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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병자구(無病自灸)
병도 없는데 스스로 뜸질을 한다는 뜻으로, 쓸데없는 일에 정력을 쏟아 화를 부른다는 말이다.
無 : 없을 무(灬/8)
病 : 질병 병(疒/5)
自 : 스스로 자(自/0)
灸 : 뜸 구(火/3)
출전 : 장자(莊子) 잡편(雜篇) 제29편 도척편(盜跖篇)
장자(莊子) 잡편(雜篇) 도척편(盜跖篇)에 나오는 말이다. 이 편은 장자가 도척의 말을 빌려 공자의 예교주의(禮敎主義)를 통렬하게 공박한 픽션(fiction; 사실이 아닌 상상에 의하여 쓰여진 이야기나 소설)으로, 인물과 그 관계도 모두 우화화(寓話化)한 것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자의 친구 유하계(柳下季)에게는 도척이라는 동생이 있었다. 도척은 천하의 큰 도적이었다. 그는 9천명의 졸개를 거느리고 천하를 마음대로 오가며 제후들의 영토를 침범하여 포학한 짓을 자행하는가 하였다.
남의 집에 구멍을 뚫어 문지도리(문짝을 여닫을때 문짝이 달려 있게하는 물건; 문추門樞)를 떼어낸 뒤 물건을 훔치고 남의 소와 말을 빼앗아가며 부녀자를 납치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이익을 탐하느라고 부모 형제를 돌보지 않고 조상의 제사도 지내지 않았다. 그가 지나가면, 큰 나라에서는 성을 지키고 작은 나라는 농성(籠城)하여 난을 피하는 형편이었다.
공자는 천하에 도척이 있다는 것은 유하계의 수치일 뿐 아니라 인의(仁義)와 도덕(道德)을 가르치는 자신에게도 큰 수치라고 생각하여 그를 설득하러 찾아갔다. 공자가 도척의 산채로 찾아가 만나기를 청하자, 도척은 공자의 위선을 비웃으며 만나기를 거절했다.
공자가 재삼 간청을 하고서야 만나기를 허락한 도척은 공자를 보고, “네가 말하는 것이 내 뜻에 맞으면 살아남을 것이고 내 뜻에 거슬리면 죽음을 당할 것이다.”하며 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질렀다.
공자는 도척의 기세에 눌려 한껏 도척을 칭찬하였지만, 오히려 도척은 그러한 공자의 비굴을 들어 칼자루를 만지며 공자를 꾸중하였다. 놀란 공자는 설득은 커녕 오히려 목숨마저 위태롭게 되어 한달음에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는 수레에 올랐지만 세 번이나 고삐를 잡으려다 놓치고, 눈은 멍하여 보이지도 않았으며, 얼굴은 잿빛이 되었다. 수레 앞의 가로막대에 엎드린 채 숨도 쉬지 못할 정도였다.
그길로 돌아와 노(魯)나라 동문 밖에서 유하계를 만났다. 유하계가 “요즘 볼 수가 없더군. 거마(車馬)를 보니 여행을 갖다온 모양인데, 혹 도척을 만나고 온 것은 아닌가?”하고 묻자, 공자는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면서 그렇다고 하였다.
유하계가 다시 “그래, 도척이 내가 전에 말한 바와 같지 않던가?”하니, 공자는 이렇게 말하였다. “맞네. 나는 이른바 병도 없이 스스로 뜸질을 한 격이네(丘所謂無病而自灸也 구소위무병이자구야). 허겁지겁 달려가 호랑이 머리를 쓰다듬고 호랑이 수염을 가지고 놀다가 하마터면 호랑이 주둥이를 벗어나지 못할 뻔 했네.”
긁어 부스럼이란 말이 있다. 가만히 자기 본분만 지키면 될 것을 공연히 나서 일을 망치는 경우에 쓰이는 말이다. 긁어 부스럼이란 속담은 피부가 근질근질 한 정도는 한번 긁어줌으로 인해서 쉽게 근질거림이 사라지지만 심한 가려움증은 한번 긁는것으로는 쉽게 가려움증이 가시지 않는다. 긁고 긁다 못해 손톱으로 긁게 되고 그 자리에 상처가 나고 피가 나게 됨으로 인해서 가려움증이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긁어 부스럼이란 속담이 생긴 것이다.
무병자구(無病自灸)
무병자구(無病自灸)는 '병이 없는데도 스스로 뜸질을 한다'라는 뜻으로, 불필요한 노력을 들여 스스로 고생을 사서 하거나 쓸데없이 정력을 낭비하여 화를 자초함을 비유하는 고사성어입니다.
무병자구(無病自灸)는 병도 없는데 스스로 뜸을 뜬다는 뜻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데 쓸데없는 일을 벌여 스스로 고생을 사서 하거나 화를 부르는 상황을 비유하는 고사성어입니다. 우리말 속담의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와 일맥상통하는 말입니다.
無는 '없다'는 뜻으로, 여기서는 병이 없는 상태를 나타냅니다. 病은 '병'이라는 뜻이며, 병에 걸렸거나 괴로운 상태를 가리킵니다. 自는 '스스로'라는 뜻으로, 남이 시킨 일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행동함을 나타냅니다. 灸는 '뜸' 또는 '뜸을 뜨다'라는 뜻으로, 약쑥으로 피부에 열을 가해 병을 다스리는 행위를 가리킵니다.
여기서 뜸은 실제 치료 행위라기보다 꼭 필요하지 않은 행동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아무 문제도 없는 일에 괜히 손을 대어 문제를 만들거나, 충분히 괜찮은 상황을 건드려 불편하게 만드는 모습을 비꼬는 표현으로 쓰입니다. 비슷한 속담으로는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마라'가 있습니다.
영어권 표현 가운데 'Let sleeping dogs lie'는 '잠자는 개를 그대로 두어라'는 뜻으로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마라' 또는 '가만히 있는 일을 건드려 복잡하게 만들지 마라'입니다. 평화롭게 가라앉아 있는 상황을 굳이 건드려서 문제를 키우거나 귀찮은 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잠자는 개를 깨우면 짖거나 물 수 있으므로, 가만히 두는 것이 상책이라는 비유에서 나왔습니다.
유사한 한자성어로는 화사첨족(畵蛇添足) 또는 사족(蛇足)이 있습니다. 뱀을 그리면서 발을 덧붙인다는 뜻으로, 안 해도 될 쓸데없는 짓을 하다가 도리어 일을 그르치는 것을 말합니다. 또 금의야행(錦衣夜行)으로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간다는 뜻으로, 아무 보람이나 쓸데없는 노력을 허비함을 비유합니다.
관련 속담으로는 '긁어 부스럼'이 있습니다. 가만히 두면 아무 탈이 없을 일을 괜히 건드려서 오히려 나쁜 결과를 만들거나 괴롭게 되었다는 뜻으로 무병자구와 가장 잘 통하는 우리 속담입니다. 또 '남의 잔치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한다'는 속담은 쓸데없이 상관없는 일에 참견하거나 나서는 행동을 비유할 때 쓰입니다.
무병자구(無病自灸)는 장자(莊子) 잡편(雜篇) 제29편 도척편(盜跖篇)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병도 없는데 스스로 뜸을 뜬다는 뜻입니다. 필요 없는 행동으로 문제를 만들거나 힘을 낭비하는 상황을 비유합니다. 장자 잡편 제29편 도척편(盜跖篇)은 공자와 천하의 대도둑인 도척의 만남을 통해 유교의 인의도덕(仁義道德)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진정한 자연의 삶과 본성 회복을 주장하는 우화입니다.
이 우화는 공자가 천하의 대도둑으로 악명 높은 도척을 찾아가 인의예지(仁義禮智)로 감화시키려다, 오히려 도척에게 독설을 듣고 완패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도척은 공자가 말하는 도덕이 결국 지배층의 이익을 대변하고 세상의 혼란을 부추기는 위선에 불과하다고 비판합니다. 성인들이 만든 법과 제도가 오히려 큰 도둑들이 도둑질을 더 편하게 하도록 도와주는 꼴(지혜를 훔치는 행위)이라고 꼬집습니다.
인위적인 규범과 예의로 인간을 억압하기보다는, 타고난 그대로의 순수한 본성과 자연의 삶(무위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진정한 구원임을 강조합니다. 동양 철학의 대표적인 사상인 도가(道家) 사상의 핵심 주장입니다. 특히 노자(老子)와 장자(莊子)가 강조한 철학적 관점입니다.
인위적인 행위를 하지 않고, 세상의 흐름과 자연의 법칙에 따라 살아가는 것을 뜻합니다. 도가에서는 유가(儒家)사상이 강조하는 인의(仁義), 예악(禮樂), 규범 등을 인간의 순수한 본성을 망치고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인위적인 구속으로 보았습니다.
인위적인 가치관에서 벗어나 타고난 그대로의 순박한 본성(소박, 소아)을 회복하고,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삶을 살아갈 때 비로소 인간은 정신적 자유와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성인 공자(孔子)에게는 유하계(柳下季)라는 바른 품성의 친구가 있었는데, 그의 동생인 도척(盜跖)은 수천 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악명 높은 대도독(큰 도둑)이었습니다.
공자는 유하계를 찾아가 "자고로 부모는 자식을 가르치고, 형은 동생을 교화해야 하는 법인데, 어찌 동생의 악행을 방치하느냐"라며 도척을 직접 만나 타일러 보겠다고 나섰습니다. 이에 유하계는 동생이 성격이 불 같고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인물이니 절대 가지 말라며 만류했습니다.
그럼에도 공자는 도척을 찾아가 대의명분과 도덕을 설파했으나, 도척은 크게 분노하며 오히려 공자를 위선자라 비난하고 죽이겠다며 협박했습니다. 결국 공자는 아무런 소득 없이 두려움에 떨며 겨우 도망쳐 나왔습니다.
