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핑크 플로이드 앨범을 처음 접한 것은, 바로 Dark Side Of The
Moon이었다. 검은색 재킷에, 프리즘이 그려져있는 표지는 정말
인상깊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 음반에 대해 완벽히 이해
했다고 할 수는 없겠다. 노래를 들으면서, 과연 어떤 것을 노래
로 표현했나 의구심이 내내 들었다. 앨범의 컨셉이 너무 어려워
서, 굉장히 힘들었다. 나도 로저 워터스의 음악 세계에 대해 말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지만, Dark Side Of The Moon의 심오한
앨범 컨셉 때문에, 핑크 플로이드를 잠시 포기하기로 (?) 마음
먹었다.
2. 최근들어 교보문고 핫트랙스에 가면 늘상 하는 이상한 버릇
(?) 이 있다. 바로 핑크 플로이드 코너에 가서, 핑크 플로이드의
명반이라 불리우는 The Wall을 한번 손에 집은 다음, 수많은 생
각과 고심 끝에 결국에는 다시 제자리로 갖다놓는 버릇 말이다.
결코 이것을 구입하기 위해 지갑을 열지 못했던 이유는 딱 두가
지다. 하나는, Dark Side Of The Moon에서 겪은 난해함 때문에
핑크 플로이드 노래가 부담스러웠고, 또 하나는 가격이 꽤 만만
치 않았기 때문이다. 3만 5천원 정도 책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잘 모르는 아티스트의, 그것도 2CD 앨범을 구입하는 것은
손해보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3. 사정이 조금 넉넉할 때, 나는 드디어 '거사' 를 치렀다. 그간
내 손의 때가 꽤나 많이 탔을 것으로 예상되는 그 핑크 플로이
드의 The Wall을 손에 집은 다음, 이번에는 계산대로 직행했다.
그렇다. 결국 구입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여기에는 또 두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먼저, 2005년인가 지금은 해체된 남성 록그룹
버즈가 KMTV-M.net 뮤직 페스티벌에서 핑크 플로이드의 명곡
Another Bricks In The Wall을 연주한 것을 봤는데, 버즈가 연주
한 것보다는, 원작자 핑크 플로이드의 버젼을 듣고 싶었다. 여기
서 두번째 이유가 등장하는데, 소리바다를 통해 Another Bricks
In The Wall을 다운받았지만, 뭔가 듣는 맛이 부족했다. mp3 파
일로 이것을 감상하는 것은 굉장히 안좋은 일이라고 생각한 나
는, 가격이 부담스런 그 The Wall을 구입해서 CD 음질로 감상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결국 The Wall은 내 가방 안으로 들어가
서, 무사히 우리 집으로 도착할 수 있었다.
4. 핑크 플로이드 노래 중, 들어본 것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노
래는 Money (Dark Side Of...에 수록), 그리고 Comfortably N
umb였다. 특히 Comfortably Numb은 '배철수의 음악캠프' 에서
도 자주 신청되는 노래였다. 그래서 이 곡을 다운받을려고 했는
데, 스튜디오 버젼은 소리바다에서 모두 필터링을 걸어놨다. 다
른 P2P 사이트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Comfortab
ly Numb을 오디오로 듣고 싶어 안달났는데, 마침 The Wall의 두
번째 CD에 수록되어있는 것이 아닌가! 이때부터 '정말 잘 샀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5. The Wall을 듣기 전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이 앨범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모으기 시작했다. 확실히 이 음반이 핑크 플
로이드의 최대 명반이긴 하는가 보다. 핑크 플로이드 문외한인
나도 The Wall의 표지 (흰 벽돌 무늬에 Pink Floyd The Wall이
라고 적혀있는) 를 어디서 많이 봐왔으니 말이다. 이 음반에 대
한 네티즌들의 리뷰를 보면, "내 생애 최고의 앨범!", "히트곡부
터 들으면 안되고, 1CD부터 2CD까지 연달아 들으세요",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 "나는 경제학도인데, The Wall을 통해
경제학 논리에 대해 탐구할 수 있었다" 등등 극찬의 댓글이 줄
을 이었다. 게다가 The Wall은 동명의 제목으로 영화까지 있다
고 하니, 핑크 플로이드가 내놓은 앨범 중에 가장 예술적이고
파장이 큰 '프로젝트' 였음을 짐작할 수 있겠다.
6. Another Bricks In The Wall의 뮤직비디오는 익히 알고 있다.
예전부터 봐왔는데, 아직도 몇몇 장면을 잊을 수 없다. 획일화된
영국 교육의 판국을 가감없이 그대로 보여주는 그 장면들... 학생
들은 모두 똑같은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있고, 교사들은 마치 제군
들을 다스리는 폭군 같다. 공장에서 계속 똑같은 물건만 찍어만
들고, 나중에는 벽돌이 무너지는 장면까지 등장한다. 핑크 플로
이드 문외한이지만, 그 뮤직비디오를 보고나서 '우리나라와 영
국도 주입식 교육의 병폐를 공통적으로 꼬집는구나' 하고 생각
했다. 당시가 고등학교 1학년이었는데, 핑크 플로이드의 뮤직비
디오는 나에게 '고상한 상상' 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였다.
