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생실습 8일차
실습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8일차가 되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는데 이제는 도서관에서 해야 할 일을 찾아 움직이는 것도, 찾아오는 학생들을 맞이하는 것도 조금씩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오늘은 아침부터 반가운 손님을 맞이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반가운 교수님의 방문
1교시에는 경기대학교 교육대학원 조미아 교수님께서 실습 현장을 방문하셨다.
학교 앞에서 교수님을 맞이했는데, 뵙자마자 먼저 사진을 찍자고 말씀해주셔서 교육실습생들과 함께 즐겁게 사진도 남겼다.
이후 교육실습생들과 학교도서관 지도교사가 함께 면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학원 강의실에서 뵙던 교수님을 내가 실제로 실습하고 있는 학교에서 다시 만나니 느낌이 묘했다. 지금까지 배워온 것들을 학교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도 새삼 실감났다.
교수님께서 직접 실습 현장을 찾아주시고 우리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살펴봐 주시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 전자책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2교시에는 Bookers 영업담당자의 구독형 전자책 서비스 브리핑을 들었다.
Bookers는 B2B 전문업체로 현재 서울시교육청과 충북교육청 등에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학교도서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자책 서비스와 인터페이스를 소개해주셨다.
단순히 전자책을 화면으로 읽는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 같이 낭독하기, 챗봇, 틈새독서, 독서감상문 작성, 서평 작성 등 학생들의 독서를 도울 수 있는 여러 기능들을 직접 살펴볼 수 있었다.
특히 ‘틈새독서’라는 기능이 인상적이었다.
학생들에게 처음부터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으라고 요구하기보다 짧은 시간이라도 자연스럽게 책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요즘 학생들의 독서 습관과도 잘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리핑을 하시던 담당자께서는 초·중·고등학교뿐 아니라 대학까지 다양한 교육기관에 전자책을 공급하고 있는데, 요즘 학생들이 “정말 책을 읽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하셨다.
그 말씀에 많이 공감했다.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결국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하나인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책을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느끼게 할 수 있을까.’
전자책 역시 종이책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책으로 들어가는 또 하나의 입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한 권을 고르는 일에도 많은 과정이 필요했다
오전에는 그동안 작업해온 최종 수서목록을 정리했다.
책을 고르는 일은 처음에는 단순히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책을 찾아 구입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니 기존 장서와 중복되는 책은 없는지 확인해야 하고, 학생들의 관심과 학교의 특성을 생각해야 하며, 한정된 예산 안에서 어떤 책을 먼저 구입할지 결정해야 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에는 실제로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가 열려 2차 구입도서목록에 대한 심의가 진행되었다.
교직원 희망도서를 우선으로 하고 전공도서, 종교도서, 교양도서 등을 검토하여 총 134권, 2,370,820원 상당의 도서 구입안을 심의하는 과정이었다.
내가 오전에 정리했던 수서목록이 단순한 엑셀파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정식 절차를 거쳐 실제 학교도서관 장서가 된다는 것을 직접 보니 그동안 했던 수서 작업도 새롭게 느껴졌다.
학교도서관의 책 한 권이 서가에 꽂히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절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연말이 되면 남아 있는 학교도서관 예산을 도서뿐만 아니라 필요한 장비나 시설을 정비하는 데에도 활용한다는 사실도 배웠다.
학교도서관을 운영한다는 것은 책만 관리하는 일이 아니라 예산과 시설, 프로그램과 장서까지 도서관 전체를 계획하고 운영하는 일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오늘도 반가운 ‘나바시’ 아이들
점심시간에는 어김없이 나바시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오늘은 새로운 얼굴들이 보였다.
그동안 일정이 맞지 않아 오지 못했던 학생들이 처음으로 찾아왔고, 한 학생은 친구를 따라 도서관에 왔다가 어느새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앉아 나바시를 새로 시작했다.
‘친구 따라 왔다가 책을 읽게 되는 것.’
어쩌면 이런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독서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
그리고 이제는 늘 찾아오는 반가운 얼굴들도 있다.
도서관에 들어와 익숙한 자리에 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괜히 마음이 흐뭇해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름도 얼굴도 몰랐던 아이들인데, 이제는
‘오늘도 왔구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된다.
담당자분께서 오전에 “아이들이 책을 너무 읽지 않는다”고 걱정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분명 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고 하지만, 눈앞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스스로 도서관을 찾아와 조용히 책을 읽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유난히 사랑스러웠다.
아마 사서교사의 역할은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을 걱정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이라도 책 앞으로 올 수 있도록 계속 작은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바시의 참여한 아이들
나바시 옆에서는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가
나바시가 진행되고 있던 오후 1시에는 이덕주 선생님께서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 회의도 진행하셨다.
도서 구입목록을 심의하는 것뿐 아니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나바시와 앞으로의 도서관 프로그램 운영 등에 대해서도 보고가 이루어졌다.
나바시는 다음 주 시험기간에도 운영할 예정이고, 보드게임 연수와 교육실습 일정 등 앞으로 진행될 도서관 프로그램들도 함께 공유되었다.
학생들과 책을 읽는 프로그램의 앞쪽만 보고 있으면 도서관 운영이 단순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 뒤에서는 수서와 예산, 각종 회의와 프로그램 계획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을 연결하고 조율하는 사람이 사서교사라는 사실을 실습을 하면서 점점 더 선명하게 알게 된다.
이번에는 ‘시험감독 선생님’ 준비!
6교시에는 다음 주에 있을 중간고사 시험감독을 위한 학업성적관리 및 감독업무요령 연수가 있었다.
교생실습을 오기 전에는 수업을 참관하고 도서관 업무를 배우는 모습을 주로 상상했는데 이제는 시험감독까지 준비하게 되었다.
시험을 운영하는 데에도 공정성과 신뢰성을 지키기 위해 세세한 규칙과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교사의 역할은 정말 끝이 없는 것 같다. :)
수업을 하고, 학생들을 상담하고, 행정업무를 하고, 시험을 준비하고 감독하고….
실습을 하면서 학교의 하루가 얼마나 많은 선생님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데모큐브실에서 열린 감독업무요령 연수 안내
“중간고사 화이팅!”
그리고 시험을 앞둔 학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서영 선생님이 도서관 앞에 예쁜 그림도 그려주었다.
“나바시! 나만시! Come on!”
“중간고사 화이팅!”
그림 속에서 책을 읽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우리가 매일 만나고 있는 나바시 아이들 같아서 더 귀여웠다.
거창한 응원이 아니어도 학교 안에서 누군가가 나를 응원해주고 있다는 것을 학생들이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 않을까.
서영샘이 그린 중간고사 응원메세지
오늘 하루는 유난히 학교도서관의 여러 얼굴을 한꺼번에 본 날이었다.
전자책이라는 새로운 독서 환경을 고민하고,
학생들을 위해 새로운 책을 고르고,
그 책을 구입하기 위해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고,
점심시간에는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고,
도서관의 예산과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다가오는 시험까지 준비했다.
학교도서관은 단순히 책이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책과 사람, 공간과 프로그램, 그리고 학생들을 연결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나바시 자리에 앉아 진지하게 책을 읽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고 하지만,
그래도 책을 읽는 아이들은 분명히 있고, 그 아이들이 책을 만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도서관도 필요하다.
교생실습 8일차.
오늘도 학교도서관에서 사서교사가 해야 할 일을 하나 더 알아가고,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조금 더 가까워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