이후 허탈하게 돌아오는 공자를 본 유하계가 걱정스레 묻자, 공자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내가 이번에 한 행동은 참으로 어리석었네. 병도 없는데 스스로 뜸을 떠서 고통을 자초한 꼴(無病而自灸)이 되었으니, 사자의 머리털을 비비고 호랑이의 꼬리를 밟아 하마터면 호랑이 입에 먹힐 뻔했네."
불필요한 참견이나 과도한 노력으로 오히려 정력을 낭비하고 화를 자초함을 뜻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갈 상황에서,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될 일에 참견했다가 도리어 큰 손해를 입거나 곤경에 처했을 때 자주 인용됩니다.
인위적인 도덕 규범(인의, 예악)이 오히려 인간의 참모습을 얽매고 인욕을 자극한다고 봅니다. 인간 사회의 허울 좋은 명예와 재물 탐욕에서 벗어나, 가식 없는 본래의 자연스러운 삶으로 돌아갈 것을 강조합니다.
비슷한 표현으로는 병도 아닌데 앓는 소리를 낸다는 뜻의 무병신음(無病呻吟)이 있는데, 이는 작은 일을 크게 떠벌리거나 엄살을 피우는 상황에 가깝습니다. 반면 무병자구는 실제로 어떤 행동을 해서 결과를 악화시키는 쪽에 무게가 있습니다.
莊子 雜篇 제29편 盜跖篇
장자 잡편 제29편 도척편
이 편은 주인공이자 전설상의 유명한 도둑의 이름인 '도척(盜跖)'을 편 이름으로 삼았다. 이 편의 대부분은 공자와 도척의 만남을 이야기하고 있는 제1장에 할애되어 있는데 공자를 '도구(盜丘)'로 질타하는 도척의 언설을 통해 유가의 위선적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특히 세상 사람들은 공자를 성인이라 칭송하고, 도척을 도둑이라 비난하지만 이 편에서는 도척이 도리어 공자를 도둑이라고 질타하고 있는데 이 같은 서사구조는 다분히 후대의 소설과 유사한 점이 있다.
제2장에서는 공자의 제자로 벼슬을 얻기 위해 수행에 매진하는 자장(子張)과, 욕망 그대로 이익을 따르며 자유롭게 사는 만구득(滿苟得)이라는 자연인의 대화를 기록하고 있다. 만구득은 수행을 하라고 충고하는 자장에게 명예를 추구하는 것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 없으며, 부(富)나 명예를 좇아 세속적 성공에 몸을 희생하는 것은 다 같이 자연인 천(天)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제3장에서는 무족(無足)과 지화(知和)의 대화를 통해 명리(名利)를 다투는 세상 사람들의 미혹된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제1장]
제1장에서는 공자를 ‘盜丘(도구)’로 질타하는 도척의 언설을 통해 유가의 위선적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특히 세상 사람들은 공자를 성인이라 칭송하고, 도척을 도둑이라 비난하지만 이 편에서는 도척이 도리어 공자를 도둑이라고 질타하고 있다.
1. 공자, 도척을 설득하러 가다
孔子與柳下季為友.
공자여유하계위우.
공자(孔子)와 유하계(柳下季)는 서로 친구 사이였다.
柳下季之弟名曰盜跖.
유하계지제명왈도척.
그런데 유하계의 아우는 이름을 도척(盜跖)이라 하였다.
盜跖從卒九千人, 橫行天下, 侵暴諸侯,
도척종졸구천인, 횡행천하, 침폭제후,
도척은 9천 명의 졸개를 거느리고 천하에 횡행하면서 제후들의 영토를 침략하고 포악한 행동을 일삼으며,
穴室樞戶, 驅人牛馬, 取人婦女,
혈실추로, 구인우마, 취인부녀,
남의 집에 구멍을 뚫어 문 지도리를 떼어내고 들어가 남의 소나 말을 떼로 몰아 훔쳐내며, 남의 부녀를 납치 탈취하며,
貪得忘親, 不顧父母兄弟, 不祭先祖.
탐득망친, 불고부모형제, 부제선조.
도적질하여 얻는 이득을 탐하느라 친척도 잊었으며, 부모형제도 돌보지 않았고, 조상들에게 제사도 지내지 않았다.
所過之邑, 大國守城, 小國入保, 萬民苦之.
소과지읍, 대국수성, 소국입보, 만민고지.
그래서 이 도척(盜跖)의 무리가 지나가는 성읍은, 큰 나라는 성벽을 닫아 굳게 지키고, 작은 나라는 보루(堡壘)에 들어가 지켜서 만백성들이 그를 고통스럽게 여겼다.
孔子謂柳下季曰: 夫為人父者, 必能詔其子; 為人兄者, 必能教其弟.
공자위유하계왈: 부위인부자, 필능소기자: 위인형자, 필능교기제.
공자가 유하계(柳下季)에게 말하였다. "남의 아버지 된 사람이라면, 반드시 그 아들을 훈계하여 이끌 수 있어야 하고, 남의 형 된 사람이라면, 반드시 그 아우를 가르쳐 깨우칠 수 있어야 합니다.
若父不能詔其子, 兄不能教其弟, 則無貴父子兄弟之親矣.
약부불능소기자, 형불능교기제, 즉무귀부자형제지친의.
그런데 만약 아버지로서 그 자식을 훈계하여 이끌 수 없고, 형으로서 그 아우를 가르칠 수 없다면, 부자와 형제 같은 친척을 귀하게 여길 까닭이 없지 않겠습니까.
今先生, 世之才士也, 弟為盜跖, 為天下害, 而弗能教也, 丘竊為先生羞之, 丘請為先生往說之.
금선생, 세지재사야, 제위도척, 위천하해, 이불능교야, 구절위선생수지. 구청위선생왈설지.
이제 선생은 세상이 알아주는 재사(才士)이면서, 그 아우는 도척이라는 큰 도적으로 천하의 해(害)가 되고 있는데도 가르쳐 깨우치지 못하고 있으니, 나는 적이 선생을 위해서 이 일을 부끄러이 여깁니다. 그러하니, 나는 선생을 대신하여 가서 그를 설득해 보겠소."
柳下季曰: 先生言, 為人父者必能詔其子, 為人兄者必能教其弟.
유하계왈: 선생언, 위인부자필능소기자, 위인형자필능교기제.
유하계(柳下季)가 말하였다. "선생이 말씀하시길, '남의 아비 된 사람은 반드시 그 자식을 훈계하여 이끌 수 있어야 하고, 남의 형 된 사람은 반드시 그 아우를 가르쳐 깨우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若子不聽父之詔, 弟不受兄之教, 雖今先生之辯, 將奈之何哉?
약자불청부지소, 제불수형지교, 수금선생지변, 장내지하재?
만일 자식이 아버지의 훈계를 듣지 않고 아우가 형의 가르침을 받지 않는다면 비록 지금 선생의 웅변으로 설득한다 한들 장차 그것을 어찌할 수 있겠습니까?
且跖之為人也, 心如涌泉, 意如飄風, 強足以距敵, 辯足以飾非.
차척지위인야, 심여용천, 의여표풍, 강족이거적, 변족이식비.
또한 도척(盜跖)이란 녀석의 사람됨은 마음은 용솟음치는 샘물처럼 끝이 없고, 의기(意氣)는 격렬한 회오리바람처럼 사나우며, 육체의 강건함은 어떤 적이라도 막아내기에 충분하며, 언변은 자기 잘못을 꾸며대어 변명하기에 충분합니다.
順其心則喜, 逆其心則怒, 易辱人以言. 先生必無往.
순기심즉희, 역기심즉노, 이욕인이언. 선생필무왕.
상대가 제 마음에 들면 기뻐하지만, 제 마음에 거슬리면 욕지거리로 남을 어렵지 않게 욕보입니다. 선생께서는 절대 가지 마십시오."
孔子不聽, 顏回為御, 子貢為右, 往見盜跖.
공자불청, 안회위어, 자공위우, 왕견도척.
그러나 공자는 유하계(柳下季)의 충고를 듣지 않고 안회(顔回)더러 수레를 몰라 하고 자공(子貢)을 오른편에 앉힌 뒤 도척(盜跖)을 만나 보러 갔다.
2. 공자는 도척보다 위선자이다
盜跖乃方休卒徒太山之陽(도척내방휴졸도태산지양), 膾人肝而餔之(회인간이포지).
도척은 이때 마침 졸개들을 태산(太山)의 남쪽 기슭에서 쉬게 하고, 사람의 간(肝)으로 회(膾)를 쳐서 그것을 간식으로 먹고 있었다.
孔子下車而前(공자하거이전), 見謁者曰(견알자왈): 魯人孔丘(노인공구), 聞將軍高義(문장군고의), 敬再拜謁者(경재알배자).
공자가 수레에서 내려 앞으로 나아가서 알자(謁者)를 보고 말했다. "노(魯)나라 사람 공구(孔丘)는 장군의 높은 의리를 듣고 알자(謁者)에게 삼가 재배합니다."
謁者入通(알자입통), 盜跖聞之大怒(도척문지대노), 目如明星(목여명성), 髮上指冠(발상지관), 曰(왈): 此夫魯國之巧偽人孔丘非邪(차부노국지교위인공구비야)? 為我告之(위아고지); 爾作言造語(이작언조어), 妄稱文(망칭문) 武(무), 冠枝木之冠(관지목지관), 帶死牛之脅(대사우지협), 多辭繆說(다사유설), 不耕而食(불경이식), 不織而衣(부직이의), 搖脣鼓舌(요순고설), 擅生是非(천생시비), 以迷天下之主(이미천하지주), 使天下學士不反其本(사천하학사불반기본), 妄作孝弟而儌倖於封侯富貴者也(망작효제이교행어봉후부귀자야). 子之罪大極重(자지죄대극중), 疾走歸(질주귀)! 不然(불연), 我將以子肝益晝餔之膳(아장이자간익주포지선).
