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륜산(頭輪山. 703m)
2018년 03월 31일 토요일
오소재~오심재~노승봉~가련봉~두륜봉~대흥사~주차장
땅끝기맥 구간에 속한 두륜산. 오소재에서 출발 오심재를 거쳐 노승봉,
가련봉(정상), 두륜봉으로 해서 대흥사로 하산하는 산행.
짧은 거리였지만 세 개의 암봉이 가깝게 이어진 알찬 산행이었다.
이번 산행에서 기대한 것이 세 가지였다.
암봉과 초의선사와 추사 김정희의 역사를 담고 있는
대흥사, 그리고 동백꽃.
그 중 암봉 산행과 대흥사에서 만난 추사 글씨는
만족이었지만 기대했던 동백숲의 붉은 꽃은 실망만 가득
안겨주었다.
산행하면서 모든 산에 대해 그 산 나름의 특색에 대한
기대를 하고 출발하지만 만족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면서
다시 찾아가야 한다는 희망을 품게 되기도 한다.
이번에 만나지 못해도 다음엔 반드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
이런 희망으로 계속 산으로 간다.
달리는 버스 창 밖으로 너른 김제평야가 파랗게 싹을 틔우고 있네요.
12 : 30
신사에서 5시간 넘는 시간을 지나서야 도착한 오소재 들머리.
이곳에 오는 5시간 넘는 시간 동안 자고 싶었는데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조용히 말을 하면 될 텐데 왜 그리 큰 소리로 대화를 하는지...ㅠ
도떼기시장 같더군요.
귀경할 때도 계속 그러해서 고문당하는 느낌의 귀경길이었습니다..
잠시 눈을 감고 두 시간 정도 잠을 자면 피로가 풀릴 것 같았는데...
담부턴 어떤 사람들이 신청하는지 보고
참가신청 넣고 싶어요.
대화가 필요하더라도 제발 속삭였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산꾼들의 에티켓 아닐지.
새벽잠 못 자고 가는 산행, 산을 오르내리느라 피곤한 귀경길.
편도 5시간의 지루함을 잠으로 의식 하고 싶지 않은데
멀뚱멀뚱 오는 5시간이 얼마나 지겹고 지루했던지.
다른 분들도 이런 불만을 토로하시더군요.
어떤 분은 지난번 달마산 귀경 시간이 고문이었다고 하시고...
산행은 예절로 시작해서 예절로 마무리하는 걸로...
남쪽 땅끝지맥길 위를 잠시 걷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네요.
이정표를 보고 대충 시간 계산하고
오늘도 느릿느릿 야생화 찾으며 가기로 합니다.
오심재까지 1.6km의 길이 완만하지만
시작하는 길이라 가파른 길 오르듯 앞뒤에서 숨소리가 거칠게 들리고.
사스레피나무
완도에 천연기념물 28호로 등록된 나무라네요.
꽃이 작아서 그냥 지나치기 쉽지요.
이 나무입니다.
'
오심재로 오르는 길은 산책길이었지만
새벽잠 반납하고 먼 길을 온 산꾼에겐
첫 걸음이 수월하지 않은 곳입니다.
진달래가 간간이 산꾼의 눈길을 당기지만
계속 야생화를 찾느라 좌우를 살피며 오르지만
제비꽃과 개별꽃만 조금 보입니다.
어쩌다 눈에 띄는 동백꽃송이지만
냉해를 입어선지 제대로 생긴 것이 거의 없어 아쉬운 시간이었어요.
수리딸기 꽃
중부지방 이북에서는 만난 기억이 없는 딸기꽃입니다.
산딸기에는 줄딸기(덩굴딸기), 나무딸기, 멍석딸기, 곰딸기, 복분자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름 모르는 딸기도 있더군요.
해남 화원지맥 가서 만난 딸기는 이름을 아직도 모르고 있습니다.
맛이 달았었지요.
누구나 잘 아는 제비꽃도 제법 많이 피었습니다.
남산제비꽃도 있었고 흰제비꽃도 있었는데 담지 않았습니다.
지난 용화산 산행 시 버스 짝꿍이었는데
제대로 알아보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ㅎ
노란 양지꽃.
정말 예쁜 모습인데 뱀딸기 꽃과 비슷해서 많이들 혼동하십니다.
