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 의학신동’, 10년 후 대통령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한 이유
[인터뷰] ‘방역패스’ 헌법소원 낸 고3 학생 양대림 군
5세부터 의학서적을 읽었다. 대학에서 쓰는 해부학 책은 물론, 뇌(腦)에 관심이 많아 신경의학서까지 독파했다. 9세 때는 ‘의학 신동’으로 공중파 채널도 탔다. 당시 출연한 현직 의사로부터 ‘의대 본과 4학년의 지식수준 혹은 그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아이는 커서 국가를 상대로 전면전(全面戰)에 나선다.
지난 1월 7일 헌법재판소에 방역패스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낸 양대림군(좌)과 채명성 변호사(우). /사진=뉴시스
방역패스 논란이 뜨겁다. ‘뭔가 이상하고 불편한데?’ 지엽적인 볼멘소리에 불과하던 게 이제는 거대한 공론장(場)을 형성했다. 그 한가운데에 양대림(19) 군이 있다. 양군이 정부를 상대로 건 다툼은 총 4건이다. 지난해 12월 10일. 방역패스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같은 달 22일에는 ‘청소년 방역패스는 직권남용’이라며 문재인 대통령, 김부겸 국무총리,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12월 27일, 문 대통령과 김 총리, 정 청장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올해 1월 7일에는 시민 1724명과 함께 정부와 전국 17개 시·도지사를 상대로 방역패스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지난 1월 7일 그를 만나봤다.
지난 2011년 3월 24일 방영된 'SBS 세상에 이런일이 635회 '9살 의학신동' 편'. 양군이 의사 가운을 입고 의학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SBS 방송분 캡처
- ‘방역패스는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게 헌법소원의 요지더군요.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지만 공익(公益)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제한하기도 하죠.
“여기서 공익은 ‘백신이 집단 면역을 이룬다’는 명제가 참일 경우 성립되는 겁니다. 방역패스를 찬성하는 입장은 정부가 지정한 ‘백신은 공공보건에 이익이 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는 거죠. 저는 그 전제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는 거고요.”
- 법원에서는 지난 1월 4일 앞서 학부모단체 등이 제기한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등을 일부 인용했죠.
“이번 집행정지로 인해 확진자나 위중증 환자가 늘어난다거나 하는 변수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법원 입장에서도 이 결정이 상당히 부담되는 일이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는 건 방역패스의 위법 소지가 분명하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정부는 결국 1월 18일 학원, 독서실·스터디카페, 도서관, 박물관·미술관·과학관, 영화관·공연장, 대형마트·백화점 등 6가지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를 해제했다. 한편 방역패스 집행정지 판결이 나온 2건의 행정소송에 대해서는 항고한 상태며 오는 3월 1일부터는 청소년 방역패스 또한 종전대로 시행하기로 했다.
- 정부는 2건의 효력금지 판결에 즉시 항고하며 ‘방역패스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확실히 했는데요.
“아무리 정부라고 해도 재판에서만큼은 신청인과 피신청인 관계로 대등한 소송법상 지위를 갖고 있으니, 그 자체가 문제라고 보진 않아요. 다만 정치적으로는 과연 온당한지 의문이에요. 법원에서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걸 분명히 했다면 정책 결정자 입장에서는 문제점 인정, 책임자 사과, 정책 방향의 수정이 더 적절한 처사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내가 백신 반대론자?
- 정부가 방역패스를 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무지(無知)해서 그런 건지 뭔지, 이유를 정말 모르겠어요.”
지난 1월 4일 방역패스 유효기간 제도가 시행됐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식당에 붙은 미접종자 출입거부 안내문. /사진=조선DB
- 과정이 매끄럽진 않지만 어쨌든 국민 안전을 위한 방책 아니겠습니까.
“보건복지부가 방역패스 도입 시 내놓은 취지도 ‘안전한 다중이용시설의 이용’이기는 하죠. 그 말은 접종자와 미접종자 간 코로나19 전파력에 차이가 있다는 걸 전제하는 건데,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 옥스퍼드대에서 내놓은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일단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접종자나 미접종자나 전파력은 같다고 나와요.”