알자(謁者)가 들어가 도척에게 전하였더니, 도척은 그 말을 듣고 크게 노하여 눈은 번쩍거리는 별과 같고, 갓을 찌를 듯 머리카락을 위로 솟구치면서 말했다. "이자가 저 노나라의 위선자 공구(孔丘)인가? 아닌가? 내 말이라고 하면서 그에게 전하라. '너는 말을 만들고 이야기를 지어내어, 함부로 문왕(文王)이다 무왕(武王)이다 하며 칭송하고, 머리에는 나뭇가지처럼 장식이 많은 갓[冠]을 쓰고, 허리에는 죽은 소의 옆구리 뱃가죽으로 만든 허리띠를 차고 다니면서, 수다스레 잘못 투성이의 유설(繆說)을 지껄여대고, 농사짓지 않으면서 밥 먹으며, 베를 짤 줄도 모르면서 옷을 입고 다닌다. 게다가 입술을 놀리고 혀를 움직이면서 제멋대로 선악시비(善惡是非)의 기준을 만들어 천하의 군주들을 미혹시킨다. 그리하여 천하에서 학문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근본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만들면서, 함부로 효도(孝)니 공경(弟)이니 하는 덕목을 만들어 놓아 제후에 봉해지고 부귀하게 되는 요행을 바라게 하는 자이다. 그러니 너의 죄는 커서 무겁게 처벌받아야 할 것이다. 빨리 돌아가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의 간으로 점심식사의 반찬에 보탤 것이다.'"
孔子復通曰(공자복통왈): 丘得幸於季(구득행어계), 願望履幕下(원망리막하).
그런데도 공자는 다시 알자(謁者)를 통해서 말했다. "저는 장군의 형님이신 유하계(柳下季)와 친하게 지내고 있으니, 부디 장군의 신발이나마 군막(軍幕) 아래에서라도 바라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謁者復通(알자복통), 盜跖曰(도척왈): 使來前(사래전).
알자(謁者)가 다시 전하였더니 도척(盜跖)이 말했다. "내 앞으로 데리고 오도록 하라."
孔子趨而進(공자추이진), 避席反走(피석반주), 再拜盜跖(재배도척).
공자는 종종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자리를 피해서 도척에게 두 번 절했다.
3. 공자, 도척을 설득하기 위해 말하다
盜跖大怒, 兩展其足, 案劍瞋目, 聲如乳虎, 曰: 丘來前! 若所言, 順吾意則生, 逆吾心則死.
도척은 크게 노하여 양다리를 떡 벌리고 앉은 채로 칼자루를 손에 잡고 눈을 부릅뜨고서, 마치 젖먹이는 어미 호랑이와 같이 사나운 소리로 말하였다. "구(丘)는 앞으로 나오라. 네가 하는 말이 내 마음에 들면 살려줄 것이고, 내 마음에 거슬리면 죽여버리겠다."
孔子曰: 丘聞之, 凡天下有三德; 生而長大, 美好無雙, 少長貴賤見而皆說之, 此上德也; 知維天地, 能辯諸物, 此中德也; 勇悍果敢, 聚眾率兵, 此下德也.
공자가 말하였다. "제가 듣건대, 천하에는 세 가지 미덕(美德)이 있다 합니다. 태어나면서부터 키가 크고 체격이 장대해서, 용모의 아름다움이 뛰어나 누구도 비길 수 없고, 젊은이도 늙은이도, 귀한 이도 천한 이도 모두 그를 보고 좋아하게 되는 것, 이것이 상덕(上德)입니다. 지식은 천지(天地) 만상(萬象)을 다 싸안아서 모르는 것이 없고, 능력이 모든 사물을 두루 다 처리할 수 있는 것 이것이 중덕(中德)입니다. 용맹하고 결단력이 있어 많은 사람을 모아서 군대를 인솔할 수 있는 것, 이것이 하덕(下德)입니다.
凡人有此一德者, 足以南面稱孤矣. 今將軍兼此三者, 身長八尺二寸, 面目有光, 脣如激丹, 齒如齊貝, 音中黃鐘, 而名曰盜跖, 丘竊為將軍恥不取焉.
사람 중에 누구라도 이 가운데 한 가지 덕이라도 갖추고 있으면, 충분히 군주의 자리에 앉아 제후로 일컬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 장군께서는 이 세 가지 덕을 전부 갖추고 계십니다. 키는 여덟 자 두 치나 되고, 얼굴에서는 빛이 나며, 입술은 선명한 붉은 빛깔을 하고 있으며, 치아는 모양이 아름다운 조개껍질처럼 정돈되어 아름다우며, 목소리는 육률육려(六律六呂)의 기본음인 황종(黃鍾)의 음률에 들어맞습니다. 그런데도, 세상에서는 장군을 이름하여 도척이라 하고 있으니 저는 적이 장군을 위하여 이를 부끄럽게 여겨 따르지 않습니다.
將軍有意聽臣, 臣請南使吳越, 北使齊魯, 東使宋衛, 西使晉楚, 使為將軍造大城數百里, 立數十萬戶之邑, 尊將軍為諸侯, 與天下更始, 罷兵休卒, 收養昆弟, 共祭先祖. 此聖人才士之行, 而天下之願也.
장군께서 제 말을 따를 뜻이 있으시다면, 저는 남쪽으로는 오(吳)나라와 월(越)나라에 사신으로 가고, 북쪽으로는 제(齊)나라와 노(魯)나라에 사신으로 가고, 동쪽으로는 송(宋)나라와 위(衛)나라에 사신으로 가고, 서쪽으로는 진(晉)나라와 초(楚)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그들로 하여금 장군을 위하여 사방 수백 리 되는 커다란 성곽(城郭)을 만들어서 수십 만 호의 성읍(城邑)을 건립하게 하고 장군을 제후의 한 사람이 되어 존경받게 하고 온 천하 사람들과 더불어 세상을 개혁하고 난세를 일신(一新)하여 전쟁을 그만두고 병졸들을 쉬게 하고, 장군의 형제들을 거두어 양육하며 공손히 조상의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것이 성인(聖人)과 재사(才士)의 행동이고 또한 천하 만민의 소원입니다."
4. 도척보다 공자가 끼친 해가 더 크다
盜跖大怒曰: 丘來前. 夫可規以利而可諫以言者, 皆愚陋恒民之謂耳.
도척대노왈: 구래전. 부가규이리이가간이언자, 개우루항민지위이.
도척(盜跖)은 더욱 크게 노하여 말했다. "구(丘)여! 내 앞으로 더 가까이 나오라. 이익을 가지고 행동을 고칠 수 있고 말로 충고하여 바로잡을 수 있는 상대는 모두 어리석은 보통 사람이라고 일컬을 뿐이다.
今長大美好, 人見而悅之者, 此吾父母之遺德也. 丘雖不吾譽, 吾獨不自知邪?
금장대미호, 인견이열지자, 차오부모지유덕야. 구수불오예, 오독부자지야?
지금 (나의 체격과 용모가) 장대하고 아름다워서 사람들이 보고서 나를 좋아하는 것, 이것은 나의 부모가 물려준 미덕이니, 구(丘) 그대가 나를 칭찬해 주지 않더라도 내가 유독 그것을 스스로 알지 못할 것인가?
且吾聞之; 好面譽人者, 亦好背而毀之. 今丘告我以大城衆民, 是欲規我以利而恒民畜我也.
차오문지; 호면예인자, 역호배이훼지. 금구고아이대성중민, 시욕규아이리이항민축아야.
또 내가 듣건대, '남의 면전에서 칭찬하기를 좋아하는 자는 뒤돌아서 헐뜯고 욕하기를 좋아한다'고 하더라. 지금 구(丘) 그대가 나에게 커다란 성곽과 많은 백성들을 준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나를 이익으로 규정(規正)해서 범속한 인간으로 취급하여 나를 먹이고 길들이고자 하는 것이다.
安可久長也? 城之大者, 莫大乎天下矣.
안가구장야? 성지대자, 막대호천하의.
그러나 〈그 큰 성곽과 많은 백성을 소유함이〉 어찌 오래갈 수 있겠는가? 그리고 성곽의 크기로 치자면 천하보다 큰 것이 없다.
堯舜有天下, 子孫無置錐之地; 湯武立為天子而後世絕滅. 非以其利大故邪?
요순유천하, 자손무치추지지; 탕무립위천자이후세절멸. 비이기리대고야?
요(堯)나 순(舜)은 천하를 자기의 것으로 소유하였지만, 그 자손들은 송곳 하나 세워놓을 좁은 땅조차 없었으며, 탕왕(湯王)이나 무왕(武王)은 스스로 서서 천자가 되었지만, 그 자손은 모두 끊어지고 멸망하고 말았다. 이것은 그들이 손에 넣은 이익이 너무 컸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且吾聞之; 古者禽獸多而人少. 於是民皆巢居以避之, 晝拾橡栗, 暮栖木上. 故命之曰有巢氏之民.
차오문지; 고자금수다이인소. 어시민개소거이피지, 주습상률, 모서목상. 고명지왈유소씨지민.
또한 나는 이런 말을 들었다. '아주 옛날에는 새와 짐승은 많았고 인류는 숫자가 적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살면서 짐승의 해(害)를 피했고, 낮에는 도토리나 밤을 줍고 날이 저물면 나무 위에 올라가 잠을 잤다고 한다. 그래서 이 사람들을 명명(命名)하여 유소씨(有巢氏)의 백성이라고 하였다.
古者民不知衣服. 夏多積薪, 冬則煬之. 故命之曰知生之民.
고자민부지의복. 하다적신, 동즉양지. 고명지왈지생지민.
또 옛적에 사람들은 옷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여름이면 땔나무를 쌓아두었다가 겨울에는 이것으로 불을 때면서 지냈다. 그래서 이들을 명명하여 삶의 지혜를 아는 지성(知生)의 백성이라고 하였다.
