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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조지 오웰 지음 | 김옥수 옮김
비꽃
2017년 03월 15일 출간
1984 작품해설
세계 3대 디스토피아 소설
파시즘을 가장 정교하게 파헤친 책
[타임] 선정 100대 명작
[뉴스위크] 선정 100대 명작
[BBC] 선정 꼭 읽어야 할 책 100대 명작
랜덤하우스 선정 ‘가장 위대한 20세기 영미 소설 100권’ 13위
[아메리칸 북 리뷰] ‘소설에서 가장 훌륭한 첫 문장’ 8위
[아메리칸 북 리뷰] ‘소설에서 가장 훌륭한 마지막 문장’ 7위
현대인에게 가장 커다란 충격을 가한 책
트럼프 당선 이후 파시즘을 경계하는 미국에서 베스트셀러 1위 등극
한국에서 새로운 번역으로 부활하다
[1984]는 러시아 작가 예브게니 자먀틴의 [우리들], 영국 소설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함께 ‘세계 3대 디스토피아 소설’로 손꼽힌다. ‘유토피아’가 인간이 갈망하는 ‘이상향’이라면, ‘디스토피아’는 인류가 예견하는 지옥이다. 사회 경제 정치 상황이 불안할 때 탄생하는 ‘유토피아/디스토피아 문학’은 당대 분위기를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가장 잘 반영할 수밖에 없다. ‘유토피아 문학’이 중세 이후에 인간이 느끼는 희망과 자신감을 표현한다면, ‘디스토피아 문학’은 현대인의 무력감과 절망감을 표현한다. ‘유토피아/디스토피아 문학’은 당대 사회에 근거할 수밖에 없으니, 현실 부정은 현실 비판으로, 그래서 인류에게 닥칠 미래사회를 제시하는 형태로 이어진다.
[1984]는 문장이 멋들어진 소설로도 유명하다. [아메리칸 북 리뷰]는 2006년에 ‘소설에서 가장 훌륭한 첫 문장 100개’와 ‘소설에서 가장 훌륭한 끝 문장 100개’를 뽑는데, [1984]는 첫 문장이 8위에, 마지막 문장이 7위에 선정된다. ‘사월이라, 하늘은 맑고 공기는 쌀쌀하다. 시계마다 13시를 알린다’로 시작해서 ‘이제는 빅 브러더를 사랑한다’로 끝나는 문장이다. ‘하늘은 맑은데 나는 춥다’는 문장은 억눌리는 개인을, ‘오후 1시에 종을 열세 번 울린다’는 문장은 오세아니아 사회가 비정상이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주인공 윈스턴이 인간답게 사는 사회를 갈망하며 수없이 고민하다가 목숨까지 걸고 ‘빅 브러더’에 반대하나, ‘이제는 빅 브러더를 사랑한다’는 고백으로 끝나는 문장은 극히 비관적인 미래를 상징한다. 실제로, 첫 문장과 끝 문장 모두 100위권에 든 작품은 [1984] 말고 찰스 디킨스가 쓴 [두 도시 이야기]가 유일하다. 게다가 세계 최대 단행본 출판사 ‘랜덤하우스’는 조지 오웰이 1948년에 집필해서 이듬해에 발표한 [1984]를 1998년에 ‘가장 위대한 20세기 영미 소설 100권’ 가운데 13위로 선정했다.
[동물농장]이 혁명을 왜곡하고 전체주의로 나아가는 과정을 묘사한다면, [1984]는 전체주의가 완성된 사회를 묘사한다. 총천연색 포스터가 실내를 압도하고, 약 마흔 살 정도로 보이는, 까만 콧수염은 두툼하고 표정은 엄숙하고 잘생긴, 폭 1m가 넘는 얼굴이 끊임없이 쳐다본다. 스탈린 얼굴이다. 사람이 움직이는 대로 눈동자가 따라가며 ‘빅 브러더가 당신을 지켜본다’는 문구로 협박하니, 이는 스탈린이 지배하는 소련을 처절하게 상징한다. 소련은 1991년에 해체하지만, [1984]에서 경고하는 파시즘은 세계 곳곳에 현존하니, 2017년 현재 미국에서 트럼프 당선 이후, 파시즘에 대한 경계심이 발동하면서 [1984]는 미국인이 가장 많이 읽는 책 1위에 오를 정도다.
