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가
그의 벗 초의 의순(草衣 意恂) 스님에게 써준
정게증초의사(靜偈贈草衣師. 心上自分)를
한양대 정민(60세.고전문학) 교수가
알기 쉽게 풀이 하였다.
정게(靜偈)란, 고요히 게송을 외운다는 말이다.
(儞心靜時, 雖闤亦山. 儞心鬧時, 雖山亦闤.
只於心上, 闤山自分. 儞言闤闠, 不如山中.
山中鬧時, 又將何從. 儞處闤闠, 作山中觀.
靑松在左, 白雲起前 ).
내 마음이 잔잔하면
복잡한 도시에 있더라도
산속에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하지만
마음이 흔들려 움직이면
깊은 산중에 있어도
저잣거리에 있는 것보다 시끄럽게 된다.
그러니까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고,
어떤 마음을 지녔느냐가 중요하다.
여보게 초의 !
자네는 잠깐 속세에 머물면서도
자꾸 산속 타령만 하는군 그래.
그러다가 정작 산속에서 마음이 흔들려
이곳 생각이 나면 어찌하시려는가?
여기가 산이려니 여기시게.
그러면 문득
푸른 솔바람 소리가 옆에서 들려오고,
흰 구름이
앞에서 뭉게뭉게 피어날 걸세.
그 가겠단 말 좀 그만하시게나 !
이 글은,
상경(上京)한 초의 스님이
자꾸 산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자,
추사가 벗을 가지 못하게 붙드느라고
건넨 글이다.
초의가
머문 지도 오래되었으니
나 이제 그만 산으로 가볼라오. 라고 하니
추사는
자꾸 산 타령만 하는 걸 보니
우리 초의 스님의 도력(道力)이
아직 높지 않으신 게로군 !
그렇게 도(道)를 닦고도
처소(處所)에 따라
마음이 왔다 갔다 하신다는 겐가?
딴소리 말고 더 계시다 가시게.
솔바람 흰 구름 데리고 더 있다 가시게.
이렇게는 못 가시네 ! 라고 했다.
이 두 사람은 1815년 21세 때
초의 의순(1786-1866)이
수락산 학림사(鶴林寺)에 머물 때
처음 만났으며 서로 동갑내기이다.
이후 평생을 이렇게
글과 차(茶)로 오가며 우정을 쌓았다.
진정한 천재는
한 세기에 한 명 태어난다고 했다.
조선 후기 추사 김정희(1786-1856)는
학문과 예술에 통달한 학자이며
서화가(書畵家)이다.
그는 금석학파(金石學派)를 성립하고
실사구시에 철저했던 문신 실학자로
추사체라는 독창적 서체를 개발한
우리나라 최고의 명필이다.
그는 1840 년,
그의 나이 55세에
제주도 대정현(서귀포)에 유배되어
외딴 바닷가에서
9년 동안 귀향살이를 하던 중
세한도(歲寒圖. 국보 제180호)를 그렸다.
그의 대표작인 세한도는
제주도에 유배 중인 자신의 처지와
송백 같은 절조(節操)를 표현한 작품이다.
세한연후지 송백지후주
(歲寒然後知 松柏之後淍)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된 다음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
그는
유배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관악산(과천) 아래
아버지가 지은 여막(廬幕)에서
조용히 일생을 돌아보며
불경을 읽으며 용맹정진 하였으며
그의 여막이
곧 정토(淨土)이였고
그 자신이 바로 부처이었다.
그는 70세에
봉은사(삼성동)로 출가하여
구계(具戒)를 받고
선비가 승려가 되어
한 철을 보낸 뒤
과천의 여막으로 다시 돌아와
조용히 세상을 마쳤다.
사람은 이처럼
저마다
자기의 인생철학이 있어야 하고
득진하여야 하며 (得眞: 참된 경지에 이름)
친구간에는
고요하고 잔잔하며
듬직한 우정(友情)이 있어야 한다. <쇳송. 2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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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진(得眞)
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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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7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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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