神農之世, 臥則居居, 起則于于; 民知其母, 不知其父; 與麋鹿共處, 耕而食, 織而衣; 無有相害之心, 此至德之隆也.
신농지세, 와즉거거, 기즉우우. 민지기모, 부지기부. 여미록공처, 경이식, 직이의. 무유상해지심, 차지덕지륭야.
그리하여 신농씨(神農氏)의 세상이 되어서는 <사람들은> 누워 잠자고 있을 때는 편안했고, 일어나 깨어 있을 때에는 무심한 모양으로 한가로이 지내면서, 사람들이 자기의 어머니는 알아도 자기의 아버지는 알지 못하며, 크고 작은 사슴 무리들과 함께 살면서, 스스로 밭갈아 농사지어 먹고, 스스로 베틀에 베짜서 옷을 입고서, 서로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갖지 않고 지냈으니, 그때가 지덕(至德)이 잘 시행된 최륭성기(最隆盛期)였다.
然而黃帝不能致德, 與蚩尤戰於涿鹿之野, 流血百里.
연이황제불능지덕, 여치우전어탁록지야, 유혈백리.
그런데 시대가 내려와 황제(黃帝)의 세상이 되어서는 지덕(至德)을 시행하지 못하여 치우(蚩尤)와 탁록(涿鹿)의 들판에서 싸워 사상자가 흘린 피가 사방 백 리에 미쳤다.
堯舜作, 立群臣; 湯放其主, 武王殺紂; 自是之後, 以強陵弱, 以衆暴寡. 湯武以來, 皆亂人之徒也.
요순작, 입군신; 탕방기주, 무왕살주; 자시지후, 이강릉약, 이중폭과. 탕무이래, 개란인지도야.
요와 순이 천자가 되자 여러 신하의 지위를 만들어 상하차별을 확립했고, 은(殷)의 탕왕(湯王)은 그 주군인 하(夏)의 걸왕(桀王)을 추방했고, 주(周)의 무왕(武王)은 은의 폭군인 주왕(紂王)을 죽였으니, 이 이후부터는 그저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능멸하고, 다수자가 소수자를 난폭하게 학대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니 탕왕과 무왕 이후로는 모두 난폭자의 무리들이다’라고 하는 것이다.
今子修文武之道, 掌天下之辯, 以教後世; 縫衣淺帶, 矯言偽行, 以迷惑天下之主; 而欲求富貴焉, 盜莫大於子.
금자수문무지도, 장천하지변, 이교후세; 봉의천대, 교언위행, 이미혹천하지주; 이욕구부귀언, 도막대어자.
이제 그대는 그러한 문왕 무왕의 도를 닦고서 천하의 언론을 장악하여 후세 사람들을 가르치고, 쿨렁쿨렁한 큰 옷에 넓은 폭의 얕은 띠를 매고 말을 비뚜로하고 행동을 거짓으로 하여 천하 군주들의 머리를 혼란에 빠뜨려서, 자기의 재산과 지위를 얻으려 하니 도적질이 그대보다 큰 것이 없다.
天下何故不謂子為盜丘, 而乃謂我為盜跖?
천하하고불위자위도구, 이내위아위도척?
천하 사람들은 어찌하여 그대를 일러 도적놈 구(丘)라 하지 않고, 도리어 나를 일러 도척이라고 하는가?"
5. 공자의 가르침은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린 것이다
子以甘辭說子路而使從之,使子路去其危冠,解其長劍,而受教於子,天下皆曰; 孔丘能止暴禁非.
그대는 달콤한 말로 자로(子路)를 설득해서 그대의 추종자가 되게 하여, 자로로 하여금 〈용자(勇者)의 상징인〉 높은 관을 벗어 던지고 긴 칼을 풀어 던지고 그대에게 가르침을 받게 하였다. 그래서 천하의 모든 사람들이 말하기를, '공구(孔丘)는 난폭한 행동을 누르고 악행을 금지시킬 수 있다'고 하게 하였다.
其卒之也, 子路欲殺衛君而事不成, 身菹於衛東門之上, 是子教之不至也.
그러나 결국 자로는 위(衛)나라 임금 괴외(蒯聵)를 죽이려 하다가 일을 이루지 못하고 그 몸은 위나라의 동문 가까이에서 소금에 절여지는 형벌을 당하고 말았으니, 이것은 너의 가르침이 지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子自謂才士聖人邪!
그대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 재사 성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則再逐於魯, 削跡於衛, 窮於齊, 圍於陳蔡, 不容身於天下.
그럴진댄 어찌하여 위(魯)나라에서 두 번이나 축출되었고, 위(衛)나라에서는 그대가 떠난 뒤 발자취를 삭제당할 정도로 미움받았고, 제(齊)나라에서 궁지에 몰리고, 진(陳)나라와 채(蔡)나라 사이에서 군대에 포위되어 천하에 몸을 용납할 데가 없었다.
子教子路菹此患, 上無以為身, 下無以為人, 子之道豈足貴邪?
그대는 자로로 하여금 그 같은 환난을 당하게 하였으니, 위로는 자기 몸을 편안히 지키지 못했고, 아래로는 남을 편안히 살게 하지도 못했다. 그러니 그대의 도를 어찌 높이기에 충분하겠는가?
世之所高, 莫若黃帝, 黃帝尚不能全德, 而戰涿鹿之野, 流血百里.
세상에서 높이는 인물로는 황제(黃帝)만 한 이가 없는데 그 황제조차도 오히려 그 미덕(美德)을 온전히 보전할 수 없어서 탁록(涿鹿)의 들판에서 치우(蚩尤)와 전쟁하여 피가 흘러 사방 백 리까지 미쳤다.
堯不慈, 舜不孝, 禹偏枯, 湯放其主, 武王伐紂, 文王拘羑里.
그리고 요(堯)임금은 자식에 대하여 자애롭지 않았으며, 순(舜)임금은 어버이에게 불효하였으며, 우(禹)는 〈치수를 한답시고 몸을 돌보지 않아〉 반신불수가 되었으며, 탕(湯)은 그 주군인 하(夏)의 걸왕(桀王)을 추방하였으며, 무왕(武王)은 역시 그 주군인 은(殷)의 주왕(紂王)을 정벌하였으며, 문왕(文王)은 유리(羑里) 땅에 감금되었다.
此七子者, 世之所高也, 孰論之, 皆以利惑其真而強反其情性, 其行乃甚可羞也!
그러니 이 일곱 사람은 세상에서 높이는 인물들이었으나 자세히 따져본다면 모두 이익 때문에 참다운 진실을 잃어버려 무리하게 본성을 거슬렀으니, 그들의 행동은 〈높이 존숭되기는커녕〉 도리어 매우 부끄러워할 만하다.
6. 현인이나 충신도 본성을 위배했던 사람들이다
世之所謂賢士, 伯夷叔齊, 伯夷叔齊辭孤竹之君, 而餓死於首陽之山, 骨肉不葬.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현인(賢人)은 백이(伯夷)와 숙제(叔齊)이다. 그러나 백이와 숙제는 고죽국(孤竹國) 임금의 지위를 사양하고 수양산에서 굶어 죽어, 그들의 시체는 장례를 치르지도 못한 채 산속에 버려졌다.
鮑焦飾行非世, 抱木而死.
춘추시대의 은자(隱者) 포초(鮑焦)는 고결하게 행동하고 세상을 그르다 비난하다가 나무를 끌어안은 채로 말라 죽었다.
申徒狄諫而不聽, 負石自投於河, 為魚鱉所食.
은대(殷代)의 은자(隱者) 신도적(申徒狄)은 임금에게 간하였는데 들어주지 않자 돌을 짊어지고 황하의 강물에 스스로 몸을 던져 물고기 밥이 되었으며,
介子推至忠也, 自割其股以食文公, 文公後背之, 子推怒而去, 抱木而燔死.
진(晉) 문공(文公)의 신하인 개자추(介子推)는 지극히 충성스러웠는지라 자기 넓적다리 살을 베어 문공에게 먹였는데 문공이 뒤에 그를 배반하였더니, 자추는 노하여 진나라를 떠나 나무를 껴안은 채 불에 타 죽고 말았으며,
尾生與女子期於梁下, 女子不來, 水至不去, 抱梁柱而死.
노나라 사람 미생(尾生)은 여자와 다리 아래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였다가 여자가 오지 않았는데 물이 자꾸 불어올라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다리 기둥을 끌어안고 죽었다.
此六子者, 無異於磔犬流豕操瓢而乞者, 皆離名輕死, 不念本養壽命者也.
그러니 이 여섯 선생들은 제사에 쓰려 찢어발긴 개나, 제물로 강물에 던져진 돼지, 아니면 바가지를 들고 걸식하는 거지와 다를 것이 없다. 모두 명예에 걸려 죽음을 경시하여, 삶의 근본을 생각하고 수명을 잘 기르지 못한 자들이다.”
世之所謂忠臣者, 莫若王子比干伍子胥, 子胥沈江, 比干剖心; 此二子者, 世謂忠臣也, 然卒為天下笑.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충신은 왕자(王子) 비간(比干)과 오자서(伍子胥)만 한 이가 없다. 그러나 오자서는 시체가 오왕(吳王) 부차(夫差)에 의해 장강에 가라앉혀졌고, 왕자 비간은 조카인 주왕(紂王)에 의해 심장이 갈라졌으니 이 두 선생은 세상에서 충신이라고 말하지만 마침내는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自上觀之, 至於子胥比干, 皆不足貴也.
상고로부터 이것을 살펴보건대, 〈저 황제․요․순으로부터〉 오자서․왕자 비간에 이르기까지 모두 존숭하기에는 부족하다.
丘之所以說我者, 若告我以鬼事, 則我不能知也; 若告我以人事者, 不過此矣, 皆吾所聞知也.