13 : 07
오심재 도착했습니다.
천천히 야생화 찍으면서 왔는데도 37분 걸렸네요.
우측으로 고계봉이 멋진 모습으로 있네요.
혼자라면 저곳 왕복하고 싶은 맘 가득했지만...
낮은 고도에선 진달래가 만발해서 아름다운 자태를 맘껏 뽐내고 있군요.
용화산 인연으로...
짝궁인 줄 몰라 봬서 죄송한 마음에 이리저리 세우고... ㅎ
잠시 간식으로 과일을 먹고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낯이 익은 분이 패잔병(?) 모습으로 오십니다.
잠시 다시 앉았다 갑니다. ㅋ
대흥사로 곧바로 하산할 수 있는 등로.
동백은 부실한데 진달래는 깔끔하게 꽃이 폈네요.
다시 뒤돌아본 고계봉
저를 찍어주신다기에 얼른 카메라 넘겼습니다. ^^
곧바로 흔들바위가 나옵니다.
대흥사 당깁니다.
55mm로 당겨봤자 지만... ㅎ
얼레지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발랑까진(?) 얼레지.ㅋㅋ
흰얼레지를 찾아봤지만 만나지 못했어요.
주작산, 덕룡산 줄기입니다.
땅끝기맥에 덕룡산은 포함되지 않지요.
해남의 화원지맥은 땅끝기맥 첨봉에서 시작해서
목포구등대까지 이어지는 능선입니다.
가시밭길을 헤치며 종주했던 추억이 아련합니다.
멀리 보이는 것이 천관산인 것 같은데...
계단이 생기기 전에 다녔던 곳.
우측으로 다시 한 번 대흥사를 바라보고...
14 : 07
오심재에서 40분 걸렸습니다.
좌측에 정상인 가련봉입니다.
노승봉정상석 뒤에 두륜봉이 있고 그 뒤
중계탑이 있는 곳이 대둔산입니다.
대둔산 지나서 달마산으로 이어집니다.
노승봉 정상석이 고정되어 있지 않아서
일부 산객들이 들어 올려서 사진을 찍는데
그 뒤가 낭떠러지입니다.
순간 실수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수로 떨어뜨리면 깨질 수도 있고요.
두륜봉 너머 대둔산 정상이 가까이 보입니다.
두륜산 정상인 가련봉
위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저 능선으로 하산하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정상에서 바라본 대둔산 방향.
대둔산으로 하나의 능선으로 이어집니다.
14 : 19
정상석이 노승봉보다 초라합니다.
뒤에 노승봉
통화 중~~
위봉과 바다 건너 완도.
몇 년 전 완도 종주했을 때 참 좋은 길이라고 느꼈습니다.
언젠가 다시 완도 종주하고 싶네요.
완도 대교 건너서 드라마 해신 촬영장으로 해서 ...
생강꽃이 만발하는 따스한 봄날입니다.
지나온 봉우리들
새바위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데 새바위 못 보고 왔다며 인증샷해달라고...
내려왔던 계단 다시 올라갑니다...ㅠ
만일재
이번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인 두륜봉.
좌측 옆으로 돌아서 오릅니다.
이곳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출발합니다.
이곳에서 다시 만났군요.
두륜봉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흥사로 하산하는 길.
점심 먹고 두륜봉으로 향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곳에서 대흥사로 하산합니다.
왜 두륜봉을 안 가는 걸까요?
구름다리가 두륜봉에 있는데...
다음 주 정도면 활짝 필 것 같습니다.
위봉능선.
좌측 암봉이 투구봉?
우측 바위로 올라서 구름다리를 건너봅니다.
구름다리 좌측 바위
구름다리 위에서 찍은 사진.
한 바퀴 돌고 내려와서...
구름다리라는데 코끼리 코 닮았네요.
위봉능선으로 오면 이곳으로 두륜봉에 들렀다가 다시 가련봉으로 돌아가는 코스.
두륜봉에서 가방털이 하려고 배낭을 풉니다.
지나온 봉우리들.
버스까지 2시간 정도 남았습니다.
족탕도 하고 대흥사에도 들러 보려고 조금 서둘기로 합니다.
대형버스 주차장까지 4.5km 정도 남았습니다.
서둘지 않아도 됩니다.
한동안 내리막길을 거칠게 내려섭니다.