- 방역패스가 팬데믹 상황에서 내린 어쩔 수 없는 극약 처방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반대한다면 대안은요.
“일본을 비롯한 몇몇 국가처럼 자연적으로 면역이 형성되도록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극약 처방’이라면 말기 암 환자처럼 여명(餘命)이 짧은 환자에게 검증이 안 된 신약을 투여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죠. 그런데 백신은 기본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맞는 겁니다. 최소한 해가 되면 안 되고 그걸 강제하면 더더욱 안 되는 거죠.”
- 코로나19 백신을 한 번도 안 맞았나요.
“안 맞았고 안 맞을 겁니다.”
- 고3은 수능을 치기 위해서라도 맞아야 했던 거 아니었나요.
“저는 수시 지원자라 수능을 안 봤지만, 응시자라고 접종이 필수는 아니었습니다. 학교 측에서 미접종 학생을 따로 관리해야 하니 행정 편의상 ‘맞으라’고 한 걸 다들 잘 따랐을 뿐이죠.”
- ‘접종 강요 행위’에 방점을 찍었지만, ‘백신 반대론자’이기도 한 겁니까.
“전혀요. 백신을 비롯해 의학 기술을 기본적으로 신뢰하는 입장이에요. 몇 달 전, 남성들은 보통 안 맞는 HPV(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을 3차까지 다 맞을 정도로요.”
- 그런데 코로나19 백신은 왜 안 맞았습니까.
“신약이 어떤 임상시험을 거치고 얼마간의 기간에 걸쳐 개발되는지의 과정을 어렸을 때부터 공부했는데, 그 기준에 비춰봤을 때 코로나19 백신은 신뢰가 떨어진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모더나·화이자의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반 백신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적용됐다고 하잖아요. 지난해 11월 2일에는 화이자 백신 임상시험이 졸속했다는 문제가 제기[영국의학저널(BMJ)의 <코로나19: 연구자가 고발한 화이자 백신 임상시험 데이터 무결성 문제(COVID-19: Researcher blows the whistle on data integrity issues in Pfizer’s vaccine trial)>]되기도 했죠. 3상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업체 관계자가 이중맹검(二重盲檢) 등의 원칙이 위배됐다고 폭로한 내용입니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지난 11월 ‘확인해보겠다’고 한 후로 현재까지 뚜렷한 답변이 없는 상태고요.”
◇접종 여부는 개인의 선택
- 개발 과정에 잡음이 있다고 백신 효과 자체를 부정하는 건 무리 아닐까요.
“제 요지는 효과가 있다, 없다라는 상반된 연구 결과가 나온 상태고 안전하다, 아니다라는 두 가지 입장이 있으니 둘 중 어느 것을 신뢰할지는 개인의 선택에 맡기라는 겁니다. 백신의 효과를 믿겠다? 그럼 맞으면 돼요. 수술도 마찬가지잖아요.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할 건지 말 건지는 본인이 판단하는 거죠.”
- 아직도 여러 명망 있는 의료진은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라고 하는데요.
“그분들에게 묻고 싶어요. 5년 후를 어떻게 자신할 수 있는지요. 예를 들어 ‘벤조디아제핀’이라는 신경안정제가 있습니다. 복용 후 추적 관찰을 해보니 20년 뒤 치매 위험이 높아진 걸로 드러났어요. 코로나19 백신은 모두 신생 백신으로 중장기시험 데이터가 없다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최근 ‘백신 전도사’로 불렸던 유명 의사가 본인의 부작용 경험을 밝히며 1차 접종까지만 한 사실이 드러났죠. 이 사례처럼 본인이 직접, 혹은 내 가족이 실제로 부작용을 경험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는 거예요.”
- 백신패스 반대 여론이 커지면서 3차 접종률(41.0%, 1월 9일 기준)이 주춤한 가운데 4차 접종 얘기도 나옵니다.