그러니, 구(丘) 그대가 나를 설득하려고 하는 것이, 만일 내게 귀신의 일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라면 내가 알 수 없을지 모르지만, 만일 인간의 일을 가지고 나에게 말하는 것이라면 지금 말한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니 〈그런 정도는〉 모두 내가 들어 알고 있는 것이다.
7. 공자의 도는 본성에 어긋나는 것이다
今吾告子以人之情. 目欲視色, 耳欲聽聲, 口欲察味, 志氣欲盈.
이제 나는 그대에게 인간의 참된 실상에 대해 이야기해 주겠다. 〈사람이란〉 눈은 아름다운 빛깔을 보고 싶어하고, 귀는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싶어하며, 입은 맛있는 것을 맛보고자 하며, 뜻은 만족되기를 바라는 존재이다.
人上壽百歲, 中壽八十, 下壽六十, 除病瘦死喪憂患, 其中開口而笑者, 一月之中不過四五日而已矣.
그런데 사람의 수명은 최고로 오래 사는 경우라야 기껏 백세이고, 중간 정도로 오래 사는 경우는 80세이고, 낮은 수준으로 오래 사는 경우는 60세인데, 그나마도 병들어 여위거나, 상복을 입거나, 세상사를 근심하거나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나면,그 짧은 인생 속에서 입을 벌리고 웃으며 지낼 수 있는 것은 한 달 중에 사오일 정도에 불과할 뿐이다.
天與地無窮, 人死者有時, 操有時之具而託於無窮之間, 忽然無異騏驥之馳過隙也.
하늘과 땅은 무궁하지만 사람의 죽음은 일정한 때가 있으니 죽어야 할 때가 정해진 육체를 가지고 무궁한 천지 사이에 의탁하는 것은, 짧음이 마치 천리마가 문틈 사이를 달려 지나가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不能說其志意, 養其壽命者, 皆非通道者也.
자연스러운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그 수명을 기르지 못하는 자는 모두 도(道)를 통달한 자가 아니다.
丘之所言, 皆吾之所棄也. 亟去走歸, 無復言之!
구(丘)! 그대가 말하려 하는 것은 모두 내가 부정하여 버린 것들이다. 그러니 빨리 떠나고 얼른 달려가서 다시는 나에게 말하지 말라.
子之道, 狂狂汲汲, 詐巧虛偽事也, 非可以全真也, 奚足論哉?
그대의 도는 인간의 본성을 잃은 채 급히 달려가는 꼴이니 남을 속이는 거짓투성이이다. 인간의 참된 모습을 완전히 보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어찌 족히 논할 가치가 있겠는가?"
8. 공자, 도척에게 기가 질리다
孔子再拜趨走, 出門上車, 執轡三失, 目芒然無見, 色若死灰, 據軾低頭, 不能出氣.
공자재배추주, 출문상거, 집비삼실, 목망연무견, 색약사회, 거식저두, 불능출기.
공자는 두 번 절하고는 잰걸음으로 달려 도척 진영의 문을 나와 수레에 올라 타 말고삐를 잡으려다가 세 번이나 놓치고, 눈앞이 캄캄하여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아니하고, 안색은 불 꺼진 잿빛 같았으며, 수레 앞턱 가로나무에 기대어 고개를 떨군 채 숨을 내쉬지 못할 정도였다.
歸到魯東門外, 適遇柳下季.
귀도노동문외, 적우유하계.
그리하여 노나라의 도성 동문 밖에 돌아와 마침 도척의 형 유하계(柳下季)를 만났다.
柳下季曰: 今者闕然數日不見, 車馬有行色, 得微往見跖邪?
유하계왈: 금자궐연수일불견, 거마유행색, 득미왕견도야?
유하계가 말했다. "요사이 조용히 아무 소식 없이 며칠을 통 뵙지 못하였는데, 선생이 타신 수레와 말에 어디 여행 다녀오신 자취가 있으니 설마 도척을 가서 만나 보신 것은 아니겠지요?"
孔子仰天而歎曰: 然.
공자앙천이탄왈: 연.
공자가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柳下季曰: 跖得無逆汝意若前乎?
유하계왈: 척득무역여의약전호?
유하계가 말하였다. "제 아우 척(跖)이 혹시 앞서 말한 것처럼 그대의 마음에 거스름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요?"
孔子曰: 然. 丘所謂無病而自灸也, 疾走料虎頭, 編虎須, 幾不免虎口哉.
공자왈: 연. 구소위무병이자구야, 질주료호두, 편호수, 기불면호구재.
공자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그대로였습니다. 저는 말 그대로 '병이 없는데도 스스로 뜸을 한' 꼴이 되었습니다. 냅다 달려가 호랑이 머리를 건드리고, 호랑이 수염을 얽어댔으니 하마터면 호랑이에게 먹힐 뻔했습니다."
[제2장]
제2장(9~10)에서는 공자의 제자로 벼슬을 얻기 위해 수행에 매진하는 자장(子張)과, 욕망 그대로 이익을 따르며 자유롭게 사는 만구득(滿苟得)이라는 자연인의 대화를 기록하고 있다.
9. 작은 도적은 잡히고 큰 도적은 제후가 된다
子張問於滿苟得曰:「盍不為行? 無行則不信,不信則不任,不任則不利。故觀之名,計之利,而義真是也。若棄名利,反之於心,則夫士之為行,不可一日不為乎?」
자장(子張)이 만구득(滿苟得)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찌하여 스스로의 행실을 닦지 않습니까. 행실을 닦음이 없으면 남에게 신뢰받지 못하고 남에게 신뢰받지 못하면 관직에 임명되지 못하고 관직에 임명되지 못하면 이익이 손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명예를 기준으로 따져보고 이익을 기준으로 헤아려본다면 의(義)야말로 진실로 제일의 가치입니다. 그러니 만일 명예나 이익을 버리고 근본의 본심으로 돌아가기로 한다면 사인(士人)의 수행은 하루라도 닦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滿苟得曰:「無恥者富,多信者顯。夫名利之大者,幾在無恥而信。故觀之名,計之利,而信真是也。若棄名利,反之於心,則夫士之為行,抱其天乎.
만구득(滿苟得)이 말했다. "부끄러움 없는 자가 부자가 되고 입심 좋아 말 많은 자가 유명해집니다. 대저 명예나 이익 가운데 큰 것은 거의 부끄러움 없고 말 많은 데에 의지합니다. 그러므로 명예를 기준으로 따져보고 이익을 기준으로 헤아려 본다면 곧 입심 좋고 말 많은 것이야말로 진실로 제일의 가치입니다. 그러니 만일 명예와 이익을 버리고 근본으로 돌아가기로 한다면 사인(士人)의 행동은 〈무슨 수행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자연 그대로의 천성을 잘 지키는 것입니다."
子張曰:「昔者桀、紂貴為天子,富有天下,今謂臧聚曰『汝行如桀、紂』,則有怍色,有不服之心者,小人所賤也。仲尼、墨翟,窮為匹夫,今謂宰相曰『子行如仲尼、墨翟』,則變容易色稱不足者,士誠貴也。故勢為天子,未必貴也;窮為匹夫,未必賤也。貴賤之分,在行之美惡.
자장(子張)이 말했다. “옛날에 하(夏)의 걸왕(桀王)과 은(殷)의 주왕(紂王)은 귀하기로는 천자였고 부유하기로는 천하를 소유하였지만, 지금 종이나 마구간지기에게 말하기를 ‘너는 행동이 걸․주와 다를 것이 없다.’고 하면, 부끄러워하는 빛이 있거나 마음으로 승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걸․주가〉 미천한 사람들도 천하게 여기는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중니(仲尼)와 묵적(墨翟)은 옛날에 곤궁하기로는 필부였지만 지금 어떤 재상을 보고 그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행동이 중니나 묵적과 같다.’고 하면 그는 용모를 고치고 얼굴빛을 바꾸어 정색하고서 ‘저는 중니․묵적에는 미치지 못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중니․묵적을〉 사인(士人)들도 진실로 존귀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권세를 누려 천자가 되었다 하더라도 반드시 존귀한 것은 아니며 곤궁하여 필부의 처지에 놓였다 하더라도 반드시 천한 것은 아닙니다. 인간의 참된 귀함과 천함의 구분은 그 인간의 행동의 선과 악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滿苟得曰:「小盜者拘,大盜者為諸侯,諸侯之門,義士存焉。昔者桓公小白殺兄入嫂而管仲為臣,田成子常殺君竊國而孔子受幣。論則賤之,行則下之,則是言行之情悖戰於胸中也,不亦拂乎!故《書》曰:『孰惡孰美?成者為首,不成者為尾.
만구득(滿苟得)이 말했다. "작은 것을 훔치는 좀도둑은 잡히지만 큰 것을 훔치는 큰 도둑은 제후가 됩니다. 게다가 그 제후의 권력이 있고서 비로소 의인(義人)이 그 아래에 있게 됩니다. 옛날 제(齊)나라 환공(桓公)은 자기 형을 죽여 그 형수를 아내로 삼았는데도 이런 무법자에게 관중(管仲)이 신하가 되었으며, 제나라의 실력자 전성자상(田成子常)이 자기 주군을 죽이고 나라를 훔쳤는데, 공자는 이 극악무도한 전상(田常)으로부터 폐백을 받고 그의 초청에 응했습니다. 그러니 〈관중이건 공자이건〉 이들은 말로는 환공이나 전상을 경멸하지만 행동으로는 그들에게 머리를 숙인 것입니다. 이것은 말과 행동의 실제가 마음속에서 서로 배반하고 싸우면서 공존하고 있는 것이니 또한 모순되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어떤 옛날 책에서는 말하기를 ‘이 세상에 어느 쪽이 악이고 어느 쪽이 선인가? 성공한 자가 우두머리가 되고 성공하지 못한 자가 꼬리가 되게 마련이다.’라고 한 것입니다."