15 : 50
진불암 입구
이후 대웅전 이정표까지 포장도로 따라갑니다.
혼자 진불암으로 들어갑니다.
매화를 담고,
암자도 담고,
천년수도 담고...
세월의 흔적일까요?
험하게 생겼습니다.
16 : 01
포장도로 따가오다가 이정표에서 대웅전으로 갑니다.
나뭇가지 사이에 끼어 있는 동백꽃
요기서 발 씻고 머리 감고 갑니다.
16 : 30
우리나라 다도를 완성한 초의선사(草衣禪師)
대흥사를 둘러봐야 하는 이유가 초의선사와 추사 김정희의 일화 때문입니다.
추사가 55세 되던 해에 제주도로 유배를 가면서
해남 대둔산의 일지암의 초의선사를 만납니다.
대둔사(대흥사의 옛 이름)에서 초의선사를 만난 추사가
대웅전 현판 글씨가 조선의 글씨를 망가뜨린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원교 이광사의 글씨임을 알고 심사가 뒤틀렸답니다.
추사 김정희는 그 당시 중국에까지 이름을 떨친 대단한 명필가였습니다.
중국에서 그의 글씨가 대단한 인기를 얻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세상에 조선 최고의 서예가라는 자부심은 귀양살이를 떠나는
55세의 추사일지라도 위축되지 않는 자부심이었겠지요.
조선 최고의 명필가라는 자부심이 아마도 추사를
오만불손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추사는 윤기나고 멋이 들어 있고 변화가 많은 글씨를 쓰는 사람(윤홍준의 글에서 인용)으로서
꿋꿋하고 획이 메마른 글씨를 좋아할 수 없었답니다.
유배 오면서 어느 향촌에서 유명한 사람이 자신의 글씨를 추사에게 내보여
평을 청했더니 지방에서는 글씨로 먹고 살겠다고 했답니다.
추사를 혼내주려는 제자들을 만류하면서 " 저 사람이 글씨는 잘 아는지
모르지만 조선 붓의 헤지는 멋과 조선 종이의 스미는 맛은 잘 모르는 것 같더라"라고 했답니다.
자기의 글씨만이 제대로 된 서법이라고 자만심이 가득한 추사였던 거죠.
침계루(枕溪樓)
시내를 벤다.
이 글씨는 원교 이광사의 글씨입니다.
이 다리를 건너 대웅전으로 들어갑니다.
원교의 글씨입니다.
초의선사를 만난 추사는
"원교의 현판을 떼어내리게! 글씨를 안다는 사람이
어떻게 저런 것을 걸고 있는가!" 라며 그 자리에서
'대웅보전' 네 글자를 써주었답니다.
차를 마시던 그 자리에서 선방에 '무량수각(无量壽閣)도 써주었답니다.
(위 사진)
추사의 말년 글씨가 달라집니다.
그의 유명한 版殿(판전)이라는 글씨(서울 봉은사에 있습니다.)는
어린이의 마음으로 쓴 글씨랍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꾸밈없이 썼다는 의미 같습니다.
그 글씨를 아무리 봐도 왜 대단한 글씨인지
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더 나이가 들면 알 수 있을까 기대하고 있을 뿐입니다. ^^
끽다거
喫煙은 흔하게 썼지만
喫茶는 처음 보는 단어군요.
남녘의 산사에 목련이 하얗게 피어오릅니다.
벗꽃도 한창이고요.
좌로부터 노승봉, 가련봉, 두륜봉
소사나무꽃입니다.
오래된 고찰이라서 부도도 많군요.
천리향이라고 지나가시는 분이 알려주십니다.
향이 확 스치고 들어옵니다.
100년이 되었다는 유선여관
아직도 운영되고 있는 여관입니다.
여관에 있는 글씨 담아왔습니다.
인중유락.
참는 중에 즐거움이 있다.
많이 들어본 사자성어지요?
입장 바꿔 생각하라는...
견현사제
어진 사람을 보면 자신이 옳바를 사람이 되고자 생각하라는 뜻인가요?
산을 바라보듯 물소리를 듣는 듯.
觀이라는 것은 단순히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요.
동백꽃에 대한 미련으로 계속 제대로 된 꽃을 찾게 되더군요.
