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탈출 짧은 여행(129)- (용평 - 대관령)
목필균
"내년 여름휴가 때 함께 나들이 가요"
하고 제안을 했던 막냇동생의 댁이 계획한 대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긴 장마 끝이라 걱정했는데 날씨도 흐린 가운데 여행하기 딱 좋은 날이라서 좋았다.
두 남동생 부부와 다섯 명이 차로 출발하면서 다들 천천히 무리하지 않는 일정을 잡은 것이다. 신갈에 있는 막내네서 만나 이른 점심을 먹고, 가는데 영동고속도로가 텅 비었다고 느껴지도록 막힘없이 순조로게 출발했다.
그런데 2 킬로미터가 넘는 진부터널에서 막혔다. 그리고 공포의 40분이 시작된 것이다.
긴 터널에 들어서자 사고 방송이 들리며 차들이 아주 조금씩 움직이게 되었다. 터널 입구에 2중 충돌 사고 차량 때문인 줄 알았는데...... 중간에 들어서니 5중 충돌사고로 더 많이 정체되는 것이다.
터널 가운데에서 오도 가도 못하니 겁이 더럭 났다.
거의 40여 분 만에 겨우 빠져나오고도 40여 분 더 거북이걸음을 하다가 겨우 용평리조트에 도착해서 여장을 풀고 나서야 안심이 되었다.
여장을 풀고, 해발 1458m 발왕산 관광 케이블카를 타러 가는데 산 바람이 서늘하게 느껴질 정도로 상쾌하고 좋았다. 주변이 모두 산으로 둘러싸인 곳을 케이블카로 올라가는데 푸른 여름날 녹색지대가 아름답고 가슴이 시원해질 정도의 비경이었다.
몇 굽이 산을 넘어서서 정상에 도착하니 천년 주목 숲길이 펼쳐져 있었다.
천년이 넘게 주목나무의 군락지를 이어온 발왕산 정상에는 근래에 기후 변화로 죽어가는 주목나무가 늘어나고 있다고 해서 안타까웠다. 산책길 주변에는 쉬땅나무, 동자꽃, 큰 돼지풀 등 야생화들이 반겨주어서 더욱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1,800년 수령의 아버지. 어머니 왕주목, 형. 동생, 팔 왕눈이, 종갓집 주목, 어깨동무, 고뇌의 주목 등 다양한 이름에 걸맞은 주목을 감상하며 좋은 기도 많이 받았다. 천년 주목 숲길도 추천할 만한 곳이다.
발왕산 정상에 설치된 스카이 워크로 들어서니 투명한 발아래가 아득해서 무서웠다.
두려운 걸음으로 도전해서 추억의 멋진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스키장은 푸른 잔디가 깔려있어서 풍경이 시원하고, 바람이 서늘할 정도로 냉기가 느껴져서 참 잘 왔다고 생각되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막내네가 준비한 푸짐한 저녁을 먹으면서 어린 시절 이야기도 나누며 밤늦도록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
그린피아 리조트에서 아침 조식을 먹고, 대관령 양떼목장으로 향했다.
입구에는 양 몇 마리가 풀밭에서 손님맞이를 하고 있다. 무심히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평화로운 풍경을 연출했다. 입구에서 500 m 가파르게 올라가니 너른 초원에 많은 양 떼들이 풀을 뜯고 있는데....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넓은 초원은 드문드문 칸 막이로 돌려가면서 양 떼들을 몰아서 풀이 자라게 해 주는 것이다. 신선한 풀을 먹고 자라는 건강한 양들..... 눈으로 가득 담고 내려오는데...... 뜨거운 햇살이 퍼져서 무척 더웠다.
목장 입구에 있던 몇 마리 양 떼들이 점점 숲 그늘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이 여름 두터운 털옷은 입은 너희들은 더 덥겠다 하며 웃었다.
체력이 시원치 않는 나를 배려하여 다시 집으로 가는 길로 들어서는데....
너무 이른 일정이 아쉬웠는지 치악산 국립공원 입구 좋은 아지트가 있다고 그곳에 잠시 들리자고 했다.
치악산 구룡사로 들어가는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바로 계곡물이 흐르는 곳이 있었다. 장마로 수량이 풍부하고, 날씨가 맑아지니 물도 맑아서 발 담그기가 참 좋았다. 여름에 피서지로 좋은 곳이라는 말에 적극 공감했다.
오 남매 중에서 언니, 오빠가 돌아가시고, 삼 남매가 뭉친 짧은 여름 여행....
일 좋아하는 남편만 빠져서 아쉽다고 하지만 우리들도 처음 갔다 왔으니 참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모두들 건강하면 또 이 좋은 시간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첫댓글
찐환자가 되어 목시인님의 짧은 여행기 129편을 보게되니 그 길을 따라 졸졸 따라가고 싶습니다
당장은 그림의 떡일 지언정 매끄러운 전개와 마무리로 일신 3남매와 곁지기의 여행기가 그리 반갑고 보람있게 보여지는군요
단지 진부터널 사고의 여파가 여행길 옥의티 였을텐데 그 조바심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가네요
특히 살아죽어 1,000년 이라는 주목나무 군락지인 발왕산으로 달려가고 싶습니다..
즐거운 여행 다녀온 목시인님이 더욱 건강하게 이러한 기회를 여행기로 전해 주기를 응원할께요..^^
처음 함께했는데..... 생각보다 더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몇 번은 더 하자고 할 것 같아서 좋습니다.
맨청 선배님도 얼른 쾌차하셔서 이곳에 여름 휴가 가시면 참 좋을 것이;라 적극 추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