10. 본성에 어긋나면 재앙을 자초한다
子張曰:「子不為行,即將疏戚無倫,貴賤無義,長幼無序,五紀六位將何以為別乎?」
자장(子張)이 말했다. "그대가 〈그런 소리나 하고〉 행실을 닦지 않으면 곧 관계의 멂과 가까움에 질서가 없게 되고, 귀(貴)와 천(賤)의 예의가 없게 되고, 장(長)과 유(幼)의 차례가 없게 될 것이니, 다섯 가지 근본윤리[五紀]와 여섯 가지의 관계윤리[六位]를 장차 어떻게 구별할 수 있겠습니까?”
滿苟得曰:「堯殺長子,舜流母弟,疏戚有倫乎?湯放桀,武王伐紂,貴賤有義乎?
만구득(滿苟得)이 말했다. "요임금은 자신의 장남을 죽였고, 순임금은 모제(母弟)였던 상(象)을 추방하였으니 이러고서도 멂과 가까움에 질서가 있다고 하겠습니까? 또 탕(湯)이 걸(桀)을 추방하고 무왕(武王)이 주(紂)를 죽였으니 이러고서도 귀(貴)와 천(賤) 사이에 예의가 있다고 할 것인가요?
王季為適,周公殺兄,長幼有序乎?儒者偽辭,墨者兼愛,五紀六位將有別乎?
주(周)나라 문왕(文王)의 아버지 왕계(王季)는 형들을 제쳐놓고 적자(嫡子)가 되었고, 주공(周公)은 형들을 죽였으니 이러고서도 장(長)과 유(幼) 사이에 순서가 있다 할 것인가요? 유자(儒者)는 말을 거짓으로 하고 묵자(墨者)는 구별 없이 박애 하라고 주장하니 이러고서도 오기(五紀)와 육위(六位)의 윤리가 장차 구별이 가능하다 할 것인가요?”
且子正為名,我正為利。名利之實,不順於理,不監於道。吾日與子訟於無約.
또 가령 그대가 바로 명성을 추구한다고 한다면 나는 바로 이익을 추구한다고 하겠는데, 명성을 추구하고 이익을 추구하는 행동의 실상은 모두가 도리에 맞지 않고, 근본의 참된 도(道)에 비추어볼 때 옳지 않은 것입니다. 전날에 그대와 무약(無約) 선생에게 가서 우리의 논쟁거리를 가지고 가르침을 청한 일이 있었지요.
曰:『小人殉財,君子殉名。其所以變其情,易其性,則異矣;乃至於棄其所為而殉其所不為,則一也。』
그때 무약 선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인은 재물 때문에 자기 몸을 희생하고, 군자는 명성 때문에 자기 몸을 희생한다. 그들이 본연의 감정을 변화시키고 본성(本性)을 바꾸는 목적은 다르나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버리고 해서는 아니 될 일에 자기 몸을 희생함에 이르러서는 같다.’
故曰:無為小人,反殉而天;無為君子,從天之理。
그래서 말하기를 ‘재물 때문에 자기 몸을 희생하는 소인이 되지 말고 근본으로 돌아가 너의 자연인 천(天)을 따르며, 명성 때문에 자기 몸을 희생하는 군자가 되지 말고 근본으로 돌아가 자연인 天의 도리를 따르도록 하라.
若枉若直,相而天極,面觀四方,與時消息。
때론 구부리고 때론 곧게 나아가면서 너의 자연인 천(天)의 극치를 주시하면서 사방의 만물을 바라보면서 때의 추이와 함께 변화하라.
若是若非,執而圓機,獨成而意,與道徘徊。
때로는 옳다 하고 때로는 그르다 하면서 너의 회전축을 잡으며 홀로 너의 뜻을 이루어 나가면서 도(道)와 함께 소요(逍遙) 배회(徘徊)하며 즐겨라.
無轉而行,無成而義,將失而所為。
너의 행동을 한 가지 방향으로만 오로지 한정하지 말며 너의 독단적인 정의(正義)를 내세워 그것을 완성하려 하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네가 추구해야 할 참다운 도(道)를 장차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無赴而富,無殉而成,將棄而天。
너의 부(富)를 좇지 말 것이며 너의 세속적 성공에 몸을 희생하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장차 너의 자연인 천(天)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比干剖心,子胥抉眼,忠之禍也;
은의 왕자 비간(比干)은 〈紂(주)를 諫(간)하다가〉 심장이 갈라졌으며 오(吳)의 오자서(伍子胥)는 〈吳王(오왕) 夫差(부차)를 간하다가〉 눈알이 도려내졌으니, 이것은 충(忠)이 초래한 재앙입니다.
直躬證父,尾生溺死,信之患也;
직궁(直躬)은 아버지의 범죄를 증명했고 미생(尾生)은 여자와의 약속을 지키다 물에 빠져 죽었으니 이것은 신(信)이 초래한 재앙입니다.
鮑子立乾,申子不自理,廉之害也;
또 춘추시대의 은자(隱者) 포초(鮑焦)는 〈나무를 붙들고〉 선 채로 말라 죽었으며 은대의 은자 신도적(申徒狄)은 간하였는데 들어주지 않자 스스로 황하의 물속에 빠졌으니, 이것은 염결(廉潔)이 초래한 해(害)입니다.
孔子不見母,匡子不見父,義之失也。
공자는 어머니의 죽음을 보지 못하였고, 광자(匡子)는 아비와 대립하여 아버지를 종신토록 만나지 않았으니 정의로 인한 과실입니다.
此上世之所傳,下世之所語,
이것이 옛날부터 전해오는 것이며 오늘날에도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以為士者正其言,必其行,故服其殃,離其患也.
생각건대, 이들 사인(士人)들은 자기의 말을 엄정하게 하고 자기의 행실을 말한 대로 꼭 실천하였는데, 그 까닭에 도리어 그 재앙을 당하고 그 환난에 걸렸던 것입니다.”
[제3장]
제3장(11~13/13)에서는 무족(無足)과 지화(知和)의 대화를 통해 명리(名利)를 다투는 세상 사람들의 미혹된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11. 명예와 이익은 환란을 가져다 준다
無足問於知和曰:人卒未有不興名就利者。彼富則人歸之,歸則下之,下則貴之。夫見下貴者,所以長生、安體、樂意之道也。今子獨無意焉,知不足邪?意知而力不能行邪?故推正不忘邪?
무족(無足)이 지화(知和)에게 물었다. "사람들은 명성을 좇고 이익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어떤 사람이 부자가 되면 사람들이 그 부자에게 몰려오고, 몰려와서는 그에게 몸을 굽히고 몸을 굽히고서는 곧 존경하게 된다. 남들로부터 머리 숙임을 받고 존경을 받는 것이 장수하고 신체가 안락하고 기분이 유쾌하게 되는 방법이다. 이제 그대만이 유독 이런 명리(名利)에 전연 뜻이 없으니, 지(知)가 부족한 것인가? 아니면 혹 알긴 알면서도 행동할 능력이 없는 것인가? 정말로 올바른 도를 결코 잊지 않고 추진하여 그것을 잊지 않아서인가?"
知和曰:今夫此人以為與己同時而生、同鄉而處者,以為夫絕俗過世之士焉,是專無主正,所以覽古今之時,是非之分也,與俗化世。去至重,棄至尊,以為其所為也,此其所以論長生、安體、樂意之道,不亦遠乎!慘怛之疾,恬愉之安,不監於體;怵惕之恐,欣懽之喜,不監於心。知為為而不知所以為,是以貴為天子,富有天下,而不免於患也.
지화(知和)가 말했다. "이제 저 사람들은 부자가 된 사람을 자기와 같은 시대에 태어나서 같은 고장에 살고 있는 사람들로 생각하다가 그 사람은 범속(凡俗)함을 뛰어넘고 세상을 능가하는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오로지 올바른 주관이 없는데 그 상태로 고금(古今)의 시대 추이(推移)와 시비선악(是非善惡)의 구별을 판단하여 세속과 동조하고 세상과 동화한다. 지극히 귀중한 생명을 없애고 지극히 존귀한 생명을 버리고서 그런 행동을 자기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장수하고 신체가 안락하고 기분이 유쾌하게 되는 방법으로서는 또한 멀지 아니한가! 무엇이 참혹하고 고통스러운 병이며 무엇이 안락하고 유쾌한 편안함인가를 몸에 비추어보지 않으며, 무엇이 깜짝 놀랄 두려움이며 무엇이 흔쾌하고 즐거운 기쁨인가를 자기 마음에 비추어보지 않으며, 하고 싶은 일을 할 줄은 알지만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귀하기로는 천자가 되고 부유하기로는 천하를 소유한다 하더라도 결코 재앙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12. 부와 명예보다 본성을 지키는 것이 낫다 (부와 명예는 부질없는 것이다)
無足曰:「夫富之於人,無所不利,窮美究埶,至人之所不得逮,賢人之所不能及,俠人之勇力而不為威強,秉人之知謀以為明察,因人之德以為賢良,非享國而嚴若君父。且夫聲色、滋味、權勢之於人,心不待學而樂之,體不待象而安之。夫欲惡避就,固不待師,此人之性也。天下雖非我,孰能辭之!」
무족(無足)이 말했다. "부(富)란 사람에게 이롭지 아니함이 없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다 손에 넣고 모든 세력을 추구할 수 있으므로 덕이 높은 사람도 미칠 수 없으며, 현인(賢人)도 따라갈 수 없다. 부(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타인의 용기와 힘을 돈으로 사서 끼고서 자기의 위세로 삼고, 타인의 지모(知謀)를 빌려서 자기의 명찰(明察)로 삼고, 타인의 덕행을 이용해서 자기의 훌륭함으로 삼고, 나라를 받아서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닌데도 위엄이 마치 군주와 같다. 게다가 사람은 음악과 여색, 좋은 맛과 권력은 마음이 배우지 않고서도 이것을 즐기고, 몸이 본받음을 기다릴 것도 없이 이것을 편안히 여긴다. 바라고 싫어하고 피하고 나아가는 것은 본디 스승의 가르침을 기다리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천하 사람들이 비록 내가 아닐지라도 누가 이 부(富)를 사양할 수 있겠는가."
