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지리산!
지리산은 내가 활동하고 있는 전북과 맞물려 있는 한국의 영산이다.
그러나 자주는 가보지 못한 나에게는 가깝고도 먼 산이었다.
말로는 지리산 어쩌구 저쩌구 하며 책에서 읽은 약간의 지식과 산 꾼들에게
술자리에서 엿들은 상식이 내가 알고 있는 지리산의 전부다.
친구들도 알고 있듯이 지리산은 빨치산의 활동과 분단의 아픔을 표현한 소설 '남부군'의
주 활동 무대다.
언젠가는 지리산 모두를 섭렵(?)하겠다는 당찬 의지를 가지고 한해 두해를 미루다 보니
어느새 나이 47세의 중년이 돼 버렸다.
산행이라고는 기껏해야 내 동네에 위치하고 있는 변산의 신선봉, 아니면 완주군에 위치하고 있는 모악산이나 대둔산 등이 내가 점령(?)한 산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젊은시절에는 지리산 천왕봉도 몇번씩 등반한 적은 있지만 벌써 20여년이 훌쩍 지나간 시절이다.
이러던 중 개띠 게시판에 배째라의 지리산행 글이 올라왔고, 익산의 똘똘이가 몇번씩이나 지리산행을 동반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길래...난 똘이의 제안을 무시할 수 없었다.
거기다가 들풀처럼이 지리산행을 동반하자며 일방적으로 몰아붙여 할 수 없이 예정에도 없던 지리산행이 시작됐다.
이후 내가 다니는 성당의 산꾼을 비롯해 주위의 산꾼들에게 준비물과 복장, 먹거리 등 지리산행에 대한 사전조사를 실시하고 성능이 괜찮은 등산화를 준비하는 등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7월30일(금요일)밤 군산에서 익산역으로 출발했다.
익산역에서 똘똘이와 옆지기 형님을 만나, 캔 맥주로 입을 적신후 구례구역으로 향하는 새벽열차에 승차했다.
근데 우리 자리가 모두 따로 따로다. 할 수 없이 기차표 석장을 무작위로 섞은 후(카드하는 것 처럼)한장씩 나눠 소지하였다.
열차가 플래트 홈으로 들어오고 있는데 내 소리통이 울린다. 대전에서 출발한 바커스였다.
1호차에 타고 있으니 거기로 오란다.
우린 각자의 좌석을 멀리하고 바커스한테 달려갔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바커스가 나를 보고 대전에서부터 자기가 앉아 있는 옆자리가 비어 있는데 그냥 앉으라고 한다.
근데 바커스 옆자리 번호가 눈에 많이 익은 것 같다. 1호차 67석 창쪽.
가만히 보니 내 좌석표와 일치한다. 참 우연도 대단한 우연이다. 어찌 바커스와 내가 같은 좌석에 앉게 됐나?
전주역에서 쥔장과 들풀처럼을 만나 반갑게 해후 한 후 각자의 자리에서 잠을 청했다.
그러나 여러가지 상황으로 한숨도 자지 못한채 구례구역에 도착하니 진주에 사는 전차수와 차수와 같이온 한모씨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택시비를 흥정한 후(25.000원)성삼재로 향했다. 오랫만에 총알택시를 탔다. 가슴이 콩콩거린다.
꼭달이는 경비를 줄이기 위해 성삼재까지 뛰어서 간다는데....우린 배 불렀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벌써 도착이다.
성삼재에서 새벽 3시30분. 첫 목적지인 노고단을 향해 출발했다.
선두에 똘똘이 형님과 나, 바커스가 섰다. 바커스의 걸음걸이가 처음부터 예사롭지가 않다.
성삼재에서 바라 본 보름달, 한마디로 똘똘이의 자상함과 넉넉함, 비단결의 미소, 수가솔방의 영악함, 민들레와 꽃님이의 카리스마, 애주의 재치, 깜장의 배째라, 앵두의 순수함, 노고단의 여유가 모두 담아 진 듯 하다.
그 보름달 위에는 은하수가 빛을 뽐내며 흐르고 있다. 환상적이었다.
어느덧 노고단에 도착했다. 첫 출발은 매우 순조로운 듯 하다. 쥔장이 걱정이 돼 뒤를 돌아보니 아직은 괜찮은 듯 하다. 근데 땀을 너무 많이 흘리는 것이 좀 미심쩍다.
우리 일행은 노고단에서 밀어 낼 것 밀어내고 담을 것 담은 후 다시 출발한다.
이번에도 내가 앞장섰다. 내 뒤에 똘똘이 형님, 바커스, 그리고 손님이 뒤를 따르고 그 뒤에 똘똘이와 들플처럼, 쥔장, 전차 순으로 걷는다.
