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작은 방에서 책을 보는 중 갑자기 전등이 나갔다. 컴퓨터는 그대로인 것으로 보아 아마도 안정기가 나간 것으로 같았다. 일단 마트에서 형광등을 사서 갈아도 불이 들어 오지 않는 것을 보니 확실했다. 그런데 이 안정기는 감히 손을 댈 수가 없다. 전에도 안정기를 갈아보려고 고생하다 결국 전기공을 불러야만 했던 적도 있었다. 예전에는 안정기에서 새끼 등 하나만 바꿔 달면 그만이었는데 요새는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래서 다음날 관리사무소에 전화해보니 사람을 보내겠다고 한다. 잘됐다 싶었다. 왜냐하면 거실의 등이 2조인데 1조는 불이 나가 형광등 갓을 떼어내고 형광등을 갈아야 하지만 이 갓을 떼어낼 방도를 못 찾아 지금까지 그냥 두고 있었다.
만약 지금이라도 형광등이 끊어지면 또 꼼짝없이 사람을 불러야 한다. 보통은 형광등 갓에는 나사든 홈이든 있어서 딱 끼우거나 떼면 되는데 이것은 아무리 들여다보고(천정에 붙어 자세히 볼 수도 없지만) 손끝으로 살살 훑어보고 해도 떼낼 방법을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작은 단지라 관리사무소는 있어도 따로 영선반(營繕班)은 없어 나중에 도저히 안되면 그때 가서 알아보기로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작은 방이 갑자기 깜깜이가 되어 버린 것이다.
오늘 관리실에 전화했더니 잠시 후에 두 사람이 올라왔다. 한 사람은 우리 아파트에서 잡일을 하는 사람이고 또 한 사람은 전기안전공사직원인데 매주 한 번씩 들러서 정기적으로 점검을 해주고 간다 하였다.
와서 점검하더니 안정기고장이 확실하다고 하며 안정기를 교환해주기로 하였고 이왕 온 김에 거실등에 대하여 물으니 잘 알지는 못하지만 해보겠다고 하고 이리저리 더듬더니 좀 힘을 주고는 뚝 떼어냈다.
아, 이것, 참, 떼어 놓고 보니 알겠네. 이게 자석으로 붙게 되었었네. 허탈한 지고~~ 형광등을 갈고 나서 형광등 갓을 붙이는데 조금 애는 먹었지만 문제없이 붙일 수가 있었다.
평소에 사람이 만든 것은 당연히 사람이 풀 수 있다(수리할 수 있다~)고 자신했었는데(물론 보통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쓰도록 만든 것이라면야~~) 어째 이것은 생각을 못했는가? 생각할수록 우습고 분하다(?) ㅎㅎ
물론 정식 수리공을 아니지만 관리소 직원이 말하기를 자기네들은 거실 등은 건드리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모양과 멋을 내기 위해 크기도 크고, 장식이나 설치를 묘하게 해놓은 것이 많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만 생각해보니 작은 방 안정기 건도 그렇다. 이게 가정용은 간단히 탈부착(脫附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졌으면 좋으련만 왜 이렇게 전등갓을 다 떼어서 안정기 교환하는데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시간을 소모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플라스틱 부품 일부가 삭은 것도 있어 전기용품점에 갔더니 그런 것은 아예 갓 전체를 사야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이야 말로 자동차 어디 한군데라도 다치면 수리하는 것이 아니고 부품 전체를 몽땅 교환하는 것과 같다.
어쩌나, 싶었는데 어쩌다 남아도는 것이 있어 그냥 받아왔기에 안정기 교환은 무사히 끝나긴 했지만 왜! 우리는 외관상으로는 기계기구를 편리하게 잘 만드는 것 같으면서도 조금만 속으로 들여다보면 뭔가 오히려 불편해진 것도 꽤 있다. 관리소직원이 말하기를 이게 자재 팔아먹기 좋게 하려고 그런지도 모른다나?
꼭 그렇진 않겠지만 조금 속이 불편하다.
거실 전등갓도 그렇다. 자석을 붙이는 것은 참 아이디어가 좋다고 생각했다. 겉으로 보면 한군데 군더더기도 없이 깨끗하게 보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왕이면 탈부착할 때 자석의 기능을 끊거나 해서 붙이기 쉽게 했으면 좋으련만 자석 이게 힘은 세서 붙일 때 이리 붙고 저리 붙고 해서 한참 애먹었다.
생각을 창조적으로 하는 것은 좋은데 이왕이면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서 제품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우ㅎㅎㅎ (2016.7.1.양천서창 문상두)
첫댓글 참 자세히도 관찰하셨네 대충 해서 살지않고.
30여년 '공병'도 다 못해는 일인데.
사업하는 사람은 무조건 '사업성 우선'일 수밖에. 자선사업이 아니니.
명색이 전기공학도인 나도 몸이 불편하니 이젠 그런 일은 무조건 사람을 불러. 돈이 아깝긴 해도 소득 재분배 차원에서 좋은 일 하는 것이려니 마음 편히 생각하기로 했어. 지금 사는 아파트로 이사 오니 아파트 관리인이 형광등은 물론 일산화 탄소 경보기 건전지까지 무료로 교환해줘서 참 편해. 팁도 줄 필요 없고 생각나면 싸구려 포도주 한 병 주는 데도 고마워서 어쩔 줄 몰라 해.
내가 좀 느린데 어떤 땐 기다리는게 싫어 내가 막 만지는 버릇(?) 이 있어 가끔 혼나는 때도 있지~~ㅎㅎㅎ
아직도 막 만지셔? 당연히 혼나셔야지. 조심하셔.
이것저것 공작(工作)하곤 싶은데 할 수가 없어, 아파트에선 뚝딱 거릴 수가 없어서~~~그래서 점점 안하게 되네~~ㅎㅎㅎ