知和曰:「知者之為,故動以百姓,不違其度,是以足而不爭,無以為故不求。不足故求之,爭四處而不自以為貪;有餘故辭之,棄天下而不自以為廉。廉貪之實,非以迫外也,反監之度。勢為天子而不以貴驕人,富有天下而不以財戲人。計其患,慮其反,以為害於性,故辭而不受也,非以要名譽也。堯、舜為帝而雍,非仁天下也,不以美害生也;善卷、許由得帝而不受,非虛辭讓也,不以事害己。此皆就其利,辭其害,而天下稱賢焉,則可以有之,彼非以興名譽也.
지화(知和)가 말했다. "지혜 있는 사람의 행동은 본시 백성들의 생각을 기준으로 행동해서 일정한 법도를 어기지 않는다. 그래서 만족하고 있으므로 남과 다투지 아니하며 일부러 꼭 해야 할 이유가 없으니 다른 데서 구하지 않는다. 만족을 못하는 사람은 그것을 다른 데서 구하게 되는데, 사방에서 다투는데도 스스로 탐욕스럽다고 의식하지 않는다. 지혜 있는 사람은 남을 정도로 충분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사양하는데, 천하를 버리고서도 스스로 청렴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청렴(淸廉)이니 탐욕(貪慾)이니 하는 실상은 밖에서 강제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돌아보아 일정한 법도에 비추어보는 것이다. 그러니 권세가 천자의 지위에 오르더라도 귀한 신분을 가지고 남에게 교만하게 뻐기지 않으며 부유함이 천하를 소유한다 하더라도 그 많은 재물을 가지고 남을 업신여기지 않는다. 천자의 고통을 헤아리고 그것이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여 자기의 본성에 해로운 것이라 생각하여 그 까닭에 사양하고 받지 않는 것이니, 그것은 명예를 바라기 때문이 아닌 것이다. 요순(堯舜)이 제왕이 되어서 천하의 백성들이 화합하였으니 이것은 천하에 인정(仁政)을 베풀었기 때문이 아니라 선정의 실현이라는 미명으로 자기 생명을 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권(善卷)과 허유(許由)는 임금자리를 양보 받고서도 받지 아니하였으니, 공연히 사양한 것이 아니라 번거로운 일 때문에 자기 생명을 해치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 이들은 모두 자기에게 유익한 쪽으로 나가고 자기에게 해로운 쪽을 피했던 것인데 천하 사람들이 그들을 賢人이라고 칭송하였으니, 그들이 현인의 명예를 가질 만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함으로써 명예를 일으키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
13. 부와 명예는 사람을 해치는 부질없는 것이다
無足曰: 必持其名, 苦體絕甘, 約養以持生, 則亦久病長阨而不死者也.
무족(無足)이 말했다. "사람이 반드시 자기의 명예를 지키려고 할진댄 육체를 괴롭히고 맛있는 음식을 끊어 몸의 보양(保養)을 줄여서 생명을 간신히 유지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오래도록 병을 앓고 긴 세월 가난에 고생하면서 죽지 않고 겨우겨우 살아가는 경우와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知和曰: 平為福, 有餘為害者, 物莫不然, 而財其甚者也. 今富人耳營鐘鼓筦籥之聲, 口嗛於芻豢醪醴之味, 以感其意, 遺忘其業, 可謂亂矣; 侅溺於馮氣, 若負重行而上也, 可謂苦矣; 貪財而取慰, 貪權而取竭, 靜居則溺, 體澤則馮, 可謂疾矣; 為欲富就利, 故滿若堵耳而不知避, 且馮而不舍, 可謂辱矣; 財積而無用, 服膺而不舍, 滿心戚醮, 求益而不止, 可謂憂矣; 內則疑劫請之賊, 外則畏寇盜之害, 內周樓疏, 外不敢獨行, 可謂畏矣. 此六者, 天下之至害也, 皆遺忘而不知察, 及其患至, 求盡性竭財, 單以反一日之無故而不可得也. 故觀之名則不見, 求之利則不得, 繚意體而爭此, 不亦惑乎!
지화(知和)가 말했다. "과불급 없이 평범한 것이 행복이고 너무 많아서 남아도는 것이 해가 되는 것은 모든 사물이 그렇지 않음이 없는데, 그 가운데서도 재물의 경우가 제일 심하다. 이제 부유한 자들은 귀는 종소리, 북소리, 피리소리에 어지럽혀지고 입은 맛있는 쇠고기, 돼지고기와 탁주와 감주(甘酒)를 실컷 먹어서 그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고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잊어버리게 되니 어지러운 생활이라 할 만하다. 왕성한 혈기에 분별없이 빠져 있어서 마치 노예처럼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언덕길을 올라가는 것과 같으니 괴로움이라 할 만하다. 재물을 탐내서 걱정으로 우울해지고 권력을 탐해서 체력을 다 소모하여, 여가가 있을 때에는 쾌락에 탐닉하고 몸이 윤택하게 되면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움직이게 되니 병이라 할 만하다. 부(富)를 바라고 이익에 달려가기 때문에 가득참이 마치 담장에 흙을 쌓듯 하지만 그로 인한 해를 피할 줄 모르며, 또한 왕성하게 쌓으면서 그만두지 않으니 가히 욕(辱)이라 할 만하다. 재물이 쌓여서 그것을 쓸 데가 없는데도 재물 쌓는 일을 가슴속에 품고 멈추지 아니하여 마음은 온통 초췌해졌는데도 재물이 더욱 보태지기를 추구하여 멈추지 않으니 근심하고 번뇌한다 이를 만하다. 집안에 있을 때에는 위협하거나 빼앗으려는 도적을 걱정하고 밖에 외출해서는 강도와 도적의 해를 두려워하여 집 둘레에는 망루와 견고한 건축물로 두르고 밖으로는 감히 혼자 다니지 않으니 두려움에 가득 찬 생활이라 할 만하다. 이 여섯 가지는 천하에서 가장 심한 해로움인데도 세상의 부자(富者)들은 모두 이 사실을 잊은 채 살펴볼 줄 모른다. 그러다가 재앙이 현실로 나타남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가지고 있는 능력을 다 쏟고 긁어모은 재산을 다 털어서 다만 하루라도 아무 일 없는 평온한 삶으로 돌아가기를 구하지만 그렇게 될 수 없다. 그러므로 명예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아니하고 이익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아무 것도 얻을 것이 없다. 그런데도 마음을 흐트러뜨리고 몸을 멸망시켜 가면서까지 명리(名利)를 다투니 이는 또한 미혹된 것이 아니겠는가!"
(終)
▶️ 無(없을 무)는 ❶회의문자로 커다란 수풀(부수를 제외한 글자)에 불(火)이 나서 다 타 없어진 모양을 본뜬 글자로 없다를 뜻한다. 유무(有無)의 無(무)는 없다를 나타내는 옛 글자이다. 먼 옛날엔 有(유)와 無(무)를 又(우)와 亡(망)과 같이 썼다. 음(音)이 같은 舞(무)와 결합하여 복잡한 글자 모양으로 쓰였다가 쓰기 쉽게 한 것이 지금의 無(무)가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無자는 ‘없다’나 ‘아니다’, ‘~하지 않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無자는 火(불 화)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불’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갑골문에 나온 無자를 보면 양팔에 깃털을 들고 춤추는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무당이나 제사장이 춤추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춤추다’가 본래의 의미였다. 후에 無자가 ‘없다’라는 뜻으로 가차(假借) 되면서 후에 여기에 舛(어그러질 천)자를 더한 舞자가 '춤추다'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無(무)는 일반적으로 존재(存在)하는 것, 곧 유(有)를 부정(否定)하는 말로 (1)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 공허(空虛)한 것. 내용이 없는 것 (2)단견(斷見) (3)일정한 것이 없는 것. 곧 특정한 존재의 결여(缺如). 유(有)의 부정. 여하(如何)한 유(有)도 아닌 것. 존재 일반의 결여. 곧 일체 유(有)의 부정. 유(有)와 대립하는 상대적인 뜻에서의 무(無)가 아니고 유무(有無)의 대립을 끊고, 오히려 유(有) 그 자체도 성립시키고 있는 듯한 근원적, 절대적, 창조적인 것 (4)중국 철학 용어 특히 도가(道家)의 근본적 개념. 노자(老子)에 있어서는 도(道)를 뜻하며, 존재론적 시원(始原)인 동시에 규범적 근원임. 인간의 감각을 초월한 실재이므로 무(無)라 이름. 도(道)를 체득한 자로서의 성인(聖人)은 무지(無智)이며 무위(無爲)라고 하는 것임 (5)어떤 명사(名詞) 앞에 붙어서 없음의 뜻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없다 ②아니다(=非) ③아니하다(=不) ④말다, 금지하다 ⑤~하지 않다 ⑥따지지 아니하다 ⑦~아니 하겠느냐? ⑧무시하다, 업신여기다 ⑨~에 관계없이 ⑩~를 막론하고 ⑪~하든 간에 ⑫비록, 비록 ~하더라도 ⑬차라리 ⑭발어사(發語辭) ⑮허무(虛無) ⑯주검을 덮는 덮개 ⑰무려(無慮), 대강(大綱)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빌 공(空), 빌 허(虛)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있을 존(存), 있을 유(有)이다. 용례로는 그 위에 더할 수 없이 높고 좋음을 무상(無上), 하는 일에 막힘이 없이 순탄함을 무애(無㝵), 아무 일도 없음을 무사(無事), 다시 없음 또는 둘도 없음을 무이(無二), 사람이 없음을 무인(無人), 임자가 없음을 무주(無主), 일정한 지위나 직위가 없음을 무위(無位), 다른 까닭이 아니거나 없음을 무타(無他), 쉬는 날이 없음을 무휴(無休), 아무런 대가나 보상이 없이 거저임을 무상(無償), 힘이 없음을 무력(無力), 이름이 없음을 무명(無名), 한 빛깔로 무늬가 없는 물건을 무지(無地), 대를 이을 아들이 없음을 무자(無子), 형상이나 형체가 없음을 무형(無形), 아무런 감정이나 생각하는 것이 없음을 무념(無念), 부끄러움이 없음을 무치(無恥), 도리나 이치에 맞지 않음을 무리(無理), 하는 일 없이 바쁘기만 함을 무사분주(無事奔走), 한울님은 간섭하지 않는 일이 없다는 무사불섭(無事不涉), 무슨 일에나 함부로 다 참여함을 무사불참(無事不參), 즐거움과 편안함에 머물러서 더 뜻 있는 일을 망각한다는 무사안일(無事安逸), 아무 탈없이 편안함을 무사태평(無事泰平), 재미나 취미나 없고 메마르다는 무미건조(無味乾燥) 등에 쓰인다.
