 위천면 상천리 금원산자연휴양림 입구까지는 오전 8시20분, 낮 12시, 오후 3시, 6시30분 등 하루 4회 운행하는 군내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1900원. 휴양림 입구에서 거창으로 가는 군내버스는 오후 1시5분, 4시15분, 7시10분에 있다. 거창발 부산행 버스는 오후 6시40분까지 40분~1시간 간격 운행.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88고속도로 거창IC에서 거창 방면으로 우회전해 절부사거리에서 함양 방면으로 좌회전, 국도 3호선을 탄다. 이어 마리삼거리에서 위천 방면으로 우회전한 후 장풍삼거리 장풍숲다리 앞에서 위천 수승대 금원산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위천면사무소 인근에서 금원산 방면으로 좌회전하면 정면에 바위투성이 산이 보이는데 바로 현성산이다. 5분이면 도착 가능한 휴양림매표소 부근에 주차할 수 있다.
문의=국제신문 주말레저팀 (051)500-5169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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