20세기 전반기 서양 문명사는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동시에 끔찍한 파괴가 일어나고 퇴보한 격동의 시대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 서구 제국주의 식민지 수탈, 히틀러와 무솔리니라는 전체주의 발현, 스페인 내전 등은 역사 진보라는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렸다. 이런 상황은 19세기에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모순이 깊어지면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그래서 지식인은 부르주아 사회가 파멸할 수밖에 없다고 예견하면서 과연 역사는 진보하느냐는 문제에 강력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렇게 20세기 전반기에 나타난 허무와 절망을 냉철하게 인식한 실천적 지성인은 바로 조지 오웰이며, 디스토피아라는 반 유토피아를 활용해, 암울한 정치 상황을 그린 대표적인 작품은 바로 [1984]다. 조지 오웰은 미얀마에서 제국주의 경찰로 근무하며 영국 제국주의가 식민지에 가하는 온갖 폐해를 목격하고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의식이 싹튼다. 그리고 스페인 내전에 의용군으로 참전하면서 파시즘, 나치즘, 스탈린주의라는 전체주의가 인류를 파멸로 몰아간다는 사실을 깨닫고 전체주의에 반대한다. 실제로 조지 오웰은 “1936년 이후로 내가 집필한 모든 작품 모든 구절은 ‘전체주의’를 직간접으로 비판하고 내가 이해하는 ‘사회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것이다”고 고백한다. ‘제국주의 반대’가 오웰 문학의 시작이라면 ‘전체주의 반대’는 오웰 문학의 완성이다.
오웰은 이 소설을 1948년에 탈고하고 ‘48’을 ‘84’로 바꿔서 [1984]란 제목으로 이듬해에 발간한다. 이는 1984란 시간적 배경은 상징에 불과하단 사실을 말한다. 사람들은 1984년을 ‘공포의 해’로 진지하게 받아들이나, 1984년은 평범하게 지나고 오웰이 예언한 끔찍한 전체주의는 우리 눈에 안 보이니, [1984]도 허구로 끝났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옳지 않다. 1984는 상징에 불과하며 [1984]에서 말하는 파시즘은 세계 곳곳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많은 사람이 거기에 저항할 뿐이다. 그래서 에리히 프롬은 ‘오웰이 상상한 악몽은 1984년 현재 그 어느 때보다 정확하게 나타난다’고 말하고, 미국의 미래학자 데이비드 굿맨은 1972년에 조지 오웰이 [1984]에서 예언한 137가지를 검토한 결과, 무려 80가지가 실현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1978년에 다시 검토했더니, 그 숫자는 100가지를 넘어섰다. 이차대전 이후 고전적 제국주의는 사라졌지만 거대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과 기술자본이라는 다국적기업은 신제국주의 형태로 발현하고 기술적 전체주의는 현실사회 곳곳에서 국민을 감시한다. 미국에서는 파시즘을 노골적으로 주장하는 트럼프가 당선되고, 일부 시민은 히틀러 경례를 하며 자축한다.
강대국이 파견해서 약소국을 억압하는 군대는 ‘평화유지군’이고, 인류를 위협하는 핵무기는 ‘평화를 수호’한다. 광주에서 시민을 수없이 학살한 전두환은 ‘정의사회를 구현’하며 민주정의당, 즉, ‘민정당’을 만들어서 국민을 끊임없이 핍박하고, 지역 분열을 고착시킨 김영삼은 ‘한나라당’을 만들어 IMF 구제를 받을 정도로 나라를 망가뜨리고, 박근혜는 ‘새누리당’을 만들어서 비선 실세로 나라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새누리당’은 친박 비박으로 갈리더니, 친박은 ‘자유한국당’, 비박은 ‘바른정당’을 창당한다. ‘개혁’과 ‘보수’는 서로 대치되는 개념인데 자유를 억압한 세력이 ‘자유’를 주창하고 바른 걸 억누르던 세력이 ‘바른’을 주창하며, 이를 하나로 묶어서 국민의 머릿속을 엉망으로 만드니, 대표적인 ‘이중사고’다. ‘이중사고’와 ‘역사 왜곡’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일제 식민지 잔재가 곳곳에 남은 상황에서 일본군 장교 박정희를 독립군으로 조작함과 동시에 식민지 지배 자체를 정당화해서 지배세력을 굳건히 하자는 거다. 일본 문부성이 조선 침략을 ‘진출’로, 3.1 운동 등 조선인이 일제에 저항한 항거를 ‘소요’로 역사교과서에 수록해서 식민지 지배를 정당한 과정으로 묘사하며 역사를 왜곡하는 판에 우리 정부는 거기에 편승하고, 한국 뉴라이트 세력은 일본 극우파가 만든 뉴라이트 이론을 그대로 수입해서 주장한다. 오세아니아 진리성이 한국에선 문교부로 일본에선 문부성으로 부활한 것이다.