이 동백숲길에 대한 기대를 하고 왔는데 ~~~ㅎ
대형버스 주차장에서 만난
광대나물꽃
그리고 꽃마리
다른 곳을 갈 예정이었다가
이곳 두륜산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연인산의 야생화에 대한 미련이 없지 않았지만
두륜산의 아름다운 조망과 대흥사에서 만난
추사의 無量壽閣으로 그를 대신하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다녀올 수 있는 산이었고
날씨가 맑지 않았지만 그리 덥지도 않아서
편하게 즐긴 산행지였습니다.
그러나 너무 먼 곳으로 오가는 시간이 정말 길어서
조금 힘든 점도 있습니다.
이런 곳은 무박으로 해서 연계산행으로 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새벽 일찍 일어나 5시간을 가고 또 5시간을 오려면
버스에서 조금이라도 잠을 청하는 것이 좋은 방법인데
서로 배려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오가는 버스에서 휴게소 도착 전까지는
꼭 필요한 대화라도 조용히 속삭이는 것으로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번 주에 또 그곳 덕룡산으로 가는데 살짝 걱정돼서
불편한 한 말씀 올렸습니다.
이해해주시리라 믿으며 다음 산행지에서 또 뵙겠습니다.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먼 곳에 있어서 다녀오기 쉽지 않지만
후회는 안 할 산입니다.
해설까지 겸비하시고 수고하셨습니다~^^
시간에 대한 부담 때문에 해설은 빼고 싶은데
그게 안 되는군요~~^
즐거운 산행하셨지요~~? 맴버한명이 빠졌어요~~^^이번주 덕룡산으로 즐거운 산행해요~~^^
멤버 한 명이 빠지니까 동그라미 한 곳이 빠진 것 같아
덜컹거리며 다녀왔습니다. 팀을 위해 덕룡에서 다 모이면 좋겠는데
또 한 분이 쏙 빠지네요. ^^
덕룡을 넘고 주작까지 가고 싶은데 시간이 허락될른지 모르겠어요.
토요일에 가는 데까지 가 봅시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천불상이 있었군요.
담 기회되면 알현하고 와야겠습니다.
요즘은 어디 숨겨놓은 좋은 곳으로 다니시는지
얼굴 뵙기가 하늘에 별 따기 같습니다.
두륜산에 오르니 주작덕룡 두륜 달마산에 이르는 남도의 생김새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남도의 산들은 너무 멀어서 또 언제갈 수있을까~ 금새 그리워집니다 초의선사 추사의 서체이야기도 잘 들었습니다 대흥사에서 주차장까지 천년숲길을 여유자적 거닐지 못하고 잰 걸음으로 달음질친게 아쉽습니다 함께 산행하신 분들 감사합니다 다음 산행에서 뵙겠습니다
덕룡~주작~두륜~대둔~달마 한 번에 달리고 싶으시죠?
무박이면 가능할까요?
앞에서 속도내도 곧바로 따라붙는 유리 님.
마가렛 님과 셋이서 함께 이어간 산줄기에서의 느낌이
봄 바람결처럼 따스했습니다.
동백숲길 이후엔 사라지셔서 어디로 갔나 했더니 . . . ^^
바위에서 너무 많이 놀아서 막판 하산길에 여유로운 걸음을
포기해야 해서 조금 아쉬움은 남네요.
담 기회엔 바위에서 시간을 줄이고 대흥사부터 여유로운 시간을
갖고 싶네요.
담에도 또 오래 이어지는 추억의 산행 기대합니다.
푸하하..패잔병...맞네요..ㅠ.ㅠ
초반에 운기조식이 필요해서 매번 저러네요.
추사 김정희에 관한 일화들 재미있게 읽었어요.
현판 서체가 제각각 다르군요.
새바위 사진 수고하셨구요..ㅎㅎ
초반에는 운기조식하시느라 늦으시더니
하산길에선 어느새 사라지셨네요.
진불암 다녀왔더니 어디로 가셨는지...ㅎ
담엔 천천히 하산합시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가련봉에서 내려가면서 위에서 보면
다른 모양으로 보여서 지나치기 쉬운 위치에
있어요. 살짝 옆으로 돌아서 봐야 새처럼 보입니다.
담 기회 되시면 가련봉에서 내려오시면서 왼편에 있는
새 잘 찾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