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
도종환
돌아오는 길에는 음악에 몸을 맡기자
사람을 만나고 오는 길에도
잠시 음악의 여울에 몸을 적시자
서류를 뒤적이는 시간은 너무 건조하였으니
촉촉한 손길이 이끄는 샛길로 접어들자
지치도록 일하고도
채워지지 않는 게 많은 그대여
나뭇잎을 흔들고 가는 바람을 따라가자
사람을 찌르는 칼이 된 댓글은 그만 보자
깊은 연륜에서 우러난 문장으로 채워진
좋은 글 읽는 시간을 일정표에 넣자
조롱으로 들끓는 머릿속을 비우고
가슴 저린 노래들로 그 자리를 채우자
적개심과 분노의 불길로 가득 찬 언어에
하루를 맡기지 말고
돌아오는 길에는
차분한 시간에 몸을 맡기자
그대 영혼에게도
따뜻한 한 모금의 위로가 필요하지 않은가
—월간 웹진 《님Nim》 202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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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 1954년 청주 출생. 시집 『고두미 마을에서』 『접시꽃 당신』 『지금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 『당신은 누구십니까』 『흔들리며 피는 꽃』 『부드러운 직선』 『슬픔의 뿌리』 『해인으로 가는 길』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사월 바다』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