오웰은 사망하기 직전에 [1984]에 대해 “중앙에서 경제를 통제하는 경우에 자칫하면 빠져들 끔찍한 현상을 보여주려고 쓴 작품”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모든 걸 중앙집권주의로 통치하다가 최근 들어서 지방자치를 시행하나, 지방마다 중앙에 여전히 의지하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 살상 무기, 각종 테러, 빈익빈 부익부, 재벌 독점, 관료주의, 생태계 파괴 등은 우리를 끊임없이 위협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현존하는 파시즘 유형을 정확하게 인식할 능력을 갖추는 것, 그리고 우리 안에 은밀하게 존재하는 파시즘적 속성을 파악하고 극복하는 거다. 우리 자신이 파시즘을, 독재를, 불통을, 현실 왜곡을, 어용 언론을 싫어하면서도 가랑비에 옷 젖듯 그 분위기에 빠져들고 그 논리에 젖어들어 내면에 깃든 파시즘 속성을 드러낼 때가 극히 많기 때문이다.
주인공 윈스턴이 잡혀서 죽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 비밀결사에 가입하고, 결국엔 잡혀서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고문과 고통과 세뇌작업에 시달리다 ‘이제는 빅 브러더를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모습은 극단적인 절망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우리가 높은 안목을 갖추고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끊임없이 자각하고 감시해서 정권이, 사회 각 부분이, 파시즘으로 나아가는 걸 막지 않으면 극단적인 절망은 우리에게 달려들 것이다.
편집자의 말
번역은 원문에 담긴 내용과 뜻을 정확히 이해하고 우리글로 옮기는 과정이어야 한다. 찰스 디킨스 작품은 다양한 인물을 풍자와 유머와 화려한 문장으로 재미있게 묘사하는 특징이 탁월하다. 따라서 문장은 어렵고 복잡한데, 지금까지 번역한 작품은 한글 어법을 무시한 영어 사대주의에다 오역까지 넘쳐서 극히 어렵고 난해했다.
고전문학은 다양한 경쟁과 도전 속에서 독자에게 다양한 즐거움과 감동을 주며 백 년 이상 살아남은 작품이니, ‘재미와 감동’은 물론 ‘술술 읽히는 느낌’ 역시 어느 작품보다 탁월할 수밖에 없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는 기능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훌륭한 작품을 엉터리로 번역해서 독자를 괴롭히며 쫓아낸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인문학은 독서가 시작이다. 고전문학을 제대로 해석해서 한글 어법에 정확히 담아 독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어야 한다. 그래서 내면세계를 풍요롭게 가꿀 원형을 제시해야 한다. 광복 35년이 지난 다음에 비로소 우리는 ‘일본어 중역 몰아내기 운동’을 했다. 35년이 또 지났다. 이제는 ‘우리말 살리는 번역운동’을 할 때가 왔다.
‘도서출판 비꽃’은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한국어 어법에 합당한 번역을 추구하며, ‘찰스 디킨스 선집’을 필두로 고전문학을 새롭게 담아내, 독자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면서 공동체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 책속으로 추가
“설탕이야?”
“진짜 설탕. 사카린이 아니라 설탕. 빵도 있어. 우리가 매일 먹는 역겨운 빵이 아니라 정말 하얀 빵. 그리고 잼 한 병. 그리고 우유 한 통. 하지만 여길 봐! 내가 제일 자랑하고 싶은 거. 천으로 감쌀 수밖에 없었는데, 왜냐하면…….”
하지만 천으로 감쌀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로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윈스턴이 어릴 적에 맡던 냄새가, 지금도 남의 집 현관문이 재빨리 닫히기 전에 출구에서 흘러나오거나 인파가 북적대는 거리에서 기묘하게 퍼지며 코끝을 스치다가 사라지는 걸 아주 가끔 느끼는 냄새가 방사선처럼 퍼지며 실내를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커피야, 진짜 커피.”
윈스턴이 속삭이자, 줄리아가 대답한다.
“간부당원용 커피. 1킬로그램이나 된다고.”
“이걸 모두 어디에서 구한 거야?”
“간부당원 배급용이야. 돼지 같은 놈들은 없는 게 없어. 물론 이건 주방 심부름꾼이나 하인 같은 사람들이 슬쩍한 거고. 여길 보라고, 조그만 홍차 봉지도 있어.”