▶️ 病(병 병)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병질엄(疒; 병, 병상에 드러누운 모양)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丙(병; 분명하여지다)으로 이루어졌다. 상처, 병이 더하여지는 일을 말한다. ❷형성문자로 病자는 '질병'이나 '근심', '앓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病자는 疒(병들 녁)자와 丙(남녘 병)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갑골문에 나온 病자를 보면 침대에 누워 땀을 흘리고 있는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병에 걸려 힘들어하는 사람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금문에서 부터는 땀을 흘리는 사람 대신 丙(남녘 병)자가 쓰이면서 발음역할을 하게 되었다. 고대에는 病자와 疾(병 질)자 모두 '앓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글자가 분리된 이후부터 病자는 비교적 심각한 병이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고 疾은 비교적 가벼운 병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래서 病(병)은 (1)생물체의 전신(全身) 또는 일부분에 생기는 정상적인 활동이 파괴된 상태. 질병(疾病). 질환(疾患). 탈(頉) (2)잘못이나 탈을 비유하는 말 (3)병집 등의 뜻으로 ①병(病), 질병(疾病) ②근심 ③흠, 결점(缺點), 하자(瑕疵) ④성벽(性癖), 좋지 않은 버릇 ⑤손해(損害) ⑥병들다, 앓다 ⑦피로하다, 지치다 ⑧시들다, 마르다 ⑨괴로워하다 ⑩괴롭히다, 욕보이다 ⑪어려워하다, 꺼리다 ⑫헐뜯다, 책망하다 ⑬원망하다 ⑭손해를 입히다 ⑮굶주리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병든 사람을 진찰이나 치료 및 예방하기 위하여 설비를 갖추어 놓은 곳을 병원(病院), 병을 일으키는 세균을 병균(病菌), 다치거나 병이 들어 앓는 사람을 병자(病者), 병의 이름을 병명(病名), 병이나 질병으로 어른의 병의 높임말을 병환(病患), 병자가 앓아 누워 있는 자리를 병석(病席), 병으로 앓는 증세를 병증(病症), 여러 개의 병실로 된 병원 안의 한 채의 건물을 병동(病棟), 병자가 눕거나 또는 누워 있는 자리를 병상(病牀), 환자의 병의 발생이나 진행된 경과나 치료 과정을 병력(病歷), 병의 원인이나 발생이나 경과나 결과 따위에 관한 이치를 병리(病理), 병이 들어 앓는 모양과 형세를 병세(病勢), 병으로 인한 죽음을 병사(病死), 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환자가 따로 거처하는 방을 병실(病室), 신체의 온갖 기능의 장애로 말미암은 병을 질병(疾病), 병이 남을 발병(發病), 앓는 사람을 찾아보고 위로함을 문병(問病), 아픈 사람의 곁에서 돌봄을 간병(看病), 계절에 따른 유행병을 시병(時病), 거짓 앓는 체하는 병을 허병(虛病), 병에 걸림을 이병(罹病), 열이 몹시 오르고 심하게 앓는 병을 열병(熱病), 병이 고황에까지 들었다는 뜻으로 병이 위중하여 치료할 수 없는 것을 이르는 말을 병입고황(病入膏肓), 바람에 병들고 더위에 상함이라는 뜻으로 고생스러운 세상살이에 쪼들림을 이르는 말을 병풍상서(病風傷暑), 병이 없는 데 스스로 뜸질을 한다는 뜻으로 불필요한 노력을 하여 정력을 낭비함을 일컫는 말을 무병자구(無病自灸), 같은 병자끼리 서로 가엾게 여긴다는 말을 동병상련(同病相憐), 병 없이 오래도록 삶을 일컫는 말을 무병장수(無病長壽), 어떤 한 가지 약이 여러 가지 병에 다 효력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만병통치(萬病通治), 재주가 많은 사람은 흔히 약하고 잔병이 많다는 말을 다재다병(多才多病), 병도 아닌 데 괴로워 앓는 소리를 낸다는 뜻으로 곧 별것도 아닌 데 떠벌려 소란을 떨거나 엄살을 피움을 이르는 말을 무병신음(無病呻吟) 등에 쓰인다.
▶️ 自(스스로 자)는 ❶상형문자로 사람의 코의 모양을 본뜬 글자로, 사람은 코를 가리켜 자기를 나타내므로 스스로란 뜻으로 삼고 또 혼자서 ~로 부터 따위의 뜻으로도 쓰인다. 나중에 코의 뜻에는 鼻(비)란 글자가 생겼다. ❷상형문자로 自자는 ‘스스로’나 ‘몸소’, ‘자기’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自자는 사람의 코를 정면에서 그린 것으로 갑골문에서는 코와 콧구멍이 그대로 묘사되어 있었다. 그래서 自자의 본래 의미는 ‘코’였다. 코는 사람 얼굴의 중심이자 자신을 가리키는 위치이기도 하다. 우리는 보통 나 자신을 가리킬 때는 손가락이 얼굴을 향하게끔 한다. 이러한 의미가 확대되면서 自자는 점차 ‘자기’나 ‘스스로’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自자가 이렇게 자신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되면서 지금은 여기에 畀(줄 비)자를 더한 鼻(코 비)자가 ‘코’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自(자)는 어떤 명사(名詞) 앞에 쓰이어 ~부터, ~에서(~서)와 같은 뜻을 나타내는 한자어. 시간이나 공간에 관한 낱말 앞에 쓰임의 뜻으로 ①스스로, 몸소, 자기(自己) ②저절로, 자연히 ③~서 부터 ④써 ⑤진실로 ⑥본연(本然) ⑦처음, 시초(始初) ⑧출처(出處) ⑨코(비鼻의 고자古字) ⑩말미암다, ~부터 하다 ⑪좇다, 따르다 ⑫인하다(어떤 사실로 말미암다) ⑬사용하다, 쓰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몸 기(己), 몸 신(身),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다를 타(他)이다. 용례로는 제 몸을 자신(自身), 남의 구속을 받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함을 자유(自由), 제 몸 또는 그 자신을 자체(自體), 저절로 그렇게 되는 모양을 자연(自然), 제 몸이나 제 자신을 자기(自己),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어서 죽음을 자살(自殺), 스스로 자기의 감정과 욕심을 억누름을 자제(自制), 스스로 그러한 결과가 오게 함을 자초(自招), 스스로 움직임을 자동(自動), 제 스스로 배워서 익힘을 자습(自習), 자기 일을 자기 스스로 다스림을 자치(自治), 스스로의 힘으로 생계를 유지함을 자립(自立), 자기의 능력이나 가치를 확신함을 자신(自信), 남에게 굽히지 않고 자기 몸이나 마음을 스스로 높이는 마음을 자존심(自尊心), 어떤 일에 대하여 뜻한 대로 이루어 낼 수 있다고 스스로의 능력을 믿는 굳센 마음을 자신감(自信感), 스스로 나서서 하는 모양을 자발적(自發的), 자기의 언행이 전후 모순되어 일치하지 않음을 자가당착(自家撞着), 자신을 스스로 해치고 버린다는 뜻으로 몸가짐이나 행동을 되는 대로 취함을 자포자기(自暴自棄) 등에 쓰인다.
▶️ 灸(뜸 구)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불 화(火=灬; 불꽃)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久(구)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灸(구)는 (1)구이 (2)뜸 (3)약재(藥材)를 정(定)한 법식대로 만드는 방법의 한 가지. 불에 약간 구워서 쓰는 법(法) 등의 뜻으로 ①뜸(병을 치료하는 방법의 하나) ②뜸을 뜬 자리 ③뜸을 뜨다 ④불로 지지다 ⑤버티다, 지탱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뜸으로 병을 고침을 구치(灸治), 뜸을 뜰 수 있는 몸의 일정한 자리를 구혈(灸穴), 뜸 뜨는 기구를 담아 두는 바구니처럼 생긴 그릇을 구롱(灸籠), 뜸질을 하여 병을 고치는 사람을 구사(灸師), 뜸뜬 자리에 먹으로 물들인 점을 구점(灸點), 약에 쓰는 구운 생강을 구강(灸薑), 쑥으로 뜸뜬 자리가 헐어서 생긴 부스럼을 구창(灸瘡), 남을 마주 대하기에 부끄러운 데가 있음을 면구(面灸), 한방에서 침질과 뜸질을 아울러 이르는 말을 침구(鍼灸), 뜸을 뜸을 수구(受灸), 솜으로 뜨는 뜸을 면구(綿灸), 환부를 뜨겁게 뜸질하는 요법을 온구(溫灸), 뜸으로 병을 치료하는 방법의 하나로 육구(肉灸), 약재에 꿀을 발라서 불에 구움을 밀구(蜜灸), 불에 구움을 외구(煨灸), 병이 없는 데 스스로 뜸질을 한다는 뜻으로 불필요한 노력을 하여 정력을 낭비함을 무병자구(無病自灸) 등에 쓰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