7. 나는 원래 The Wall의 히트곡 (Another Bricks In The Wall,
Mother, Goodbye Blue Sky, Comfortably Numb 등등) 들 위주
로 들을려고 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여론은 댓글을 통해 '반드시
1CD부터 2CD까지 연달아 들으라' 라는 충고를 들었다. 그래서
사실 내 버릇은 아니지만 그래도 참고 처음부터 끝까지 연달아
들었다. 그래야 핑크 플로이드가 The Wall에서 가상 인물로 설
정해놓은 남자 록가수 '핑크' 의 일대기를 이해할 수 있다고 했
다. CD 플레이어 리모콘을 움직일 필요없이, 그냥 자연스럽게
음반에 몸을 맡긴 채 계속 감상했다. 앨범 재킷엔 트랙 넘버와
제목도 안 써있고, 가사집도 없어서 그냥 무방비 상태에서 감
상했다. 초반부에 등장하는 웅장한 인트로와 아기 울음 소리,
그리고나서 점점 몽환의 세계로 빠지고 말았다.
8. 1CD부터 2CD까지 쉬지않고 거침없이 달려왔다. 비록 영어
가사라서 완전히 스토리를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대충 어떤 느
낌인지는 알았다. 핑크라는 인물이 태어나고, 학교에서 주입식
교육을 받고, 록가수가 되었는데 나중에는 쓸쓸한 노후를 맞는
다는 전체적인 줄거리. 인생의 희노애락을 사운드로 표현한다
는게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핑크 플로이드는 그것을 직접 몸
소 보여줬고, 그것의 산물 The Wall은 전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명반이 되어버렸다. 많은 아티스트들과 음악 팬들은 The Wall
을 잊지 못하는 최고작으로 꼽는데, 나도 이제 그들의 일행에
합류해야겠다. "저도 The Wall을 다 듣고, 너무 감명 깊었어요!"
9. 리드 기타리스트 데이비드 길모어, 그리고 보컬 로저 워터스
를 알고 있다. 그런데 로저 워터스는 1985년에 핑크 플로이드를
탈퇴했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아직 핑크
플로이드의 전체 멤버 이야기를 전혀 모를뿐더러, 로저 워터스
의 탈퇴 이유에 대해서 갸우뚱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The Wall에 대해서 뭔가 조금 더 이야기해볼려고 해도, 지식이
부족해 탁탁 막힌다. 그래서 동명의 영화 The Wall에 대해서도,
관심은 있지만 어떻게 하면 볼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모른다. 하
지만 중요한 것은, 나는 분명 The Wall 앨범을 앞으로도 계속
연달아 감상할 것이고, 그러면서 차차 핑크 플로이드에 대한
정보들을 쌓을 것이다. 더해서, 영화도 꼭 챙겨볼 것이다. 핑
크 플로이드의 음악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없지만, 나는 현재진
행형이다.
첫댓글 넘 어렵게 음악을 접하시는듯.... 개개인의 차이겠지만... ㅎㅎ (전 무조건 듣고보자 개념이라 ;;) 암튼 대단하심다~! 음악에 무지 겸손하신... 그 마음가짐이 좋아 보여요~
핑플은 편하게 들으려해도 결국은 심각해질수밖에 없죠...혹자들은 이런 심각하고 복잡한게 싫어서 아트락(혹은 프로그레시브락)을 싫어하곤하지만 이점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합니다...지금 더월에 엄청난 충격을 받으신듯한데 전에 말씀드렸듯이 영화도 꼭 챙겨보시구요...이건 비디오가게에도 있고 여러 P2P에도 널려있습니다.참고로 핑플교 신도가 되신거 축하드립니다(생각해보니 이걸 축하할일인가 ㅋㅋ)
그러게; 핑플교... 돈들지, 사람 우울하게 만들지... 영국에서 시발된 초강력 중독성의 광신교가 정말 여러 사람에게 안좋은 영향을 미치는게 안타깝기만 합니다.
참고로 핑크플로이드의 메인 보컬은 로저가 아니고 데이빗 길모어 입니다.. 로저는 베이스죠.. 로저워터스가 탈퇴한 이유는 리더로써 너무 독재적으로 저 혼자 다할려고 해서 다른 멤버들에게 반감을 샀기 때문입니다. 지금 말하시는 The Wall 앨범은 로저워터스의 쏠로앨범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암튼 이 힘들고 험난한 프로그레시브 세계에 들어오신걸 환영드립니다. ㅎ 개인적으로 이 앨범 두번쨰 장을 듣다보면 너무 우울해져서 보통 첫째장만으로 끝내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암튼 요새 가볍게 음악듣는 풍토에게 진지하게 들으시는 분을 만나니 반갑습니다^^
감동이란 말밖에는 할 말이 없었던 앨범!!!!!
더월은 물론 최고의 명반이지만 로저워터스의 독재로 인해 타 멤버의 입지가 오히려 줄어들은 작품입니다. 실질적 사운드의 중심인 '데이빗 길모어'스런 곡은 comfortably numb 하나정도? 처음 핑플교에 들어오시려면 wish you were here가 좋을 듯. 다크사이드, 더월 못지않게 빼어나면서 난해함이 살짝 적습니다
핑플교 신도들이여~ 모여서 술 한잔 때립시다 ㅎㅎㅎ
댓글 달아주신 여러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의 조언에 힘입어서, The Wall 앨범 감상하기가 더욱 더 수월해졌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freekid.pe.kr 이 싸이트 강추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