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4.5.
기억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대부분 '망각'이라고 답한다. 두줄 아카데미의 2강은 그렇게 역삼동 아르보노 호텔 3층에서 시작하였다. 상상을 경영하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유일한 힘은 재미다. 관점의 이동, 발상의 전환. 난득호도, 바보가 똑똑이를 이긴다. 잡소리를 빼고 이야기 하라. 창조란 최초의 생각이다. ⵈ 이동규는 120분 동안 수없이 많은 키워드를 별처럼 쏟아낸다. 다 담을 수도 없고, 다 기억한다 하여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늘에 별이 많지만 유독 내 별이 빛나는 것처럼 그날의 내 별은 ‘상상력’이다.
시몬 페레스는 이스라엘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분이며, 장관 10번, 총리 3번, 92세까지 대통령을 역임했다. 그는 젊은이를 만나면 기억의 반대말이 무엇이냐고 질문한다. 대부분 '망각'이라고 답 하지만, 그는 '상상'이라고 한다. 그것이 이스라엘이다.
우리나라 지도자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공감하라 하지만, 이스라엘 리더는 ‘거친 사막 한가운데로 나아가라.’고 말한다.
그만큼 이스라엘은 '상상'을 미지로 나아가는 길목이라 생각한다. 유발 하라리는 우리 종 호모사피엔스를 ‘거대한 사기(詐欺)’ 위에 존재하는 동물이라한다. 허구를 믿는 능력 위에 존재하기에 종이로 만든 '돈'의 가치를 믿으며, 국가를 구성하는 ‘민족’이라는 허구를 믿으며, 영원히 살 수 있다는 ‘종교’를 믿는다. 그것의 시작은 상상이다. 상상이 일상의 다반사가 된 나라가 이스라엘이다.
우리의 지적 다반사(茶飯事)는 무엇인가? 천박한 강남의 지적문화를 갈아치우자고 들고 일어선 두줄 아카데미! 그들의 조용한 혁명은 작지만 거칠게 시작한다.
배철현 교수는 <인간의 위대한 여정>에서 기획하는 인간, 불을 다스리는 인간, 달리는 인간, 요리하는 인간, 배려하는 인간, 공감하는 인간, 의례하는 인간, 조각하는 인간, 그림 그리는 인간, 영적인 인간, 묵상하는 인간, 교감하는 인간, 더불어 사는 인간, 종교적 인간 등 수많은 호모사피엔스가 나온다. 하지만 여기에 상상하는 인간은 없다. 두줄하는 인간은 없다.
"1950년대 영국의 컨테이너 운반선 한 척이 화물을 내리기 위해 스코틀랜드의 항구에 닻을 내렸다. 포르투갈산 마디라 포도주를 운반하는 배였으며, 한 선원이 모든 짐을 다 하역하였는지 확인하려고 냉동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갔을때 다른 선원이 냉동실 문을 닫아 버렸다. 안에 갇힌 선원은 있는 힘을 다해 벽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했고 배는 포르투갈을 향해 다시 떠났다.
냉동실 안에 식량은 충분히 있었다. 그러나 선원은 자기가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는 힘을 내어 쇳조각 하나를 들고 냉동실 벽 위에 자기가 겪은 고난의 이야기를 시간별로 날짜별로 새겨 나갔다. 그는 죽음의 고통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냉기가 코와 손가락 발가락을 꽁꽁 얼리고 마비시키는 과정을 적었고 찬 공사 기간에 언 부위가 견딜 수 없이 따끔거리는 상처로 변해가는 과정을 묘사했으며 자기의 온몸이 조금씩 굳어지면서 하나의 얼음 덩어리로 변해가는 과정을 기록했다.
배가 리스본에 닻을 내렸을 때, 냉동 컨테이너의 문을 연 선장은 죽어 있는 선원을 발견했다. 선장은 벽에 꼼꼼하게 새겨 놓은 고통의 일기를 읽었다. 그러나 정작 놀라운 것은 컨테이너 안의 온도가 섭씨 19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곳은 화물이 들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스코틀랜드에서 돌아오는 항해 동안 냉동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인간만이 상상으로 얼어 죽을 수 있다.
인간만이 두줄로 웃다가 죽을 수 있다.
*참고 및 인용: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pp.198-199,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사피엔스>, 시몬 페레스 지음 윤종록 옮김 <작은 꿈을 위한 방은 없다> p.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