“흔히 사람들이 1년마다 맞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독감) 백신도 해마다 그 내용물이 다릅니다. 이 바이러스도 거의 매년 변이를 일으키거든요. 세계보건기구(WHO)가 미리 그해 유행할 바이러스를 예상해 발표하면 제약사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백신을 생산하는데, 만일 발표 시기와 실제 접종 시기 사이에 변이가 발생하면 백신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죠. 코로나19 같은 경우 2년 사이 벌써 수차례 변이가 발생했는데, 백신은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기원종을 타깃팅해 만든 거죠. 과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기존 백신이 오미크론 중화 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고요.”
◇‘박근혜 변호인’ 선임 배경
양대림(19)군은 백신 접종 여부는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지현 기자
- 방역패스 관련 내용은 잘 알겠습니다만, 문 대통령 등을 살인미수 및 살인죄로 고발한 이유는 뭐지요?
“지난 12월 20일 정부가 42개 의료기관의 코로나19 중증 병상 장기 입원 환자 210명에게 격리 병상에서 일반 병상으로 옮기라는 행정명령을 내려 이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했다는 요지입니다. 퇴실 명령을 받은 환자 중 22명이 결국 사망에 이르렀죠. 피고발인들은 사망 환자들에 대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의 죄책을, 그리고 나머지 사망하지 않은 188명의 환자에 대해서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죄의 죄책을 져야 마땅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살인죄에 있어서 고의는 명백히 살해하려는 의도가 아니더라도 사망이라는 결과를 용인하는 어떤 내심의 의사가 인정된다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고 있어요.”
현재 양군이 진행 중인 사건들의 법률대리인은 의사 출신 변호인 등 총 3명이다. 그중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채명성 변호사도 있다.
- ‘박근혜 변호인’으로 알려진 변호사를 선임해 일각에서는 ‘특정 정치 세력이 순진한 고3 학생을 조종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더군요.
“’하필’ 대선을 앞두고 어떤 고등학생이 불쑥 튀어나와 정부를 비판하니 그런 생각들을 많이 하더라고요. 근데 위헌 여지가 있다는 해석, 자료정리, 청구서 초안은 처음에 저 혼자 작성한 거예요. 이후 인터넷으로 변호사를 검색했고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사건 수임을 부탁한 거고요.”
- 소송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면 이후 계획은요.
“패소하는 상황을 상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만일 그렇게 되면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헌재든 법원이든 정부에 면죄부를 준다면 저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저항도 더욱 거세질 거라 예상해요.”
◇정치 관심 없어, 헌법학자가 꿈
그는 “어린 시절에는 의사가 꿈이었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 할아버지의 의료 소송을 경험하며 관심사가 점차 법 쪽으로 옮겨갔다”고 했다. 이번 입시에서는 국내 최고 명문대에 원서를 냈지만 아쉽게도 낙방했다고 한다.
- 훗날 사회에 나갔을 때 공개적으로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과거가 발목을 잡을까 두렵지는 않습니까.
“솔직히 걱정돼요. 특히 공직자를 못 할까 봐요.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임용권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두려움보다 지금 당장 저와 주변 사람들이 느끼는 부당함이 더 크게 느껴졌기 때문에 행동한 것이니, 어느 정도 감수해야겠죠.”
- 올해부터 국회의원, 지방선거 출마 가능 나이가 만 18세로 하향조정 됐는데, 혹시?
“그런 생각 ‘1′도(하나도) 없어요. 현실정치판에 들어가서 이해관계에 따라 자기 소신을 잃는 경우의 수를 두고 싶지 않거든요. 헌법학자가 돼 정치권 밖에서 학자로서 균형 있는 목소리를 내며 궁극적으로 국가에 이바지하고 싶은 생각은 있습니다. 허무맹랑하게 들릴지는 몰라도 이를 통해 종국에는 노벨평화상을 타는 게 꿈입니다.”
- 올해부터 투표권이 생기죠. 누굴 뽑을지 정했습니까.
“네.”
그는 “3월 9일에 놀러갈 계획을 세우는 친구도 있는데, 19년간 기다려(?) 어렵게 얻어낸 첫 투표권인 만큼 반드시 행사할 것”이라고 했다.
- ‘이대남’보다 어린 ‘십대남’은 어떤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하는지 궁금하군요.
“주변 친구들도 그렇고 지금은 ‘적어도 최악(最惡)은 피하자’는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