손전등이 부족한 관계로 선두에 선 내가 터덕거린다. 뒤에서 똘똘이 형님이 손 전등을 비쳐 주고는 있지만 눈이 나쁜 나에게는 아주 고역이었다.
수없이 다리를 접 질렀다. 그래도 순발력을 이용, 용케도 부상을 당하지 않고 잘도 버티고 있다.
한참을 속보로 걷다 보니, 뒤에서는 천천히 가라고 아우성이다.
다른 일행은 조용한데 배째라가 떠든다. 처음에는 장난이겠지 했는데 점점...장난이 아닌 것 같다.
속도를 조금 늦추며 일행들을 기다리다 다시 전진하니 어는듯 임걸령에 도착했다. 어둠이 걷히기 시작한다.
이 순간, 해도 떠오른다.
샘에서 나오는 물이 무척이나 맛이있다. 아니 감미로웠다. 깊은 산속에 들어와 처음으로 대하는 자연수다.
들풀처럼이 "임걸령의 물이 지리산에서 가장 맛이 있다"며 산 꾼다운 면모를 과시한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등산화 끈을 다시 부여잡고 삼도봉을 향해 힘차게 출발한다.
이번에도 내가 선두에 섰다.
이제 날이 훤히 밝아서인지 앞이 잘보이니 더욱더 빠르게 걷는다. 아니 뛴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언덕이 수없이 나온다. 그때마다 바커스와 똘 형님, 나, 경남일보 논설위원 등은 힘차게 언덕을 내질른다.
수 없는 언덕을 단숨에 오를수 있는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7월달 들어 하루도 쉬지 않고 달리기를 열심히 한 탓이다. 정말로 마라톤은 좋은 운동이다.
드디어 삼도봉에 도착, 뒤늦게 온 째라 일행과 잠시 휴식을 취하며 기념촬영. 또다시 화개재를 향해 출발.
한참을 가니, 반야봉을 가리키는 팻말이 보인다. 올라 가고 싶었지만 일정을 감안해 포기했다.
아마 여기서부터 배째라 장군이 힘들어지기 시작한 곳 같다.
화개재를 지나 아침식사 장소로 정한 연하천에 이르니 수 많은 산꾼들이 아침을 먹으며 다음 일정을 정비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옻도 갈아입고 양말도 갈아신고, 느슨해진 등산화도 다시 매만지고 휴식을 충분히 취한후 벽소령으로 향했다. 배째라는 밀어내기도 했다.
난 여기서부터는 후미에 처져 잠시 쥔장과 전차수, 똘이와 함께 산행을 동반했다.
어느정도 걸으니 갑자기 아랫배가 요동을 친다.
어 이러면 안되는데...방귀가 나오려고 한다. 뒷사람이 없는 곳에서 방귀를 뀌면 괜찮을 것 같아 일행 맨 뒤에서 마음껏 방귀를 즐겼다.
그러다 전차수 지팡이에 큰 부상을 당할 뻔도 했지만....
여기까지.....
다음 이야기는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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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리산-1편
청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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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46
04.08.02 18:55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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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허락 할테니 올려라
청룡, 수고가 많았다. 난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산행이다.1박2일의 편안한 산행길이라면 한번 하고 싶다.기회가 되면 천천히 지리산을 느끼면선 올라보자. 잘 지내라
막둥이 군대는 간겨? 맴이 찹찹하것네? 원주있는 작은 놈이 청룡 아저씨 건강히 잘 계시는지 안부 묻더군... 빨리 후편 완결해 줘~~ 필자는 항시 독자를 위한 싸비스를 학실히 해야하는겨~~~~
청룡은 몇 편까지 갈라나. 빨리 올려라. 여러 사람 기다린다.
요 며칠간 리플을 위하여 살림 접을라구요~.청룡오빤 천왕봉 찍었으니 더 길게 써야 돼.그리고 용이오빠 보름달 보고 참 많은걸 생각했네. 여성팬들을 넘 의식하는거 아녀요.
이거 시작부터 거창허니 나가는게 어째? 하여튼 우리 2진 갔다 오기전에 일단 마무리혀놔라, 티물, 글빨도 만만치 않차너? 티물, 계획대로 10시간대에 천왕봉 찍으면 니들 다 주거따~ㅎㅎㅎ
어!! 청룡!! 산행기 언제 올렸어???? 새벽에 들어와보니 멋있는글이 올라와 있네.....후편을 기대하며 후편을 읽으러 가야지...
바카스는 안올리냐 빨리 올리거라 .니글도 잘쓰더라...
남부군, 태백산맥, 아리랑........ 그담 읽으러 올라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