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략핵잠 수주내 한반도 전개… ‘워싱턴 선언’ 실행 나선다
[尹대통령 국빈 방미]
한미 “北 핵공격땐 즉각 보복”
차관보급 협의체 NCG 年4회 진행… 핵잠 등 전략자산 수시 배치 계획
대통령실 “선제공격 원점 사라질것”… 직접 핵공유와 달라 실효성 지적도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2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한미 정상회담 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워싱턴 선언이 문장으로 보면 부드럽게 쓰여 있는 것처럼 보여도 북한이 핵을 사용하려고 하거나 실제 사용할 때 그 선제공격 원점을 사라지게 만들어주겠다는 미국 대통령의 직접적인 다짐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6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이 이뤄지면 “(북한)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과 관련해 이렇게 강조했다. 윤 대통령도 공동 회견에서 “미국이 자국 핵무기를 포함해 동맹의 모든 전력을 사용한 신속하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을 취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미국이 한반도 전개를 약속한 전략핵잠수함(SSBN)에 대해 유사시 “핵 보복이 가능한 무기체계”라며 수 주 안에 한반도에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략핵잠수함은 핵탄두를 탑재한 탄도미사일을 장착한 잠수함이다. 북한의 한국 공격에 대한 미국의 반격 액션플랜을 핵 보복으로 규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확장억제의 실질적 강화를 꼽았다. 다만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에 북핵 위협 고도화에 따른 한국인의 우려와 이로 인한 핵무장 여론을 불식할 만한 실효적 조치가 담겼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 “핵 보복 가능한 전략핵잠 수 주 내 전개”
윤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워싱턴 선언과 관련해 “확장억제 강화와 그 실행 방안은 과거와 다른 것”이라며 “북핵에 대한 국민의 우려는 많이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핵 자산 관련한 정보·기획· 대응과정을 다른 나라와 공유하고 논의한 전례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워싱턴 선언에 따라 창설하는 한미 핵협의그룹(NCG)이 다른 어떤 확장억제 방안보다 새롭고 강력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 바이든 대통령도 “가장 중요한 것은 훨씬 더 긴밀한 협의와 협력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한미는 NCG를 통해 북한 핵도발 시나리오별 미국의 대응 정보를 공유하고, 확장억제 계획 및 공유 과정에 참여한다. 차관보급 협의체인 NCG는 1년에 4차례 정기적으로 열린다. 그 결과는 양국 대통령에게 보고된다. 대통령실은 NCG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기획그룹(NPG)에 비해 더 실질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NCG는 다자가 아닌 한미 간 양자 협의체라 양국이 밀착해 논의할 수 있다”면서 “북핵 위협 자체가 매우 위협적인 만큼 미국도 NCG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당장 몇 주 내 한반도에 전개될 SSBN은 한반도 인근에 미국이 수시로 전략자산을 이동시키고 배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SSBN을 콕 집어 “어떤 유사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즉각 핵 보복이 가능한 무기 체계”라고 강조했다. 또 “핵잠수함은 거의 정기적으로 그리고 아주 자주 한반도에 배치하겠다는 계획이 (한미 간에) 합치돼 있다”고도 했다.
한국에 전개할 SSBN이 미 태평양함대사령부가 25일 괌 기지에 입항했다고 공개한 오하이오급 ‘메인함’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26일 미 워싱턴포스트(WP)에 “한국에 전개될 SSBN은 오하이오급 개량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하이오급 SSBN은 전략·전술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트라이던트-2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24발 싣고 유사시 북한의 주요 시설을 초토화할 수 있다.
향후 SSBN은 한반도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작전을 하다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전후 부산 작전기지 등에 전격 기항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 같은 확장억제 강화 방안에 중국이 민감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워싱턴 선언이 중국과 직접적인 충돌 요인은 없다는 취지로 사전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 韓 “사실상 핵공유” 美 “핵 자산 배치 없을 것”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한미 양국이 미국의 핵무기 운용에 대한 정보 공유와 공동 계획 메커니즘을 마련한 만큼 우리 국민들도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처럼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핵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국 정상이 직접 한반도에 핵무기를 공유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한 것.
미국 핵 전략자산의 상시 배치 같은 실질적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7차 핵실험 준비를 완료한 북한이 북핵 위협을 더욱 고도화해 국내에서 핵무장 여론이 커질 경우 워싱턴 선언이 이러한 여론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지적도 나온다.
신규진 기자,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워싱턴=문병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