윈스턴은 벌써 줄리아 옆에 쭈그려 앉았다. 그래서 봉지 귀퉁이를 뜯어서 벌린다.
“진짜 홍차로군. 흑딸기 이파리가 아니야.”
“요새는 홍차가 꽤 흔해. 인도 같은 곳을 점령한 모양이야. 어쨌든 잘 들어, 내 사랑. 3분만 등을 돌려봐. 침대 저쪽으로 가서 다른 쪽을 보고 앉아. 창문에 너무 가까이 가지 말고. 내가 말할 때까지 돌아보면 안 돼.”
윈스턴은 옥양목 커튼 사이를 멍하니 바라본다. 아래쪽 마당에서 새빨간 팔뚝 여인이 빨래통과 빨랫줄 사이를 여전히 오간다. 입에서 빨래집게 두 개를 꺼내더니 감정이 깊게 묻어나오는 노래를 부른다.
시간이 모든 걸 치료한다지만,
모든 걸 잊을 수 있다지만,
웃음과 눈물이 해를 거듭하며
내 가슴을 그대로 쥐어짠다네.
어처구니없는 노래를 여인은 모두 외운 것 같다. 아름다운 목소리가 달콤한 여름 공기를 타고 울려 퍼지며, 황홀한 추억을 잔잔하고 구성지게 자극한다. 유월 저녁이 영원하고 빨랫감은 끝없이 나온다면, 여인 역시 천 년이라도 기저귀를 널고 집게로 물고 허섭스레기를 노래하며 완벽하게 만족할 거라는 느낌마저 든다. 당원은 흥에 겨워서 혼자 노래하는 걸 한 번도 못 봤다는 사실이 갑자기 묘하게 다가온다. 행여나 그런 당원이 있다면 혼자 중얼거리는 만큼이나 살짝 이단처럼 괴팍하면서도 위험하게 보일 것 같았다. 인간은 잔뜩 굶주릴 때 비로소 노래하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제 돌아앉아도 괜찮아.”
줄리아가 하는 말에 윈스턴은 그대로 돌아앉는데, 순간적으로 상대를 못 알아볼 정도다. 사실, 윈스턴이 예상한 건 벌거벗은 몸뚱이다. 하지만 줄리아는 나신이 아니다. 짧은 순간에 그 이상으로 놀랍게 변신했다. 얼굴에 화장이란 걸 했다.
노동자 구역에서 어떤 상점에 몰래 들어가 화장품 세트를 하나 산 게 분명하다. 입술에는 새빨간 립스틱을, 볼에는 연지를, 콧등에는 분칠을 했다. 두 눈이 예쁘게 보이도록 눈 밑에도 무언가를 발랐다. 기술이 썩 훌륭한 건 아니지만, 윈스턴 역시 기대수준이 높은 편은 아니다. 아니, 여성 당원이 화장한 얼굴을 본 적이 없는 건 물론 상상조차 못 했다. 얼굴이 아름답게 변한 게 정말 놀라울 뿐이다. 여기저기 가볍게 찍어 바른 수준인데 훨씬 예뻐진 정도가 아니라 여성스러운 모습까지 살아난다. 짧은 머리와 거친 작업복마저 효과를 더할 뿐이다. 윈스턴이 줄리아를 두 팔로 껴안는 순간에 제비꽃 향이 코끝으로 밀려든다. 어둠침침한 지하실 부엌이, 동굴처럼 까맣게 보이던 여자 입이 떠오른다. 그 여자가 당시에 사용한 것과 똑같은 향수 냄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문제 될 건 하나도 없다.
“향수까지 뿌렸군.”
“그래, 내 사랑, 향수도. 그런데 다음엔 내가 뭘 할지 알라나 몰라? 진짜 여성복을 구해서 지긋지긋한 바지 대신 입을 거야. 실크 스타킹도 신고 하이힐도 신고. 이 방에서는 당원 동무가 아닌, 진짜 여자가 될 거야.”
두 사람은 옷을 벗어 던지고 커다란 마호가니 침대로 오른다. 윈스턴이 줄리아 앞에서 완전히 벌거벗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금 전까지는 창백하고 빈약한 몸뚱이가, 하지정맥류로 장딴지에서 툭 튀어나온 혈관과 발목 위로 얼룩덜룩한 반점이 정말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침대에 깔린 건 시트가 아니라 담요지만, 닳고 닳아서 부드러운 데다, 침대가 아주 커다랗고 푹신한 게 두 사람 모두 깜짝 놀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